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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色兼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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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채 스크랩 장산도 산 씻김굿
이상교 추천 0 조회 53 10.06.26 14:56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장산도 산 씻김굿이란다.

씻김굿은 돌아가신 분을 위한 것이지만

산 씻김굿은 살아 계신 부모를 위해 하는 굿이라

축원굿이여서 축제 분위기로 여는 굿이다.

그런데 굿판을 이끄는 분이 달랑 셋이다.

두 분은 부부고 한 분은 조카며느리(진금순)라 한다.

장구를 주로 치시는 이귀인(세습단골가), 강부자(전라남도무형문화재 제21호 장산도들노래 보유자)

부부는 굿 중간중간에 말다툼도 하고 상의도 하고

조카며느리를 야단치기도 한다.

굿 시작하고 객석에서 누군가 -선생님-하면서 인사를 건네자

'아이고 우리더러 선생님이랴.'하시며 멋쩍어하시기도 하고

준비물이 어디 있는지 찾느라 부시럭거리기도 하셨다.

다른 굿에서는 젊은이들이 서넛 끼어 있어

스탭으로 일하는 단원도 있고

후계자들이 한두 마당 맡아서 노래도 같이 부르고 하더만

어찌 된 일이지 장산도 굿은 노인 셋 뿐이다.

세 분이서 굿을 장장 이끄시려니 힘드시기도 하려니와

저러다 후계자 없이 맥이 끊기는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이귀인 당골이 나이가 여든 셋이라 하신다.

한쪽 다리를 다치셔서 걷기 힘들어 지팡이를 짚고 나오셨다.

다리를 뻗어야한다고 관객들에게 양해해달라 하셨다.

굿 중에 허리 아프다고 숨차다고 여러번 말씀하신 강부자 선생도 여든 가까이 되셨을 듯 하다.

관객들은 강부자 선생에게 앉아서 하시라...고 권했고

결국 늙고 기운 빠진 우리의 할머니는

굿 후반은 허리를 궁그리고 앉아서 노래를 했다.

 

다른 굿 판에서는 가체나 붙임머리일 망정 격식 갖추느라 머리를 틀어올려 비녀를 꽂고 무녀들이 나온다.

그런데 어제 굿의 무녀 두 분은 시골 할머니 빠마머리였다.

피식 웃음이 나오다가, 그 소박한 모습에 한결 마음이 편해지기도 하였다.

집에서 완두콩 까다가, 머윗대 다듬다가

"머시라, 굿해달라고? 아이고 허리야.'그러면서 나오신듯 하였다.

 장산도, 그 섬에서 오랜 세월, 섬사람들과 고락을 같이 하셨을 터이다.

강신무들이 보여주는 카리스마보다는 세습무들은 이웃을 품는 큰어머니 같은 인상이 많다. 

'오냐오냐 내 새끼들' 하며 모자르고 부족한 어린 것들을 껴안고

'우짜꺼나, 그래도 쪼까 힘내보드라구. 살다보믄 좋은 날도 안 오긋나'라며 엎어진 이를 일으켜세우고

산 이들에게는 명과 복을 나누게 하고

죽은 이들에게는 평안을 기원해주는 그런 일로 평생을 살아오신 분들의 얼굴이다.

  

 

 제석굿을 할 차례가 되자 반듯하게 접혀있던 종이장을 이귀인 당골이 끌어당겼다. 

몇번 부시럭거리더니 저런 흰 모자가 만들어졌다.

종교행사에 종이로 된 모자를 쓰는 나라가 또 있을까.

새삼 우리 문화 속에 종이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지전도 길닦음에 쓰는 배도 다 종이로 만든다.

 

 이귀인 당골은 아마 당골이 아니셨더라면 온 섬을 휘젓는 한량이 되셨을 것이다.

노래도 잘 하시거니와 장구를 치면서 한 손으로 장단을 짚으시는데

아아 이런....손짓만으로도 춤이 되는구나---

다리만 아프지 않으셨다면 굿판을 훨훨 나시면서 노래를 해주셨을텐데

참 아쉬웠다. .

