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산의 아침
어두운 새벽인데 필봉산은 벌써 잠에서 깨어난다.
부지런한 오산사람들이 하나,둘 필봉산의 품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작은 풀벌레 소리를 뒤로 한 체 걸음을 재촉하다 보면,
나무위에서 잠자던 새들이 푸드덕 날아 오르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탁소리는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것 같다.
약수터에서 목을 축이고 힘겹게 오르면 팔각정 정상이다.
오산 시민들이 몸이 피곤하고 마음이 힘들 때,
필봉산은 마음의 여유를 주었고, 삶의 에너지원이 되어 주었다.
팔각정 정상에서 동쪽 하늘을 바라다 보면,
검게 물든 하늘과 땅 사이에서 붉은 기운이 솟아 오르고,
그 기운은 부지런히 필봉산에 오른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혜인 것 같다.
새벽 공기가 차갑다.
나뭇잎들이 노랗게 변해가기 시작했고, 우렁차던 매미 소리도 조용하다.
여기 저기 밤송이가 떨어져 있고, 계절은 이렇게 소리 없이 변해가고 있었다.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면 어느새 장군묘에 도착한다.
탑 주위를 천번을 돌면서 기도하면 소원이 이루워 진다고 하였던가?
탑돌이의 심정으로 마음속의 울분을 토로하듯 힘차게 소리쳐 본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산길.
달리면서 조용히 명상에 잠겨 본다.
콘크리트 숲속에 살면서 자연의 변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이며, 남들이 느끼지 못하는 나만의 즐거움이 되어 버렸다.
다시 필봉산 정상에 올라 운동기구에 몸을 뉘였다.
한 그루의 나무가 하늘을 온 통 가리고 있었는데,
그 나무는 햇빛을 가려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비,바람을 막아주며
한자리에 서서 묵묵히 안식처를 제공해 주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40대의 내 모습과 너무나 흡사했다.
세상시름 다 짊어지고, 가정의 안녕을 위해 속으로 울고 있는
40대의 모습처럼 한편으로는 비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든든하기도 하고...
필봉산은,
유치원 아이들에게는 자연 생태 학습장으로,
주부에게는 가벼운 등산 코스로,
어르신들에게는 체력 단련장으로 사랑받는 곳이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흐르고, 등줄기가 젖어온다.
약수터에서 마시는 지하수의 시원한 청량감은
흘린 땀만큼 신선한 의욕과 에너지를 가득 담아 가는 것 같다.
필봉산의 아침은
오산 사람들에게 이렇게 전하고 있는 것 같다.
“힘든자들이여! 내게로 오라, 그리하면 세상 시름 다 잊게 되리라.”
(2006년 9월 10일 장군묘를 다녀와서...)
첫댓글 오마인들에게는 언덕 훈련장으로 인기짱(?)인곳이죠..아침 풍경을 느끼고 갑니다.
꾸준히 산에 오르면 다리에 자신감이 생길 겁니다. 한번 혀봐~
장군묘 혼자서 다니지 말고 함께 다닙시다... 혼자만 느끼면 뭔 재민겨....
요즘은 대왕이 장군을 만나러 가야 하니 어찌된 노릇인고?
마라톤의 달인 존경합니다. 즐런 하시고 승리자가 되십시요. 내 마음대로 시간을 쓸수있는 참 자유인이 또한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달인은 무슨? 그냥 "즐런 맨"이라 불러 주세용
아침 여유를 누려야하는데 힘드내요.좋은글 감상하고 갑니다.
시간은 자기가 만들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아침이면 몇 시에 가시나요?
나이를 먹으면 다~ 새벽잠이 없어 지는 법이랍니다. 어~흠
자주가는 곳이지만 잠시 여유를 가지니 좋군!
김태봉님이 자주 가는 곳이라면 다른님들은 밥 먹듯 가는 곳?
같은 필봉산을 오르고도 이렇듯 멋진 감흥의 글로써 필봉이를 대하니 새삼 정겨움과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군요..
즐런 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세상이죠.
제가 오산마라톤 클럽에 정규군이 되어 선배님 들에게 부러운것이 몇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부러운것은 노준환 감사님의 글발!정말 대단하십니다.누구 시켜 대필 한거는 아닌지몰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내 곁엔 항상 행정 보좌관이 대기 하고 있지요 ㅎㅎㅎㅎ. 민망스럽네
역시 즐달주의 고수님이라 글쓰시는 내공도 탁월하십니다.
항상 생각하는 습관과 글 쓰는 습관을 들이면 머리가 녹슬지 않는다는 개똥철학이 있습니다. 저는 그걸 믿죠.
아침운동을 할수 있는 여유가 부럽습니다. 전ㄴ 워낙 출근 시간이 바빠서리.
저는 아침 7시 10분에 출근합니다. 평소에 가수동길에서 땀을 많이 흘린다는 소문이...
글 잘쓰시면 뭐해요......전 그래도 입상은 해봤는데요...글로 입상은 못했지만...ㅋㅋㅋ 암튼 이곳은 마라톤동우회장이오니 마라톤으로 입상하시길 아뢰오.....ㅋㅋ
앙성대회에서 입상했다고 하니까 "영웅엄마"가 욕 봤다고 하더이까? 이런~~~~
앙성 대회가 아니라 서울에서 열린saka대회로 알고 있는데요.?
SAKA 청년부군요. 그래도 이병세님한테 명함 못 내밀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