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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1년 4월 15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10415금] 외규장각 도서 145년 만에 돌아왔지만
외규장각 의궤가 마침내 돌아왔다.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 군대가 약탈해간 지 145년 만이다. 어제 1차 반환 분 75권이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들어갔고, 나머지 225권도 다음달 27일까지 3차례에 걸쳐 모두 돌아온다.
물론 불만은 있다. 우리 것이면서도 완전히 되돌려 받은 것이 아니라 '5년 단위로 임대 갱신'이라는 조건이 붙었다. 그러나 약탈 문화재라고 무조건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현실과, 상대국의 입장을 감안해야 한다. 우리의 국력 신장과 외교 노력, 국민적 열망이 거둔 값진 결실이다.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부는 외규장각 도서 귀환과 일본이 빼앗아 간 조선왕실의궤 등 고서 1,205책의 환수를 계기로 해외유출 문화재를 되찾는 데 더욱 열정을 쏟아야 한다. 문화재 환수는 단순한 역사의 복원을 넘어 우리 민족의 자존심과 정신을 되찾는 일이다.
우선 유출 문화재 현황과 유출경로 파악이 중요하다. 아직 우리는 어느 나라, 누구의 손에 어떤 귀중한 우리 문화재가 있는지 정확히 모른다. 모두 4만점이라는 정부 발표도 공공기관 소장품만을 집계한 것이다. 정부가 전담 팀을 만들어 본격 조사에 나섰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 민간단체와 전문가들과 협조체제를 갖추고 힘을 모아야 한다. 외규장각 도서도 36년 전 프랑스 박물관에서 파지로 분류돼 버려진 것을 박병선 박사가 발견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잊혀졌을 것이다.
외규장각 도서가 협상 시작 17년 만에야 돌아왔듯, 문화재 환수에는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 장기적 전략과 외국의 선례 연구, 국제기구의 활용과 민간외교 등을 통해 하나하나 되찾아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10415금] 제2의 4대강 사업은 안 된다
정부가 2015년까지 20조원을 들여 4대강 지류·지천 정비사업을 벌이겠다고 한다. 22조원을 들인 4대강 사업이 올해 말 끝나면 그에 맞먹는 예산으로 제2의 4대강 사업을 계속하겠다는 것이다. 4대강에 이어 전국 하천에 이처럼 엄청난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정부 발상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예산 낭비의 주범으로 꼽히는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서 우리는 숱한 환경파괴와 수질오염 현장을 목도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천 정비사업에 또다시 큰돈을 쏟아붓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민생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토목공사만 늘리다간 큰 저항에 부닥칠 것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기존의 수질 개선 및 하천 정비사업의 예산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좀더 체계화한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올해부터 2015년까지 국토해양부, 환경부 등 여러 부처가 책정한 예산만 얼추 2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는 4대강 예산을 지류·지천 사업비로 돌린다고 하지만 4대강 본류 관리를 위한 예산도 만만치 않아 사업비는 이래저래 불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 과정이 남아 예산 확정이 안 됐다고 하는 걸 보면 앞으로 지자체 분담금도 그만큼 늘 듯하다. 한푼이 아쉬운 정부나 지자체가 다른 데 쓸 돈까지 끌어와서 벌일 일은 아니다.
정부는 4대강 사업으로 수량이 많아지면 수질이 깨끗해지고 지류의 홍수 피해도 예방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로 흐름이 막혀 수질이 나빠지고 막대한 준설로 홍수 위험이 커진 곳이 적지 않다. 서둘러 지류·지천 정비에 나서는 이유가 4대강 사업으로 악화된 수질 문제와 홍수 위험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하다. 지류부터 순서를 밟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했으면 될 일을 본류부터 하는 바람에 몇배 돈을 들이며 사서 고생하는 꼴이다.
정부는 오늘 대통령 직속의 지역발전위원회에서 하천 정비사업의 기본 구상을 확정하고 6월까지 세부 실행계획을 마련할 예정이었는데 일정을 미뤘다. 여론의 눈치를 살필 일이 아니라 예산 자료를 공개하고 효율성과 타당성을 원점에서 검증받아야 한다. 하천 정비사업은 지역경제에 곧바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지자체와 충분히 협의한 뒤 추진해야 한다. 더욱이 이를 내년 총선과 대선을 대비한 정치적 포석으로 삼으려 해선 안 될 것이다.
