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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赤月 - 세상에서 제일 붉은 달>
[12]
■
침을 꿀꺽- 하고는 목구멍으로 넘겨보았다. 칼을 한번도 휘두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다. 초조한 눈빛을 하고는 조심스럽게 녀석들의 후면으로 다가갔다. 그녀의
작전은 내가 앞장서서 녀석들을 베어내고, 그녀가 뒤에서 어시스트하는 방식이었다.
"블레스(Bless)! "
그녀가 내 머리 위에 손을 얹고는 작은목소리로 속삭이자, 하얀 가루가 내 몸을 뒤덮었다가 이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는 용기를 내어 붕대에 친친감겨있는 녀석의 등판을 베어버리려할 때였다.
녀석이 재빠르게 뒤를 돌아보더니, 붕대에 감기지 않은 왼쪽눈을 빨갛게 빛내고는 중얼거렸다.
"죽인다.. 적을.. "
"헉... "
난 더이상 숨을 쉴 수 없었다. 또, 마법에 걸린것처럼 움직일수도 없었다. 녀석이 날 돌아보는데,
나는 녀석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었다.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진 표정을 짓고있는 미이라들..
그리고 살점이 떨어져나간 좀비들.. 눈앞에 아른거리는 시체들..
녀석들은 날 잡기위해 팔을 휘저어보였다. 녀석들이 점점 다가오기 시작하고, 나는 공포감에 휩싸여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었다. 녀석들의 낮은 목소리만 내 귓속에 울려퍼질뿐이었다. 녀석들이
고통스러워하는듯한.. 살려달라고 애원하는듯한 목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주, 주인님-!
프.. 프로텍션(Protection)! '
나에게 다가온 좀비 한마리가 나를 향해 팔을 뻗었을때였다. 유키의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둔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의 공격이 저지되어버린다.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뒤에서 나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다가
Anna가 내 앞에 멈추어서서 주문을 외기 시작한다.
"죽음의 저주를 받은자들에게 축복을 내리나니,
성스러운 빛 아래 안식하기를.. 턴 언데드(Turn Undead)! "
Anna가 소리치자, 그녀가 들고있던 둔기에서 샛노란 빛이 10M쯤 퍼져나가더니, 언데드들을 감싸안았다.
그리고는 '털썩- ' 하는 소리와 함께 빛에 감싸였던 녀석들이 하나둘 픽픽 쓰러져간다. 저주받은 언데드들은
원래의 시체상태로 되돌아가 빠른속도로 땅으로 빨려들어갔다.
"뭐하는거야, 바보야!
죽으려고 환장했어?! "
그녀가 내 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어보였다.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있던 나는 Anna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바닥에 떨어뜨렸던 소드 브레이커를 잡아들었다. 푸른빛이 환하게 반짝거리며 빛났고, 그것에
반응이라도 하는듯, 오른쪽 저멀리에서 붉은빛이 반짝거렸다.
"홀리 웨폰(Holly Weapon)! "
Anna가 '홀리 웨폰' 이라고 짧게 외치자, 소드 브레이커와 그녀의 둔기에서 노란 빛이 뿜어져나오기
시작했다. '프로텍션'마법이 풀리자, 우리를 공격하기위해 뼈만 앙상하게 남아있는 스켈레톤들과 구울,
좀비들이 댤려들었다. 그리고 그 것을 신호로 무차별 공격이 시작되었다. 나는 먼저 나를 향해 달려오던
좀비를 아래에서부터 올려베었다. 녀석의 몸통부분이 뜯겨져나가며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가 한줌의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녀석을 베어내는데에 성공하고 우쭐해져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왼쪽과 오른쪽, 그리고
정면에서 칼을 든 스켈레톤들이 저벅저벅 다가오고있었다. 우선 왼쪽녀석의 갈비뼈를 부숴버리고
오른쪽에서 몸통부분을 향해 휘두른 칼을 간신히 소드 브레이커로 막아보였지만, 정면은 무방비상태였다.
녀석이 내 목을 향해 칼을 찔러넣었고, 눈을 질끈 감았다.
'쉴드(Shield)! '
유키가 주문을 외웠고, 요란한 쇳소리와 함께 내 목을 찌르려던 스켈레톤의 칼이 저 멀리 날아가버린다.
