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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11
씬1. 성우의 아파트단지 공원. 밤.
성우 : (하고 팔짱낀 채, 일어나가면)
준희 : (어느새 일어나, 성우를 잡는다)
성우 : (눈가 그렁해, 준희 못보고, 차분하게) 투정부린다고 생각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그래서, 난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니가 지레 지치지 않았으면, 날 피곤하게 안 여겼으면,
부인에게 결혼기념일이 소중하듯, 난 널 위해 뭐하나 해주는게, 소중하다...그렇게 생각해 주면.....
준희 : (눈물 그렁해, 성우 보는)
성우 : 미안해. 다 참는다고 하고선, 못했어. 미안해. (가려는데)
준희 : (성우 잡고)
성우 : (보면)
준희, 성우를 눈가 그렁해 안타깝게 보다가 떨리는 손으로 성우 눈을 이마에서 아랫쪽으로 감기고는, 천천히 입을 맞춘다.
성우, 뺨 위로 눈물 흐르는, 팔짱낀 채 가만 있는.
두사람 잠시 그렇게 있다가 준희, 천천히 입술을 떼고, 눈가 그렁해 성우를 본다.
성우, 뭐가 뭔지 모르겠다, 고개 돌려 준희 외면하고.
성우 : 가. 배웅안할께. (준희, 스쳐가고)
준희, 돌아서 가는 성우 맘아프게 보다가 천천히 발길 돌려 걸어서는 한쪽에 세워둔 차를 탄다.
씬2. 차안 + 차밖.
준희, 자기가 무슨 일을 한 건지, 어떻게 해야 하는건지, 아무 것도 모르겠다.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그러다 이내 이 앙다물고, 감정 숨기며 시동 걸고, 차 몰아 가고.
씬3. 성우 아파트내 계단.
성우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생각이 많다.
성우, 그러다, 멈춰서서는 계단에 쭈그려 앉는다. 뭐가뭔지 모르겠다, 손으로 입을 가리고 마음만 아프다.
눈가 여전히 흥건 하게 젖어있는. 답답하다.
씬4. 은수네 빌라입구 현관 (출입문).
은수, 술에 취해 출입문에 기대 준희 기다린다. 멍하니, 길가쪽을 보고 있다.
그때, 준희의 차 멈추고 준희(은수 못보고) 내리면,
은수, 준희 보고 아무 생각없는 얼굴로 혼자 비틀비틀 안으로 들어간다.
준희 차문 잠그다, 뭔가 이상해 고개 들면, 현관을 걸어가는 은수 보인다. 준희 그런 은수 안타깝게 보고 서 있다.
씬5. 준희의 집 거실.
은수, 현관문 열고 들어와(문 열린), 거실을 지나쳐 침실(문 열린)으로 가서 그냥 옷 입은채 기절하듯 널브러진다.
준희, 거실로 들어와 현관문 닫고, 다시 침실로 가서 문 앞에 서서는 은수 그런 모습 아프게 보다가
더는 차마 못보겠어서(눈가 붉어진) 외면하고.
씬6. 준희의 집 전경. 새벽.
씬7. 준희 침실.
준희, 런닝에 파자마차림으로 침대맡에 앉아 은수 안타깝게 보고 있다.
은수, 외출복차림으로 짐 챙기고 있다.
은수 : (가방 챙기며, 건조한) 천안 내려가서 공주 들러 김천까지 들를거야. 작가들하고 약속안하고 가는 거니까,
잘되면 하루이틀, 늦으면 삼박사일 정도 걸릴거야.
준희 : 출장, 다음주에 간다고 했잖아.
은수 : (가방만 챙기다 그말에 문득 고개 들어, 준희 보고는, 뚫어져라 보며) 어젯 밤, 그렇게 뛰쳐나가서 성우 선배 만났니?
준희 : (외면하고) 아니.
은수 : 이젠 거짓말도 잘 하네.
준희 : (차마 은수 못보고, 마음 아프게 눈을 감는다)
은수 : (외면하고 가방 챙겨다 말고, 준희 보며) 나 지금 노력하는 중이야.
준희 : ....
은수 : 삼일동안 너랑 떨어져 있으면서 그게 견딜만하면 일주일쯤 오지않을 거야. 그 일주일이 다시 견딜만해지면 열흘쯤
또, 나 혼자 있어보고, 그러다 이제는 헤어져도 괜찮겠다 싶으면 헤어져줄게.
준희 : (고개 숙이고 외면하고 있는데 눈가 붉다)
은수 : 상 못 차렸어. 아침 먹고 출근해. (하고 나간다)
씬8. 빌라앞.
은수, 문열고 나와 또박또박 걸어서 간다.
씬9. 도로 + 골목.
은수, 차 몰고 나와서 가다가는 골목으로 꺾어들어가 멈춘다.
씬10. 은수 차안
은수, 이 앙다물고 숨을 몰아쉬는데 눈가가 그렁하다, 너무 화가 나고, 서운해 어찌할바를 모르겠다.
더는 못참고 '악!'하고 소리지르고. 다시 이 앙다물고, 독하게 차 돌려 가는.
씬11. 한강
장어 한쪽에서 쭈그리고 앉아 자고 있고 세미, 동진의 웃옷 입고 동진 어깨에 기대 자고 있다.
동진 푸석한 얼굴로 강가를 바라보고 있다.
동진, 안쓰러운 얼굴로 세미보다가,
동진 : (작게) 세미야.
세미 : (미동도 않고)
동진 : (머뭇대다가 세미 흔들어 깨우려 어깨에 손을 데면)
세미 : (눈감고) 아저씨 나 조금만 조금만, 더 잘께요.
