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수급 불안정 ‘PA 간호사’가 대안(?) 부상
‘PA 간호사 제도화’ 학회·의료계 내에서도 의견 엇갈려
전공의와 직무 겹쳐 갈등 갈수록 심화…직종간 합의 필요
의사가 아님에도 수술 등 환자에 대한 시술과 약물처방 등 실질적으로 의사의 업무를 보고 있는 PA(Physician Assistant, 의사보조자) 인력이 최근 4년 사이 4배가 증가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의료계에서 제기 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최근 들어 일부 과(科)에 전공의 수급이 낮아짐에 따라 각 병원들은 이에 대한 대책으로 PA를 내세우고 있으며, 전공의의 일을 PA 간호사들이 대부분 수행하고 있다.
PA의 직무들은 의사에 비해 전문성은 낮지만, 상당한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업무로, 전공의의 직무 영역이 PA와 대부분 겹치고 있다.
PA 활용은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경영이라는 장점을 갖지만, 무면허 진료 및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의 발생과 의료인들의 전문직업 영역을 둘러싼 직종 간의 갈등의 유발과 법적인 문제 등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PA 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업무 분장이 안돼 있어 전공의들간의 갈등이 더욱 더 깊어져 가고 있으며, 대한전공의협의회에서는 PA에 대해 ‘의사보조인력일 뿐 대체 인력이 아니다’라는 확실한 입장 표명을 한 상태이다.
또한 각 학회 및 의료계 단체에서도 서로 의견이 엇갈려 PA 제도화에 대한 상호간의 갈등도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제도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의료 직종의 도입 및 확산 과정에서 병원이 우선 직면하는 문제는 법률적 문제로, 각 병원들은 PA를 제도화에 두고 확실한 업무 분장을 통해 전공의와 갈등을 풀어 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PA제도가 잘 정비된 미국의 제도를 가져와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제도를 정비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의견속에 보건복지부는 대한의학회와 함께 PA에 관한 실태 조사에 나섰으며, 추후 여러 전문가 의견을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원준 기자 kimwj@bosa.co.kr
<PA 증가, 득인가 실인가?>
‘PA인증시스템’ 구축 체계적 교육·양성 필요
PA 인력 4년간 4배 급증… PA·전공의 업무 중첩 우려
지방병원 전공의 수급난 심각… PA간호사 의존도 높아
전공의 수급이 불안정한 일부 진료과에서 ‘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제도적으로 규정되지 않은 PA 인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PA란 우리나라에서 공식적인 정의는 없지만, 의료기관 현장에서 단지 간호사 업무범위를 넘어 사실상 의료행위를 수행하는 인력을 지칭한다. PA 인력이 수행하는 업무는 행정업무부터 수술 및 시술 보조, 약물처방, 간호사에 대한 자문 등 실질적으로 의사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병원간호사회에 따르면 PA 인력이 2005년 235명에서 2009년 968명으로 4년 동안 무려 4.1배 증가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2009년 PA 인력 968명 중 85%인 821명인 외과분야였고, 내과분야는 15%, 147명에 불과해 외과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외과분야에서는 흉부외과(181명), 외과(179명), 산부인과(110명), 신경외과(99명), 정형외과(87명) 순이었고, 내과분야에서는 내과(77명), 소아과(20명), 신경과(17명) 순으로 높았다.
