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산~남산~형제봉~오봉산
괴산읍내로 흘러드는 성황천과 동진천은 읍내 한복판에서 한 데 합쳐져 오봉산의 북쪽
산자락 어름에서 달천과 함께 세를 불린 다음,충주시 가금면을 휘돌아 나가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괴산의 하천이다.괴산의 하천인 성황천과 동진천을 먼저 들먹이는 것은
오늘 오르기로 한 주요 산들과 공히 짝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곁을 지키고 있는 그들
사이가 어느 쪽이 껴안고 있는 것인지 누가 상대의 품에 안기고 있는 것인지 가늠은 할
수 없지만 함께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산행의 들머리인 광덕3리를 찾아가려면 괴산읍에서 남쪽 방향에 위치한 문광면
면소재지 방면으로 발걸음을 해야 한다.문광교를 이용하여 성황천을 건너서 0.5km쯤
차도를 따르면 차도 좌측으로 마을 진입로가 닦여 있으며,진입로 우측의 어귀에는'광덕
3리 동막동'이라고 새겨진 장방형의 검은 빗돌이 세워져 있다. 이곳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 어름이다(10시).마을 진입로 초입의 길 좌측으로 컨테이너 반토막짜리를 이용한
농막이 하나 눈에 띠는 데,그 농막 좌측으로 숲으로 드는 산길이 산객을 기다린다.
괴산의 동진천
그동안 등산안내를 맡고 있었을 이정표와 기둥말뚝은 넉장거리로 한켠에 자빠져 있으며,
산길은 초장부터 코가 땅에 닿을 듯이 가풀막지게 시작이 된다.오르막 산길은 비교적
뚜렷하지만 수북하게 내려앉아 있는 솔가리와 낙엽들에 묻혀서 희미한 흔적만을 남기고
있다.가까운 곳에 대처를 둔 산길치고 산길은 그닥 찾는 이가 드물었던 모양이다.웅웅
거리는 차량들의 엔진음, 그리고 도시의 소음이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온다.가파른 비탈임
에도 불구하고 꺽다리 소나무와 신갈나무를 비롯한 활엽수들이 그들먹하게 자리하고
있다.
들머리를 들어선 뒤 첫고등으로 오르게 되는 봉우리,거뭇한 거죽에 푸릇푸릇한 이끼가
덕지덕지붙은 크고 작은 바위들이 울멍줄멍하게 웅크리고 있다.황정산 정수리로 가늠이
되는 멧부리가 저만치 건너 편에서 손짓한다.거뭇한 행색의 바위들이 너덜을 이루고
다갈색의 낙엽까지 잔뜩 뒤집어 쓰고 있는 너설길을 지나 한 차례 더 올려치면 꺽다리
소나무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고 거뭇한 행색의 바위들이 울멍줄멍한 멧부리에 오르게
된다.해발 333.5m의 황정산 정상이다.
황정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바랄 게 없다.정수리를 온통 뒤덮고 있는 울창한 꺽다리
소나무들이 그들먹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다만 괴산의 시가지 방면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도시의 소음만이 귓전을 가볍게 울릴 뿐이다.황정산 정상을 뒤로하면 산길은
밋밋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며 솔가리와 낙엽들이 두툼하게 내려앉아 있는, 양탄자를
펼쳐놓은 듯하다.울창한 꺽다리 소나무가지 사이로 괴산읍내가 멀찌감치 부감이 된다.
그리고 산길 우측으로 광덕3리 동막골 방면의 등하행 산길이 희미하게 나 있는 삼거리
안부를 지나면 완만한 오르막 산길이 기다린다.
범강장달 같은 노송 두어 그루가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는 둥긋한 멧부리에 오르면
늘푸른 소나무들로 그들먹한 남산의 뾰족한 봉우리가 손에 잡힐 듯하다.해발394.1m의
남산 정상에는 2층누각형태의 '남산전망대'라고 써 있는 현판이 붙어있는 팔각정이
세워져 있으며, 산불초소와 이동통신탑,그리고 삼각점과 정상빗돌,돌탑1기 등이
비교적 비좁은 멧부리를 차지하고 있다.거기에 너덧 종류의 운동기구까지....
