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는 꿈도 많았다.
선생님도 되고 싶었고, 대통령도 되고 싶었고, 장군도 되고 싶었다.
서부영화를 보고 보안관이 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엔 보안관이 없어 실망하여
포기하고, 중학교 땐 007영화를 보고 스파이가 되고 싶었고, 아문젠이나 피어리의
전기를 읽고는 탐험가도 되고 싶었고, 과학자도 되고 싶었다.
빨간 마후라를 보고 파이롯트도 되고 싶었지만, 한줄기님이 일찍 그 분야로
진출 해버리셔서 괄세 받을 것 같아 포기했다. 믿거나 말거나,,,
그런 버드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무렵,,,
소련의 유리 가가린에 이어 미국의 그렌중령인가 하는 사람이 우주선을 타고
지구를 세바퀸가 돌면서 바야흐로 세계는 우주시대로 접어 들었고
당시 보던 만화들에도 우주전쟁을 소재로 한 만화와 소설(주로 아동소설)들이
많은 부분들을 차지했다.
꿈 많고 호기심 많았던 버드도 이 시류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시골의 마당에 놓아진 평상에 들어 누어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으면 저 수많은
별들 중에 어느 별인가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환상적인 세계가 있을 것 같았고,
또 어느 별인가는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호시탐탐 비행접시를 지구로 보내서 감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으로 온 우주의 은하를 헤집고 다녔다.
상상의 나래는 처음에는 달과 태양계의 행성들을 헤매다가 나중에는
은하계를 넘어 광대무변한 우주의 찬란한 별 바다 속에서 버드는
시공을 초월해서 마음대로 날아 다니며 밤을 새웠다.
그러다가 어느 날 학원이라는 학생용 월간 잡지에서 천체 망원경이란게
있다는 걸 알게 되고, 그 망원경을 이용하면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과 밝은 달을
훨씬 더 가깝게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을 안 버드는 흥분했다.
그러나 천체망원경의 가격은 비쌌고 버드는 돈이 없었다.
매일의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궁핍한 가정형편에 천체망원경은 그림의 떡이었다.
오로지 천체망원경만이 우주에 한 발짝 가까이 갈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데
꿈은 열정으로 가득 찼으나 우주는 멀었고, 현실의 주머니는 텅텅 비어 길이 없었다.
그 없는 길에서 버드는 길을 만들기로 했다.
그리고 편지를 썼다. 한자한자 정성을 기우려 또박또박,,,
대통령각하 전상서
저는 시골에 살고 있는 00국민학교 6학년 학생입니다.
미국도 소련도 우주에 사람들을 올려 보내고 언젠가는 우리나라도
대통령 각하께서 우주선을 올려 보낼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밤마다 집에서 하늘의 별들을 보면서 장차 천문학자가 되거나
우주인이 되어 우주여행을 하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주에 대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천체망원경으로
우주도 관찰을 해야 하는데 저의 집도 가난하고 학교도 부자가 아니라서
천체망원경을 살 돈이 없습니다.
대통령 각하께서 어려우시더라도 5,000원만 소액환으로 보내 주시면
그 돈으로 천체망원경을 사서 날마다 우주에 대해서 연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많이도 필요 없으니 꼭 5,000원만 보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할말은 많으나 지면 관계상 이만 줄입니다.
이런 내용으로 편지를 작성하고 봉투를 써서 우체국에 가지고 갔다.
봉투의 주소는 “서울특별시 청와대 박대통령 각하”라고 썼다.
우체국의 직원이 보더니 누군가 위에 사람한테 이야기를 하고 그 사람이
와서 봉투를 보더니 그냥 서울시 청와대로 하면 안되고 주소가 제대로 되어야
한다고 무슨 책인가를 놓고 보면서 주소를 삽입하고 이름도 그냥 박대통령으로
하면 안되고 박정희 대통령으로 해야 한다고 그것도 삽입해서 써 넣어 주었다.
그렇게 기워서 만든 누더기 같은 봉투의 편지는 서울로 보내졌고 나는 다음날부터
5,000원이 소액환으로 동봉되어 보내져 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편지를 보낸 지 한 달이 다되어가는 어느 날,,,
답장도 없는가 보다 하고 거의 포기하고 있을 무렵,
버드는 청와대 발신의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봉황문장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던 그 편지지의 내용은 이랬다.
학생이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는 정신에 대하여 높이 치하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우주도 관찰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우주를 관찰하기 위해서 천체망원경을 사는 문제는 학교선생님이나
부모님과 상의하여 하도록 하십 시요.
대통령께서는 학생이 장차 꼭 훌륭한 우주 과학자가 되기를 기대하십니다.