또한 전공의 지원율이 낮을수록 PA 인력이 높게 나타났으며, 실제 전공의 지원율이 낮은 흉부외과가 181명으로 가장 많았고, 외과가 179명, 산부인과에 110명의 PA 인력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 PA와 전공의 갈등 심화= 이렇듯 전공의 수급이 불안정해짐에 따라 PA 인력이 대부분의 전공의 일을 대신 함으로써, 병원 내 직종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의료법이 규정하고 있는 PA 관련 법률 조항은 없다. 전공의의 과도한 업무와 전공의 수 감소에 따른 진료 공백을 메우는 차원에서 PA를 운영하다 보면, 실제로 전공의가 수행하는 업무영역과 의사보조원의 업무영역이 중첩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당해 업무에 숙달된 PA가 진료 및 수술 보조를 담당하게 되고 실제 수련이 필요한 전공의의 업무수행 범위 및 병원에서의 필요도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김형숙 대한간호협회 정책국 부장은 “간호사가 의사보조원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경우, 진료과 의사의 업무를 대체하기 때문에 진료과에 소속돼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기존의 간호과와 진료과 사이에 갈등이 빚어질 수 있으며, 새로운 PA의 인적자원 관리에 있어 통일된 라인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 과정에서 직종간 합의를 위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전공의 PA ‘인정 못해’= 또한 PA 인력 활성화가 대두됨에 따라 대한전공의협의회도 입장 표명을 하고 나서고 있다. 대전협은 ‘PA는 의사보조인력이지 대체 인력으로는 부적합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대전협 관계자에 따르면 “어떤 PA 간호사는 사실상 의료행위를 직접 수행하며, 레지던트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등 의사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교수들은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PA를 더 신뢰해 년차가 낮은 전공의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방병원 같은 경우 전공의 수급난이 심각해 흉부외과 등은 PA 간호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 같은 현상이 더욱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소재 모 대학병원 흉부외과 전공의는 “아직 명확히 확립돼 있지 못한 의사보조원에게 지나치게 광범위한 업무부담과 권한부여가 의료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우리나라 법체계에서 공인되지 않은 PA 활용 자체가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전협은 PA 간호사 실태 파악을 하고 있으며, 제도 활성화에 앞서 내부적으로 검토 및 꾸준한 모니터링으로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해 불법적인 의료행위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견이다.
◇ 엇갈리는 의견= ‘PA 간호사’ 활성화를 두고 의료계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의협과 대한흉부외과학회는 PA 제도 활성화에 대해 ‘의사 고유의 업무’라며 반대의 입장을 내세우고 있으며, 대한외과학회와 병원협회는 ‘PA의 실태조사 통한 PA 제도를 만들어 효율적인 업무분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오중환 대한흉부외과학회 기획홍보이사(연세원주기독병원 흉부외과)는 “각 병원별로 PA의 교육을 강화하고 있으며, PA에 의한 의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의 지휘·감독이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어 불법적 의료행위를 막을 수 있다”며 제도화할 이유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이길연 대한외과학회 부총무이사(경희의대 외과)는 “PA 인력을 보다 잘 활용하려면 제도화를 통해 이들을 효율적으로 관리 및 체계를 만들어 PA들에게 소속감과 동기부여를 통해 업무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그는 “외과학회에서는 1950년 PA 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현실에 맞는 PA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엇갈리는 의견들 속에 복지부는 대학의학회와 함께 의협·병협·흉부외과·외과학회 등 여러 의견과 케이스 조사를 통해 올해 안으로 PA 제도화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김원준 기자 kimwj@bosa.co.kr
<어느 PA 간호사의 고백>
정체성 혼란 야기 … PA·전공의 업무범위 명확히해야
“PA 간호사로서 7년…. 간호사도 아니고 의사도 아닌 어중간한 포지션에 정체성의 혼란이 오네요.”
서울 모 대학병원 PA 간호사 A씨는 외과계열에서 올해 7년째 PA로서 병원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와 일문일답을 통해 PA업무를 들여다 봤다.
◇ 전공의와 갈등은 없나?= 처음에는 몰랐는데, 점점 연차와 나이가 많아짐에 따라 전공의는 상대적으로 어려져 여기서 오는 소통의 갈등, 나이차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하나둘씩 생기고 있다.
업무분담이 명화하게 구분돼 있는 Major병원에서는 이런 고민이 덜 하겠지만, 보통의 병원에선 전공의와 같이해야 하는 일이 많아 대부분의 PA들이 이런 소통의 고민이 있다.
한명의 제대로 된 PA를 훈련시키는데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런 일들의 갈등으로 그만둔다면 해당 과(科)나 병원도 손해라며, 업무자체가 명확하게 분담돼 이런 원초적인 갈등을 해소해줬으면 한다.
◇ 7년째 PA 생활을 하면서, 과거와 현재 환경적·법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실 병원 내 환경이 달라진 점은 없다. 그나마 조금 달라진 점이라 한다면 인식이 달라진 것 같다.
처음에는 PA가 낯선 분야이고 어떤 일을 하는 지 잘 모르고, 단순히 의사들 Assist로 생각하고 병원 내 PA의 숫자도 적었는데, 지금은 여러 과(科)에서 PA가 생겨서 인원도 많아지고 나름대로 위치을 잡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법적인 제도는 아직 미흡한 수준인 것 같다.