공연시간은 8시에서 9시반까지다.

하지만 9시반이 넘어도 굿을 끝낼 생각을 안 하시는 이 분들께

극장 매니저가 '이제 길?음 해주세요'라고 부탁하였다.

그러자 세 분은 펄쩍 뛰었다.

'고풀이도 안 하고 길닦음을 우찌 하나. 할건 해야지 안 그렇소.'

물론 관객들의 마음도 그러했다.

매니저 속이 타건 말건,

비교적 젊은 진금순 씨가 고풀이를 하였다.

아직 기력이 펄펄하신 분이라 굿에 많은 힘을 불어넣었다.

 

인생의 많은 고비들과 어려움이 저 고풀이의 매듭처럼 술술 풀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여름학기를 신청해서 이대로 온 홍콩 여학생을 데려갔는데

고풀이뜻을 설명해주었더니 흥미롭게 바라본다.

 

 관객들이 앞다투어 나와 세 분의 장구에, 치마 앞에 지폐를 놓아드렸다.

다른 굿에서는 복 빌려고 돈을 내는 기분이었는데 어쩐지 어제 굿에서는

고향서 오신 시골 친척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용돈을 드리는 기분이었다.

가만 앉아만 계셔도 여기저기 안 쑤시는 데가 없는 나이이신데

2시간 넘게 쉬지않고 노래하시면서 공연을 하시다니.

 넋올리기를 할 차례가 되었다.

원래 굿을 청한 자손 중 하나가 나와서 해야겠지만 공연 굿이니

공연주최 극장 관계자가 불려나왔다.

 종이를 오려 사람 모양으로 만든 종이인형을 머리에 얹는다.

 그리고 저 지전을 머리위 덮어쒸운 후 잠시 있다 지전을 들어올리면 지전에 종이인형이 따라올라온다. 

그러면 넋이 하늘로 잘 올라간 것으로 본다.

산씻김굿의 하이라이트인 길닦음 대목이 드디어 나왔다.

 저 배를 타고 극락으로 가는 길을 무사히 가면 되는 것이다.

그 먼 곳에는 오직 평화와 안락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귀인당골은 죽어서 사는 세상도 산 사사람의 세상과 마찬가지로 법이 다 있다고 했다.

저 세상에는10명의 왕이 다스리는 각각의 나라가 있는데 염라대왕은 그 중 6번째 나라를 다스린다 했다

살아 생전에 좋은 일을 하면 극락에 가지만서도

남을 괴롭히고 거짓을 일삼은 자는 가장 사정이 나쁜 곳으로 간다고 했다.

문제는 그곳에 한번 가면 그 후로는 변경이 금지란다. 그래서 무서운 거란다.

그래서 돌아가신 분을 좋은 곳으로 가시라고 우리가 여러 기원을 드리는 것이었다.

 

 

 여기거지 아프시다던 분들이 마지막 거리가 되자,

있는 힘을 다해 서서 공연을 하셨다.

 

 

 

 죽으면 몸뚱이는 꽃상여를 타고 가고

혼은 저 흰 배를 타고 가던 그런 시절이 부럽다. 

 종이오림으로 배에 사람을 새겨넣었다. 저런 기술은 누가 계승하는지 모르겠다.

공연은 10시가 되어서야 끝났다.

세 노인은 우리에게 떡과 과일을 나누어 주었다.

고향 큰 어머니가 사람들에게 음식 하나라도 더 나눠주느라 애 쓰시던 그런 풍경이었다.

역시 굿은 보고 난 후  떡을 먹어야 제대로 끝난 기분이다. 

 세 분이  건강하시어 장산도 굿을 또 볼 수 있기 바란다.

 

글, 사진-임정진

 

(2010.6월25일 무형문화재전수회관 풍류극장 8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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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6.28 01:01

    첫댓글 요즘 도시에서 보는 화려한 무속인들과는 많이 다른 소박하고 향토적인 모습이네요

  • 10.06.28 11:28

    임정진 선생님... 좋은 구경을 하고 오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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