동진, 뭐라 말을 못하고 다시 시선 강가로 돌리고,
카메라 돌아가면, 장어, 부러운 듯 둘을 보고 있다. 마음이 아프다. 다시 얼굴을 자기 다리 사이에 묻고.
씬12. 성우네 주방.
영희, 무표정하게 설거지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그러다 안되겠는지 옷에다 대충물기 닦고 거실로 가서는 전화기를 들어, 버튼 누른다. 신호음 가다 떨어지고.
선주 : (E) 여보세요.
영희 : (말 못하겠는)
선주 : (E) 여보세요?
영희 : 어, 선주니? 아침부터 미안한데, 너 우리집으로 좀 와라.
선주 : (E) 무슨 일인데?
영희 : (말하기 어렵다) 일단 와. 기다린다.
선주, 영희야 하는데도 영희 전화기 내려놓고, 답답하고 걱정스런 얼굴로 앉아있다.
씬13. 성우의 아파트 앞.
영희, 초조하게 기다리고 서있다.
그때, 택시 한대 집앞으로 와서는 멈춰서고,
영희, 고개 빼고 보면, 선주, 유란 택시에서 내리는.
씬14. 성우의 집, 거실.
영희, 선주, 유란 차마시고 있다.
영희 : (차마시며, 선주의 말 신경써서 듣는, 잔뜩 긴장한)
선주 : (아무생각 없다) 폐경? 그때 생각하면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말마라, 말마, 생각만해도 소름이 오싹하다. (몸 부르르 떨고)
영희 : 내가 언제 너 기분 말하래. 그게 어떻게, 어떤식으로 오드냐고 그거 물었지.
선주 : (생각하다) 육개월쯤 끌었지 아마. 갈수록 양이 줄고, 날도 하루하루 줄더니, 어느 날, 그냥 뚝! 얄밉게 뚝 끊기더라.
영희 : (가슴이 철렁한다)
유란 : (영희 보며) 너....
영희 : (말하고 싶지 않다, 생각많은 얼굴로 친구들 안보고) 모르겠어.
선주 : 너, 그거 왔니?
유란 : (선주 말하지 말라고, 팔꿈치로 툭치고)
영희 : (생각하며) 아닌 것 같기도 하구, 긴 것 같기도 하고. 선주 니말대로면.... 잘 모르겠다.
선주 : (영희 눈치 보며) 어떤데? 내가 월경, 폐경 둘다 선배잖냐. 증상이 있을 것 아냐, 증상을 얘기해봐.
영희 : (답답하다, 선주 눈치 보며) 지난 달엔, 걸렀어. 센타 새로 나가고 그래서 피곤해 그런가 했는데, 어젠... 양이 좀 심하데.
달포전부터는 눈도 침침하고 괜히 갑작스레 늙어진다는 느낌이 들기도하구. (선주, 유란 보며, 머뭇) 나, 혹시 암..아닐까?
유란 : 끔찍한 소리 좀 작작해라.
선주 : 암만 끔찍한줄 아냐? 폐경도, 끔찍해. 유란이 넌 아직도 규치적으로 하지?
유란 : 나는 뭐 막내가 아직 어리니까... (선주보며, 조심스레 묻듯) 그런거 하고도 상관이 있다며, 부부관계,
선주 : (듣기 싫다, 말꼬리 자르며) 하여튼 서방 일찍 죽은 것들만 불쌍해요.
그 폐경이 과부나 혼자사는 여자들한톄 더 빨리 온다는거 아니니... 젠장. (유란에게) 넌 좋겠다, 여러모로.
유란 : (괜히 미안하고)
영희 : (어두운 얼굴)
선주 : (차 한모금 마시고, 영희에게 걱정스레) 병원 가봐. 혹시 모르잖아. 아이구 사실로 말이다,
노친네들이 오죽이나 피곤하게 돌아다녔냐. 이 나이엔 몸이 안좋아 하열하는 경우도 많어. 별일 아닐거야, 병원 가.
영희 : 싫어, 안갈래, 무서.
씬15. 산부인과 병원앞.
산모들, 남편 시중받으며 병원을 들어서고, 영희 멋적어 괜히 머뭇대다가, 돌아서서 가려다가 다시 맘 잡고 병원으로 들어선다.
씬16. 산부인과 진찰실 복도
손님들 몇몇 보이는.
영희, 복도 의자에 앉아 초조하고 고개숙이고 있다, 답답하고 생각이 많다.
그때, 진찰실 문 열리고 간호사 나와 소리친다.
간호사 : 윤영희 손님!
영희, 그말에 순간 고개 돌려 간호사 보는, 두려움이 낀 낯빛이다.
씬17. 진찰실 안.
영희, 의사 책상 사이에 두고 앉아있다.
영희, 진찰 가운 입고 멍하게 앉아있다. 의사 차트보며 얘기한다.
의사 : 아마 다음달도 이번달처럼 양이 불규칙할 겁니다. 적을 수도 있고 많을 수도 있고. 이렇게 서너달은 갈겁니다.
대부분의 경우, 양이 점차 줄면서 폐경이 오는데 지금 부인의 경우는 조금 예욉니다. 아까 암이냐고 물으셨는데
그건 절대 아니니까, 염려놓으세요.
영희 : (아무 생각도 못하겠는 얼굴이다)
의사 : 약을 좀 드릴겁니다. 에스트로겐하고 프로겐스트론이란 약인데 호르몬젭니다.
그 약을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월경이 다시 생기기도하고 가슴이 조금 불기도할 겁니다.
영희 : (의사 보는) ?
의사 : 일시적인 겁니다. 계속 그렇다는 건 아닙니다.
