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 냇버들
사월 하순 주중 수요일은 아침 식후 유등 강변으로 가는 2번 마을버스를 타려고 창원역으로 향했다. 창원역에서 근교로 다니는 몇몇 마을버스 가운데 동읍 자여로 가는 7번이 운행 간격이 짧아 가장 잦은 횟수로 다녔다. 그다음이 수산교를 비켜 들녘 강가 신전으로 가는 1번이었다. 가술과 모산까지는 운행 노선이 1번과 겹치는 2번은 하루 몇 차례 밖에 다니질 않아 뜸한 편이었다.
창원역 앞으로 나가 2번 마을버스를 타고 용강고개를 넘어 용잠삼거리에서 동읍 행정복지센터 앞을 지났다. 주남삼거리를 지난 가월에 이르니 연둣빛이 초록으로 바뀌는 동판저수지 갯버들이 드러났다. 달리는 버스에서 차창 밖 풍경을 사진에 담아 몇몇 지기들에게 봄이 무르익은 풍경을 실시간으로 전해주었다. 이렇게라도 자투리 시간을 활용함이 스스로에 대한 격려와 응원이었다.
주남저수지를 비켜 대산 들녘을 지난 가술과 모산에서 북부리를 거쳐 유등으로 내려갔다. 유등은 주남저수지 배수문을 빠져나온 물길이 주천강이 되어 진영을 거쳐 들판을 구불구불하게 흘러와 낙동강 본류로 합류한 샛강이었다. 들판 가운데 어느 지점부터 김해와 경계를 이루는데 주천강 하류는 대형 배수장이 설치되어 큰비가 오면 즉각 대응해 넘치는 물을 강둑 바깥으로 퍼냈다.
종점 유등에 이르니 비닐하우스에는 당근을 캐는 인부들의 손길이 바빴다. 대산 일대 넓은 들판 벼농사 뒷그루로 비닐하우스에서 수박 농사를 지었으나 손길이 많이 가는 만큼 소득이 적어서인지 근래는 당근으로 작목이 바뀌었다. 계약재배여서 비닐하우스에 파종해 키워만 두면 수집 판매업자가 인부들을 데리고 나타나 뿌리를 캐서 상자 담아 트럭에 실어 어디론가로 떠나보냈다.
종점에서 유청마을 안길을 거쳐 강둑으로 올라서자 흐린 하늘에서는 참았던 비가 내렸다. 강수를 대비해 배낭 속에 넣어간 우산을 펼쳐 썼더니 소나기성 비가 내려도 산책에는 지장이 없었다. 벚꽃이 진작 저문 가로수는 녹음을 드리워가는 즈음인데 전방에서는 앵글로 색슨계 키가 큰 백인 두 명이 비옷을 걸친 채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하이!’하고 지나가 같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강둑에서 바라보인 둔치는 평원을 연상할 만치 광활했는데 묵은 물억새와 갈대가 무성하고 갯버들이 자랐다. 내리던 비가 그치가 강 건너 밀양 백산과 수산 일대가 아스라하게 바라보였다. 둑길이 끝난 언덕은 재작년 어느 종편 드라마에 나와 세인의 주목을 받았던 북부리 팽나무가 우뚝했다. 팽나무가 선 언덕으로 오르지 않고 자전거길 따라 둔치로 가니 대산 체육공원이 나왔다.
체육공원은 파크골프장으로 꾸며져 동호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는데 4월 한 달은 잔디 보호 기간 휴장이라 필드는 출입을 통제해 골퍼들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함에도 차를 몰아온 이들은 앞으로 잔디밭으로 확장 시킬 모래 맨땅에서 골프채로 공을 굴려 가는 놀이에 집중했다. 잔디밭 곁 야구장은 비었고 유채꽃이 노랗게 수를 놓은 대산 플라워랜드는 부녀들이 김을 매느라 수고했다.
강가 쉼터에서 간식으로 가져간 삶은 고구마를 꺼내 먹으며 새 움이 솟는 물억새의 배경이 되어주는 싱그러운 냇버들을 바라봤다. 물억새 숲에 가려진 둔치 너머로는 수산교 교각을 빠져나온 유장한 물길이 삼랑진으로 흐르지 싶었다. 둔치에서 강둑으로 올라 모산에서 송등을 지나자 비닐하우스는 수박이 영글고 화훼단지엔 인부들이 안개꽃을 잘라 포장하는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가술에 이르러 때가 되어 점심을 요기하고 행정복지센터 현관에서 쉬다가 오후에 부여된 과제 수행을 위해 국도변을 서성이다가 ‘신록 냇버들’을 남겼다. “드넓은 강변 둔치 유장한 물길 따라 / 연둣빛 싱그러운 두 그루 냇버들은 / 서로를 부추기면서 푸르름을 더한다 / 야위진 물억새에 새 움이 솟아라고 /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 뒤척여서 / 구름도 비켜 가라고 손짓하듯 흔든다” 24.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