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크와 혼동 쉬운 척추관협착증
신경성형술로 수술 어려운 노인에 희망
-고도일병원 제공-
나이 들어 척추 신경이 지나는 통로가 좁아지면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당기는 증상이 나타난다.
3년쯤 전인가. 허리가 아프고 양쪽 다리가 저리기 시작했다.
걷기가 힘드네 싶을 때도 간간이 있었다. 나이 탓이겠지 하고 물리치료만 받으며 버텼다.
5개월 전, 급기야 걷는 게 불가능할 정도가 됐다. 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봤다.
문제는 다리가 아니라 척추였다. 당장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전영진(가명)씨는 75세. 고령에다 고혈압, 당뇨병을 20년 동안 앓고 있었다.
전신마취 수술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의료진은 수술 대신 척추에 가는 관을 넣어 약물을 주입했다.
이후 전씨는 점점 나아졌다. 지금도 병원을 다니긴 하지만 하루 30분 산책을 즐길 수도 있게 됐다.
척추관협착증은 디스크와 다른 병
전씨가 잘 걷지 못하게 된 원인은 척추 신경이 지나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겼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특별한 계기 없이도 척추뼈가 노화하고 주변 인대나 관절 부위가 두꺼워지면서
척추관이 점점 좁아지게 된다.
심해지면 전씨처럼 척추관협착증이 생길 수 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병이라 추간판탈출증(디스크)와 혼동하기 쉽다.
디스크는 척추의 뼈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추간판 일부가 빠져 나와
신경을 누르면서 통증이 생긴다.
허리 디스크 다음으로 많은 척추 질환이 바로 척추관협착증이다.
두 병은 증상도 좀 다르다.
디스크는 오래 앉아 있거나 몸을 굽힐 때 허리가 아프고, 누워서 다리를 들면 통증이 느껴진다. 이에 비해
척추관협착증은 주로 걸을 때 다리가 당기거나 저리거나 욱신거린다.
"디스크는 젊은이에게, 척추관협착증은 노인에게 많이 생기는 편인데,
최근엔 40대 이상의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도 척추관협착증이 증가 추세라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초기에는 약을 먹거나 물리치료만 받아도 나아진다.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조금 아플 땐 참으며 치료를 미룬다.
시간이 지난 뒤 통증을 견디기 힘들어 병원을 찾으면 이미 병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집안 어른들 중
허리 아프다 다리 저리다 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걷거나, 걸을 때 아파서 가다 쉬다를 반복하는 사람이 있다면
척추에 문제가 생겼는지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미세관 통해 약물 주입
척추관협착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10% 정도는 수술이 필요하다.
특히 신경이 너무 많이 눌려 다리에 마비가 와 아예
걷기가 불가능하거나 대소변 보기도 힘들다면 수술로 눌려 있는 신경을 풀어줘야 한다.
뼈를 일부 잘라내기도 한다.
문제는 척추관협착증 환자들이 대부분 고령이라 전씨처럼 이미 다른 병을 앓고 있어 수술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엔 이런 환자들에게
수술 대신 신경성형술을 하는 병원들이 늘었다.
부분마취 후 피부를 자르지 않고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부위로 끝부분이 자유롭게 움직이는
지름 1mm의 미세한 관을 삽입해 약물을 넣고 눌린 신경을 복원해주는 시술이다.
전씨를 신경성형술로 치료한 고도일병원은 평균 나이 71.1세의 중증 척추관협착증 환자 184명을 대상으로
신경성형술 12개월 후 변화를 조사한 결과 환자의 82.6%가 통증이 호전됐다.
이 연구결과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유럽통증학회 학술대회에 발표됐다.
신경성형술은 20~30분이면 끝나지만 결코 간단한 시술이 아니다.
미세한 관을 시술 부위에 접근시킬 때 신경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감염이나 재발 우려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숙련된 전문의에게서 시술을 받아야 한다.
"척추관협착증 환자는 척추관 안의 디스크나 뼈, 인대뿐 아니라
척추 주변 인대나 힘줄도 함께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신경성형술 후에는 인대강화주사 치료를 받으면 효과적"
인대강화주사는 피 속 성장 인자들을 활성화시키고 혈액순환을 개선해 인대 회복을 돕는 치료법이다.