[조선일보 사설-20110415금] 서울대가 카이스트 사태에서 느끼고 깨달아야 할 것
서울대가 재학생 중에서 우수 학생들을 뽑아 별도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아너스 칼리지(honors college·우등대학)' 설립을 검토하다 13일 "그럴 계획이 없다"고 부인하고 나섰다. 학교 관계자는 "카이스트 사태 와중에 학생들을 우열(優劣)반으로 나누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공개 거론되는 게 부담스러워 대학본부가 부인하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너스 칼리지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재능과 자기 목표에 맞는 학습과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독립된 단과대를 만들거나 다양한 커리큘럼을 제공하는 것으로, 미국 일부 주립대들이 운영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라도 좀더 우수한 인재를 키워내려는 취지다. 서울대가 세계의 대학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지를 진짜 갖고 있는 대학이라면 이런 계획을 쉬쉬하고 감출 게 아니라 "진지하게 연구해 보겠다"고 했을 것이다.
서울대는 국민 세금으로 40개 국립대에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의 15%인 3000억~3500억원씩을 해마다 갖다 쓴다. 뿐만 아니라 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을 매년 3200여명씩 뽑아 간다. 이런 서울대가 세계 대학평가에서 2009년에 한 번 50위권(47위)에 발을 들여놓는가 했더니 작년엔 다시 109위로 물러났다. 한 해 250명밖에 뽑지 않는 칼텍(캘리포니아공대) 같은 조그만 학교가 노벨상 수상자를 32명이나 배출했다.
요즘 논란의 초점이 돼 있는 서남표 카이스트 총장은 카이스트 학생들이 MIT(매사추세츠공대)만큼 우수하다고 했다. 서울대 학생들도 카이스트만큼, 나아가 MIT만큼 우수하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도 서울대가 MIT나 칼텍과는 비교도 하기 어려운 상태에 머무르고 있다면 분명 무슨 큰 문제가 있음이 틀림없다. 법적 제도나 학교 발전기금의 규모 차이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가르치는 방법과 배우는 자세에 근본적인 허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아너스 칼리지'가 유야무야(有耶無耶)되는 과정을 지켜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것도 같다.
그렇다고 서울대가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이끌어갈 각계(各界)의 지도자다운 지도자를 배출한 것도 아니다. 국회의원의 40%, 고위공무원의 25%, 법조인의 43%가 서울대 출신이란 걸 갖고 최고대학의 지도자 양성의 사명을 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이 서울대에서 자기희생과 헌신과 염결(廉潔)의 리더십을 갈고 닦아 지금 그 자리에 섰더라면 오늘날 우리 정치판과 관가(官街)와 법조계가 이처럼 세상의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서울대는 카이스트의 진통(陣痛)을 바라보며 뭔가 느끼고 깨닫는 바가 있어야 한다. 그것은 목표가 무엇이건 간에 그 목표를 향해 진통을 무릅쓰는 도전(挑戰) 정신이다.
[경향신문 사설-20110415금]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지원도 방해하나
우리는 왜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야 하는가. 북한 정권이 남한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서? 아니다. 북한 정권을 지지해서? 아니다. 김정일·김정은 부자를 좋아해서? 역시 아니다. 북한사람이 지금 굶주리고 있기 때문이다. 동포이자 이웃으로서, 아니 인간으로서 그들의 굶주림을 지켜보고만 있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들짐승이 굶주려도 먹을 것을 준다. 그것이 인간의 도리이다. 그런데 짐승처럼 들풀을 뜯어 먹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눈앞에 두고도 정부는 식량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북한과 국제구호기구는 지난 겨울의 혹한과 이번 봄 가뭄으로 수확량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북한이 40여개국에 식량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미루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최태복 북한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영국을 방문해 “앞으로 두 달이 고비”라고 말했다. 세계식량기구(WFP)는 현지 방문 조사결과를 통해 북한 주민 600여만명이 굶주림에 직면해 있으며 43만t의 식량을 긴급히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남북간 정치적 긴장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식량지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때가 된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는 김정일 정권이 밉다고 기아를 방치하고 있다. 북한이 ‘진정성 있는 대화’, 비핵화를 하지 않는다고,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다고 굶기고 있는 것이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김정일 정권의 잘못에 대해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 보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비인도적 행위이다. 북한 인권을 중시한다는 정부가 인권의 기본인 생명권에는 이렇게 소홀히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인도주의 문제를 대북 압박의 정치적 무기로 이용하는 정부는 북한 인권을 거론할 자격도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식량난이 심하지 않다느니, 내년도 비축분을 챙기느라 엄살피운다느니 하는 확인되지도 않은 이야기로 지원 중단을 정당화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을 다녀온 사람들은 절박한 사정이라고 증언하고 있다. 설사 정부의 추측이 맞는다고 해도 그렇다. 식량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지원해서 굶주리지 않게 하자는 것이지 확실히 굶어죽는 것을 확인한 뒤 주자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덜 굶었으니 더 굶을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 정책이 될 수는 없다. 그런데 말이 안되는 것은 그뿐이 아니다. 자유아시아 방송은 어제 미국이 춘궁기를 맞아 대북 식량지원이 너무 늦지 않도록 이달 안에 지원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한국의 완강한 반대”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기가 막힌 일이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대북 지원까지 막고 있다는 말인가.