영희 : (실망하는, 의사 안보고) 근데, 왜 그런 약을 왜 먹어야 되요?
의사 : 폐경이란게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심리적으로 심하게 불안증이 오거나 우울증이 올 수도 있습니다. 하느님이 사람 몸을
참 오묘하게 만들어 놨어요. 여성호르몬이라는 것이 사람기분을 좋게도하고 갱년기에 오는 골다공증같은 병도 예방하는데
폐경이 오면, 그 호르몬양이 현격히 줍니다. 얼마전부터 몸이 많이 아프다고 하셨죠? 그것도 다 그 호르몬부족에서 온겁니다.
영희 : (담담한) 약 안 먹을래요. 약 먹고 기분 좋아지는거 별로네요. 그냥 기분 나쁘면 기분 나쁜대로 사는 거지. 안 먹을래요.
의사 : (걱정스런) 신경정신과 치룔 받아보시겠습니까? 페경이나 여성 갱년기 우울증을 전문으로 하는 병원을 아는데..
영희 : 관두세요. 우울증은 무슨...배부르게. 이제, 달마다 귀찮을 일도 없어졌다 싶어, 차라리 홀가분한데.
(하고 말하지만, 울음이 날 것만 같다, 참고) 조금만 앉았다가 일어날께요. 다리가 시려서....
(하고, 창가로 고개 트는데, 눈가 그렁하다)
씬18. 은수 갤러리 전경.
전화벨 울린다.
씬19. 갤러리 안.
인정, 팜플릿 보고있다가 전화 받는다.
인정 : 네, 착한 생각입니다. (잠시, 걱정) 어머 선생님, 어디세요?
씬20. 번화한 도로.
도로에 은수 차, 세워져 있다.
씬21. 차안.
은수,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있다.
은수 : 한 이삼일 공방 못 나갈거야. 나 없어도 일 꼼꼼히 처리하고. 출퇴근 시간 정확히 지켜,
거래처나 고객들한테 상냥하게 대하고, 김작가님 방문하시면, 나 돌아와서 얘기하자 그래.
인정 : (E, 걱정스런) 준희아저씨한테 전화왔었는데?
은수 : (답답하다) 뭐라, 그러디?
인정 : (E) 출근 안하셨냐구.. 걱정스런 목소리던데...
은수 : (속상한, 참고) 준희 아저씨 전화오면 일 잘보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해. 끊는다. (하고 전화기 내려놓는다)
인정 : (E) 선생님! 선생님!
은수, 전화 끊고, 무표정하게 시동 걸고 헨들을 잡고서는 생각이 많다, 어디 로 가야하나,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 막막하기만 하다.
은수 : (혼잣말) 은수야, 너 이제 어디로 갈래...
씬22. 사무실.
준희, 답답한 전화받고 있다. 인정에게서 걸려온 전화다.
인정 : (E) 하루에 한 번씩 전화하신다고 했어요.
준희 : 그래. (답답한) 혼자 일 잘볼수 있지? 셔터 내리는거 누구 도와줄 사람있어? 내가 가면 좋은데, 못 갈 것 같다.
인정 : (E) 친구 오기로 했어요.
준희 : 잘됐다. 끊자.
준희, 전화 끊는다.
성우, 현주와 테이블에서 팜플렛 보다 걱정스런 얼굴로 준희 본다.
씬23. 레스토랑.
웨이터, 커피 놓고 접시들 걷어간다.
성우, 하숙, 현주 식사 끝내고 입닦는다.
하숙 : 둘이 언제까지 그렇게 투닥거리기만 할거야? 밥도 따로 먹고 이번엔 또 뭣땜에 싸웠어?
현주 : 도대체 대화가 안되는 사람이예요. 바디랭귀지 밖에는..
성우,하숙 : (차마시다, 보면)
현주 : 얘기는 뒷전이고 맨날 만질려고만 들어요.
성우 : (서글프게 웃으며, 차마시는)
현주 : (하숙에게) 사장님,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살면서도 몸이 중요하다고 그러는데 정말 그래요?
사랑은 몸보다 정신적인 거 아니예요?
하숙 : (작게 웃으며) 글쎄다. 나두 어려서는 사랑은 정신이고 몸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까
그게 그렇지가 않더라. 몸도 내 몸, 마음도 내 마음인데, 구분이 안가드라고. 마음이 중요하면 몸도 중요한 거야.
김대리가 현주, 널 안고 싶은거, 욕할 수만은 없어. (사이) 하지만, 현주야, 젤 편한 건 순리를 따르는거야.
(웃으며) 되도록이면 기다리라 그래. 식올리고는 안만지는 것도 문제니까.
현주 : (작게 웃으며, 성우 보며) 주실장님은 어떠세요?
성우 : (쓰게 웃으며) 난 말할 자격 없는 거 같은데...
현주 : 왜요?
성우 : 사랑이란 거에, 실패만 한 사람이니까. (차 마시고)
현주,하숙 : (성우, 안됐게 보고)
씬24. 사무실.
재석(담배 태우는), 준희 물마시며 얘기하고 있다.
재석 : (웃으며) 서준희씨, 결혼생활 재밋지? 부인 이쁘더라, 우리 현주만은 못하지만 말이야.
준희 : (웃으려하지만 안된다)
재석 : 난 결혼은 하고 싶은데, 말이야, 그게 싫증이 날까봐, 그게 두려워.
서준희씨, 자긴 어때? 그렇게 이쁜 여자랑 살어도, 가끔 재미없고, 밉고 그래? 바람 필 맘 나냐고.
준희 : (재석 안보고, 얼굴 굳어지는)
재석 : 그렇지 않지? 부인이 이뻐서? 어때, 말 좀 해봐?
