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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면서 일기를 써서 두서없는 글이었지만 누구에게라도 막 이야기하고 펑펑 울고 싶은 마음에 글을 올렸었는데 많은 분들이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머님을 모시고 와서 병원에 모셨으며 내일부터는 간병인을 쓰기로 하였습니다.
저희 어머님이 여러분들의 격려로 첫날보다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다시한번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8월 6일(목요일)
어머님을 고려장하고 온 것 같아 한 숨도 잘 수가 없었다.
남편을 출근시키고 세수도 하는 둥 마는 둥 하고 옷을 주섬주섬 입고서 큰 아이가 입원하고 있는 병원으로 갔다.
(27살된 우리 큰 아들은 크론병으로 8년째 투병 중이며 지난 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집에 있는 날보다 병원에 있는 날이 훨씬 많답니다.)
아이가 입원하고 있는 병동 수간호사님께 사정이야기를 하고 그 병원에서 뇌경색을 제일 잘 보시는 선생님을 소개해 달라는 부탁과 혹 병실이 없을지 모르는데 도와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려서 소개받은 선생님 지정하여(특진신청) 어머님 이름으로 진료신청을 하고 보니 오후에 진료를 하시는 날이었다.
점심시간까지 큰 아이 병실에 있다가 13시가 되자마자 신경과로 내려가 의사선생님께 들어갔더니 진료카드에 나와 있는 생년월일은 분명히 노인네인데 중년의 여자가 들어서니 차트 한 번 보고 나 한 번 보고
"이성랑님이세요?"하시더니 사정이야기를 들으시고는 짐작컨데 뇌경색치고는 아주 경미한 것이니 쉽게 회복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신다며 입원장을 써 주시고 병실이 없을지 모른다는 걱정까지 해주셨다.
원무과에 가서 입원장을 내미니 수간호사님과 신경과 교수님 두 분이 다 부탁을 하셨다면서 병실을 지정해 주시기에 입원수속을 끝내고
어머님 입원하실 병동 간호사실에 가서 사정이야기를 하고 지금 가서 모시고 오면 밤에나 도착할 거라는 이야기를 해놓고 안동병원에 전화를 걸어
1. 어머님 모시러 지금 출발하니 퇴원수속 준비 해주실 것과
2. MRI CD, 의사선생님 소견서, 의무기록부 사본을 준비해 주실 것을 부탁하고
3. 어머님께서 그 병원에서 저녁식사를 하시고 출발하실 수 있도록 저녁을 먹여(?) 주실 것을 부탁하고 그때서야 남편에게 전화를 하니 자기도 급한 일로 지방에 출장을 와서 내일에나 돌아갈 것이라 토요일 새벽에 어머님 모시러 출발하려 했다는 얘기를 듣고 출발한 시각이 14시
부지런히 차를 몰고 가는데 중간중간 비가 엄청 쏟아졌다.
멀미도 조금씩 하시는 어머님 모시고 돌아오는 길엔 제발 비내리지 않기를 기원하며 달려 안동성소병원에 도착하니 17시 40분
어머님께 들어가니 간호사가 이야기해서 기다리고 있었노라며 반겨주시는데 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어머님 물건을 챙기고 간단히 샤워를 시켜 드린 후 옷을 갈아입혀 드리고 혹시라도 휴게소에 도착하기 전에 화장실을 가시고 싶어 하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기에 어머님께 잘 말씀드려서 정말 죄송하지만 기저귀를 채워드리고 퇴원수속을 밟으려 하니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일부러 전화로 필요한 서류를 부탁해 놓았는데 'MRI CD' 다음으로 중요한 '의무기록부사본'을 준비해 두지 않은 것이 아닌가?
어머님을 병실에 다시 눕혀 둔채 간호사실과 원무과, 의무기록실을 왔다갔다 하며 사본을 받는데 한 시간이나 지체가 되었다.
그리고 또하나 어머님이 안드시겠다고 해서 저녁식사를 취소하고 안드렸다는 것이다.
자기네 어머니나, 시어머니라도 그렇게 했겠냐고 따지고 싶은 것을 꾸욱 참고 퇴원수속을 끝내고 짐을 싣고 어머님을 태우고 병원 앞에 있는 식당에서 어머님 저녁을 사드린 후 (전같으면 '너는 왜 안먹느냐고 야단치셨을 어머님께서 며느리가 밥을 먹었는지 굶었는지까지는 생각이 못 미치시는지 물어보시지도 않으시기에 급한 마음으로 먹으면 체할 것 같아서 굶고) 출발을 하려니까 어느새 20시가 다 되었다.