[서울신문 사설-20110415금] 믿을 수 없는 금융보안 종합대책 서둘러라
현대캐피탈이 해킹당한 데 이어 농협의 전산망 마비로 금융보안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대캐피탈 고객 42만명의 개인정보가 해킹된 것은 정보통신(IT) 기술의 총아인 금융 네트워크의 치명적인 결함을 드러낸 것이다. 개인의 1급 비밀정보인 금융거래 내역이 언제든지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사생활을 침해당한 개인으로서는 공포스러운 일이다. 농협의 전산망 장애 역시 3000만명의 농협 고객에게 금융네트워크에 대한 깊은 불신을 안겨줬다. 전산망 오류로 은행 업무가 정지된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철저한 원인 규명이 먼저다. 농협은 자체 조사결과 전산시스템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외주업체 직원의 노트북 컴퓨터를 통해 농협 전산망 서버의 운영시스템을 통째로 삭제하라는 명령이 내려지면서부터 시작됐다고 했다. 하지만 농협 측은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누가 그런 명령을 외주업체 직원 컴퓨터에 심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이 수사에 착수한 만큼 일단 지켜봐야 한다.
검찰 수사와는 별개로 이번 사건을 허술한 금융보안에 대한 재점검 및 종합대책 마련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농협은 물론 다른 은행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총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그동안 금융권은 금융보안을 위한 IT 인력 확보와 예산 책정 등에 인색했다. 관심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시중·지방·특수은행을 포함한 은행권 총직원 대비 IT 관련 직원 비율은 2009년 3.0%에 불과했다.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92년 이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은행권 IT 예산 비중도 총예산의 10% 남짓이다. 정보 보호를 지원 업무쯤으로 인식하고 있는 게 현주소다.
금융권은 IT 전문가와 보안전문 인력을 제대로 확충함과 동시에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전산망에 대한 복수 시스템 관리 방식의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현대캐피탈처럼 대부분의 대기업이 자회사를 만들고 아웃소싱해 그룹사 보안을 전담하는 나눠먹기식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점도 숙고해 봐야 한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철저한 점검에 나서는 한편 감독을 대폭 강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10415금] 또 세금 인하하는 스웨덴의 경기 호황
아일랜드 그리스에 이어 포르투갈도 구제금융을 요청하는 등 많은 유럽국가들이 경기침체와 재정적자의 덫에서 허덕이고 있다. 하지만 스웨덴은 얘기가 완전히 다르다. 스웨덴 정부는 올해 4.6%에 이어 2012~2013년에도 예상보다 높은 3% 후반대의 경제성장이 예상된다고 어제 밝혔다. 또 올해는 재정흑자가 예상되는 만큼 각종 근로소득공제 확대, 소득세 면세점 상향, 부가가치세 인하 등 감세도 실시할 방침이라고 한다. 다른 유럽 국가들은 꿈도 꾸기 어려운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스웨덴이 이렇게 된 것은 우연은 아니다. 이 나라는 한 때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이상을 실현한 복지국가로 찬사를 받았지만 그 이면에는 과도한 세금으로 인한 자본의 국외이탈, 기업가 정신 퇴조, 유럽 최고의 실업률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앓아왔다. 유명 스포츠 선수나 뮤지션, 이케아와 같은 기업들이 세금을 피해 해외로 탈출한 일은 너무도 잘 알려진 얘기다.