준희 : (일어나며, 피하려는) 화장실 좀 다녀오겠습니다. (나가고)
재석 : (기분 상한) 자식, 미인하고 산다고 재는 거야, 뭐야?
씬25. 비상구.
준희, 담배 피우며 답답한 얼굴로 은수 생각하고 있다.
은수 : (E) 아무도 안다치게 하고 싶다고? 아니. 니 사랑이 계속되는 동안은, 우리 모두 다치고 있어.
준희, 답답하게 담배피우다, 고개 돌리면, 성우 계단 밑에 서 있는게 보인다.
성우 : (준희 슬쩍 보고, 웃음띤, 외면하며) 밥 먹었으니까, 담배 피러, 여기있겠지 했더니, 내가 맞았네.
준희 : (어색하게 웃고)
성우 : (그런 준희 안보고) 집에 무슨 일 있어?
준희 : 아니예요.
성우 : (준희 보지 않고) 그럼 됐어. (하고 가려하면)
준희 : (성우의 팔을 잡는다)
성우 : (준희 안본다)
준희 : (어렵게) 왜, 나 안봐요?
성우 : (외면하고) 어색해서.
준희 : ?
성우 : (자기 팔을 잡은 준희 손 풀고, 잠시 무슨말을 할까, 생각하다, 준희 보고, 짐짓 밝게) 아니.
준희 : ....
성우 : 사실 아침부터 내내, 나 너만 봤는데, 몰랐지?
준희 : ?
성우 : (애써 편하게 웃으며, 준희를 어깨를 툭 치고 간다.)
준희 : (가는 성우 보고)
씬26. 복도.
성우, 비상구에서 복도로 나와 팔짱끼고 답답한 얼굴로 걸어가고.
씬27. 문방구 안.
동진, 초조하게 서 있고,
주인, 팩스 기계에 마지막 한 장 넣고있다.
동진 : (초조한) 다 보내셨어요?
주인 : 네.
동진 : 그럼, 저... 전화 한통화만 쓸 수 있을까요?
주인 : 네. 그러세요. (하고 전화 밀어주면)
동진 : (전화 건다, 심호흡 가다 떨어지고) 여보세요? (반가운) 형?
동료 : (E) 얌마, 너 기사 안 넘기고 뭐하고있어?
동진 : 지금 기사 4460으로 팩스 넣어요. 급한 사건이 있어서 나왔는데...
동료 : (E) 급한 사건은 무슨, 너 어딨는거냐?
동진 : (웃으며) 형, 좀 넘어가 줘요.
동료 : (E) 기산 다 쓴거야?
동진 : 다 썼으니까 보내죠. (시계보며) 마감 한시간 전이니까, 교정부로 좀 넘겨 주실래요? (사이) 고맙습니다. 저녁에 봐요.
(하고 전화 끊는다, 주인에게) 여기 얼마예요?
씬28. 여관방 전경.
장어 : (E) 왜 그래?
씬29. 여관방안.
한쪽에 해장국 먹다만 그릇 놓여있고.
장어, 한쪽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
세미, 기운없이 옷 입는다.
세미 : 나가자.
장어 : (안보고, 조금 화난) 형 온댔어. 싫어.
세미 : (장어 보고) 왜, 싫어?
장어 : ......
세미 : (장어, 보다가 그 앞에가 쪼그려 앉으며, 달래는) 장어야.
장어 : (눈가가 그렁하다)
세미 : (어렵다, 머뭇대며) 나가자. 약 떨어져가지? 약값 벌러 가자.
장어 : (마음아픈, 세미 안보고) 너, 형 사랑하지?
세미 : (힘 없이 벽에 기대 앉으며) 아니.
장어 : 아니. 넌 거짓말 하고있어.
세미 : (장어를 보는 얼굴, 힘이 든다) 니가 뭘 알어?
장어 : (일어나 세미 보며) 다른 건 몰라도 사랑하는건 알어.
세미 : (장어 안보며, 대수롭지 않게) 사람 귀찮게하네.
장어 : (세미, 고개 돌려 보는, 이 앙다문, 눈가 그렁한)
세미 : (머리 쓸어넘기다, 뭔가 이상해, 장어 본다)
장어 : (눈가 그렁해) 세미야,
세미 : ?
장어 : 나 너 좋아해.
세미 : !
장어 : 하지만 사랑한다고 안해. 널 사랑할 주제가 못되니까.
세미 : (어이없게 웃으며) 그럼 난 그 아저씨 사랑할 주제가 되니?
장어 : 난 된다고 생각해.
세미 : (외면하며) 그건 니 생각이야. 세상사람 누구도 그렇게 생각안해.
장어 : 형 한테서 도망치지마.
세미 : (장어 보며, 짜증난) 정말 자꾸 피곤하게 할래? 내가 도망치지 않으면 그 사람이 날 행여, 받아라도 줄 거 같애?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없는 년하고, 있는 놈하고...(한숨쉬고, 귀찮은) 웃기지 말어라, 웃기지 말어.
장어 : (벌떡 일어나, 한쪽에 있는 이불 세미한테 팽겨치듯 건진다)
세미 : ? (장어를 본다)
장어 : (세미 안보고, 눈물 참고) 나오지 말어. 형 올때까지 여깃어.
세미 : (장어 올려다 보며) 너 정말 왜그러니?!
장어 : (눈가 그렁해) 넌 형 좋아해. 형두 너 좋아해. 좋아하면 사는거야.
세미 : 좋아하면 사는 거라구? 그래, 너, 나 좋아한댔지? 그럼 우리도 살아야겠네, 그래. 살자, 너랑 나랑 살자, 그럼 되잖어!
