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선 태 교수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동물자원과학부
지난 몇 호에 걸쳐 도축이 완료된 돼지 도체를 대상으로 한 품질 관련 이야기를 풀어쓰고 있다. 지난 호에서는 돼지고기 냄새에 관해 알아보았고, 그 전 호에는 돼지 도체의 냉각법과 돼지 도체등급제도에 관해 알아보았다. 이번 호에서는 고품질 돼지고기의 생산과 관련된 돼지고기 제품의 크기, 즉 스펙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도축장의 예냉실에 걸려 있는 돼지 도체들을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도체들의 크기가 일관되지 않다는 것이다. 즉 도체중이 다른 돼지 도체들이 같은 라인에 걸려 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경향은 대일 돼지고기 수출이 중단된 이후에 서서히 늘어나고 있는 느낌이다. 다른 말로 풀어쓴다면, 규격돈의 생산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그 때 그 때의 돈가에 따라 돼지의 출하가 지연되거나 앞당겨 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양돈가들은 돼지를 90kg에 출하하거나 120kg에 출하한들 그것이 돼지고기의 육질에 그렇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나, 실제 돼지고기 가공업계에서는 들쑥날쑥한 돼지 도체들에서 생산되는 돼지고기의 품질이 일정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경험이 있다.
■ 돼지고기의 일정한 크기도 중요한 품질 항목이다.
고품질 돼지고기란 일정한 품질을 항상 유지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리고 돼지고기의 품질을 결정하는 것에는 제품의 일정한 크기도 당연히 포함된다. 우리가 한참 일본에 돼지고기를 수출하던 시절, 초창기 일본 바이어들의 클레임 중 하나가 바로 일정치 않은 제품의 규격이었다. 등심 4개가 한 박스를 이루고 있는데, 4개의 등심 크기가 일정치 않아 가격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평가를 종종 받았었던 것이다. 그 결과 우리는 규격돈의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많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시행하였고, 규격돈의 생산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 것 같았었다. 그러나 대일 수출이 중단되면서 다시 규격돈의 생산을 유도하는 돼지 도체등급제도에도 불구하고 서서히 차질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물론 돈가의 영향을 받은 출하체중의 조절 때문이다. 한편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수입 삼겹살이 도소매 유통업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가 일정한 제품의 크기라는 것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수입 삼겹살의 최종 소비처인 식당가에서 일정한 크기의 삼겹살을 선호하는 것은 로스를 줄일 수 있다는 이유뿐만 아니라 일정한 대분할육을 항상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2차 가공의 편리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산 삼겹의 경우 일정치 않은 크기는 식당가에서 비싼 가격뿐만 아니라 로스의 발생을 높인다는 점에 기인하여 점점 기피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이제는 심각히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이라는 데에 이의가 없을 것이다. 출하체중 100kg에서 생산되는 삼겹살과 120kg에서 생산되는 삼겹살은 분명 크기의 차이뿐만 아니라 맛을 포함하는 육질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그것은 체외지방의 두께의 차이에 기인하며, 또한 근간지방의 함량 차이에서도 기인한다. 여기에 만약 수컷과 암컷의 품종간, 또 거세돈과 비거세돈의 차이까지 감안한다면 많은 육질적 차이가 발생한다고 보아야 한다. 즉, 예를 들어, 어느 식당에 들어오는 삼겹살이 어제는 100kg 짜리 비거세돈에서 생산된 삼겹살이 들어오고 오늘은 120kg 짜리 거세돈에서 생산된 삼겹살이 들어왔다면, 소비자는 매우 다른 육질의 삼겹살을 경험해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식당의 주방에서도 2차 가공을 할 때, 체외지방의 두께의 차이가 심해 어떻게 해야 될 지 고민에 빠질 것이다. 이렇게 제품의 크기가 달라지면 소비자는 균일하지 않은 맛과 육질에 기인하여 소비의 욕구가 감소될 뿐만 아니라 바이어들도 궁극적으로 외면할 수 밖에 없어 결국에는 전체 양돈업계와 돼지고기 가공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이것이 급등하는 또는 급락하는 돈가에도 불구하고 출하체중을 동일하게 가져가는 규격돈을 생산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 규격돈의 생산이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이다.