전문간호사 면허증이 생기긴 했지만 기간과 비용이 많이 들고 정작 면허증을 딴다고 해도 병원에서 뒷받침(수당·대우 등)을 해줄지도 의문이다.
PA는 의사들을 돕는 일이 많아서 간단한 처방이라든지 소독 등을 할 때가 있는데, 혹시 문제가 생기면 어떻하나 하고 걱정이 되는데, 앞으로 PA에게 전문간호사 면허증이 더 요구 되는 것에 그치지 말고 합법적인 테두리를 만들어주고 합당한 수당도 지원이 되는 틀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PA가 의사(전공의)의 진료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는데 어떻게 생각 하는가?= ‘PA가 의사(전공의)의 진료 영역을 침범하고 있다’라는 표현은 아주 잘못된 생각이다. 단편적인 생각인 것 같다.
전공의의 입장에서는 자기들이 숙달되게 배워야 할 일을 PA들에게 뺏긴다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한정된 전공의 수로 모든 일들을 하기에는 힘들다는 것을 본인들이 잘 알 것이고, 결국 PA가 없다면 전공의들이 더 힘들어지고, 힘들어지면 환자에게 설명 두 번해야 할 거 한 번만 하게 되니 결국 의료서비스가 저하될 것이다.
전공의들도 전공의만 평생할 것도 아니고 전문의 되는 입장이 되면 한정된 전공의 수로 PA와 같이 업무를 해야 하는데 서로 서로 도와가야 하는 입장이라고 생각한다.
/ 김원준 기자
<인터뷰 / 이길연 대한외과학회 부총무이사>
美 PA제 벤치마킹 해볼만
한국형 PA제도화 바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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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길연 교수 |
“PA(Physician Assistant) 제도화에 앞서 이미 제도가 시행돼 정착된 나라에 대한 사례 공부와 이것을 우리나라 현실에 맞게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길연 대한외과학회 부총무이사(경희의대 외과·사진)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PA 제도화에 대해 “PA 제도가 정착이 잘된 나라는 미국이라며, 미국 PA 제도를 바탕으로 한국 실정에 맞게 제도화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PA교육위원회에서 정의하고 있는 PA는 ‘의사에 의해 의학적으로 훈련되고 면허 받은 보건의료전문가로서, 연방 정부에 의해 실습을 보장받고 고용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 부총무이사는 “미국 PA의 주요 업무로는 신체검진을 수행하고, 질병치료, 각종 검사에 대한 해석·오더를 실행, 수술을 보조하며 예방적 보건의료행위를 상담하고, 모든 주에서 실제 약물을 처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의사와 협의 하에 PA는 의학적 의사 결정에 대해 자율성을 가지며, 광범위한 진단적·치료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미국은 공인된 PA 과정을 졸업하고 국가자격인증시험에 합격한 사람에 대해 주 면허를 부여하고 PA-C(Certified)라는 명칭을 부여하고 있어, 법적·제도적 측면에서 보호받고 있으며 일정부분 책임 또한 지고 있다.
이 부총무이사는 “미국 PA 면허를 취득하려면 학사 학위가 있고 약 4년 정도의 임상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 주로 간호사 또는 응급구조사 같은 의료관련 종사자들로 인증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관에서 훈련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평균 교과 과정은 26주, 현재 130개 이상의 인증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으며, PA는 의사의 감독하에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특수성 때문에 의학모델 내에서 의대 교육과정과 유사한 교육을 받고 있는 것.
이 부총무이사는 “미국 PA 교육과정은 기초과학과 행동과학 분야에서 의예과와 유사한 수준으로 대략 2년 과정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에 대한 강의와 실습실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미국이 PA 제도가 체계적으로 자리가 잡힌 배경으로, 미국의 PA는 사회적 니즈에 따라 인력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을 먼저 제도화하고 순차적으로 직종의 사회화 과정을 따랐다는데 있다.
이 부총무이사는 “미국은 교육을 통해 기능의 수직적, 수평적 분화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를 마련했기 때문에, 비교적 기존 직종 간 갈등을 덜 유발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나라도 PA 제도가 잘 정립이 되려면, 너무 조급히 모든 것을 한꺼번에 추진하는 것보다 교육과정을 제도화 하고, PA 인증시스템을 구축해 체계적으로 교육·양성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원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