그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한 나는 오른쪽녀석의 머리를 부숴버리고 녀석을 오른쪽 어깨부분부터
왼쪽 옆구리까지 베어내렸다. 마찰음과 함께 녀석은 연기가 되어 사라져버린다. 그리고는 어느정도
여유가 있다 싶어 Anna쪽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홀리 워드(Holy word)' 라고 소리치고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중얼거렸다. 그러자 Anna를 향해 다가오던 녀석들이 하나둘 쓰러져갔고, 개중에 그녀의
마법을 버텨낸 녀석들은 휘청거리다가 그녀가 휘두른 둔기에 머리가 날아가거나 그대로 고꾸라졌다.
"열아! 뒤! "
Anna가 주문을 외우다 말고 나에게 소리쳤다. Anna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뒤를 돌아보았는데,
다른 스켈레톤과는 달리 투구를 쓰고 철갑옷을 하나 걸친녀석이 마구잡이로 검을 휘두르며 다가오고있었다.
피하기에는 늦었다 싶어서 소드 브레이커로 어떻게든 막아보았는데, 생긴것과 마찬가지로 힘이 다른
스켈레톤들보다 훨씬 셌다. 하지만 나를 상대하기에는 조금 역부족인듯, 녀석은 힘싸움에서 밀리다가
검을 놓치고는 뒤로 자빠져버렸다. 그때가 기회다 싶어서 소드 브레이커로 녀석의 두개골을 부숴버렸다.
녀석을 헤치웠다는 뿌듯함을 가슴 가득히 안고 뒤를 돌아보려던 찰나, 등 뒤에서 따스한 열기가 느껴져
얼른 뒤를 돌아보았다. 양손에 불을 쥐고있는 해골바가지가 날 향해 불덩이를 날렸다. 가까스로 녀석의
공격은 피했지만, 문득 지난번 그 일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헬 파이어'에 당해 온몸이 불타며
소리없는 비명을 내지르는.. 등골이 오싹한 기억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는지,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내게 다가오는 원인모를 공포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앞이 캄캄해진다..
"애로우 오브 저지먼트(Arrow Of Judgement)! "
뒤에서 황금빛 화살이 날아오더니, 날 향해 불덩이를 다시한번 날리려던 해골의 두개골을 뚫고
지나간다. 그리고는 황급히 내게로 다가오는듯, 발소리가 커지더니 곧 내 앞으로 다가와서는
뺨을 두어번 살짝 때렸다.
"저, 정신차려! 괜찮아, 괜찮아-
아무것도 아니니까.. 얼른 정신차려! "
Anna가 날 향해 소리치며 빰을 연거푸 때렸지만, 점점 그녀의 목소리가 멀어지기 시작하고, 앞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정신을 차려야 하는데.. 정신을..
■
'헬 파이어'에 휩싸여 내가 죽는 악몽을 꾸다가 정신이 번쩍 들어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은 어두캄캄해서 앞이 거의 보이지 않을정도였지만, 누군가가 내 옆에서 바닥에 앉아 침대에
머리를 기대어 자고있다는 것 쯤은 보였다. 상체를 반쯤 일으켜 이마에 맺혀있는 땀방울들을
손으로 닦아내었다. 그리고는 기지개를 한 번 펴보이고는 침대에서 일어나 벽을 더듬거리며
스위치를 찾아내어 버튼을 눌렀다. 버튼을 누르자, 천장에 붙어있는 구(球)가 깜빡거리면서 빛을
내다가 이내 주변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내가 잇는 이 곳은 전혀 본적없는 건물이었다. 학교
기숙사도 아니었고, 주백진녀석의 숙소도 아니었다. 게다가 나는 편안한 바지에 웃옷은 걸치지도
않고 있었다. 계속 서있기가 뭐 해서 방안을 돌아다니다가 거울을 발견하고는 거울 앞에 서서
그것에 비춰진 나를 쳐다보았다. 근육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허약한 몸에다가 지난번 사건때문에
허리까지 오던 붉은색 장발이 기껏해야 어깨죽지까지 올 정도로 타버렸다. 그나마 Anna가 머릿결을
부드럽게 한다는 마법을 써줘서 이정도였다. 그래도 지난번에 그 무식할정도로 긴 머리보다는
그것보다는 단정해보이는 단발이 어울리는 것 같았다. 얼마정도 거울앞에 서있다가 웃옷을 챙겨입고
스위치 버튼을 다시 한 번 누르고 무작정 밖으로 나왔다. 쌀쌀하면서도 시원한 새벽공기가 날
맞았다. 기지개를 켜고는 크게 숨을 들이마쉬었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오른쪽에서 날아온 둥글고
빨간 무언가를 힘겹게 잡아보이고는 그쪽을 돌아보았다.
