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프랑스 통신회사 오렌지가 구글에 네트워크 사용료를 받아내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부터 주요 유럽통신사들이 망사용료를 정식으로 내라고 하자 크게 반발하던 구글이 끝내 무릎을 꿇은 것이다.
#앞서 4일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0개월이나 끌어온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조사를 마무리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한발 물러나 온라인 광고주들에 경쟁사의 검색엔진을 쓰지 못하도록 강요한 기존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합의했기 때문이다.
이들 사례는 현재 국내 인터넷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인 ‘망중립성’과 ‘포털독점’에 대한 유의미한 시사점을 준다. 두 이슈 모두 차기 정부 ICT 전담조직이 해결해야 할 인터넷 분야 우선 현안으로 꼽힌다.
망중립성은 인터넷으로 전송되는 데이터 트래픽을 그 내용과 유형, 제공사업자, 단말기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하자는 의미다. 스마트폰, 스마트TV 확산으로 대용량 트래픽이 크게 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지난해 카카오의 ‘보이스톡’ 서비스 등장 당시 통신사들이 패킷 차단으로 대응하면서 소비자 편익에 관한 화두로 번졌다. 인터넷업계는 시민단체들과 힘을 모아 “공공재적 성격이 있는 망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통신사들은 “무임승차”라며 반발했다.
■망중립성, 기본은 상생...“대기업들만의 논의는 안돼”
현재 업계는 발전적 방향에 일단 뜻을 모으는 분위기다. 차기 정부가 ICT 전담 차관제를 도입해 CPND(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디바이스) 정책을 아우르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2개 제조사, NHN, 다음커뮤니케이션 등 포털 2개사는 23일 “ICT 생태계가 CPND 융합과 상호의존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 상황에서 각 주체간 협력과 노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망중립성을 논의하는 ICT 상생발전 사업자 협의체를 발족해 정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자의 속내는 복잡하다. 상대적으로 약자 입장은 인터넷업계다. 포털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동일 원칙을 내세우는 구글이 망 사용대가를 인정하면서 중요한 근거점을 남겼다”며 “국내 통신사들이 이번 사건을 망 대가 지불 논의의 기준으로 삼을까 우려된다”고 했다.
규모가 큰 포털사업자들의 상황은 그나마 낫다. 이통사 사용자풀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모바일 기반 콘텐츠 사업자(CP)들은 이러한 토로조차 하기 어렵다. 지금은 대표적인 모바일 플랫폼기업 카카오도 협의체에서 빠진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는 물론 다양한 CP들의 참여를 늘려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야 협의체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업자간 합의를 위한 창구는 열렸으니 궁극적인 해결사 역할은 정부가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다른 관계자는 “망중립성 원칙은 하나의 고정된 개념이 아닌 유무선 인터넷 서비스 환경 발전에 따라 진화하는 하나의 패러다임”이라며 “탄력적 정책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포털독점, ‘정부규제 NO’ 사업자간 협력 우선돼야
포털독점도 뜨거운 감자다. 업계에선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중소기업과 민생 경제를 앞세우고 있는 만큼 NHN이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동통신 부문은 SKT가 통신요금제와 각종 약관 변경 등을 하기 전 방송통신위원회 인가를 받는 등 규제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한 의견은 분분하다. 진입장벽이 낮은 업계 특성상 규제는 해외 기업과의 역차별만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상당하다. 인터넷자율정책기구 관계자는 “국내 인터넷시장에서 검색포털이 아직은 우위에 있지만 계속 다양한 사업 층위가 생겨나는 상황이므로 섣불리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 생태계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구글의 사례처럼 일방적인 정부 주도 규제보다는 사업자간 협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 스타트업 회사의 대표는 “정부는 NHN의 시장 지배력 전이를 모니터링하는 최소한의 기능을 맡고 NHN이 앞장서 업계 상생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