서울서 내려올 땐 22시 30분 쯤이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 출발하면 자정 전에 병원에 도착할 수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그런 내 마음도 모른 채 뒤로 쭈욱 밀고 약간 뒤로 젖힌 조수석에 앉으신 어머님은 혼자 떨어져 계시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어제보다 훨씬 기분이 좋아 보이셔서 그나마 안도하면서 출발을 하는데 또 가늘게 빗줄기가 차창을 ......
마음은 급하나 어머니가 멀미하실까봐 걱정되고
비내리는 밤길이라 더욱 조심되고
이 상황에서 속도위반딱지까지 끊으면 안되겠기에 규정속도 안에서 최대한 빨리 그리고 부드럽게 차를 몰고 오는데 좀 주무시라고 해도 잠이 안온다는 어머님께 이런저런 얘기를 들려드리고 어머님 좋아하시던 가요를 들려달라고 강요(?)하여 어머님 노래를 들으면서 따라부르기도 하는데 어떤 노래가사는 2절까지도 정확히 부르시고 어떤 노래는 같은대목을 너댓번씩이나 반복하시기도 하고......
마음은 바쁘나 어머님 멀미 안하시게 바람도 쐬어드려야 하고, 자동차도 나도 무리하면 안되겠기에 휴게소에 두 번 들렀다가 병원에 도착하니 23시 47분.
기다리고 있던 큰 아이가 (저도 환자이면서) 지하주차장까지 휠체어를 끌고 내려왔다.
차라리 내일 아침 일찍 오지 그랬냐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의 간호사와 함께 병실에 들어오니 다른 분들은 이미 꿈나라로 가 계셔서 잠깨우지 않게 하려고 조심조심 어머님 기저귀 빼드리고, 혹 짓무를까봐 닦아드리고, 환자복 입혀서 눕혀 드렸더니 큰 아이는 할머니가 안쓰러운지 연신 할머니 다리를 주물러드리고, 제 형의 문자를 받고 새벽1시가 다되어 병실로 들어선 둘째녀석도 할머니 팔을 주물러 드리며 일어설 줄 모른다.
다른 분들 잠깨우면 안되니 빨리 가서 자라며 두 아들을 복도로 끌고 나와 큰 아이는 제 병실로 작은 아이는 집으로 보내고 그제서야 보호자침대를 빼고 누워 어머님 손을 잡으니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데 잠은 커녕 정신이 더 초롱초롱해진다.
" 하나니임, Thank you A~~~men!"
8월7일(금요일)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나?
아침, 점심, 저녁 내 도움을 받아 어머님 진지 잘 드셨고
오전에 뇌혈류검사 하시는데 50분
아참 그저께는 한 손엔 폴대 또 한 손은 나를 잡고서도 복도 반바퀴를 못걸으셨는데 오늘은 폴대도 나도 안잡고 조금 걸으셨다.
그러나 간호사가 기절할 듯이 달려와서 몸이 한 쪽으로 자꾸 기울어지시는데 걸으시면 안된다며 휠체어를 끌어다 주었지.
오후에 회진을 오신 의사선생님은 이번주까지 약물 투여를 하고 다음 주부터는 재활치료를 시작하자며 상태가 더 악화되지는 않을 것 같고 재활치료를 받으면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고 하셔서 안도의 숨을 쉬었고
어젯밤에 의사선생님께서
"할머니, 100-7이 얼마예요?"
"100-7이요, 73이지요."
"그러면 73에서 21을 빼면요?" 하고 대여섯 문제를 물어보시는데 그렇게 암산이 빠르시던 어머님이 한 문제도 정답을 못 맞추시고
"할머니, 우리나라 이름이 뭐지요?"
"우리나라 이름요? 그런 건 안배워서 몰래요."하고 대답하셔서 우리 아들과 내가 마주보고 기가 막혀 했었는데
오늘 아침에 같은 문제를 우리 아들과 내가 다시 여쭤보니 숫자계산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고
우리나라 이름이나, 4계절 중 지금은 여름이라는 것 등은 바로 대답을 하셔서 또 조금은 안심이 되고
아들녀석은 회진시간과 식사시간 외엔 할머니 곁에 붙어 있어서 내가 화장실도 매점도 맘놓고 다녀올 수 있었지.
오려면 한 집이 하루씩 당번을 정해서 와보던가 하지 오늘따라 두 시누이네 가족과 둘째 시동생네 가족이 한꺼번에 어머님을 뵈러 와서 병실이 들썩들썩하여 옆에 계신 분들께 너무 죄송했다.
시누이 둘은 나혼자 어머님 목욕시켜 드리려면 힘들다며 목욕을 시켜 드리고
남자들과 아이들이 먼저, 여자어른들이 나중에 교대로 저녁식사를 하고 세 집 식구들을 모두 보냈다.
