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병선 기자
"한국 과학발전 기여하고파…,우주인 교체 억울한 측면도…
파일 통째 들고 나오다 잡힌 말레이시아인은 교체 안 돼"우주인 고산(34)씨가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행정대학원)에 진학한다. 이르면 이번 달 미국으로 가서 올가을부터 케네디스쿨에서 학업을 시작한다. 케네디스쿨에서는 각국 인재들이 모여 행정체계 및 정책수립 등을 배운다.
서울대 수학과(학사), 인지과학(석사)을 전공한 고씨는 삼성전자 연구원 시절 우주인 선발에 지원, 3만6206대 1의 경쟁을 뚫고 2007년 탑승 우주인으로 선발됐다. 하지만 고씨는 우주 발사를 한 달 앞둔 2008년 3월 러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우주인 자격을 상실했다.
고씨는 "하버드 케네디스쿨에서 과학기술 정책을 공부한 다음 우주과학 분야는 물론 국내 과학기술 전반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기회가 되면 정부나 NGO(비정부기구)에서 과학기술 정책 수립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나로호를 발사하고 2018년 독자 기술로 우주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구상을 이미 수년 전에 수립했다. 고씨는 "우주산업은 10년을 주기로 판 자체가 바뀌는데, 남들 하던 것을 쫓아가서는 후발 주자인 우리가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본다"고 했다. 이어 "10년 후 우주산업에서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우리만의 강점을 보유한 발사체를 개발해야 한다"며 "현재의 우주개발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우주인 교체의 시련까지 겪은 그에게 우주인 선발에 지원했던 것을 후회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며 "물론 지난 2년간 큰 사건들을 경험해 꼭 인생을 두 번 산 것 같았다"고 했다.
러시아 정부는 고씨가 우주인 훈련 과정에서 '규정에 어긋난 행동을 수차례 했다'며 우리 정부에 교체를 요구했다. 당시의 행동에 대해 고씨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했다. 2007년 하반기부터 그가 러시아로부터 배운 내용은 별로 없었다고 한다. 일주일에 사나흘이나 '자습'하는 일이 빈번했을 정도였다는 것이다.
고씨는 "국민 세금을 250억원이나 들여 우주에 다녀오는 마당에 러시아는 인공위성·로켓과 같은 핵심적 내용을 통역이 제공되는 정규수업 시간에 알려주지 않았다"며 "나 혼자라도 이것저것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러시아어까지 배웠던 것"이라고 했다. 그는 "나 아닌 누구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며 "나보다 먼저 같은 방식으로 우주에 다녀온 말레이시아 우주인은 우주관련 사항을 아예 컴퓨터 파일로 들고 나오다가 공항에서 붙잡혔지만, 우주인 교체까지 당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고씨는 지난 2년간 본인 대신 우주를 다녀온 이소연 박사처럼 전국을 돌며 우주 강연에 나서며 과학의 저변 확대에 힘썼다. 가장 기억에 남은 강연으로 세 곳의 소년원 방문을 꼽았다. 그는 "방문하기 직전까지 그곳 동생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며 "그런데 내가 우주인 교체 과정에서 겪었던 아픈 마음을 풀어놓자 아이들도 좋아했고, 끝난 뒤에는 여럿이 1촌 신청까지 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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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 사회 | 정병선기자 | 관련기사
- ▲ 고산의 꿈은 한국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정책통이 되는 것이다. 우주인으로 선정돼 받았던 러시아에서의 실전 훈련과 우주개발 선진국 미국에서 더 많은 행정 경험을 쌓아 과학정책을 주도하는 리더가 되는 것이 목표다. /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 ▲ 고산이 한국 최초 우주인으로 선정돼 러시아 가가린우주센터에서 훈련받을 당시 모습. / 로이터
우주인 좌절 후 3년
美유학 전 400번 강연… 도화지에 내 그림만 그렸는데
이젠 남의 도화지에도 그림 그릴 수 있다고 생각
첨단은 미래, 미래는 시장
美 싱귤래러티大 창업프로그램 참여
한국에 도입하면 이공계 탈출구 되겠다 생각
'우주인 교체' 이젠 말할 수 있다
"우주비행 방해 안될 정도만 한국인 훈련생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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