최근 축산물등급판정소에서는 돼지 도체등급에 기계를 사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진행시키고 있다. 이 같은 경향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이유는 현행 도체등급사에 의해 측정되어지는 많은 도체등급 측정항목들이 주관적 판단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이 경우 등급사도 인간이기에 실수 또는 잘못된 측정결과가 도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양돈가나 돼지고기 가공업자 모두 알고도, 또는 모르고도 피해를 당하거나 감수해야 한다. 하지만 기계적으로 측정하는 도체등급은 비로서 객관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자 및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체크 포인트가 바로 기계적 측정은 규격돈에 한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우리나라 돼지 도체등급제도는 5개 등급으로 주로 육량의 생산량을 추정하여 결정된다. 즉 쉽게 표현하면, 돼지 도체에서 고기량이 많이 생산될 것으로 추정되는 도체는 높은 등급을 받고 고기량이 적게 생산될 것으로 추정되는 도체는 낮은 등급을 받게끔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준의 근간은 등지방의 두께가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즉 등지방이 두꺼우면 낮은 등급을 얇으면 높은 등급을 받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등지방 이외에도 몇 가지 더 측정하는 항목이 있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항목은 등지방 두께이다. 그런데 이러한 측정치들을 토대로 정육 생산량을 추정하는 공식은 도체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즉 현행 우리나라 돼지 도체등급제도에 적용되고 있는 거래 정육량 추정 공식은 규격돈 110kg에 적합하도록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규격돈의 출하체중에 맞는 도체가 높은 등급을 받기 유리하다는 것이다. 물론 기계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컴퓨터의 공식도 이에 맞게끔 고정된다. 문제는 이렇게 규격돈에 맞춰진 공식에 규격돈이 아닌 도체를 적용하면 전혀 엉뚱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다는데 있다. 즉 90kg 짜리 돼지에서 생산된 도체의 측정치를 이 공식에 적용하면 아주 많은 거래 정육량이 산출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 반대가 될 수 도 있다. 필자가 예측하건데 90kg 짜리 돼지는 등지방이 얇기 때문에 거래 정육량이 많을 것으로 추정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120kg 짜리 돼지에서 생산된 도체는 그 반대로 예측될 수 있어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외국의 경우, 기계적으로 돼지 도체를 평가할 경우 규격돈만 국한해서 평가를 실시한다. 그래야 정확도가 높아지고 선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우리나라도 기계를 사용하여 돼지도체를 평가할 경우, 규격돈의 생산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다시 한번 정리를 하자면, 고품질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규격돈의 생산이 완성되어야 한다. 그 이유는 고품질 돼지고기라면 소비자들에게 일정한 크기의 제품을 항상 공급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변이가 적은 균일한 육질의 돼지고기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이에 덧붙여 고품질 돼지고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라면 기계적 도체등급제도를 통해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가 제공되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도체중이 균일한 규격돈의 생산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 부분육의 규격화도 매우 중요
양돈장에서 출하체중을 동일하게 맞추는 규격돈의 출하 만큼 돼지고기 가공장에서의 부분육 규격화도 고품질 돼지고기 생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일반적으로 도축장에서 도살*해체작업이 끝난 돼지 도체는 지육이라고 부르는데, 지육은 고기와 지방 그리고 뼈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생체중 대비 냉각이 끝난 냉도체중 곱하기 100을 냉도체율 또는 지육률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돼지의 지육율의 범위는 68~78% 정도로 박피도체와 탕박도체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난다. 냉각이 끝난 지육은 유통단계에서 용도에 따라 부위별로 분할, 발골, 정형하게 된다. 지육은 먼저 대분할육으로 절단하고 이어서 작은 부위별로 세분하는 소분할육으로 절단하여 부분육 상품으로 만든다. 그런데 최종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 이 부분육은 각 부위를 이루고 있는 근섬유의 구성, 지방조직함량, 결합조직함량 등에 의해 육질에 차이를 보인다. 따라서 이 육질의 차이 때문에 요리의 형태도 달라지며, 결국 최종적으로 소비자는 요리용도에 맞는 부분육을 구매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각 부분육은 품질의 특성상 소매거래에서 공정성을 가져야 하며, 이 객관적인 공정성을 위해서는 부분육의 규격화가 필요하고, 고품질 돼지고기라면 당연히 제품의 스펙상 규격화는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돼지고기 부분육의 규격화는 한 나라 또는 한 지역의 요리형태나 소비자의 기호성에 부합하여 보다 높은 지육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지육 절단규격을 의미한다. 만약 부분육 규격화가 안 되어 있는 시장, 즉 각 부분육의 명칭이나 분할방법 또는 정형요령 등이 모두 다르다면 돼지고기의 유통은 매우 혼란스러워 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신뢰도 얻을 수 없으며, 동일시장이라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한 국가 내에서는 하나로 통일된 기준으로서 부분육의 규격화가 필요하며, 돼지고기 가공업자들도 이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매우 강조된다. 만약 삼겹살을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3~4번 갈비 사이를 절개한다거나 한다면 거래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야기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다.
■ 돼지의 대분할 부분육 규정 알고 계십니까?
