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수, 청춘 19-32, 놀러 가는 게 아니라, 사회사업 하러 갑니다
경수 씨의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오전에 경수 씨와 종술 씨가 일하는 택배 회사를 찾아가 인사드린 후 각자 헤어져 점심을 먹느라 약간의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오후에 경수 씨와 만나 해야 할 일을 생각해보았습니다.
2일 차 여행지 선정, 식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몇 시 버스를 타고 다시 군산으로 올 건지, 여행 준비는 어떻게 할 건지... 할 일이 태산입니다.
택배 회사에서 나눔의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강동훈 선생님께서 물었습니다.
“경수 씨 오후에 뭘 할까요?”
“음... 놀아요.”
주호 실습생이 다시 물었습니다.
“저희 부산 여행 다 짰나요? 여행 준비 다 된 건가요?”
“토요일 집 다녀와야 해요. 음... 오늘 뭐 하고 놀지?”
아까 차 안에서 들은 대화가 떠오르자 초조했습니다. 금요일 오전까지 기관에 예산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일정은 확실히 정해진 게 없고 경수 씨는 오늘 놀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과업의 의미, 잘 묻는 법, 답을 정해두고 내가 당사자를 유도하고 있는지
이런 크고 작은 고민들이 사회사업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렵다고 느끼게 합니다.
배운 것들을 본격적으로 실천에 적용해보는 요즘엔 더더욱 그러합니다.
그래서 강동훈 선생님, 주호 실습생과 모여 의논했습니다.
그러자 어제 원장님, 서화평 선생님께서 해주신 조언의 의미와 함께 고민했던 것에 대한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 오늘은 실천 방법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첫 번째, 어제 있었던 ’교통편 의논 과정에서의 찝찝함‘입니다.
강동훈 선생님과 함께 의논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익산까지 태워 주시기로 했었는데 그러지 말자고, 경수 씨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오로지 경수 씨의 혼자 힘으로 여행할 수 있게 다시 교통편을 알아볼 수 있도록 돕자고 정했습니다.
두 번째, 경수 씨의 여행을 ’어떤 마음으로 지원하는가‘입니다.
저는 경수 씨의 청춘 과업을 평범한 20대의 삶- 보편적임에 중심을 세워 지원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저 친구끼리 가는 우정 여행’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여기고 실천하다 보니 함께 찾아봐야할 것 같았습니다. 결정은 경수 씨가 했지만, 경수 씨가 아는 건 없었습니다. 정리되지 않은 채 뒤죽박죽입니다. 사회사업가의 자원을 최소화 하지 못한 게 이런 것일까요.
이전과는 다르게, 노트북의 위치와 실습생들의 자리를 바꿨습니다.
그저 검색하는 경수 씨 옆에 앉아, 어떤 것을 검색해볼지 의논하고 경수 씨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길 찾기’ 기능, 지도 보는 법을 함께 했습니다.
경수 씨가 노트북으로 직접 검색해 교통편을 알아보고, 지하철 노선을 찾아보고, 예약한 숙소의 위치를 확인하고, 먹거리를 찾아보고, 어느 보드카페를 갈지 알아봅니다. 경수 씨가 정한 모든 것들은 핸드폰 메모장을 켜고 기록했습니다.
아직 어설프지만, 실천은 이래야 하겠구나. 이제야 사회사업 하는 것 같습니다.
경수 씨의 놀이 친구가 아닌 청춘을 돕는 사회사업가로서, 주선하고 거들며 얻게 하고 주게 할 수 있게 발로 뛰어야 함을 깊이 새기겠습니다.
2019. 07. 11 일지, 김희진
첫댓글 친구끼리 가는 여행인데 어찌 경수씨 역할 만 보이고 친구는 어디서 무얼 하는지 안보여 친구의 소식이 궁금해지네요?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9.07.14 09:16
경수 씨의 청춘 여행이도록, 경수 씨의 일이 되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답답해지고 조급함이 몰려옵니다.
경수 씨가 했다하게 도와야 하지만 놓치고 있는 부분이 생깁니다.
그런 상황을 알아차리고 궁리해줘서 고맙습니다. 여행을 준비하는 상황, 방법을 달리해줘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