이런 스웨덴에 변화 바람을 불러 온 것은 1991년 세제개편이다. 평균 60%에 달하던 소득세를 30%로 끌어내리고 간접세를 늘린 것이 골자로 각종 복지지출 축소와 상속세및 부유세를 완전히 없애는 2007년 개혁으로까지 이어졌다. 사회민주당을 대신해 2006년부터 집권한 우파연합의 지속적 소득세인하와 친 기업정책도 지금의 스웨덴 경제를 있게했다. 요즘 스웨덴의 변화를 보면 우리가 가야할 길과 방향도 분명해진다. 포퓰리즘의 독버섯을 한창 만개시키고 있는 한국의 정치는 지금 어떤 길을 선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10415금] 학생들이 공감하는 KAIST 개혁
KAIST 비상학생총회가 '경쟁과 규제 일변도의 교육정책 실패를 총장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총학생회 요구안을 부결시킴으로써 KAIST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연쇄자살을 비롯한 모든 문제가 과도한 개혁에서 비롯된 것처럼 외부에 비치고 있는 것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음을 보여준다. 힘들지만 세계 일류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학생들이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살사건이 잇따르면서 서남표 총장의 개혁조치는 집중포화를 당했다. 국회 교과위 야당 의원들은 해임촉구 결의안까지 마련했다. 잘못된 개혁의 결과를 총장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데 대해 학생들이 "그런 것만은 아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한 셈이다. 실제로 자살한 학생 4명 중 학점미달로 차별등록금을 부담한 학생은 1명이고 연구비 문제 때문에 자살한 교수의 경우 개혁 탓으로 보기 어렵다.
서 총장의 '급격한 개혁조치'가 학생과 교수에게 압박감을 준 것은 충분히 이해된다. 학생은 징벌적 등록금제도와 학사경고 확대로, 교수는 정년보장과 재임용 문제로 각각 불안과 긴장감을 느꼈을 것이다. 서 총장 자신도 KAIST를 세계 일류대학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압박감의 포로'가 돼 소통을 소홀히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소통부족을 이번 사태의 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학가 세계 일류대학의 반열에 오르지 못한 것은 개혁을 외면하고 현실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세계 일류대학 가운데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경고를 하지 않는 대학이 없고 교육강도도 강화되는 추세다. 이 같은 글로벌 추세를 외면하고 학생과 교수 편의에 따라 학교를 운영해서는 일류대학이 될 수 없다. 대학사회에서 KAIST의 지위가 크게 향상된 것은 고강도 개혁의 결실이다. 학생과 교수가 잇따라 자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KAIST의 개혁은 옳은 방향임을 학생들이 증언하고 있다. 대화를 위해 구성된 KAIST 혁신비상위와의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개혁의 기본방향을 유지하되 속도조절을 비롯한 보완책을 강구하는 것이 사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동아일보 칼럼-뉴스테이션/동아논평/정성희(논설위원)-20110415금] 원전확대 시험대 오른 고리원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체르노빌 사고와 같은 7등급 판정을 받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부산 고리원전 1호기가 12일 전기고장으로 멈춰 섰습니다. 원전 운영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번 고장은 가정집에서 두꺼비집이 내려간 정도의 경미한 수준"이라며 15일 쯤 재가동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런 와중에 부산지방변호사회가 12일 부산지법에 고리원전 1호기에 대한 가동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습니다. 고리 1호기는 설계수명이 끝난 노후 원전으로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울산시의회도 의원 전원 합의로 원전확대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하는 대정부 결의안을 발의했고 부산 북구의회도 고리 원전 1호기 가동 중단 및 폐쇄, 신고리 5에서 8호기까지 추가 설치계획 백지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설계수명을 넘긴 원전의 계속운영은 독일을 제외한 미국 프랑스 일본 러시아 등 대다수 나라가 시행하고 있습니다. 설계수명을 넘겨도 안전성에 문제가 없었고 폐로에 따르는 비용 또한 크기 때문입니다. 1978년 상업운전에 들어간 고리 1호기도 설계수명 30년이 지난 2007년 당시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검증을 하고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장운영이 결정됐습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이 설계수명 40년을 10년 더 늘려 연장가동하다 사고가 나는 바람에 고리원전에 대한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고리원전 1호기 재가동 여부는 고장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원자로 안전과 관련이 없는 고장인데도 여론몰이에 따라 폐쇄한다면 국가재원의 낭비와 전력난을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일상적인 고장을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는 한수원의 안전의식이 문제라면 사안의 성격은 달라집니다. 어떤 경우든 투명한 정보공개를 전제로 결론이 내려져야 주민들의 동의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김남중(논설위원)-20110415금] 무상 노동
사람은 노동하도록 만들어진 존재다. 종교의 가르침이 대개 그러하다. ‘일일부작(一日不作) 일일불식(一日不食)’. 일하지 않으면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당나라 때 고승 백장(百丈)스님이 남긴 선가(禪家)의 유명한 규칙이다. 백장스님은 90세의 고령이 되어서도 대중과 함께 일하는 울력에 반드시 참여했다. 제자들이 안타까운 마음에 스님의 농기구를 감추자 이 말과 함께 굶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학명(鶴鳴)선사는 1920년대 내장사에서 반농반선(半農半禪)을 표방하며 노동과 참선 수행을 함께 했다. 노동을 수행의 방편으로 인식하라는 게 불교의 주문인 것이다.
