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향, 농향, 탄배 세 가지 종류의 청차 시간을 지나
이번 시간은 황차에 대해 배워보았어요.
다심원은 푸릇푸릇한 새 팻말과 함께 봄잎으로 뒤덮여서 한층 푸르러졌어요.
저는 매번 다화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얻고 가는데, 이번에는 붉은 모란과 애기똥풀로 장식되었답니다.
선덕여왕 일화 때문에 모란은 향이 없는 줄 알았는데 향기롭고 진한 꽃내음이 났답니다.
오늘의 다식은 개성주악과 땅콩강정을 준비해봤어요.
개성주악은 하루 전날 택배를 받았는데도 금세 굳어버려서 아쉬웠어요.
원래 개성주악은 하루만 지나도 맛이 변한다고 해요.
그래도 애기똥풀 한 줄기와 장식하니 더욱 운치있어 보이네요.
땅콩강정은 연꽃 그림이 그려진 접시에 담았어요.
이번 시간에는 경상남도 하동의 황차를 내려보았어요.
각각 22년도, 23년도에 생산된 차를 시음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저번 시간처럼 이번에도 팽객들께 차를 대접하는 것과 자사호를 사용하는 것도 연습했어요.
기본적인 차상 세팅이예요.
찻잔을 차판 위에 올린 후 공도배에 물을 붓고, 그 물로 찻잔을 덥혀 줍니다.
찻잎을 개완 혹은 자사호에 담아 팽객들에게 건향을 맡게 해 주는 동안 찻잔의 물을 버려요.
그리고 찻잔의 밑바닥과 가장자리를 한번씩 수건으로 닦아낸 후 원래 자리에 돌려놓습니다.
첫 차를 시음해 볼 때 외에는 전부 팽객들에게 먼저 공도배가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자사호를 사용할 때 주의할 점은,
뚜껑을 닫을 때 바로 닫으면 펌핑이 되면서 부리 구멍을 통해 물이 튀어나갈 수 있어요.
그래서 뚜껑을 돌리듯이 닫아주거나 끄트머리부터 닫아야 합니다.
이때 개완을 사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손잡이를 지난 후 lailai (반시계방향) 방향으로 입구를 따라 나선을 그리듯 닫아주면 멋스럽답니다.
자사호의 물을 공도배에 부을 땐 검지손가락이나 손톱 끝으로 뚜껑 끄트머리나 꼭지를 잡으면 됩니다.
단, 꼭지 구멍을 막아버리면 물이 나오지 않아요.
팽객들이 가고 난 후에는 설거지를 해야하는데,
유약을 바르지 않은 다기나 자사호 등은 세제를 사용하면 성분이 스며들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삶아준다고 해요.
여기서는 임의로 퇴수기를 사용했지만 원래는 그릇을 삶는 냄비같은 게 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공도배에 담은 끓인 물을 잔에 부어 한 차례 헹군 후,
차집게로 찻잔 끝을 잡아 차판에 잔을 비우고, 냄비에서 두 차례 헹궈주고
다건으로 찻잔 안쪽과 가장자리를 닦아서 원래 자리로 돌려놓으면 됩니다.
황차는 35~50% 정도의 반발효차로, 녹차와 홍차의 중간 즈음의 차예요.
살청, 유념, 민황, 건조의 과정을 거치는데 '민황'을 거치는 게 다른 차와의 차이점입니다.
민황(悶黃)은 뜨겁고 습한 천을 널어놓는 등 고온의 증기를 찻잎에 쐬어주는 과정입니다.
이런 황차는 75℃ 정도에서 우리는 게 적절하다는데 저희는 90~100℃에서 우려서 민서씨가 질문을 했는데요.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황차는 홍차의 제다법에 가깝다고 해요.
그래서 저는 황차 맛이 홍차와 비슷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22년도 황차를 우리고 난 후의 엽저예요.
제가 느끼기에는 22년도 차가 좀더 달고 부드러웠어요.
23년도 차는 22년에 비해 화한 맛이 미세하게 느껴졌어요.
1년 차이지만 둘 다 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뜰 이곳 저곳 다양한 꽃이 피어 다채로워진 다심원.
이제 정말 봄이 완연하네요.
첫댓글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비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 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김상현 ‘오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