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미션 카운슬러] <36> Q : ‘다빈치 코드’는 사실인가 왜곡인가?
허구·망상 조합된 추리소설… 변증교육 강화해야
입력:2024-06-20 03:04
소설 다빈치 코드의 작가 댄 브라운과 그의 책 다빈치 코드 표지, 론 하워드 감독의 영화 다빈치 코드 포스터(왼쪽부터). 국민일보DB
A : 미국 소설가 댄 브라운이 쓴 ‘다빈치 코드’는 2003년 출간 직후 8000만부 넘게 팔린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는 2006년 상영됐다. 원작과 영화가 예수의 신성과 복음서의 권위를 부정하기 때문에 비기독교인은 환호한 반면 복음주의 크리스천들은 믿음의 근거를 상실할 것 같은 혼란에 직면했다. 소설 ‘다빈치 코드’는 철저한 고증에 입각한 것인가 아니면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인가.
이 추리소설은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장이 살해되면서 시작된다.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 예수의 신성을 부정하는 증거들을 암호로 남겼다. 남녀 주인공이 암호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시온수도회’와 ‘바티칸’은 대립각을 형성한다. 시온수도회는 그리스도의 혈통을 보호하려고 하고 바티칸은 죽이려고 한다. 아이작 뉴턴, 빅토르 위고,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시온수도회 비밀회원으로 둔갑된다. 저자는 다빈치가 ‘모나리자’와 ‘최후의 만찬’ 등의 그림에 어떤 단서들을 암호로 숨겨놨다며 상상력을 자극한다. 개신교, 가톨릭 그리고 정교회까지 비판했던 다빈치 코드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가.
허구·거짓정보가 사실처럼 오인
첫째로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사실과 무관한 추리소설이다.
그런데도 브라운은 철저한 고증과 연구를 토대로 소설을 썼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거짓 정보와 망상은 대중에게 사실로 각인된다.
그는 시온 수도회가 1099년 설립돼 그리스도의 혈통을 지키는 비밀 조직으로 묘사한다. 그러나 진짜 시온수도회는 서민의 주택에 대한 권리를 보호할 목적으로 피에르 폴랑타르(1920~2000)가 친구들과 함께 1956년 설립한 것이다.
또 아이작 뉴턴(1642~1726)과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는 출생 연대를 고려할 때 비밀결사체의 요원이 될 수 없다. 이 소설은 사실에 기반한 소설이 아니라 허구와 망상이 조합된 것이다.
신약의 정경화 과정도 왜곡
둘째로 저자는 신약성경의 정경화 과정을 승자독식 구조로 이해한다.
그에 따르면 약 80개의 복음서들이 있었지만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영향력으로 4개의 복음서만 신약성경에 포함됐다. 그는 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325년경에 열린 니케아 공의회에서 예수의 신성을 선언하면서 그에 반대되는 모든 자료를 없앴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역사왜곡이다. 예수의 신성에 대해 아타나시우스(?~373)와 아리우스(250~334)는 다른 견해를 가졌다. 공의회는 300대 2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성경과 사도들로부터 전해받은 예수의 신성을 재확인했다. 성서 사본학의 권위자 브루스 메쯔거(1914~2007)에 따르면 정경은 특정 개인이나 공의회가 만든 것이 아니라 정경 스스로 교회 내에서 지위를 확보한 것이다. 교회가 정경을 결정한 것이 아니라 사도적 신앙이 정경을 인식했을 뿐이다.
‘성육신 부정’ 영지주의 옹호
셋째로 저자는 영지주의 문헌인 도마복음이 복음서보다도 훨씬 앞선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적 예수 연구의 권위자인 크레이그 에반스 교수에 따르면 1945년 이집트의 나그함마디에서 발견된 도마복음은 4복음서보다 훨씬 늦은 주후 200년경에 나왔다. 초대교회가 영지주의적 문서들을 배제한 것은 사도적 가르침과 다르기 때문이었다.
플라톤의 이원론에 입각한 영지주의는 물질을 악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성육신을 부정한다. 그러나 사도 요한은 성육신을 부정하는 것은 적그리스도의 영이라고 비판했다.(요일 4:3) 그러나 댄 브라운은 도마복음과 음모론을 통해 정통적인 기독교 대신에 영지주의적 기독교를 지지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예수가 원래 페미니스트였으며 지도권을 막달라 마리아에게 줬다고 주장한다.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에서 원래 예수의 오른편에 앉은 사람은 요한이 아니라 마리아라고 본다. 막달라 마리아를 중심으로 극단적인 페미니즘과 신비한 여신 이미지를 덧붙인다.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주장은 어떤 성경적 역사적 근거도 없는 허구다.
한마디로 다빈치 코드의 토대는 포스트모더니즘, 영지주의, 페미니즘이다. 그리고 대중의 반감과 음모론을 악용해 성경의 권위와 예수의 신성을 부정했다. 소설 다빈치 코드과 영화를 반박하는 서적들이 출간됐지만 오히려 저자가 노린 음모론과 노이즈 마케팅으로 일반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교리·변증교육 강화에 힘 모아야
거세지는 반기독교 문화 속에서 복음주의 기독교인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목회적 차원에서는 교리와 변증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벧전 3:15)
문화적으로는 다양한 복음전파 수단들, 즉 문학 영화 신문 등을 통한 연구를 더욱 강화시키는 데 마음과 힘을 모아야 한다.
누가복음에 충실한 CCC(대학생선교회)가 제작한 영화 ‘예수(1979)’가 전 세계 2억명 이상의 회심자를 낳았다고 한다. 이 영화는 내년에 애니메이션으로 새롭게 제작·상영된다. 찰스 스펄전의 말처럼 복음과 진리를 사자처럼 이 세상에 더 많이 풀어놓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김기호 한동대 교수·기독교변증가
믿음을 키우는 팁 - 다빈치 코드 깨기 (어윈 루처 지음·규장)
저명한 성경교사인 저자는 허구를 증폭시키고 진실을 왜곡하는 다빈치 코드를 예리하면서도 쉬운 문체로 분석해낸다. 포스트모더니즘, 영지주의, 페미니즘으로 왜곡된 기독교의 진리를 다시 점검하게 하는 책이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18709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