내 척추관 진단법과 예방법
나이가 40대 이상이면서 다음 같은 증상이 2달 이상 지속되거나 진행되면
일단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허리는 물론 엉덩이와 허벅지 종아리까지 통증이 느껴진다.
■오래 서있거나 5분 이상 걸으면 한쪽 또는 양쪽 다리가 저리거나 시리다.
■통증 때문에 걷다 서다를 반복한다.
■통증 때문에 걷는 거리가 점점 줄어든다.
■심하면 다리 감각이 마비된 것처럼 느껴지거나 아예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
■통증이 있을 때 잠시 쪼그려 앉았다 일어나면 편해진다.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덜하다.
별다른 병이 없어도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척추관이 좁아진다.
다음과 같은 습관을 들이면 그 속도를 늦춰 척추 건강을 오래 지킬 수 있다.
■척추 주위 근력을 키울 수 있는 스트레칭이나 운동을 규칙적으로 한다.
■걷기나 실내자전거처럼 강도가 비교적 일정하고 동작이 부드러운 운동을 선택해
주 5회 이상, 1회 30분 정도 한다.
■힘이 많이 들어가거나 순발력이 필요한 운동을 갑자기 하는 건 좋지 않다.
■무거운 물건을 들지 않는다.
■허리를 펴고 바른 자세로 생활한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정상 몸무게를 유지한다.
■척추의 칼슘 흡수를 방해하는 흡연과 술은 자제한다.
[2012.05.16 조선일보 신규철 제일정형외과 병원장]
해야 될 척추수술, 안 해도 될 척추수술 꼿꼿한 허리, 튼튼한 관절
허리가 아파서 병원을 찾아가면 어떤 병원에선
"당장 수술하라"고 하고, 다른 병원에선 "비수술 치료부터 하라"고 권한다.
척추질환 치료 경험이 많은 의사는 환자 상태를 보면 수술해야 할 지,
비수술적인 보존 치료를 해야 할 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협착증성 신경 압박이 있으면 수술하는 것이 낫다.
반면, 아무리 디스크가 크게 튀어 나와 있어도 신경을 압박하지 않으면 보존적 치료를 시행한다.
갑자기 꼼짝도 못할 정도의 통증이 생겼다가 1주일 안에 점점 줄어들거나,
통증이 허리쪽으로 몰리기 시작하면 보통은 수술하지 않아도 된다.
반대로 통증이 허리에서 시작해 엉덩이, 골반으로 내려오면서 다리까지 이어지면
신경 압박으로 수술해야 한다.
신경이 압박받아 마비돼 대·소변 장애가 있는 마미증후군 환자는
응급 상황이므로 6시간 안에 수술받아야 한다.
점차적으로 신경 마비가 진행돼 근육이 감소하거나, 팔·다리 동작이 잘 안 되는 사람,
통증이나 신경압박 증상으로 일상 생활이 어려워도 수술이 필요하다.
▲ 척추관이 좁아져 신경이 눌린 환자의 MRI사진. 협착증성 압박이 없으면
신경을 붓게 하는 염증성 반응을 줄이는 보존 치료를 한다.
초기에는 약물·물리치료를 했다가 차도가 안 보이면 주사 요법을 쓴다.
약물·물리치료만으로 효과가 없거나 초기 증상이 너무 심하면 신경 차단술을 쓴다.
경막외주사와 신경성형술이 대표적인데, 효과면에서는 신경성형술이 더 낫다.
간혹 수술과 보존적 치료 중 어느 방법을 쓸 지 애매한 경우가 있는데,
이 때는 신경차단술을 시술해 보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
초기에는 증상이 좋아졌지만 증상이 자주 재발하면 수술을 권한다.
급성 통증이라면, 1주일은 절대 안정을 취해야 하고
차차 걷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으로 근육 약화를 막아야 한다.
본격적인 운동은 최소 3개월 후에 시작하는 것이 좋다.
[2012.05.22 국제신문]
초기엔 비수술적 요법으로 대처 /
- 척추관협착증엔 조직 손상 적은 측방 경유 척추고정술이 효과적
허리가 끊어질 듯 아파도 병원에 가는 것을 꺼리는 환자들이 많다. 혹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올까봐서다. 요즘에는 증세가 심각하지 않다면 웬만해서는 의료진이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 또 의술의 발전 덕분에 수술의 위험성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환자들은 수술 중 받게 될 고통이나 회복을 위해 장기간 입원해야 하는 것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 부민병원의 도움을 얻어 효과적인 척추질환 치료법과 수술법에 대해 알아본다.
