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11월 26일 일요일 맑음
“얘들아 빨리 준비하고 나가자”
우리 집 모두가 아침부터 부산했다. 오늘은 가족사진 찍는 날.
그냥 쉽게 된 건 아니었다.
수진이가 캐나다에서 온 김에 찍자고, 경진이는 없는 시간 어거지로 내게 해서 서울에서 끌어 내리고, 충희, 충정이는 싫다는 이발소까지 다녀오게 했지.
그것 뿐인가 ? 일요일에 문을 여는 사진관이 어디 있나 ?
찾다 못해서 운사모 형제님께 하소연했지. 2분회 최광용 형제님. 중부경찰서 옆 골목에서 최광용 스튜디오를 운영하신다.
공교롭게도 내 모교 아산 탕정초등학교 후배님이시라 그 덕에 이야기 하기가 쉬웠지
“우리 집 모든 식구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지금까지 없어요. 이 번 일요일 하루 어거지로 시간을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사진관이 없네. 자네도 일요일은 쉬는 날이고. 바쁜 줄 알지만 어떻게 안 되겠나 ?”
“아이구, 형님 그런 사정이시라면 제가 볼 일 미루고 찍어 드려야죠”
“고맙네. 몇 시면 시간이 되겠나 ? 편리한 시간에 우리가 가지” “11시 경 어떠세요. 그럼 제가 오후에 볼 일을 보죠” “감사합니다. 그 때 봅시다”
내가 운사모를 하면서 덕을 보는 게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복이 많은 거지.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제일 좋은 옷으로 입자” 해 놓고 나도 모처럼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솔질한 구두까지 신고서 나섰다.
차 앞에 서니 식구는 여섯, 산타페는 5인승이다. “충정이는 앞에 엄마랑 같이 타라” “나는 트렁크에 탈래요” “안 돼. 불편해”
그얘 뒤로 탄다. ‘그래, 네 마음대로 해라. 가까운 곳이니까....’
찾기도 쉬웠다. 중부경찰서 바로 옆 골목에 있더라. 주욱 내려서 들어갔지.
먼저 오셔서 대기하고 계시던 사모님부터 뵈었다. 얼마나 귀찮으실까 ?
모처럼 쉬는 날, 스튜디오에 나오시느라 아침부터 서두르셨을 것 아닌가 ?
그래도 밝게 웃으시며 맞아주셔서 고마웠다. “회장님 오셨어요 ?” 광용 형제님이 얼굴을 내미신다. “자 빨리 찍읍시다. 오후에 볼 일이 있으시대매”
스튜디오에 들어섰더니 광용 형제님이 서는 자리를 정해주신다. 나와 안사람이 의자에 앉고 가운데 막내 충정이 그리고 세 남매는 뒤에 서란다.
서는 자세, 손의 모양, 얼굴 기울이는 각도까지 하나하나 자상하게 봐 주신다.
‘사진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전문가의 마음에 들게끔 깆춰지자 자꾸 웃으라고 하네. 후래쉬는 연속해서 터지고, “막내는 등을 펴고, 입 끝을 올려요”
저절로 웃음이 터지도록 자연스럽게 유도를 해 주신다. 웃을 수밖에....
‘그렇지 가족사진은 웃으면서 행복하게 찍어야지’ 그래도 자꾸 “웃어요”하면서 후래쉬를 터트린다. 웃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더라. 나부터도 정말 활짝 행복하게 웃고 싶은데 왜 그리 어색한지, 얼굴이 쫙 펴지게 웃어지지 않더라.
‘이래선 안 되는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을 찍어 벽에 걸어놓고 싶은데....’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는다. 내가 살아 온 과거가 자꾸 투영되나 보다.
하필 오늘 아침 오른쪽 눈에 티가 들어갔는지 자꾸 깜빡거려 신경이 써졌다.
‘안사람과 아이들 모습에서라도 행복이 활짝 핀 모습으로 찍히거라.’
한참을 걸려서야 촬영이 끝났다. 밖으로 나오려는데 “형제들만 남아 봐요”
왜 그러나 했더니, 4남매만 함께 담긴 사진을 더 남겨주시려 하시네.
‘형제간의 우애가 제일이니 이 사진을 보고 서로를 사랑하고 아끼거라’는 뜻의 배려였다. 가슴이 찡하고 고마움이 솟구친다.
넷이서 몸을 맞대고 활짝 웃는 사진을 한 장 더 얻게 된 우리 부부는 그 모습을 보면서 더할 수 없는 흐뭇함을 느낄 수밖에....
“둘째 딸, 언제 출국하나 ?” “ 다음 일요일인데요” “응 그 전에 사진을 완성해서 액자에 넣어주려고,,,,” ‘허 참 저렇게 자상한 분이었나’ 대 만족이었다.
게다가 비용도 재료비만 받는다네. “아니야. 이러면 내가 미안해서 안 돼요. 오늘 사진을 짝어 준 것만 해도 너무 고마운 일인데....”해도 막무가내 손을 젖는다. ‘이 거 고마운게 한 두 가지여야지’ 사진관을 나서기가 미안했다.
어쨌던 숙원 사업은 해결했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경진이는 급한 일이 있다고 서울로 떠난다.
온 식구가 만난 김에 하루 더 있고 싶은데....
그것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