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불서(佛書)
『오체투지 : 매일 천 배를 하는 경혜의 절 이야기』
주윤식
그래서 하늘이 준 운명을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바꿀 수만 있다면……. 바꾸어보고 싶었다. 내 의지대로, 내가 원하는 삶대로, 그래서 할 수 있는 데까지, 내가 하다가 죽는다 해도, 차라리 죽음을 선택할지언정, 나의 의지에 의한,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다.
― 『오체투지 : 매일 천 배를 하는 경혜의 절 이야기』에서 인용.
내가 『오체투지』를 읽은 건 10여 년 전 법등 스님의 권유에 의해서이다. 도리사에서 친견한 법등 스님은 내게 『오체투지』를 건네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교육감에게 선물로 건넨 책인데 교육감이 이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마지막 장까지 읽지 않을 수 없다고 합니다. 재미도 있었거니와 감동이 컸다고 합니다. 불자라면 일독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의 겉장에는 정숙한 외모의 숙녀가 법복을 입고서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집으로 돌아온 뒤 나는 『오체투지』의 첫 장을 넘겼다. 나도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한경혜 씨의 이야기에 빠져 책장을 넘기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책의 내용인즉슨 아래와 같았다.
돌이 갓 지나서 뇌성마비라는 진단을 받고 시한부 삶을 살아야 하는 아이가 있다. 아이는 일곱 살 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성철 스님을 찾아간다. 성철 스님은 아이에게 “네 몸을 건사하려거든 매일 천 배를 하라”고 일러준다. 성철 스님의 지시대로 아이는 매일같이 천 배를 한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소녀가 되고, 숙녀가 된다. 22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천 배를 한 것이다. 살아야겠다는 의지로, 부처님께 올리는 간절한 비원(悲願)으로 한경혜 씨는 스물두 살 때는 만 배 백일기도를 올린 끝에 구경각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중에는 15박 16일 일정의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한다. 그녀는 업보처럼 타고난 질병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물론이고 그토록 꿈꿨던 화가가 되기 위해 홍익대학교에 입학해 석사 과정까지 마친다. 대한민국 미술대전에서 2번의 특선과 5번의 입선을 했고, 경남 진영에 작가의 집을 열고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다.
책장을 덮는 순간 나는 타고난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꿈을 이룬 그녀에 대한 경외감이 밀려왔다.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하는 회의감도 동시에 밀려왔다. 불교가 일신교와 다른 점 중 하나는 자신이 타고난 불성(佛性)의 씨앗을 발견해 내성(內省)의 정진(精進) 끝에 일시성불(一時成佛)의 불과(佛果)를 이룬다는 것이다. 내성의 정진에는 사경, 염불, 기도 등 다양한 수행이 있을 것이었다. 나도 한경혜 씨처럼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승자가 되고 싶었다.
며칠 뒤 나는 다시 법등 스님께 찾아가 108만 원이 담긴 봉투를 건네면서 말했다.
“큰스님, 좋은 책을 선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오체투지』를 읽을 수 있도록 큰스님께서 이 돈으로 108권을 사서 선물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말끝에 나는 법등 스님께 절을 올리는 영험에 대해 물었고, 법등 스님은 내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불교의 모든 수행은 직접 체험해보지 않고는 그 영험을 알 수 없습니다.”
법등 스님의 말씀을 듣고서 나는 도리사에서 108일간 천 배를 올려야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법등 스님의 상좌인 묘장 스님이 쉴 방을 안내해준 것은 물론이고 부처님 전에 절을 올리는 방법을 상세하고도 자상하게 일러주었다.
원력대로 나는 매일같이 부처님 전에 천 배씩 올렸다. 그사이에 도리사를 감싸고 있는 태조산에는 신록(新綠)이 돋고 녹음(綠陰)이 우거졌다. 날이 더워지는가 싶더니 선원에서 하안거를 마친 스님들이 법등 스님에게 인사를 오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 1주일 동안은 천 배를 올리고 나면 다리가 휘청거릴 만큼 힘에 겨웠던 게 사실이다. 신비로운 사실은 몸이 무거워질수록 마음이 가벼워졌다는 것이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 몸과 마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 1개월 정도 지나자 낯빛부터 자비로운 인상으로 바뀌었다. 108일의 마지막 날, 천 배를 올리면서 나는 한경혜 씨가 왜 책 제목을 『오체투지』로 했는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오체투지(五體投地)란 자신을 무한히 낮추면서 양 무릎과 팔꿈치, 이마 등 신체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하는 절을 의미한다. 한경혜 씨에게 절을 올리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살리는 것인 동시에 자신의 꿈을 이루는 것이었다.
선가(禪家)의 공안(公案) 중에는 ‘향상일로(向上一路)’가 있다. 향상일로란 끊임없이 위로 오르는 길을 일컫는다. 그런데 한 스님이 “향상일로란 어떤 겁니까?”라고 물었을 때 계성(繼成)선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래로 내려오면 그것을 체험할 수 있을 걸세.”
정신을 드높이고자 한다면, 가장 낮은 자리에 임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을 나는 『오체투지』를 통해 깨달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나는 108일 동안 천 배를 올리면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높이 올라가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을 체득할 수 있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_()_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
감사합니다 ♡❤💛
거룩하시고 大慈慈悲하신 부처님 慈悲光明이 비춰주시길 至極한 마음으로 祈禱드립니다. 感謝합니다.
成佛하십시요.
南無阿彌陀佛 觀世音菩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