간단한 행동식으로 입매를 하려고 하니, 산불초소 안에서 키타치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오기 시작한다.여지껏 한적하기만 하던 초소 밖에서 두런두런 인기척이 들려오고
하니,이 초소 안에도 사람이 자리하고 있소! 하고 화답을 하고 있는 게다.
노크에 익숙치 않았던 시절처럼 소리를 매개로 하는 전달방식의 소통인 거다.지금의
화장실이었던 뒷간의 문을 열기 전에 인기척을 낸다든지, 방 문을 여닫을 때 인기척을
내면, 안에서도 인기척으로 화답을 하는 굳이 언어가 필요없는 소리의 소통방식인 게다.
청아대장이 고구마를 들고 인기척을 내며 키타소리가 들려오는 초소 문을 여니 흰머리에
수염까지 텁수룩한 늙은 사내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모습을 드러낸다. 요즘은 외모로
나이 가늠하기가 되게 어렵다.처녀 같은 유부녀가 있는가 하면 애 엄마 같은 처녀들이
득실하고 총각 같은 애 아버지가 있는가 하면 애 아버지 같은 총각이 득시글 하다.
이런저런 까닭으로 산불초소 감시원의 나이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청아대장의
인정신문(?)으로 당신과 동갑임을 알 수 있었다.일흔을 서너 해쯤 넘긴 연식이다.초소
문을 닫고 나더니 이제는 하모니카 부는 소리가 들려온다.풍각쟁이 출신(?)의 산불초소
감시원의 연주를 반주삼아 잠시 목을 적시고 헛헛함을 채워본다. 남산 정상에서
다음의 행선지인 형제봉을 찾아가려면 해가 떠오르는 방향의 완만한 내리받이다.
내리받이 건너 편으로 오봉산이 빤히 바라다 보인다.
통나무 계단이 안내하는 비탈길을 내려서면 길 좌측으로 데크전망대가 산객을 기다린다.
괴산읍 주변의 들과 산,그리고 동진천이 시원스레 조망이 되는 전망대다.황정산과
남산 그리고 오봉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북사면인 괴산 방면으로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는 관계로 북쪽 방면으로는 등하행 산길이 비교적 드문 편이다.전망대를
뒤로하는 숲 길은 수렛길이나 다름없이 널찍하고 군데군데 쉼터용의 긴의자가
마련이 되어 입산객을 기다린다.꺽다리 노송들이 줄을 잇는 고즈넉한 숲 길이다.
그러한 비단길(?)은 사각의 정자와 간단한 운동기구가 마련이 되어있는 쉼터로 내려
서게 된다.임도가 여기까지 닦여 있다.찦차 한 대가 한 켠에 세워져 있다.이곳에서 2시
방향으로 뻗은 임도를 따르지 않고 맞은 편의 꺽다리 소나무들이 줄을 잇는 숲 길을
따른다.돌탑1기와 쉼터용의 긴 의자가 준비되어 있는 붕긋한 멧부리에 올라선다.
삼거리 갈림길이 나 있는 삼거리봉이다.좌측의 산길은 오봉산으로 내처 이어지는 산길
이고, 형제봉으로 향하려면 우측의 산길을 따라야 한다.삼거리 분기봉에서 우측의 길을
따르면 곧바로 만나게 되는 임도는 조금 전에 만났던 그 임도와 다시 만나게 된 거다.
이곳에서 임도는 세 갈래로 나뉘게 되는 데,좌측은 오봉산 곁을 지나 느티울로 이어지는
임도이고, 우측은 남산 방면이 되며, 맞은 쪽으로 꼬리를 잇는 임도는 송동리 쪽이다,
이 삼거리 임도에는 쉼터 공간이 널찍하게 마련이 되어 있다.이름하여 오봉산 광장이다.
그늘막이 두 개 마련이 되어 있으며 곰 세마리와 다람쥐 형상의 구조물도 눈에 띤다.
이 곳에서 형제봉으로 오르는 산길은 다람쥐 형상의 구조물이 세워져 있는 곳의 옆으로
나 있다.산길은 이전의 산길보다는 뚜렷하지 못하고 희미하다.그러나 이동의 어려움을
줄 정도는 아니다.