장어 : (눈물 참고, 세미 보는) 아니. 넌 나 안좋아해. 그래서 못살어. 니가 만약, 날 조금만 좋아해줬으면, 난 너랑 결혼도
생각했을거야. 하지만 니가 날 생각해 주지 않으니까 난 안해. 하지만, 형하고 넌 달라. 서로 생각하잖아. 아니야?
세미 : (답답하다) 아니야!
장어 : 너만 잘났다고 생각하지마. 니멋대로 그러지 말라고. 피하지마. 사랑해보고, 그때가서 끝내도 늦지 않어,
뺏길 것도 없는데 뭐가 무서워, 영화에서처럼 잘될 수도 있어.
세미 : 바보.
장어 : 그래, 나 바보야. 하지만, 너보다 힘센거 알지? 문 밖에 있을거야. 나오지마, 나오면 혼내줄 거야. (하며 문 쾅닫고나간다)
세미 : (답답하게, 한숨 쉬고, 장어 나간 문쪽을 답답하게 본다.)
씬30. 방 밖, 여관 복도.
장어, 방에서 나와, 문 앞에 쭈그리고 앉는다, 한숨 쉬고 고개 드는데, 부릅 뜬 눈에서 눈물 주룩 흐른다.
그러다, 가슴이 아픈지, 미간 찡그리며 가슴 문지르다 약 꺼내 씹어먹는다. 그리고, 다시 다리에 얼굴 묻고.
씬31. 여행사 안.
은수, 직원과 상담하고 있다.
은수 : 파리행, 티켓 편도로 끊고 싶은데...
직원 : 언제쯤 하실 겁니까?
은수 : 다음달 말쯤이요?
직원 : 여권 있으십니까?
은수 : 네. (하며, 가방에서 여권 꺼내 준다)
직원 : (여권 받아, 넘겨보며, 갸우뚱) 기한이 지났는데요?
은수 : ?
직원 : 재발급 받으셔야겠는데요.
은수 : (난감한) 아...네. 다녀온지가 오래되서...여기서, 재발급도 하죠?
씬32. 전화부스안.
은수, 전화하고 있다.
엔설링 : (E, 프랑스어) 외출중입니다, 메모 남겨주세요. (하고, 삐 소리나면)
은수 : (짐짓 밝게) 언니, 나야. 잘있지. (목매는, 그래도 웃으며) 언니..나 거기 가고싶거든. 언제가면 좋은지,
언니 방해안되는 날 가고 싶은데...연락줄래? 형부, 잘 지내시죠? 곧 만나요, 우리, 제가 잘께요. 잘있어요.
(전화 끊고, 안울려 애쓰며, 문을 나온다, 그리고는 어디로 가야하나, 둘레 둘러보는, 외롭다)
씬33. 신문사 사무실안.
현철 전화하고 있다. 신호음간다.
씬34. 영희네 거실.
텅빈 실내에 전화벨만 요란하다.
씬35. 신문사 안.
현철, 전화기 들고 있다.
현철 : 도대체 어딜 간거야...
씬36. 공원 벤치.
영희, 벤치에 멍하니 앉아있다. 그러다 문득 시선들어, 주변 돌아보면
거적 깔고 윷놀이하는 노인들, 화투치는 노인들, 손주 얼르는 노인들 보인다.
영희, 둘러보다 일어나 공원을 나간다.
씬37. 거리.
영희, 넋놓고 걸어가다 약국 간판을 보고는 그 안으로 들어간다.
씬38. 약국안.
영희, 남자 손님과 옆에서 멍하니 아무생각 없는 얼굴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약사 조제실에서 나와, 남자 손님에게 약봉지를 주며, '식후 30분후에 드세요, 삼천원입니다' 하고,
손님 돈내고 약봉지 받아 주머니에 넣고, 가고.
약사 '안녕히 가세요' 인사하고, 멍하니 딴 생각하는 영희에게.
약사 : 손님 뭘 드릴까요?
영희 : (그말에 정신 들어 약사 보며) 패드, 큰 거 한 통 주세요. (하고는 고개 돌린다)
씬39. 좌석 버스안.
영희, 멍하게 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눈을 돌려, 주변에 사람들을 보면, 다정스런 남녀가 보인다.
영희 눈길 돌려 다른 좌석을 보면, 사십대 주부와 학생으로 보이는 아들이 즐겁게 얘기하는게 보인다,
영희 그들을 부럽게 보다가 좌석에 몸을 기대 창가를 본다. 영희의 허전한 얼굴 위로 나레이션.
영희 : (N) 내 나이 쉰둘, 하나밖에 없는 딸애는 더이상 거들어 줄것도 없고 재롱을 받아 줄 손주 하나없다.
문득, 이젠 정말 다 살았다는 생각, 지금부턴 사는 것이 아니라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늙어지면서 화가 나는건 자꾸 마음이, 약해지는 것이다. (눈물 그렁한)
씬40. 성우 회사 전경.
씬41. 주차장.
성우, 퇴근하려 사무실쪽에서 나와 자기차로 가서는 차 문열려는데, 뒤에서 누군가 어깨를 툭친다. 성우, 돌아보면,
현주 : (미선과 함께 웃으면서 서있다) 실장님!
성우 : (준흰가 했는데, 아니어서 실망스럽다, 어색하게 웃으며) 어, 아까 내려가더니 왜 이제 와?
현주 : 김대리랑 또 한바탕 했죠, 뭐.
미선 : (현주에게) 언니, 김대리님이랑 같이 가세요. 난 영화 안봐도 된단 말이예요.
현주 : 잔말말어. 넌 오늘 나한테 찍혔어. 나랑같이 가는 거야.
