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에서는 오전에 놓아주었으나 제주도에서 올라올 때 항공편을 이용했으니 차량이 없습니다. 차량이 없으니 어디를 간다는 것이 모두 막막하게만 느껴집니다. 김포공항까지 가는 것은 공항버스가 있으니 공항버스타는 곳까지만 가면 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택시를 타고 미금역으로 갔는데...
미금역 공항버스 정류소는 늘 봐왔던 북적거리는 버스정류장 그 근처가 아닙니다. 택시기사조차 그 장소를 알지를 못하니 일단 미금역에 내렸으나 공항버스 정류장 찾는데 30분 소요. 그렇게 30분을 더 기다려 공항버스가 왔으나 예약제라서 예약을 안했으면 탈 수가 없답니다.
시절이 또 이렇게 앞서가버렸구나... 돌이켜보니 선박이나 항공 외 대중교통 이용해본 지가 십 수년도 더 된 것 같습니다. 이런 시행착오야 얼마든지 감수하겠지만 아직 몸회복이 안된 태균이에게 미안한 일입니다.
그렇게 12시 5분 공항버스를 놓치고 그 다음 버스를 부랴부랴 예약하려하니 1시 25분. 택시타기에 잠깐 마음이 흔들렸지만 비용도 비용이지만 다음 번을 위해 전철을 타보기로 했습니다. 전철타는데 표를 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음식물쓰레기 버리는데 교통카드가 꼭 필요해서 (교통카드로 쓰레기버리는 비용을 지불합니다) 충전된 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도 차 안에 놔두고 온 듯 합니다. 충전이 안된 카드만 있어 어찌어찌하여 기계에서 충전을 시킨 후 전철탑승지에 입성완료.
타고보니 좌석이 있어서 태균이부터 앉힐 수 있어 어찌나 다행인지. 태균이 그래도 힘든지 좌석끝 봉에 머리를 기대어 잠이 듭니다. 역을 통과할수록 전철에서의 좌석 차지하기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그 현장들이 그대로 보입니다.
미금역에서 신논현역까지 와서 환승, 김포공항행 9호선을 타는데 아 여기서 또 급행과 완행이 나뉘니 이것도 잠시 혼동이 되서 급하게 기다리는 사람에게 물어보는 촌스러움 연발. 대부분 아이팟이나 이어폰을 끼고 있으니 질문을 던지는 것도 어찌나 실례인지. 날아다니고 있는 세상흐름에 혼자 리어커끌고 다니고 있는 듯한 느낌.
김포공항가는 길은 그야말로 고행 그 자체였지만 다음 번에는 훨씬 잘 할 수 있을겁니다. 태균이에게 계속 미안한 마음, 9호선 타고 올 때도 하는 수 없이 임산부좌석에 앉혀서 오는데 누군가 영상을 찍어 고발할 것 같은 느낌. 덩치가 산만한 청년을 임산부 좌석에 앉히고 엄마는 아들 얼굴쓰다듬으며 밀착으로 서있으니 이게 무슨 황당한 상황? 가끔 대중 속으로 걸어들어가 우리가 연출하는 풍경을 그들이 본다면 암튼 평범한 상황은 아닐 듯 합니다.
우리의 십 수년만의 대중교통 이용기는 그야말로 미국가는 것보다 더 힘든 여정이었습니다. 문득 영하 10도 이하 날씨에 캐나다 나이아가라 호텔에 마지막 밤을 보냈던 기억이 납니다. 심부전 진단과 치료를 멀리 캐나다 토론토 요크병원에서 받고 며칠 입원했다 퇴원한 후 다음날 비행기타기 위해 나이아가라 지역 호텔에 머물게 되었는데...
시간이 남아 나이아가라 폭포라도 눈으로 보라고 했더니 부득불 밤늦게 카지노 놀러가자고 성화. 날씨는 춥다못해 얼어붙을 지경인데 태균이도 정말 대단한 체력과 정신력이라고 그 때 생각했습니다. 얼마 놀 지도 못하고 추운 날씨에 산책 정도 한 셈이 되었지만 그 때의 표정을 영원히 잊지 못합니다. 그 때 그 얼굴 표정과 많이 겹칩니다.
그야말로 우여곡절 끝에 공항에 도착, 서둘러 항공권을 예약하고 발권하고 나니 갑자기 태균이가 보이질 않습니다. 당황한 마음에 화장실갔나싶어 기다려봐도 나타나질 않고... 안되겠다싶어 공항 여기저기를 찾아보니 엘베 옆 쪽 구석진 좌석에 앉아 쉬고있습니다. 딱한 녀석... 이제 탑승만 하면 되니 험란한 여정은 거의 끝나갑니다.
제주공항에 내려 주차장까지 조금 걸어야하지만 우리의 차가 주차되어 있으니 그 다음부터는 순항입니다. 태균아 조금만 더 힘내! 태균이도 태균이지만 남겨놓았던 두 녀석들도 빨리 거두어야 합니다. 조금더 세월이 가면 한녀석도 돌려보낼 수 있고... 태균이와 제 삶에 충실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 짧은 여정에도 크게 다가온 험란함만큼 생각도 많았습니다. 삶을 단순화시켜야 겠습니다. 왔다갔다 비행기 안에서 그 짧은 시간에도 거의 내용읽기를 마친 책 한 권, 이런 책을 빨리 쓰고싶습니다. 저는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균이를 통해 얻은 지식들은 이제 정리를 해야 할 때입니다.
첫댓글 고생 엄청 하셨습니다.
태균씨 회복도 덜 된 상태에서 최선을 다해 컨디션 조절하는 모습 감동스럽습니다.
대표님도 고생 많이 하셨으니 이젠 평안하게 일정을 소화하시길 빕니다. 🙏🙏🍒
수고하셨네요 태균군 건강도 챙겨야하는 태균맘
제 마음이 짠하네요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