가풀막진 치받이 오르막을 헐떡이며 오르면 꺽다리 노송들이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해발 412m봉에 오르게 되는 데,'작은형제봉'이라고 써 있는 표시물이 굵직한 노송의
몸피에 걸려있다.꺽다리 노송들이 줄을 잇고 크고 작은 바위들이 듬성듬성 엎뎌있는
밋밋한 산길을 좀 더 따르면 오르게 되는 멧부리가 해발415m의 형제봉이다.
형제봉에서 맞은 쪽의 능선을 곧장 따르면 등잔봉(5.72km)에 이를 수 있으며 우측의
비탈길은 광덕리 쪽으로 하산 할 수 있는 산길이다.
형제봉에서의 다음 여정은 오봉산이다.오봉산을 오르려면 조금 전의 오봉산 광장으로
다시 내려가야 한다.올랐던 길을 이제는 거꾸로 내려서는 내리받잇길이다.오봉산 광장
에서 곧바로 우측의 1시 방향의 임도를 따르면 머지않아 임도 좌측으로 숲으로 오르는
산길이 보인다.산길은 다갈색의 낙엽들이 수북하게 뒤덮혀 있으며 형제봉과 남산과는
판이하게 소나무들은 별로 눈에 안 띠고 신갈나무를 비롯한 참나무 식솔들이 지천이다.
오봉산의 정수리인가 하고 올라보면 정수리는 짐짓 저만치로 물러나 자리하고 있다.
산객에게 자만하지 말고 자신에게 좀 더 다가오라는 거다.
귀가 먹먹할 만큼 낙엽밟는 소리는 요란하기만 하다.지난 가을 쌓여있는 낙엽층에 금년
치가 또 내려 앉았으니 그 두께만도 한 뼘은 될 터이다.계란후라이처럼 짜부라진,수북
하게 낙엽을 층층이로 뒤집어 쓴 봉분의 묵묘를 가로지르면 곧바로 해발 385m의 오봉산
정상이다.정수리 주변은 헬기장을 닦아도 될 만큼 비교적 널찍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는
데,신갈나무를 비롯한 수목들만이 성기게 자리하고 있다.엷게 드리운 연무에도 불구하고
동진천과 달천의 합수머리가 까마득하게 부감이 된다.오봉산 정상에서의 하산길은
2시 방향의 북쪽 편인 데, 번개산행의 특징 상 교통편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오봉산 정상에서 좌측의 10시 방향쯤으로 희미하지만 선답자들의 흔적으로 여겨지는
자취가 눈에 띤다.그러나 내리받이 경사가 내리 꽂힐 듯한 절벽 같은 비탈이 아닌가.
내려서다가 주춤하고 다시 정상으로 올라가서 북동쪽의 산길을 따를까 하는 망설임을
가져 보기도 한다.그러나 내친 김이다.더듬더듬 당달봉사 길을 더듬 듯이 가파른
내리받잇길을 한걸음 한걸음 내딛는다.주르륵! 흙과 자갈이 뒤섞인 흙이 폭우 때처럼
급경사의 비탈을 타고 쏟아져 내린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잡목이나 넝쿨식물 등의
극성이 없는 게 다행이다.어렵사리 애면글면하며 도망치듯이 벼랑 같은 비탈을 빠져
나오면 동진천의 방천에 닦아놓은 시민 산책로가 기다린다(13시30분).
세 로마(老馬;청아,내명,나)가 번개 산행을 한 지 열 달만에 이루어진 산행이다.제각기
생활방식이나 주거지가 다르니, 몸과 생각의 반죽이 제대로 갖춰지려면 경우의 수는
늘어만 간다.그런저런 까닭으로 지체한 뒤, 오랜 만에 청아대장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산행이다. 산행지가 어떻고 산행시간이 어떠하면 무슨 상관인가? 언제나 산은 망설임
없이 산객을 반겨주고 품어주니 숲으로 드는 발걸음은 거개가 가볍게 마련이고 생각은
명경지수처럼 맑고 푸르름을 구가하게 마련이다. (2017,11/13)
첫댓글 괴산으로의 일탈!!
이리저리 미루다 소풍가는 기분이랄까
낙엽 밟은 소리에
겨울이 기웃하네
아직도 온 산은 가을 옷차림인데 바깥 날씨는 한 겨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