■절개는 가능한 한 적게
인체를 지탱하는 척추 뼈 사이에는 동그란 모양의 물렁뼈인 추간판이 있다. 외부에서 전해지는 충격을 줄이는 한편 척추뼈의 움직임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을 한다. 이 추간판이 어떤 이유에서든 원래 자리에서 밀려나오게 되면 다리로 향하는 신경을 누르게 돼 허리부분에서 통증이 발생한다. 이를 허리디스크라 일컫는다.
이 질환은 제 때 치료가 안되면 통증 범위가 점점 넓어져 허벅지나 종아리, 발 부위가 저리게 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신경압박이 더 심해지면 걷기가 힘들어지고, 대소변에 장애가 생긴다.
허리디스크는 초기라면 대개 비수술적인 요법으로 대처가 가능하다. 약물치료, 물리치료, 운동치료, 통증주사 치료 등이 대표적인 비수술적 요법이다. 반면 배변기능에 문제가 생겼거나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다리에 마비가 왔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비수술적 치료가 3개월이 지났음에도 상태에 호전이 없고 통증이 계속되는 경우도 역시 수술 대상에 포함된다.
최근의 척추질환 수술은 예전처럼 넓은 부위를 절개하지 않는다. 되도록 고통과 출혈, 절개부위를 줄이는 '최소침습적 수술'이 동원된다.
허리디스크라면 내시경으로 디스크를 없애는 '내시경 디스크 수술'과 현미경을 사용하는 '미세현미경 디스크 수술'이 널리 쓰인다. 수술 후 흉터가 2~3㎝에 불과하고 입원기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많은 환자들이 아픔을 호소하는 척추질환에는 또 척추관협착증도 있다. 척추 내의 중추신경인 척수를 보호하는 척수관이 좁아짐으로써 허리 부위에 고통이 찾아오는병이다. 퇴행성 질환이어서 환자는 대부분 고령의 노인들이다.
척추관협착증도 허리디스크 치료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약물치료 등 비수술적 치료가 이뤄진다. 그렇지만 척추관의 협착 정도가 심해지면 '요추후궁성형술'이나 '척추고정술'과 같은 수술의 권장된다. 두 방법 역시 최소침습적 수술이다.
■조직손상도 되도록 적게
요추후궁성형술은 한 쪽 방향으로 두꺼워진 인대를 제거한 뒤 좁아진 척추관을 넓혀주는 식으로 진행된다. 척추나사못을 고정할 필요가 없어 척추불안정이나 후유증이 적은 것이 특징이다. 골이식이나 수혈도 하지 않아 고혈압, 당뇨 등 내과적 질환이 있는 고령의 환자에게 적합하다.
척추고정술은 심한 척추협착증이나 척추분리증, 척추전방전위증 등이 함께 나타났을 때 시행된다. 예전에는 광범위한 절개로 인해 조직손상이 큰데다 수술시간이 길고 출혈도 많았다. 하지만 근래에는 등쪽에서 절개를 하는 '후방 척추고정술', 배쪽으로 절개를 하는 '전방 척추고정술' 등이 도입돼 기존의 문제점이 크게 보완됐다.
가장 최근에는 옆구리를 통해 절개를 한 뒤 질환 부위에 접근을 하는 '측방 경유 척추고정술'이 새로운 수술법으로 등장했다. 전방 척추고정술 때 발생할 수 있는 혈관, 장기, 근육, 인대의 손상 위험이 적은 것이 이 수술법의 좋은 점이다. 또 수술부위에 흉터가 크게 나지 않고 출혈량이 거의 없다는 것도 장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측방 경유 척추고정술은 척추관협관증 뿐 아니라 허리디스크 등의 재수술에도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척추뼈 가운데 가장 아래에 있는 요추 5번과 천추 1번에는 수술기구의 접근이 어려워 시행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전문의들은 척추질환 수술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충분한 상담과 자세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고 귀뜸했다. 도움말=김문찬 부민병원 척추센터 부장·김철우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