다들 잘 알고 있겠지만 다시 한번 정리하자면, 돼지고기의 대분할 분분육의 절단 및 정형 기준은 다음과 같다. 돼지고기의 대분할 부분육 분할은 모두 7개 부위로 안심, 등심, 목심, 앞다리, 뒷다리, 삼겹살, 갈비부위로 구분하고 있다. 대분할 부분육은 다시 소매용의 소분할 부분육으로 나눌 수 있는데, 안심은 안심살, 등심은 등심살, 목심은 목심살, 삼겹살은 삼겹살과 갈매기살, 앞다리는 앞다리살, 앞사태살, 뒷다리는 볼기살, 설깃살, 도가니살, 보섭살, 사태살, 갈비는 갈비로 구분된다. 안심부위는 허리뼈(요추골) 안쪽에 신지방으로 둘러 싸여 있으며, 신지방을 분리한 후 꼬리뼈(치골) 앞쪽 아래에 있는 안심머리 부터 허리뼈를 따라 절개하여 분할한 다음 지방을 정형한다. 안심부위를 분리한 후, 작업의 편리를 위해 지육은 크게 삼등분으로 분할하는데(정식 명칭은 아님), 먼저 마지막 요추골과 천골 사이에서 반도체 분할 정중선과 수직으로 절개하여 뒷다리 부위를 분리하여 후지부위라 부르고, 제 5~6 갈비뼈 사이를 절개하여 몸통부위와 앞다리가 포함된 전지부위로 나눈다(전지 또는 후지라는 명칭은 일본의 규격에서 유래한 것으로 정식 우리나라의 규격 명칭이 아니다. 따라서 필자는 가능한 이 용어의 사용을 피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신 앞다리부위, 뒷다리 부위의 사용이 맞는 표현이다. 여기서는 많은 업계의 분들의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사용하였으니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등심부위는 분리된 몸통부위를 반도체 분할 정중선으로부터 복부 쪽으로 지육 폭의 약 1/3 지점을 정중선과 평행으로 절단하여 등심부위와 삼겹살 부위로 분리한다. 만약 갈비를 생산하지 않을 경우에는 제 4~5 갈비뼈 사이를 절개하기도 한다. 그리고 삼겹살 부위의 복강 쪽에 붙어 있는 횡경막을 분리하여 갈매기살이라고 부른다. 등심부위는 갈비뼈(늑골), 등뼈(흉추골), 허리뼈(요추골)을 골발하고 정형하며, 삼겹살 부위는 갈비뼈를 골발한 다음 피하지방을 정형한다. 전지부위에서는 어깨등심, 앞다리부위 및 갈비부위가 생산되는데, 어깨등심은 앞다리의 어?튼活? 바로 위에서 등선과 평행으로 절단하여 앞다리와 분리한 다음, 목뼈(경추), 제 1~6 등뼈(흉추)를 골발한 후 피하지방을 정형하여 마무리한다. 목심과 분리된 앞다리 부위에는 갈비뼈와 그 주위에 붙어 있는 근육도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을 분할하면 갈비부위가 된다. 갈비부위는 제 1~5 갈비뼈를 포함해서 가슴과 옆구리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앞다리 부위는 전지부위에서 목심과 갈비를 제외하고 남은 부위로 앞다리뼈인 상완골과 전완골을 포함하는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따라서 분할된 앞다리 부위에서 전완골과 상완골을 골발 후 피하지방을 정형 마무리한다. 이 때 전완골과 그 주위의 근육을 포함한 상태로 앞다리 굽이관절에서 절단하여 장족으로 따로 분리하기도 하며, 전완골 주위의 근육을 분리하여 사태살로 구분하기도 한다. 뒷다리 부위는 후지부위 전체를 차지하는데 대퇴골, 하퇴골, 골반골을 포함한 근육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분육 중 가장 큰 부위이다. 골발후 피하지방을 정형하여 마무리하는데, 하퇴골을 골발하지 않고 뒷발을 포함하여 무릅관절(슬관절)에서 절단하여 장족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무릅관절에서 절단후 하퇴골 주위의 근육만 분리하여 사태살로 구분하기도 한다.
■ 규격화 돼지고기=고품질 돼지고기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통일된 부분육의 분할 및 유통은 돼지고기 거래에 있어 공급자, 수요자 모두에게 신뢰성을 줄 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유통의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돼지고기의 가치가 부분육 별로 다르게 평가되기 때문에 각 부분육에 맞는 정형형태와 마무리작업으로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자국의 실정(요리형태와 취급의 용이성)에 맞는 부분육을 규격화시켜 유통하고 있다. 이 부분육의 규격화는 대분할과 소분할 규격을 포함하고 있는데, 특히 소분할 규격화는 그 나라의 요리문화와 돼지고기 가공산업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대분할, 소분할의 규격이 농림수산부령으로 1996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고시되어 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돼지고기의 대분할은 7개 부위, 소분할은 12개 세부부위로 분류되어 있다. 이러한 부분육 규격화는 돼지고기 가공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이 높은 관심을 가지고 인식을 같이 할 때만이 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특히 고품질 돼지고기를 생산하겠다고 한다면, 당연히 부분육의 규격화가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 그래서 한 박스에 담긴 최종 제품은 규격돈에서 생산된 도체를 규격화에 맞게 가공한 일정한 크기의 돼지고기가 보기 좋게 담겨 있어야 한다. 양돈산업과 돼지고기 가공산업이 둘 다 발전하는 기초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월간 피그앤포크, 200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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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해체작업 = 작업시 나누었던 대화 = 상기글" 을 연관시키니 좀 이해가 되네요^^ 자료 감사합니다..
한 어미의 배에서 나온 자식도 다 다를진대 같아지라하고 그렇게 하여야 하니 참 인간은 이기적인 것 같습니다...어차피 버리부터 발끝까지 다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만 알면 될 것을...그리고 맛있게 먹고 감사하면 될 것을...^^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