미선 : 월요일날 김대리님이 갈군단말이예요, 언니 빼돌렸다구.
현주 : 걱정마. 오늘 서준희씨랑 진탕 술 먹고 자고나면 잊어버릴텐데 뭐. 내가 그사람을 찬게 아니라 그 사람이 날 찬거야.
(혼잣말처럼) 기다린거 뻔히 알면서 둘이만 술을 마시러 가, 나쁜 인간.
성우 : (눈치보며) 서준희씨, 김대리랑 술마시러 갔어?
미선 : 네.
성우 : (씁쓸하다) 그랬구나....
현주 : 저희 월요일날 뵐께요.
성우 : (현주보며) 어, 그래. 오늘 야근하느라 수고했어. 잘가.
현주, 미선 '안녕히가세요'하고 인사하고 가고.
성우, 두사람 가는 것보다가 씁쓸한 얼굴로 차문을 연다.
씬42. 성우 차 안.
성우, 차안에 들어와 앉아 잠시 눈 내리깔고 생각한다. 준희를 기다렸던 자신이 초라하고, 안됐다.
한숨쉬고, 맘다잡고 시동거는데 누군가, 운전석옆 차창을 두드린다,
성우 돌아보면, 준희다. 성우 조금 놀란 멍한 얼굴이다.
준희, 편하게 웃으며 차창 내리라는 신호하고.
성우, 그제야 앗차싶어 차창을 내린다.
준희 : 나 두고 어디 갈려 그래요?
씬43. 길거리+차 안.
준희, 은수 생각에 어두운 얼굴로 생각하며 가고 있다.
성우, 준희 그런줄 모르고, 앞만 보며 차를 운전해가고 있다가, 무심하게.
성우 : 오늘은 어느 길로 가 줄까? 지난번 고가타고 가는 길은 한참 돌아가는거 같던데, 로타리 끼고 갈까?
준희 : ......
성우 : (슬쩍 준희 보고) 집 어디로 가냐고요, 왜 대답을 안해요.
준희 : (그말에 성우 보며, 마음속 감정 숨기고, 애써 편하려하며) 집에 가기 싫은데.
성우 : (앞만 보며, 대수롭지 않게) 무슨 말이게 그게. 토요일은 가정의 날이야, 데이트 안할거야.
준희 : (성우, 그렇게 마음 내는게 안스럽다 보다, 짐짓 편하게) 토요일엔 보통 뭐해요?
성우 : (잠시 생각하다, 편하게) 남자있었을 땐, 데이트하고, 요즘처럼 없을땐, 엄마랑, 목욕탕 가. 가서 때 박박밀고,
우유 한 잔씩 마시고 집에 와서는 텔레비전도 보고 책도 보고 엄마랑 설거지 누가하나 화투도 치고...
준희 : (성우, 안스럽게 보고 웃으며) 화투 칠 줄 알아요?
성우 : 조금.
준희 : 어머니, 어떤 분이세요?
성우 : 우리 엄마? 멋있어. 엄마처럼 사는 게 꿈이야.
준희 : 어떻게 멋있는데요?
성우 : (생각, 사이) 진짜 어른이지. 엄마보면서 알았어. 정말 어른다운 어른은 현자구나. 현명하셔. 마음에서 끝낸일은 미련 없고,
자식일이라도 당신이 관여하실 때 아닐 때를 분명하게 아시지. 언젠가 엄마가 무관심하다 싶게 내 일에 상관을 안하시길래,
물었어, 엄만 내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준희 : (성우 보며) 그랬더니요?
성우 : 내가 내린 결정이라면 그게 모두 옳다고 믿으신다드라. 그리고는 하시는 말씀이, 엄마한테 의지하지말래.
나보다 먼저 저 세상에 가실거라고. 죽어서 내일에 상관못할거면, 살아서도 않겠다고. 당부는 하셨지, 많이 고민하라고.
준희, 그때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인써트 - 5부 회상.
준희 : 넌, 강하지..
은수 : 응.
준희 : (생각하는, 천천히) 넌, 내가 언제나 옳은 결론만 내린다고 했는데, 과연....그럴까?
은수 : (졸린) 그럴거야. 세상 사람들이 다 틀려도, 넌 옳아.....
준희 : (자기 생각에 빠져) 왜-애?
은수 : 넌, 오래 생각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금방금방 생각하고, 말하잖아. 넌.. 오래 생각하는데, 그게 어떻게 틀려...
현실.
준희, 답답해진다. 창가를 보고.
성우, 그런 준희 못보고 앞만 보며, 말하고 있다.
성우 :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렇겠지만, 나두 결혼해 나 닮은 애 하나 낳고 싶었어,
그런데 그때, 엄마말 듣는 순간에 아니다 싶었지. 엄마처럼 모든 일에 바른 분간을 낼 자신, 없어.
준희 : (제 생각만 하는)
성우 : (그런 준희 슬쩍 보고) 무슨 생각해?
준희 : (그 말에 성우 보며) 어머니 연세는 어떻게 되세요?
성우 : ?
준희 : 아버님은, 돌아가셨다고 했죠?
성우 : (준희 보며) 오늘따라 우리집이 왜 그렇게 궁금해?
준희 : 전부터 궁금했어요. 성우선배, 자는 방은 어떨까, 어렸을땐 어땠나, 지금처럼 이뻤나 아니면 나처럼 코도 흘렸나...
성우 : (웃으며) 물론 그랬지.
준희 : 나한텐 궁금한거 없어요? 왜 안물어요?
성우 : 다 물었었잖아. 학교, 어릴때 꿈...
준희 : 그래서 궁금한게 하나도 없어요?