그동안 다행히 방학이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일을 처리할 수 있었고 어머님 곁을 지킬 수 있었지만 월요일부터는 닷새동안 연수신청이 되어 있어서 큰 아이 첫 수술 때 알게 된 간병인께 부탁하여 내일 아침부터 간병인을 쓰기로 하였다.
오늘 저녁엔 남편에게 어머님 곁에서 자라고 부탁을 하고 집에 돌아오니
병원에 있는 큰 녀석 나흘 밀린 빨래
집에 있는 작은 녀석 나흘 벗은 빨래
나와 남편이 갈아입은 옷들과 수건들
어제 아침에 끓여 먹고 남은 된장국은 쉬어서 냄새가 진동을 하고
화장실 바닥엔 여기 저기 솔이(생후 1개월부터 기른 13살 된 시츄-엄청 착하고 순하답니다) 응가
보이는 게 모두 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일거리들이다.
시간은 이미 자정을 넘은지 오래고
지금은 냄새나는 된장국과 솔이 응가만 처리하고
다른 건 다-아 내일 아니지 지금이 오늘 새벽이니까 오늘 아침으로 미루고 그냥 잠 좀 자야겠다.
첫댓글 이름이 낯익다 하면서도 확실한 기억을 못 했었는 데...크론병이라하시니 저와 한 번 통화 하신 분이라는 생각이 납니다....어머님도 아드님도 얼른 건강이 회복되시길 빕니다.
세상은 때때로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람을 힘들게 하지요.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생님과 전음방 가족들의 격려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정말 효부십니다. 참 며칠 바뿌게 지내셨습니다. 힘내시고 잘 버티세요. 젊은 아드님이 크론병이라니 참 맘이 아픕니다. 크론병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읽으면서 내내 제 생각을 했습니다. 치매이신 친정엄마 생각에 가슴이 미어졌네요~~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김춘옥님의 효성에 머리가 숙여 집니다. 또 맹선생님의 가슴아픈사연도 이제 알았습니다. 저만 힘들다 생각했는데 ...... 힘드신 분들 모두 힙내세요!! 저도 아자!!!!
이런분들이 있으시니까 세상은 참 살만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귀감이 되는 분이세요.마음씨도 곱고 며느리라는 의무감이 아닌 진정 사랑으로 하시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아무쪼록 어머님 아드님 얼른 완쾌되시길 빕니다.
저희 아들은 고3인데 지금 뇌경색이 조금 발견이 되었답니다.....모야모야병이 그런거지만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지금은 항상 희망을 가지고 산답니다.....어머님도 아드님도 건강이 회복되시길 바랍니다..^^
도우시는 하나님의 특별하신 사랑이 동서남북 어디에서나 함게 하여 주시길 기도 합니다
어머님의 쾌유를 빕니다. 봄구슬님의 정성이면 금방 좋아지실겁니다. 수고하십시오.
이리뛰고 저리뛰고 하시는 이춘옥님에 모습이 보이는듯합니다 오늘도 이춘옥님 글을보며 머리를숙이게 됩니다 이 힘든날이 얼른지나 이춘옥님 이편히 웃을수잇는날이 빨리오길 기도합니다
집안에 환자가 한분만 계셔도 정신이 없을 지경이던데, 애쓰십니다. 어머님과 아드님의 쾌유를 빌며, 이춘옥님의 건강도 함께 빕니다. 맘 든든히 잡숫고, 힘내세요.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전 친정 아빠가 편찮으셔도 그렇게 못해 드리는데....대단 하시네요...나중에 복 많~이 받으시려고 힘드시나봐요...힘내세요....
봄구슬님의 바쁜 하루가 느껴집니다. 님의 정성으로 어머님도 아드님도 건강해지시리라 짐작해봅니다. 건강하세요.
글을 읽어내려가면서 ..눈물이 납니다.저 역시도 시어머니..아버지를 겪으면서 병에는 효자가 없다는 걸 알거든요..너무 몸이 지치지 않케 하세요. 본인 몸이 힘들고 지치면 너무 힘들어요...
힘내세요... 빠른 쾌유를 기원합니다
정말효부세요. 힘내세요~
정말 효부이십니다~~~저두 시어머님 십여년넘게 병원 모시고 다녔습니다만.....참으로 어렵더군요 이춘옥님 힘내시고요 아드님~이렇게 써놓고 할말이 없습니다 마음만 짠~하네요 무조건 힘내셔요 잘먹고 잘자고 잘웃고 그래야 아드님과 시어머님 돌봐드릴수가 있답니다
힘 내시고요,빠른 회복을 바랄께요.
고생이 많으세요 환자 두분을 어떻게 간병을 하실까 너무 안쓰럽네요 힘네세요 지금은 힘들지라도 웃으며 기쁨으로 살날이 오겠지요
무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힘내서 어머님 더 잘 모시겠습니다. 우리 아들도 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