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 남자를 만날 때 계산을 했어야했어
그 남자의 사랑이 어느 정도인지
그 힘으로 내가 버틸 시간은 또 얼마 정도일지
왜 아무것도 보이지않았을까
계산능력이 없었던 걸까
그냥 헤어지는 밤이 싫었지
그와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동무삼아 길 떠나고 싶었지
물었어야 했어
당신도 나와 헤어지는 밤이 싫으냐고
나와 동무하여 길 떠나고 싶냐고
그는 눈부셨고
나는 왜소하게만 느껴졌지
그냥 그의 뒷모습을 바라봐주고 싶었어
그림자가 되어
그의 빈 부분을 채우고 싶었지
물었어야 했어
당신 눈에도 내가 눈부셔보이냐고
나의 그림자가 되어
내 뒷모습을 지켜봐주고 싶으냐고
물어본 적이 없기에
알지못하지만
끝내 물어보지 못하게 되었어
그의 행동으로 미뤄 짐작했고
내 짐작이 맞을까
두려웠으니까
난 혼자서라도 길을 떠났지
구멍 숭숭난 감정 속으로
스며드는 찬바람
뼈 속까지 시리게 해
세월이 지날수록
힘은 떨어지고
몸은 낡아만 가는데
구르는 돌에는 이끼도 끼지않는다 했지
상대적인 것의 허실
함정이었어
살짝 가려 내 눈을 막던 은폐물들
증오라는 이름의
분노라는 이름의 것들
인간은 혼자이고
그저 오고가는 존재인데
무엇을 바라보며 달려왔던거지
난 대체 뭘 버리며 쫓아온거야
오늘은 세찬 골바람 속에 서서
나의 내일에게 손을 내밀고 싶어
미운 정도 정이라 했지
결혼 20년이 되는 그 해에는
그렇게라도 사랑을 만나야 겠어
새파란 이끼로라도 그를 기다려 볼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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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결혼 20주년을 어떻게 맞을까
댓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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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11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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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리 세상살이중 깊은골 한두개쯤 가지지 않은 사람 있을까?골이 깊기에 산이 더 높아 보이고 산이 높을수록 골은 더 깊게 마련이지.모든 매듭은 내가 옭아 매는 것이고 그 매듭은 맨 사람이 풀어야 하는 법.옛말에 쌍가마 속에도 근심은 있다고 했던가?이렇게 20년의 두배쯤 가까이 되는 세월이 흐르고 나면 ..
미움인지 정인지 내가 그인지 그가 나인지 그렇게 두리뭉실 세월속에 내가 묻혀 버리고 말지. 그대의 마음을 읽다보니 아직 젊음이 있음에 샘이 나네.그대의 결혼 20주년에 내 기꺼이 향깊은 와인 한병 보내겠네.향깊은 와인을.....
감사히 받을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