성우 : (잠시) 아니.
준희 : (보면)
성우 : (서글프게 웃는) 너 자는 모습. 난 그게 제일 궁금해. 코는 곯까, 몸부림은 심한가, 바로 자나 아니면 모로 자나...
(그러다 정색하고 농담하는) 자고싶단 얘긴 절대 아니니까 오해하지마. (하고, 웃으며, 차 모는)
준희 : (잠시 생각하다, 무언가 결정을 내리는. 성우 보며) 차 잠깐 세울래요?
씬44. 도로.
성우, 차 멈춘다. 준희 나와 운전석으로 간다.
성우 : (차창내리고, 준희 보며) 왜?
준희 : 자리 좀 바꿔요.
성우 : ?
준희 : 운전하느라 나를 못 보잖아요. 난 선배 많이 봤거든요. 이젠 선배가 나 좀 봐요.
성우 : (준희 본다)
씬45. 번화한 도로(33씬 도로 근처쯤). 어두운.
은수, 차안에서 무언가 생각하며 팔짱끼고 가만히 있다.
그러다, 생각을 마친듯, 옆좌석에 두었던 핸드백을 들어, 그안에서 핸드폰 꺼내서는 전화를 건다.
신호음 가다가 응답기 메시지(5부에서 사용했던) 들린다.
스피커 : (준희 웃는 목소리) 외출했습니다. (은수 웃는 목소리) 우린 정말 정말 외출했습니다. 메모 안하면, 전화 안걸어줘요!
(강아지소리) 컹컹!
은수, 초조하게 응답기 들으며 뭔가 불길한 생각이든다, 핸드폰 끄고, 옆좌 석에 놓고는 시동걸고, 거칠게 차몰아 되돌아간다.
씬46. 현관 앞.
은수, 심호흡하고 벨을 누른다.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은수, 화가나 거칠게 벨을 누른다.
씬47. 준희의 집, 거실+침실. (아무도 없는 어두운)
은수, 거실 중앙에 서서 둘레를 둘러본다. 준희가 없다는게 처참한 기분이다.
강아지, 한쪽에서 죽은 듯 자고 있다, 눈물이 다 날 것 같다. 그러다 고개 들어, 시계를 보면, 11시가 가깝다.
은수, 이 앙다물고 저벅저벅 걸어가침실로 가, 문을 연다. 침실에 아무도 없이 텅비었다.
은수, 눈물이 왈칵 나올 것만 같다, 천천히 침대맡으로 가서는 앉아, 감정 참으려 고개 숙였다고개 드는데, 불길한 예감이 든다.
씬48. 콘도앞.
성우(자는)와 준희(준희가 운전한) 탄 차, 멈춰 선다.
씬49. 차 안.
성우, 자고있다.
준희, 안전 벨트 풀고, 성우, 느낌이 이상해 눈뜨고 말하는.
성우 : (준희에게 무심하게) 어, 미안, 미안. 너무 힘들었나봐, 드라이브하재놓고, 잠만 자고. 미안...
(그러다 둘레 돌아보며) 여기 어디야?
준희 : (차문 열고) 내려요.
성우 : (문득, 낯선 곳에 와 있다는 느낌, 준희 팔 잡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어디야?
준희 : (어두운, 그러나 짐짓 편하게) 나 자는 모습 보고 싶댔죠? 잠만 잘께요. (하고 내리려하면)
성우 : (준희, 팔 잡고) 너 왜 이래?
준희 : (성우, 어둡게 보면)
성우 : 집에 가자. 부인 기다려. 이렇게 감정적으로...이러는 거 아니야.
준희 : (가만 본다)
성우 : 날 만만하게 보는게 아니라면 돌아가자.
준희 : (한숨쉬고, 턱으로 콘도 가리키며) 여긴 내가 힘들 때 곧잘 오는 곳이예요. 은수도 여긴 못와 봤어요.
이 년만에 다시온거예요. 손 때문에 수술 받았는데 잘 안됐죠.
성우 : (준희 본다)
준희 : 오늘 집에 안가요, 내려요. (하고 차 밖으로 나간다.)
성우 : (준희 보는데)
준희 : (콘도쪽으로 걸어간다.)
씬50. 창 밖에서 본 콘도 거실.
준희 소파에 고개 숙이고 앉아있고, 성우, 그 옆자리에 고개 숙이고 앉아있다가 준희 고개 돌려 보는.
씬51. 콘도 안.
성우, 답답한 얼굴로, 눈물 그렁해(그러다 애써 참는) 준희 외면하고 앉아있다.
준희, 눈가 그렁해 고개 숙이고 앉아 어렵게 얘기하고 있다.
준희 : (아주 힘들게, 또박또박) 나도 성우선배처럼 자신했던거 같아요. 말하진 않았지만 머잖아, 우리 이런 감정들이
없어질 거라고... 그래야 옳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만 성우선배도, 나도, 은수도 다치지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성우 : (준희 보는, 걱정스럽다) 알면서, 왜 그래?
준희 : (왈칵 눈물이 솟을 것 같다) 참아지지가 않을거 같아서요.
성우 : (눈가 그렁해 외면한다)
준희 : 어쩌면 성우선배도 은수도 나도 너무 자만하는 건지도 몰라요. 우린 안변해요.
은수가 아무리 기다려도 난 처음처럼 돌아 갈 수 없고, 성우선배가 자신했던 거처럼 선배는 날 잊을수 없을 거예요.
운전한지 오래됐죠? 눈길에서 운전을 하다가 순간 미끌어질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요. 그땐 브레이크를 밟으면 안되요,
엑셀을 밟아 계속 달려야되요, 그래야 다치지 않아요. 우린 셋다 이젠 멈춰 설수도 없지만, 멈춰서도 안되요.
