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과부~!
옥정리에 과부 하나가 흘러 들어왔다.
동구 밖 산 아래 외딴집에 똬리를 튼 백과부는 당장 이백여가구나 되는 동네 남정네들의 입방아에 올랐다.
“지아비가 복상사를 했다네.”
“누가 그러던가?”
“이 동네 저 동네 발길 닿는 방물장수가 그러대.”
느티나무 아래 장기판은 시들해지고,
열기는 온통 백과부에 관한 밑도 끝도 없는 뜬소문에 쏠렸다.
가끔씩 집 밖으로 나와 모습을 보이는 30대 초반 백과부의 도톰한 입술과 흘겨보는 눈매엔 색기가 흘렀다.
매듭끈으로 졸라맨 허리는 잘록하고 두쪽 방둥이는 탱탱하다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살짝 얽은 곰보 부엌데기 처녀를 데리고 술을 팔기 시작했다.
주막이 생긴 것이다.
동네 남정네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어 호시탐탐 백과부 치마 벗길 기회를 노렸다.
친구들과 닭볶음탕 안주에 탁배기 서너되를 마시고,
통 크게도 술값으로 쌀 한가마니 값을 백과부 손에 찔러 준 홍진사가 백과부 치마를 가장 먼저 벗겼다.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백과부와 밤새도록 합환을 하고 새벽녘에야 집으로 가던 홍진사는 다리에서 떨어져 다리에 부목을 대고 드러눕게 됐다.
두번째로 백과부의 치마를 벗긴 사람은 곽초시였다.
곽초시가 백과부와 방아를 찧고 있을 때,
곽초시네 외양간에 원인 모를 불이 나 외양간을 태우고 소는 도망갔다.
곽초시 입에서 흘러나온 소문이 온 동네에 파다하게 퍼졌다.
백과부는 상상을 초월하는 이불 속 기교에 천하의 명기(名器)를 가졌다는 것이다.
온 동네 남정네들이 파리떼처럼 주막으로 몰려들어 백과부를 노렸다.
다리에서 떨어져 부목을 대고 누웠던 홍진사가 닷새 만에 일어나 지팡이를 짚고 절룩거리며 백과부네 주막으로 갔다.
또 통 큰 술값을 찔러 주고 백과부와 광란의 밤을 보냈다.
이튿날,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홍진사가 당달봉사가 된 것이다.
눈은 뜨고 있지만 앞이 안 보이는 홍진사는 지팡이를 더듬거리며 느티나무 아래로 걸음해서
“백××는 재수 없어. 안 죽은 게 다행이야” 중얼거렸다.
곽초시가 깜짝 놀랐다.
“맞아. 백과부는 옥문에 거웃이 없어!
그날 밤 우리 집 외양간에 불이 났지! 백과부의 남편도 복상사를 했다지!”
그날 이후 아무도 백과부 치마를 벗기는 일은 꿈도 꾸지 않았다.
열흘이 가고 보름이 가도 술만 마시고 갈 뿐 백과부 손목 잡는 사람도 없어졌다.
백과부 사타구니에 곰팡이가 슬 즈음,
당달봉사(?) 홍진사가 늦은 밤 몰래 나타나 백과부를 꾹꾹 눌러 줬지만 이제 통 큰 술값은커녕 공짜로 술을 얻어 마셨다.
홍진사의 계략은 적중해, 아무도 백과부를 넘볼 수 없게 만들어 놓고 자신이 그녀를 독점하게 된 것이다.
다리에서 떨어졌다는 것도 지어냈고,
부목을 댄 다리도 삐지 않았고,
늦은 밤 주막에 갔다가 곽초시가 백과부와 뒹구는 걸 보고 곽초시 집 외양간에 불을 지른 것도 홍진사였고,
당달봉사 운운한 것도 물론 거짓말이었다더라.
첫댓글 아랫도리에 이상한것이 솟아나오는데 어찌해야할지 ㅎㅎ
거시기가 거시끼네.
맛이 천하 일미지.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