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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초에 극명하게 갈린 운명. 조성환을 거르고 택한 이대호였지만 결승 3점포로 승부를 결정지었습니다. |
그리고 볼카운트 1-1에서 정재훈이 던진 바깥쪽으로 낮게 떨어지는 변화구의 궤적을 따라 흐르던 공은 이대호가 힘차게 어퍼 스윙으로 휘두른 방망이의 ‘스위트 스팟’과 정확히 충돌했습니다.
둥근 공과 둥근 방망이가 만나는 7mm 지점의 찰나의 접촉. 그리고 순간 180도 방향을 선회한 무게 148g의 하얀 공은 잠실벌 밤하늘을 100여 미터를 날아가 좌측 관중석에 꽂혔습니다.
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던 공의 흐름. 그리고 4-1.
그렇게 단 한 번의 스윙으로 이대호는 2010시즌 최강 타자의 면모를 다시 한 번 과시하며 자이언츠를 2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이날 9회까지 조성환은 2안타 1볼넷의 활약이었고, 이대호는 4타수 무안타에 삼진 1개, 땅볼 2개로 침묵했습니다. 처음엔 이대호까지 거르고, 만루 작전인가 싶었습니다. 아무래도 부상으로 결장이 길어 타격 감각이 떨어지는 홍성흔을 상대 하려는가 했습니다.
그러나 정재훈과 이대호는 곧바로 승부에 돌입했고, 또 한 번의 잊기 어려운 포스트 시즌의 드라마가 펼쳐졌습니다.
베이스도 1회말부터 시작해 수차례 기회가 있었지만 중심 타선이 침묵하며 아쉬운 패전이었습니다. |
1회 말 사도스키는 제구력이 잡히지 않아 불안했습니다.
이종욱의 안타에 이어 오재원의 몸에 맞는 공으로 무사 1,2루. 기선 제압의 절호의 기회에서 3번 고영민의 번트 실패에 이은 삼진은 두산에겐 실망이었지만 그래도 김현수-김동주-최준석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자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쩜 이날 가장 큰 판정이 나옵니다.
김현수와 승부 볼카운트 2-2에서 사도스키는 몸 쪽 떨어지는 유인구를 던졌습니다. 미리 칠 작정을 했던 김현수는 힘들게 배트를 멈췄습니다. ‘체크 스윙’의 기준은 스윙의 의도 하에 손목이 돌아갔느냐는 것,
그러나 순간 지체 없이 구심의 스윙 판정이 나왔고, 김현수와 코칭스태프까지 항의를 해봤지만 이미 삼진이 선언된 후였습니다.
방송국에서 다시 본 느린 그림으로는 김현수의 몸동작이 크기는 했지만 손목이 돌기 전에 방망이를 멈춘 것 같아 보였습니다. 그러나 순간적인 미세한 손목 돌림은 바로 앞에서 본 심판의 판정을 믿을 수밖에요. 가장 어려운 판정 중의 하나인데다, 그것이 야구니까요. 야구는 '느낌과 흐름의 경기'이고 심판이 가장 정확하다는 믿음 안에서 진행되는 경기입니다. 6회말 홈에서 태그 아웃당한 양의지처럼, 때론 어느 쪽으로든 아쉬움이 남지만 말입니다.
큰 산을 넘어 투아웃 후 사도스키는 조심스런 피칭으로 김동주를 걸어 내보냈고, 그리고 만루에서 최준석을 바깥쪽 휘어나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으면서 초반 큰 위기를 벗어났습니다. 주자를 3명 내보냈지만 역시 3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잡으면서 말입니다.
투지있고 완급 조절이 뛰어난 피칭을 보인 김선우는 7회를 비자책점 1점으로 막았지만 베어스의 패전까지 막지는 못했습니다. 좀처럼 경기 중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김선우지만 이날은 달랐습니다. |
그러나 김선우는 계속된 만루 위기를 가르시아 삼진과 전준우 땅볼로 벗어나며 추가 실점을 주지 않았습니다. 5,6회도 무난히 막았고 7회에는 2사 후에 1,3루의 위기에 몰렸지만 김주찬을 삼진으로 잡고 7회를 마쳤습니다. 7이닝 동안 비자책점 1점이 내준 점수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7회 말, 사도스키가 내려간 가운데 베어스는 선두 9번 임재철의 안타를 시작으로 결국 동점을 뽑았습니다. 이종욱의 안타에 이어 오재원의 희생 번트로 1사 2,3루. 마운드에는 배장호, 강영식에 이어 4번째 투수로 전날에 이어 다시 마운드에 오른 임경완.
그는 대타 이성열의 투수 땅볼을 성급히 잡으려다 너무 일찍 글러브를 닫으면서 공이 맞고 튀어나갔고, 내야 안타로 기록되며 동점을 내줬습니다.
계속 안 풀리던 베이스가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던 이 절호의 기회에서 타석에 선 김현수는 그러나 1루 땅볼을 쳤고, 3루 주자 이종욱이 홈에서 잡히고 말았습니다. 1회에 이어 1,3루의 기회 무산, 이어서 김동주는 헛스윙 삼진.
임경완은 1차전 김사율에 이어 두 경기 연속 불펜 구원승을 장식했습니다. |
반면 정재훈은 이틀 연속 결승 홈런을 맞는 불운의 사나이가 됐습니다. 이대호가 친 공이 관중석에 떨어지는 순간 2001년 양키스타디움 마운드에 주저앉았던 김병현의 모습이 오버랩 됐습니다.
3차전은 홍상삼과 장원준의 대결이 될 가능성이 높지요.
베어스로서는 홍상삼이 작년에 보여줬던 ‘자이언츠 킬러’의 능력을 다시 보여줘야 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으로 너무 긴장하고 위축되고 쫓기는 듯한 침체 분위기를 벗어나야 하는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우선은 중심 타선이 깨어나야 합니다. 고영민-김현수-김동주-최준석은 2차전에서 15타수 무안타였습니다. 배수의 진을 칠 것도 없이 오히려 편안하게, 잃을 것이 없다는 심정으로 가진 능력을 발휘하면 여전히 시리즈는 흥미롭게 이어질 수 있습니다.
반면 자이언츠는 세 번째 경기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빨리 다음 라운드를 위한 휴식과 준비를 하려는 의도가 당연합니다.
야구는 '분위기와 느낌의 경기'입니다. 두산의 뚝심이라면 한 번의 반전을 이루어내면 그것이 두 번, 세 번의 반전으로 이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자이언츠는 최소한 단기간인 3연승으로 마치려 할 것은 당연합니다.
사직 구장으로 옮겨 벌어질 3차전 역시 1,2차전 못지않은 명승부를 기대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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