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합친다고 강군이 되는가
[태평로]
이위재 기자 2026. 8. 14. 23:52
합동성 강화·미래전 대비 명분
그 자체로는 반대하기 어려워
진짜 속셈은 ‘육사 죽이기’ 의심
납득 가능한 청사진 공유해야
1980년 4월 ‘이글 클로(Eagle Claw)’ 작전. 미군은 이란 테헤란의 미국 대사관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육군 특수부대와 해군·공군·해병대 정예 전력을 끌어모았다. 결과는 참극이었다. 해군 헬기가 공군 수송기와 충돌해 8명이 숨졌다. 투입된 헬기는 본래 기뢰 제거용이었고, 일부 조종사는 사막 야간 저공비행과 특수전 경험이 충분하지 않았다. 인질이 있는 곳에는 접근조차 못 한 채 철수했다.
3년 뒤 그레나다 침공 ‘어전트 퓨리(Urgent Fury)’에서도 비슷한 혼선이 되풀이됐다. 보안을 이유로 일부 육군 지휘부가 계획 단계에서 빠졌고, 공수부대는 빈약한 정보 속에 투입됐다. 총독 관저에 진입한 특수부대는 공격을 받으면서도 합동지휘부와 연락하지 못했다. 변경된 주파수와 호출부호가 제대로 공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대원이 관저 전화기로 미국의 아내에게 신용카드 전화를 걸어 “기지에 알려 공중 지원을 요청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을 정도였다.
미국은 두 차례의 실패와 혼선을 계기로 지휘체계와 훈련, 장비 운용을 뜯어고쳤다. 그 결과물이 1986년 골드워터-니컬스법이다. 지휘권을 정비하고 다른 군과 함께 근무하거나 교육받은 경력을 인사와 진급에 반영했다.
지난달 15일 포항에서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실시한 연합 야외기동훈련의 하나로 미군 장병들이 연합 합동 해상 군수지원작전(CJLOTS·Combined Joint Logistics Over-the-Shore) 및 전투근무지원지역(CSSA·Combat Service Support Area) 작전에 참가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한국군도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합참의 한 해군 장교가 공식 지휘선보다 먼저 청와대에 파견된 해군 선배에게 상황을 알린 일이 논란이 됐다. 합참의장과 국방장관은 모두 육군 출신이었다. 공군 전투기 출격은 사건 발생 한 시간이 지나서야 이뤄졌고, 함미 인양 과정에서도 합참의장보다 해군참모총장에게 먼저 보고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방부가 사관학교 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합동성 강화’와 ‘미래전 대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AI·드론·우주·사이버전 시대에 육군과 해군, 공군이 제각각 움직일 수는 없다.
사실 이 구상은 진보 정부만의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부도 2009년 육·해·공사를 묶어 저학년에는 공통교육을 하고, 고학년부터 군별 전공을 나누는 방안을 검토했다. 목표 역시 합동성 증진, 자군 이기주의 완화, 중복 교육과 시설 축소 등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국 누가 이 정책을 꺼냈느냐는 본질이 아니다.
핵심은 다른 데 있다. 합동성이 필요하다는 것과 세 사관학교를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다.
미국은 합동성을 강화하면서도 웨스트포인트(육사)와 해사, 공사를 합치지 않았다. 학교를 하나로 만든 것이 아니라 싸우는 방식을 바꿨다.
합동성이란 세 군을 비슷하게 만드는 일이 아니라 서로 다른 능력을 정확히 맞물리게 하는 힘이다. 육군은 땅을, 해군은 바다를, 공군은 하늘을 깊이 알아야 한다. 캠퍼스를 한곳에 모은다고 저절로 생기는 능력이 아니다.
김성찬 전 해군참모총장이 남긴 비유도 곱씹어볼 만하다. “군은 땅에서는 호랑이처럼, 물에서는 상어처럼, 공중에서는 독수리처럼 싸워야 한다. 그런데 헤엄치고 걷고 날기도 하는 짐승은 물오리다.” 합동성을 내세워 모든 것을 조금씩 아는 ‘물오리 군대’를 만들 게 아니라, 각 군의 전문성을 살린 채 하나로 싸우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육사 지방 이전 반대 총궐기대회
육사 출신이라고 모두 통합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한 육사 출신 지인은 “생도 시절 경험해보니 군사학·안보학·윤리·전사·물리 같은 과목은 함께 가르칠 수 있고, 학교 규모를 키우면 우수한 민간 교수진과 더 나은 연구 여건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다만 “군별 훈련은 따로 해야 하며, 임관 뒤 장교 양성체계까지 연결한 장기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바로 이 지점에서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사관학교를 합치지 않고도 공동교육과 교환훈련을 확대할 수 있다. 합동군사대학을 강화하고, 임관 뒤 타군 보직과 합동부대 근무를 늘려 진급에 반영하는 방법도 있다. AI·우주·사이버 분야 공동과정을 따로 만드는 선택지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육사가 세 차례 군사 쿠데타의 중심이었으니 사관학교를 통합하면 쿠데타 가능성도 줄지 않겠느냐”고 한 발언은 불필요한 의심을 키웠다. 통합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조차 “결국 육사 손보기 아니냐”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다. 육사 출신 장교들이 한국 현대사의 불행한 정치 개입에 관여한 사실은 직시해야 한다. 육사가 성역일 이유도 없다. 그러나 인맥이 문제라면 인사를 고치고, 정치 개입이 문제라면 교육과 지휘체계를 손보면 된다. 과거의 책임을 묻는 일과 미래의 장교 양성체계를 설계하는 일은 별개다.
통합이 더 뛰어난 장교와 더 강한 군대를 만든다는 근거가 충분하다면 합치면 된다. 반대로 공동교육과 교환훈련, 임관 뒤 합동교육과 보직 순환으로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면 굳이 세 학교의 문패부터 뗄 이유도 없다.
이 문제에는 진보의 정답도, 보수의 모범답안도 없다. 이명박 정부가 검토했다고 옳은 것도 아니고, 민주당 정부가 추진한다고 틀린 것도 아니다.
질문은 하나다.
사관학교를 합치면 대한민국 군은 정말 더 잘 싸우게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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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daum.net/v/20260814235209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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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나(52) 故 한상국 상사 부인 2026.7.11. 조선 外 https://cafe.daum.net/bondong1920/8dIJ/6703
받습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최근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 추진을 반대하는 시위에 나선 이유는 뭔가요. “전문성이 가장 중요한 조직이 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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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https://v.daum.net/v/20260814235209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