기독교 가르침에서도 노동은 창세 때부터 창조주가 사람을 위해 정한 질서다. 최초의 인간 아담이 살았던 에덴동산, 즉 낙원도 놀고 먹는 곳이 아니라 일하는 곳이며, 아담은 일하는 농부로 창조됐다는 거다. 낙원에서 쫓겨난 다음에도 그 숙명은 바뀌지 않는다. 창세기에 “너는 종신토록 수고해야 그 소산을 먹으리라”고 한 것도 그런 의미란다.
그럼에도 인류의 역사는 노동을 천하게 여기고, 남의 무상 노동을 강제한 오점으로 얼룩져 있다. 노예와 노비, 부역(賦役)이 대표적 흔적이다. 우리만 해도 고조선의 8조법금에 ‘도둑질한 자는 노비로 만든다’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다. 그리스·로마의 장정들은 노동을 노예나 하는 일로 여겼다. 스파르타의 경우 국가의 일상적 노동을 수행하는 노예가 자유인보다 많았다고 한다. 오죽하면 스파르타 교육이 자유인 대상의 군사훈련과 노예 제압 기술이 전부였다고 할까.
부역은 정치 지배자와 피지배층 간, 지주와 소작농 간에 동원된 무상 노동이다. 한설야의 1930년대 작품 『탁류』 3부작 중 『부역』엔 홍수로 무너진 둑을 복구하는 데 소작농들이 지주로부터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공짜 부역하는 묘사가 나온다. 고대국가 체제에서부터 근대까지 부역이 존재했다는 얘기다.
가족 안에서 행해지는 가사·육아·돌봄노동도 대가가 지급되지 않는 무상 노동(unpaid work)이다. 한국 남성의 이런 무상 노동 시간이 하루 평균 1시간 미만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9개국을 조사한 결과다. 이러다 아버지의 존재감이 흔들릴 성싶다. 자칫 남성들에게 ‘가족용 부역’을 강제해야 한다는 소리 안 나올까 모르겠다. 가족용 무상 노동이 곧 가족에게 사랑을 쏟는 행위임은 자명한 일이니 그러지 말란 법도 없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중근(논설위원)-20110415금] 동창회
예부터 동문수학한 사람들 간의 유대는 각별했다. 어린 시절 한 스승 밑에서 학문을 닦으며 세계관을 쌓아간 정이 남다를 것은 당연하다. 세상의 비난에 홀로 맞서며 친구의 허물을 감싸주었다는 관포지교의 주인공 관중과 포숙아도 동문수학한 사이로 전해진다. 조선시대 당쟁의 원말인 붕당지쟁(朋黨之爭)의 ‘붕’은 같은 스승 밑에서 동문수학한 무리를, ‘당’은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모인 집단을 지칭했다. 동문들 간의 유대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 최근엔 Old Boy(OB)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지만, 동창생을 뜻하는 alumus란 말이 라틴어인 것을 보면 로마 때에도 동문끼리 뭉쳐다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동문수학한 사이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진시황을 도와 중국 통일에 이바지한 한비자와 이사는 순자라는 걸출한 스승 아래서 동문수학했지만, 한비자를 죽음에 몰아넣은 것은 다름 아닌 이사였다. 또 손자병법의 주인공 손빈과 방연도 한 스승으로부터 병법을 배웠으나 손빈은 그의 재능을 시기한 방연의 계략에 의해 다리가 잘리는 빈형에 처해졌다. 방연이 끝내 손빈에 의해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것을 보면 동문수학의 정도 복수심이나 현실의 이익에 미치지 못한다.