"여어- 우리의 영웅, 열이아냐~ "
백진이었다. 백진이는 날 향해 왼손을 흔들어보이고는 오른손에 들고있던 사과를 한입 베어물었다.
내 오른손에 쥐여있던것도 새빨간 사과였다. 나도 녀석에게 멋쩍은 미소를 날려주고는 녀석이
내게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녀석이 내게 다가와 잠시 이야기를 청했다. 순순히 백진이의 부탁을
허락하고는 주변의 의자에 앉았다. 백진이도 내 옆에 앉아서는 사과를 한입 베어물고는 오물거렸다.
"너 어제 진짜 멋있었대~
Anna가 그러는데, 니가 열심히 싸우던 도중에 쓰러졌대는거야-
그래가지고 Anna가 깜짝 놀래서는 달려가서 니 뺨을 몇대 쳤는데,
갑자기 니가 일어나서는 물만난 물고기마냥 칼을 막 휘두르면서 하나하나 베어가더래-
그.. 검기까지 사용하면서말야- 게다가 칼날에 달빛이 반사되어서 멋있었다고 그러든데..
꼭 춤이라도 추는 것 같다더라~
아참참, 너 체력단련같은거 해야겠더라, 어제보니까 마지막 결정적인 순간에 쓰러지던데..
쯧쯧쯧- 불쌍해라.. 니가 거의 다 죽였었는데 쓰러지는바람에 '로드'께서 직접
뒷처리하셨어- "
녀석의 이야기가 끝없이 이어진다. 정말이지 이녀석은 아줌마같다. 수다떨기 좋아하는걸 보면..
이녀석은 남자로 태어나는게 아니었어- 라는 생각이 날 정도였다. 나는 녀석의 말을 거의 듣지 않고
녀석의 말 끝에 고개를 끄덕인다던지 하는 '네 얘기를 듣고있다'라고 말하는듯한 행동을 취해보이고는
사과를 베어물었다. 입안에 퍼지는 달콤한 향이 일품이었다. 순식간에 사과를 뼈만 남긴채 다 먹어버렸다.
그 와중에도 녀석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반응하는것을 잊지 않았다.
"아 맞다, 빨리 가야겠구나-
나는 특별공로로 징계 끝났지롱~
너도 당연히 징계처리 끝날줄 알았는데.. Anna랑 '로드'께서
완강히 반대하시더라구.. 여하튼 난 가야겠다, 안녀엉~ "
백진이는 그렇게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하다가 인사를 하고는 저 멀리 사라져간다.
어째서 반대한걸까.. 어째서.. 이러한 내 물음에 대답이라도 해주려는듯, 내가 나왔던 건물에서 Anna가
무릎 위쪽까지 오는 바지에 헐렁한 흰색 티를 입고 내려와 내 옆에 앉았다.
"백진이한테 들었지..?
내가 징계처리 끝내는거 거부한거.. "
그녀가 어색한 침묵을 깨고는 조용하게 물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Anna가 무거운
한숨을 푹- 내쉬어보이더니 고개를 떨구었다가 휘휘 저어보이더니, 말문을 열었다.
"어제 봤어..
소드 브레이커의 정령.. "
동공이 커져서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채 입에는 살짝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 Anna가
이야기를 계속해 내려간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니, 그녀의 눈에는 정령이 보인다고 한다. 어제 내가
정신을 잃은 이후, 나는 유키에게 조종당해.. 아니, 몸을 빌려주다시피 하였다. Anna는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는데, 여자인것과 검술실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확신하고있었다. 그리고 그녀와 '로드'가
징계처리를 거기서 끝내는 것을 반대한 이유는 역시나 정령때문이었다. 그상태로 징계처리를 끝냈더라면
기초조차 다져지지 않은 초보가 고급과정을 수련한다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서 반대했다고 한다.
