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 구간의 여항산과 서북산을 돌아보며 오래전의 추억을 찾아 봅니다
도심의 불빛 건너
좌촌 마을에 도착해 안내도를 일별하고 여항산 정상을 향해 슬슬 올라갑니다
멀리 빨간 열매가 가득한 나무가 보입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지리산 서운정사에서 한번 본 기억이 있는 일본 목련나무 열매입니다
열매 모양이 아주 특이해서 잘 잊어 버리지 않습니다
주렁주렁 대추나무도 지나고
풀 협죽도도 지납니다. 가지가 대나무처럼 생긴 나무 협죽도는 독성이 아주 강합니다
청산가리의 몇천배가 넘어 나무 젓가락을 만들어 음식 집어 먹다 보면 바로 사망입니다
잔 가지가 대나무처럼, 젓가락 만들기 좋은 나무를 보면 무조건 의심해 봐야 됩니다
징그럽지만 오랫만에 민달팽이도 보고, 떨어진 밤도 주으며
운치 가득한 길을 올라 갑니다
억새와 사촌정도 되는 실새도 구경하고
너무 작게 찍어 구분할 수 없는 꽃도 구경해 가며
꽃은 예쁜 데 이름은 별로인 이질풀
오랫만에 쥐꼬리 망초,
초롱꽃과 닮은 당잔대
초롱꽃은 술이 나와 있지 않습니다
늘씬한 버섯도 보고
향기 좋은 꿩의 다리와 눈 맞추다 보니
정상이 얼마 남지 않은 코바위 입니다
코바위라는 이름을 가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여기서 부터 정상까지는 꽤나 가팔라서 코 조심하라는 말이 아닐까요? ㅎㅎㅎ
또 다시 연보라빛 예쁜 버섯도 구경 합니다.
버섯은 대부분 별 예쁜 것들이 없는 데
오늘은 무슨 날인 지 벌써 두 종류나 보았습니다
봄으로 착각할 만큼 생생한 나무 이끼
정상아래 백여미터 아래서 부터 조금 가파릅니다
바위도 많고
길도 많이 거칩니다
며느리 밥풀과 눈 맞추고 나니 벌써 정상아래 안부 입니다
이 곳도 오래전에는 로프였는 데 계단으로 대체 되었습니다
잘생긴 소나무와 인사하고
Stairway to heaven(레드 제플린 https://youtu.be/D9ioyEvdggk) 노래가 생각나는 계단을 따라
정상에 도착합니다
아래로 좌촌 마을 논들과 봉성저수지가 그림같이 펼쳐 집니다
멀리 진동 앞바다도 보이지만 연무로 흐릿합니다
둔덕마을 넘어로 지리산 능선과 천왕봉이 보였는 데 역시 연무로 보이지 않습니다
다시 안부로 돌아와 잠시 쉬다가 길을 이어 갑니다
바위로 이루어진 여항산 정상 부분
서북산으로 이어진 낙남정맥길은 흙과 바위가 반복해서 나타나고
귀바위를 바라보며
그 넘어 능선길도 바라봅니다
둔덕마을
귀바위로 넘어가는 길은 금지 시키고 계단으로 대체해 놓았습니다
돌아와서 바라보니 예전 기억이 살아 납니다
전혀 금지할 만한 로프 구간이 아닌 데 왜 금지를 시켰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곳을 금지 시킨다면 북한산과 도봉산, 서울의 산 대부분은 금지 시켜야 됩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귀바위
여양리가 바라보이는 전망대에서 잠시 요기하고
또 다시 발레리나처럼 멋진 버섯을 만납니다
좋은 카메라이면 더 멋진 모습을 담을 수 있을텐 데 조금 아쉽습니다
마당바위에 도착해 건너편 서북산 능선을 바라봅니다
이 곳 마당바위는 곽덤(상자같은 덤;돌무더기) 바위로 불리웠는 데
미국넘들은 갓뎀 (goddem, 순한 뜻으로 제기럴, 강한 뜻으로 천벌 받을) 산으로 불렀답니다
낙동강전투의 최전선인 이 곳 서북산 능선은 미군과 중공군과의 격전지로도 유명합니다
미군과 중공군간의 고지 쟁탈이 스무번 정도씩 일어 났으니
많이 사망한 미군의 입장으로는 제기럴 산이 되었겠지요!
멀리 서북산 능선을 향하여 슬슬 걸어 갑니다
별천 마을 갈림길에서 갈까 말까 망설입니다.
한 삼십여분 걷는 노력의 댓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예전 기억으로는 여항산에서 뻗어있는 멋진 능선이 잘 조망 되었는 데
요즘 어지간한 산들은 나무가 자라나 조망이 거의 없는 것을 생각하면 ...
문득 백척간두 진일보 라는 말이 생각납니다.
벼랑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는 것 ... 그 것에 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겠지만
어째튼 삼십여분의 수고를 아끼지 않습니다
순한 길을 따라
서북산에 도착합니다
널찍한 헬기장의 기억은 있고
호랑나비 한마리도 구경하지만
기대했던 조망은 보지 못하고 나무가지 틈을 비집어 겨우 바라봅니다
넘어가서 감제고개에서 별천 마을로 빠질까 생각했지만 이번에는 쉬운 쪽을 택합니다
또 달걀처럼 예쁜 버섯 만나고
별천마을 쪽으로 내려갑니다
올라갈 때처럼 가파르고 미끄러워 스틱을 사용합니다
물봉선
고마리
쥐손이풀
이싹여뀌
쉼터에서 좌측 둘레길로 내려오니 온통 거미줄 입니다.
별천계곡 상류 - 오염원이 없어 아주 깨끗합니다
시원한 물로 열기를 식히고
계곡을 따라 내려옵니다
떨어져 가는 배롱나무 꽃을 바라보다
문득 처음 배롱나무 이름을 알았던 남도쪽 가족 여행이 생각납니다
시간이 제법 오래되어 애들은 기억 하지 못하겠지만 ...
꽃범의 꼬리
설악초
참취
자귀나무 열매
금계국
별천계곡 물놀이장
6.25 격전지임을 알리는 함안군민비를 바라보며 여정을 마칩니다
가을의 시작
한 낮의 열기속 배롱나무 꽃
떨어지며 어느 여름날도 떠나가네
흰구름 떠도는 푸른 하늘,
뜨거웠던 능선 수 놓은 기억은
서늘한 바람에 씻겨가도
지난 봄 연초록 눈부시던 느티나무
잎새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고
영영 소식 없는 그대 그리는 나는
오늘도 단심의 배롱나무 아래서 기다리네
첫댓글 아... 여기는 민달펭이가 있네요~ ㅎㅎ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