최근 각종 동창회가 성행하고 있다. 모교와 동문을 사랑하는 마음도 없지 않겠지만, 챙길 이득이 전혀 없으면 그렇게 모임이 잘 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실제 선거철만 되면 동창회는 가장 강력한 후보 지원 조직이 된다. 오죽하면 지난 대선 때 대학 동창회의 활동을 중지시키자는 발상까지 나왔을까. 최근 한 은행은 동문회비를 관리하고 휴대폰 문자메시지까지 보내주는 프로그램을 곁들인 동문회 전용 통장을 신상품으로 내놨다고 한다. 가히 동창회 전성시대라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듯하다.
고려대 총동창회인 고려대 교우회 회장 선거가 이전투구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보도다. 정치인들이 출마해 경쟁하던 터에 전직 총장까지 뒤늦게 가세하면서 자격시비로 송사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동창이자 지난 대선 때 고려대 동문을 결집시키는 역할을 자임했던 천신일씨의 후임 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이어서 더욱 뒷맛이 쓰다. 고려대 교우회는 결속력이 유별나게 강해 호남향우회, 해병전우회와 더불어 한국 사회의 3대 ‘불패의 조직’으로 불린다.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지만, 주변을 보면 이런 행태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동문들도 많다. 동창회가 오히려 모교의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음을 당사자들은 알아야 한다.
[매일경제신문 럼-테마진단/강동수(KDI 거시ㆍ금융정책연구부장)-20110415금] 금리인상 `큰 칼` 휘둘러 물가 잡아야
통화정책은 어렵다. 경제와 관련한 모든 변수를 고려하되 통화당국이 결정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사실상 단기 정책금리 조절로 국한되기 때문이다. 정책금리는 모든 경제활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히 다루어야 할 변수다.
미시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사용되는 재정 지출이나 금융 규제가 작은 칼이라면 거시적 영향을 수반하는 정책금리는 큰 칼에 비유된다. 작은 칼은 용도가 명확하여 목적을 달성하기 용이하고 실수하더라도 그 피해가 국지적이지만, 큰 칼을 자칫 잘못 사용하면 막대한 피해가 예상치 못한 부문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통화당국자는 금리 조정이라는 큰 칼을 사용할 때 제반 여건과 정책 효과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결정해야 한다.
통화정책을 위한 현 상황에 대한 인식은 비교적 명확하다. 금리 방향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고려해야 할 제반 여건이 한 방향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통화당국이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물가를 보자.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 목표 상한선인 4%를 지속적으로 상회할 뿐만 아니라 정부의 전방위적인 물가대책에도 불구하고 매월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임금 상승에 대한 염려로 기대인플레이션율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국내 경기는 세계 경제의 안정적 회복을 바탕으로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고용도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다. 물론 중동과 서아프리카 지역 정치 불안에 따른 원유 가격 상승, 일본 대지진과 원전사고가 초래할 불확실성,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인하여 국제금융시장이 언제든지 냉각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경제 회복세가 둔해질 위험이 상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총수요 압력으로 보나 기대인플레이션율로 보나 당분간 정책금리 상승 기조가 거시경제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하겠다.
이렇게 명약관화한 상황에서 금융통화위원회는 왜 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을까? 무엇보다도 통화정책의 유효성 문제가 지적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확장적 통화정책으로 인하여 세계 금융시장에 유동성이 넘치고 있으며, 이 유동성이 경제 성과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신흥국 금융시장으로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물가 상승을 제어하기 위한 신흥국의 통화긴축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 명목금리차를 확대시켜 신흥국으로 자금 유입을 가속화할 수 있다. 즉 국가 간 통화정책 차이로 인하여 신흥국의 물가 상승 억제를 위한 정책적 노력이 무력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작년 하반기 이후 네 차례 정책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채권 금리가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국내 통화긴축에 따른 총수요 제어 효과가 국제 간 자본이동에 따른 유동성 과잉이라는 통화 공급 요인을 압도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가계와 기업의 변동금리부 대출 비중이 매우 높기 때문에 금리 인상은 비교적 단기간에 총수요를 억제하고 물가 상승을 제어하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따라서 현시점에서 통화정책당국이 취해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금리 인상이다. 그리고 상당 기간 금리 인상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시그널을 줄 필요가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더 오르기 전에 통화당국은 금융비용을 높여서 경제주체로 하여금 절약과 긴축을 유도해야 한다.
미시적으로 개별 품목에 대한 가격 조절이나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한 환율 하락으로 물가 상승을 제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의 최대 불안요인인 물가를 잡기 위하여 금리 정상화라는 큰 칼을 쓸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