그리고 Anna는 학교에 나가지 않으면서 유키에게 개인교습 비슷한 것을 받아보는게 어떠냐고 조언했다.
나는 '그러는게 좋겠지..? ' 하고 말하고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
The End <赤月> * [12]
†
'사이(Sai)'. 그녀는 '에토라토'의 정령.
그녀는 검술보다는 마법쪽에 능한 정령이다.
그녀와 함께 막강한 콤비를 이루던 검술의 달인은
점점 타락의 검은빛에 물들어갔고,
결국에는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빨려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이후, 사이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 무의식 속, 유키의 중얼거림中
†
안녕하세요 'ㅡ^
오늘도 12편을 너무나 늦게 들고와버렸네요.
17편 쓰는데 열중한 나머지 시간가는줄도 모르고..
물론 17편 진도를 많이 나가지는 못했지마는요 ;ㅁ;
아, 혹시 가사 없이 멜로디만 있는 음악 추천해주실분 계시나요?
판타지쓰는데 잔잔하게 흘러가는 음악을 들어야 집중이 되는 것 같아서요-
으음,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꼬릿말 달아주신분들>_<!!]
Evee님 , 연비♡님 , 시르엔님
짝사랑도♪님 , 리즈쿤님 , 이안♥님
[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아>_<♡]
꼬릿말 올려주실때는 감상평도 꼭 같이 부탁드리겠습니다♡
다음편에서 뵙겠습니다 'ㅡ'*
첫댓글 후훗,♥ 재밌어요! 최유기- Frpiano << 이거 좋아요 저 이거 들으면서 소설쓰는 ㅋㅋㅋ - 제목 빨강색 아니었나요? << 이제묻는
Grace : 감사합니다- 재밌으셔서 다행이에요 / 노래 감사합니다 꼭 한번 들어볼게요 리플아주셔서 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_<
재밌게봤어요! 와(...)소드브레이커의정령을 볼수 있는 사람이 또 있었군요(...)..덜덜..<
Grace : 으음- Anna는 엘프라서 소드 브레이커의 정령을 볼 수 있었던걸지도 모르겠어요 ㅇ_ㅇ [<<이보세요;] 여튼 짝사랑도님 리플아주셔서 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아>_< 나중에 쪽지 보내겠습니다-
와와와, 다음편 부터는 개인교습 받는거 나오는거겠져~? ㅋㅋㅎㅏ, 님하는 조용한 노래를 들으면서 소설을 쓰시는군여..전 그런 노랜 우울할때 들어여<ㄱ- 대신 보통때는 좋아하는 노래 막 틀어놓고 따라부르면서 소설을<ㄱ- ㄷㄷㄷ그래서 제가 늦게 쓰나봐여.....ㅎㅏ...... 소설 하나쓰는데 이것 저것 다한다거 ㅜㅜ
저도 마찬가지ㅋㅋ 소설쓰면서 딴님들 소설보고, 음악듣고 ㅋㅋㅋ
Grace : 으음.. 개인교습은 중간에 잘라먹었어요ㅜ 빠른 전개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답니다 / 원래는 가요를 들으면서 썼었는데요, 가사를 얼거리다보니까 소설에 집중할 수 없더라구요.. 그래서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가사없이 멜로디만 있는 슬픈 분위기의 음악들을 들으면서 쓰고있답니다 여튼 읽어주셔서 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아>_<
Grace : 저도에요+_+ 소설쓰면서 다른거 검색하거나 다른분들 소설보고 답글달고.. 하아 미쳐요<<
크음 ㅇ.ㅇ........!! -
Grace : 시르엔군이 감상평을 써주기를 원합니다아 / 재미 없어서 안써주시는건가요ㅜ 고칠점이 있다면 얼마든지 지적해주세요 시르엔군+_+
아, 음....추상적으로 댓글이 남기는게 습관화가 되버려서 ;ㅅ;...aa-
Grace : 아아.. 그렇군요 그래도 댓글 덕분에 힘두 나구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아
냐하 요즘 방문이 뜸한 류카라한 이에여그래두 마니마니 사랑해줘잉 디그레이스님 홧팅뾰로롱
Grace : 아아, 류카라한님 오랜만입니다아 소설 왜 안올려주세요- 기다리구있는데 / 류카라한님의 댓글이 너무너무 고팠습니다 류카라한님도 화이팅입니다아>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