대통령 비서실 비서실장 김 종 필
포기해가던 편지의 답장은 반가웠지만 대통령 각하에게 직접 쓴 편지를
왜 비서가 가로채서 읽고 자기가 대신 답장을 했는지에 속이 상했고,
만일 대통령이 직접 받았더라면 설마하니 돈 5,000원을 안 보내 주실리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에 아쉬움은 컸었다.
그렇게 기다렸던 5,000원의 소액환도 들어있지 않은 무슨 비서실장의
편지는 버드에게 50원의 값어치도 없기에 한동안 방구석 어딘가를
돌아다니던 편지는 사라져 버렸고 버드도 그 일에 대해서 잊어버렸다.
몇 십 년의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문득 그때 일이 떠올라 회상하면서
그때 그 편지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다면 아이들한테 보여 주면서
아버지의 추억 속 일화 한 토막을 물증까지 보여주며 실감나게 얘기
해줄 수 있었지 않나 싶다.
(소싯적부터 청와대와 교분이 있었던 버드의 이야기 한토막)
첫댓글 쯧쯧! 인사가 만사라 했거늘~ 장차 별 세계를 뒤 흔들 저 훌륭한 과학자를 몰라보고
그깟 5000원을 안준 비서실장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이 아직 달나라에서 살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서울 인구도 많더만~ㅋㅋ 여튼 배꼽이 빠질라합니다~버드님!
역시나........ 우리 버드님의 닉이 Bird 인 것은 유아기적부터 단련된 상상력의 결과물인 것을 알게하는군요.
JP가 어린 버드님의 꿈을 꺾어버렸기에 인생을 불운하게 살다가 마감을 했지요.
지나간 과거는 과거..... 이제 반백년이나 세월에 시달렸으니 머리 위의 별을 감상하는데도 남다른 안목이 있을 것 같습니다.
18일, 해변에서 올려다보는 밤별의 느낌을 감상하심이 어떨런지요? ^^
버드쌤 그때 비서께서 오천원을 보내 주셨더라면 오늘 날 여기 이까페에서 버드쌤을 어떻게 만날수가 있었겠습니까...
이 까페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남으라고 그랬었나 봅니다.ㅎㅎㅎ
블루버드님이 올린 글이라 사뭇 긴장하고 초초하고 손에 땀까지 삐질삐질 흘리는 것도 참고 읽었네요.
제가 그때 대통령이었다면 한 마디 해 주었을 것입니다.
"그놈, 크면 크게 될 놈이야. " ㅎㅎ
블루버드님이 아직 크게 되지 않았다면 아직 덜 커서 그런 것이니 희망을 잃지 마시고 기다려 보삼.
... 요즘 쓰고 있는 수필의 제목이, '이젠 내것이라 힐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인데,
다각도로 조명을 하지만, 버드님 글과 같은 맥락도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했습니다.
"왜 어릴적의 것들은 (귀한 것이나 혹은, 대수롭지 않았던 것들), 세월이 켜켜이 흐른 후에야 그 진가?를 더 절실히 알게 되는지!
특히 검증될 증빙자료꺼리 같은것들~~~
~ 웃자고 하는 글에, 죽기 살기로 뎀비는 쏘~빽!ㅋㅋ
역시 버드님 색깔의 글이네요.
버드님 이 카페에서 버드님 펜클럽을 하나 만들었으면 하는데
그거는 붕당의 위험이 있어서 안되고, 그렇다고 그냥 있기는 팬들이 너무 많고
쿠오바디스?
와~~
쬐끄만 늠이 어째 배포는 커가지고 청와대에다 편지까지 써서 보낼 생각을 했을꼬?
참 희안한 일이지만 제가 아는 뉘집 아들과 참 비슷한 일이 있었네요.ㅎ
많이 웃었습니다. 버드님의 재치가 그래서 지금도 번뜩이었군요....
버드님 ~ 배꼽이 빠지라 웃었습니다. 그때 오천을 받았다면 지금쯤 세계적으로 권위있는 우주 과학자가 되어 있었을텐데 jp가 어린 꿈나무의 싹을 잘랐군요, 다음의 글을 기대하면서. . . ㅎ ㅎ
ㅎㅎㅎ 대명이 버드님과 무관한게 아니었네요 불루 버드 하늘과 연관을 지어 보았습니다 ㅎㅎㅎ
버드님 6학년때 오천원이 그렇게 컸었나요.
제 기억엔 오천원으론 어림반푼어치도 안됐을텐데요.
천체망원경....정말 ...
저도 가난하게 살았지만 차라리 저에게 부탁을 하셨더라면..저 과부땡빚을 내서라도 드렸을텐데...
애석하네요.
진즉..몰랐던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