성우 :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준희 못보고)
준희 : (물기 가득한 목소리로, 그러나 애써 참는) 성우선배처럼 나도 무서워요.
은수가 더...다칠까봐, 지금보다 은수를 더 아프게 할거 같아서.
성우 : (아프다) 그러니까, 가자.
준희 : 아뇨.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갈수 없어요. 이젠 내가 결론을 내려 줄 때예요.
돌아갈 수 없어요. 은수에게 돌아갈 수 없다고 얘기해 줄 때예요.
성우 : (걱정스럽다) 준희야.....
준희 : (은수 생각에 맘아픈 이 앙물고) 걔한테 배운게 많아요. 웃는 법, 화내지 않는법, 순리대고 세상보는 법.
(맘 아픈) 하지만 선배는 나한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어요. 이미 너무 많이 상처 받아있고, 너무 약해요.
(결심한 듯한) 은수는 강한애예요. 견딜 수 있을 거예요.
성우 : 니 부인은 니 생각처럼 강하지않아. (준희를 보는)
준희 : (성우 보고)
성우 : 사랑을 하면서 강한 사람은 없어. 사랑을 하면 모두가 약자야. 상대에게 연연하게 되니까, 그리워하게 되니까.
혼자서는 도저히 버텨지지 않으니까. 우린, 모두 약자야.
준희 : (마음 아프게 외면하며, 단호한) 집에 전화해요. 오늘 못들어간다고.
성우 : (준희 본다) !
씬52. 콘도 복도.
성우, 핸드폰으로 전화하고 있다.
성우 : (미안한, 거짓말 하느라 어려운) 일찍 전화드려야 하는데...일 마무리하다 보니까 너무 늦었어요.
영희 : (E, 피곤한, 가라앉은 목소리로) 일을 왜 그렇게 계획없이 해.
성우 : (가만히 있다가) 엄마, 나....집에 갈까?
영희 : (E) 지방이라며? 관둬. 잠 편한데서 자고. 괜히 밤길 오다가 일나면 그땐 더 큰일 이잖아.
문단속 잘하고 자. 끊어. 엄마 많이 피곤해.
성우 : (답답한) 안녕히 주무세요. (전화 끊는다. 그리고는 고개 들어, 방쪽을 본다. 답답하고, 한숨 난다)
씬53. 콘도 주방.
준희, 주방 식탁에서 눈물그렁한 채 자기 생각에 빠져 캔맥주를 마시고 있다. 여러 개 째다.
성우, 안으로 들어와 준희를 찾다가, 주방 쪽으로 눈길이 간다, 준희 모습이답답하다.
준희, 성우 온 줄도 모르고, 맥주를 마시고, 내려놓으면,
성우, 어느새 와서 는 준희손에 들린 맥주캔을 들어, 싱크대에 붓는다.
준희 : (성우 보는)
성우 : (착찹하게 싱크대에 맥주 쏟고, 준희 보고, 나무라듯) 술기운 빌려서 얘기하고 싶어?
술로 말하고, 술로 용기 얻어서 행동하고, 딱 질색이야.
준희 : (외면하고, 또박또박) 잠자는 모습 보여주고 싶었어요. 선배오기전에 자고싶었는데... 저, 술 마시면 잘 자거든요.
성우 : (걱정스럽게 보다) 부인하고, 싸웠어?
준희 : (보면)
성우 : 늦지않았어. (잠시 준희보고 있다가) 오늘 니가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가 뭔 줄 알아?
준희 : (성우 보며) 은수랑 헤어진다는 얘기예요.
성우 : !
준희 : (맘 아프지만, 단호한) 난 걔를 체념시키고 싶어요.
성우 : 니 부인만 체념시키는게 아니라 날 체념시키는 걸 수도 있어. 날, 체념시키고 싶어?
준희 : (성우 깊게 보고) 감정이 그렇게 가벼웠어요?
성우 : !
씬54. 거실.
성우, 준희 나란히 앉아있다.
성우 : (아무말도 할 수가 없다, 눈가 그렁해 있다가, 이 앙다물고) 나 지금 너랑 있다는게 너무 많이 두려워.
(눈물 그렁한) 아침에 널 보내지 않을 수도 있어. 오늘밤이 너를 보내지 않을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얘기야.
준희 : (보면, 아픈)
성우 : (준희 보고, 단호한) 도망 가. 나는 용기가 없으니까 니가 도망가. (외면하고)
준희 : (성우의 양어깨를 돌려 세운다)
성우 : (차마 준희 못보고)
준희 : (맘아픈, 어렵게) 아직도, 몰라요? 도망가기엔 너무 멀리 왔다는거. 성우 선밸 사랑...(하는데 성우, 손으로 준희 입막고)
성우 : (준희 아프게 보며, 단호한) 말하지마.
준희 : (눈가 그렁하다)
성우 : (맘아프게, 눈물나는, 어렵게) 어느 순간에도, 난 널 붙잡진 않을거야. 책임감 갖지마. 안가져도 돼.
그러니까, 아무말도 안해도 돼. (자신에게 하는말) 약속할 수 있어. 난 널 안잡어. 우리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일,
모두 내가 저지르는 일이야. 넌 아무 잘못도 없어. 말하지마.
준희 : (성우의 맘아는, 아프게 눈가 붉어져, 성우 뺨에 한손대고, 지친듯) 아주 오래, 깊이, 잠들었으면 좋겠어요. (성우 안고)
성우, 준희한테 안겨 불안한, 맘아픈 눈빛, 그런 두사람 한 화면에 잡히면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