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2) 판독이 난해하다. 마치 퍼즐 맞추기 같다.
사진 (2/2) 이건 분명, 외계인의 창작품이 틀림없다.
외계인 무늬?
처음 이 문양을 보고, 외계인을 떠올렸다. 외계인이 아니고서는 이런 무늬를 상상이나 했을까? 다른 나무는 별로인데 이 나무만 또렷하다. 이 나무에 온 것이 틀림없다. 아마도 소문이 퍼져서 그런 것 같았다. 고모산성이 드라마 세트장으로 떴다는 바로 그 소문이다. 새 소식이 외계인 사이에 좍 퍼지자마자 마스크를 귀에 걸치고 헐레벌떡 온 것이 여기 같다. 텔레파시라도 치고 왔으면 기다리고 있었을 텐데, 노는 날 오면 어쩌나. 그것도 해 진 뒤에야.
성황당 근처에 와보니 고모산성 숲 해설가도 없다. 쉼터에 방문객도 없다. 아이고, 참! 골바람은 차갑고, 시간은 남고, 심심해서 낙서를 하고 돌아간 것이 틀림없었다.
외계인한테는 낙서였지만, 뭔가 의미 있는 그림 문자 같기도 하고, 길이 남을 작품 같기도 했다. 화장실 벽이 아니라 소나무 껍질인 것이 다를 뿐이지, 추상미가 물씬 묻어나는 것을 보면 외계인 작품이 분명했다. 어쨌든 외계인 코빼기도 보지 못했지만, 작품이 작품인지라, 외계인의 예술로 봐 주기로 했다.
소나무를 붙들고 한참 동안을 감상 하다 보니, 어렴풋이 어디선가 본 것이 생각났다. 곡선미를 자랑하던 노송의 두꺼운 수피가 생각났고, 거기에 새겨진 그것과 삼삼하게 비슷했다. 그렇다면, 소나무가 스스로 만든 작품이란 말인가? 헷갈렸다! 갑자기 죄 없는 외계인을 의심한 게 미안했다. 그땐 왜 무늬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을까. 아마도 지금처럼 크게 감동을 먹지 않은 게 분명했다. 주의 산만에 주마간산으로 보는 습관이 문제였다.
주인공 노송은 돌 고개 성황당 옆 산기슭에 있다. 노거수 느티나무의 자손들이 빽빽하게 서있는 그 속에서 옛날부터 우람한 몸체를 자랑하며 있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소나무는 느티나무 그늘에 치여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해 중앙 무대에 오르지 못했다.
쉼터 사무실에서 멀찍이 보기만 하다가 잎이 지자 색깔이 다른 나무가 보여 가까이 가 봤다. 수피가 까만 게 고욤나무 같았지만, 맹 굴참나무였다. 내려오면서 늘 서 있던 소나무를 처음 보는 것처럼 인사를 했다. 믿음직한 소나무가 멋스러워 보였다. 대견한 마음에 만져 보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늘 보던 소나무에 불과했다. 햇빛이 비치자 검붉은 소나무 껍질에 선명한 무늬가 내 눈을 끌어 당겼다. 순간 이상야릇한 무늬가 보였다. 이런 무늬가 다 있네?
무늬를 보는 순간, 상산 모교 운동장가에 서있던 「플라타너스」가 떠올랐다. 요즘은 「양버즘나무」라고 하지만, 내겐 「플라타너스」가 친근하다. 몸통 굵기가 어마어마했던 기억과 더불어, 그 오묘한 「수피」에 끌려 오랫동안 만져보기도 하고, 냄새도 맡아보기도 했던 적이 있었다. 「플라타너스」무늬처럼 얼룩덜룩한 나무가 있어 신기했다. 모과나무가 그렇고, 노각나무, 산딸나무, 배롱나무, 백송, 육박나무 등이 얼룩이다. 무엇을 상징하는지 독특했다. 이런 얼룩무늬 옷을 두르고 있는 까닭을 잘 모르겠다.
소나무 수피는 좀 다르다. 몸통에 세로로 굵게 내린 홈통은 분명 비가 잘 흘러내리게 하려는 의도였을 거고, 또한 한 겨울 세찬 바람이 지나가게 하는 통로였을 것이다.
실험자들은 나무나 풀은 스스로 생각을 한다고 한다. 잎을 갉아 먹으면, 방역을 하듯이 나쁜 기체를 내뿜어 동료에게 경고를 하고, 해충이 달겨들면 먹음직한 향기를 내어 새들을 불러서 없앤다고 하니 얼마나 영리한지 모르겠다. 말을 못할 뿐이지 생각은 멀쩡한 생물체다.
소나무 홈통은 그렇다고 쳐도, 이 같은 무늬는 무엇 때문일까? 어떻게 해서 이런 무늬가 생겼을까? 이해 불가한 무늬는 분명 소나무에게 유용한 무엇을 주고 있을 것 같다. 대체 그것이 무엇일까? 그저 수피에 벽화 정도일까? 과연 어떻게 된 건지? 내겐 미스터리다. 끝. 2021.11.1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