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락의발달

[현태짱]

* 촌락의 발달
촌락은 자연 환경을 생산의 기반으로 삼아 성장하고 발달한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촌락은 농업 중심의 자급적 경제 체계를 이루어 넓고 비옥한 경지가 있으면 인구 부양력이 높아 크게 성장하였고, 경지가 부족하고 토박한 곳에서는 발달하지 못하였다. 이와 같이 촌락의 발달과 규모는 토지의 인구 부양력에 의해 결정되었다.
  그리고 동성(同姓)의 인척들이 한곳에 모여 동족촌을 형성하였는데, 이와 같은 동족촌은 우리나라 전통 촌락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여겨진다. 동족촌은 중시조(中始祖)가 주거를 정한 후, 자손들이 차츰 번성하면서 촌락을 형성한 곳이다. 가문의 장남은 선조가 최초에 살던 집을 이어받아 종가를 이루며, 종가는 보통 규모가 제일 크고 가장 좋은 위치에 있다. 동족촌에는 재실, 종답, 동수, 서당, 문중 조직 등이 있고 인구 증가에 따라서 차츰 토지를 개간해 나간다. 동족촌은 일반적으로 규모가 크며, 엄격한 공동체적 질서가 있어 지방의 주요 세력이 되어 왔다. 그러나 교통의 발달과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주민들이 마을을 떠나게 되고, 다른 성을 가진 주민이 들어오면서 공동체적 성격도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의 공업화가 추진되면서 모든 촌락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화이다.
  이 외에 군(郡)이나 현(縣)의 소재지에 형성된 읍(邑) 취락이 있었다. 이는 행정 기능을 중심으로 발달하였기 때문에 경제적인 기반은 미약한 편이었으며, 산성이나 읍성이 축조된 경우가 많다. 또 교통의 요지에는 역원 취락·도진 취락, 국경이나 해안 등 국방상의 요충지에는 진이나 영 등과 같이 특수 기능을 가진 취락도 발달하였다.

* 촌락의 변화
  교통은 촌락의 성장과 쇠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된다. 특히 근대 교통 수단의 등장으로 내륙 수로나 구도로 등이 기능을 상실함에 따라 과거의 도진 취락이나 역원 취락은 쇠퇴하게 되었고, 반면에 철도나 신작로를 따라 새로운 교통 취락이 출현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행정 중심지가 새로운 교통의 요지로 옮겨짐에 따라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구읍(舊邑)도 많이 나타났다.
  오늘날에는 특히 지역 간의 유통이 지역의 경제 수준을 좌우하는 실정이므로 교통에 의한 접근성이 취락 발달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접근성이 높은 지역에 위치한 촌락은 유통의 중심지로 성장하여 도시로 발전하는 반면, 산간 오지의 촌락은 쇠퇴하거나 아예 해체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과거의 읍 취락, 동족촌의 경우도 해체되어 가는 과정에서 행정 기능이나 산업 기능을 갖추어 근대적인 도시로 성장하기도 하였으며, 산업 발달과 도시 인구의 증가에 힘입어 광업, 관광, 휴양 등의 기능을 갖춘 새로운 촌락들이 곳곳에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의 촌락은 오늘날 대부분 도시로 인구를 유출시키면서 쇠퇴하고 있는 실정이다. 촌락에 근본적인 변화가 온 것은 1960년대 이후 공업화에 따른 이촌향도(離村向都) 현상이 심화되면서부터이다. 공업화는 생산 기반이었던 토지에서부터 촌락의 주민을 분리시켜 도시로 집중하게 하였다. 먼저 도시에서 가까운 곳부터 인구가 도시로 집중되고, 차츰 먼 촌락의 인구가 감소된다. 우리 나라는 1960년대 촌락의 인구가 약 70%에서 현재는 20% 정도로 감소하였다. 따라서, 대부분의 촌락은 인구의 절대적 감소에서 오는 노동력의 양적인 부족과 고령 인구 및 부녀 노동력에 의한 노동력의 질적 변화로 영농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촌락의 형태(가옥의 밀집도에 따라 구분)

1) 집촌
   ① 집촌의 형성요인 : 공동 작업의 필요성, 용수 구득, 협동의 필요성, 지형적 조건 등에 의해 형성
   ② 집촌의 분류
      ａ. 괴촌 : 가옥이 불규칙적으로 배열(자연 발생적 촌락).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촌지역에 잘 발달
      ｂ. 열촌 : 지형적 원인으로 길게 배열된 촌락, 자연제방이나 단구면에 잘 발달
      ｃ. 노촌 : 도로변에 발달한 촌락으로 도로 의존도가 낮음 (농업 기능이 강함)
      ｄ. 가촌 : 도로변에 발달.  도로의존도가 높음 (상업적 기능이 강함)

2) 산촌
   ① 산촌의 형성요인 : 경지가 협소한 지역, 방어나 협동의 필요성이 적은 곳, 용수 구득이 쉬운 곳, 과수원 지역
   ② 산촌의 분포지역 : 태안반도, 과수원 지역(제주도의 감귤지대) 북부의 고원지대, 태백산맥의 산간지대

* 집촌(集村)
  우리 나라의 취락은 형태 면에서 볼 때 일부 산간 지역과 신개척지를 제외하면 집촌이 탁월하게 나타난다. 집촌은 가옥이 경지와 분리되어 일정한 장소에 밀집된 형태의 촌락으로서 공동 작업을 필요로 하는 벼농사 지대나 집단 방어를 필요로 하는 지역에 나타난다. 벼농사 지대에서의 집촌은 수리 시설의 축조 및 관리와 공동 작업이 요구되기 때문에 형성된다. 혈연 의식을 바탕으로 하는 동족촌도 동족 통합력이 작용하여 대개 집촌을 이루고 있다. 동족촌이란 동성 동본의 씨족이 한 곳에 모여 형성된 촌락으로 20세기 초까지만 하더라도 약 1,700개에 달하였으나, 산업화와 교통의 발달로 그 수가 감소하고 특성도 점차 소멸되었다. 용수의 제약을 받는 선상지에서는 선단, 제주도에서는 해안 지대를 따라 집촌이 형성된다. 홍수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범람원과 삼각주의 자연제방에서도 집촌을 이루며, 어촌은 대개 포구를 중심으로 발달하며 지형적 제약 때문에 가옥의 밀집도가 높게 나타난다.
  집촌은 가옥의 배열 형태에 따라 괴촌, 열촌, 가촌, 노촌 등으로 구분된다. 괴촌은 전혀 계획된 흔적없이 가옥이 불규칙적으로 밀집된 형태의 촌락으로 역사가 깊은 지역에 주로 나타나며, 우리 나라의 전통 촌락은 대부분 이러한 괴촌이었으나 최근 취락 구조 개편 사업으로 인하여 규칙적인 촌락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

[자료정리] 집촌의 형성 요인
  ① 협동 노동의 필요성 : 벼농사 지대(집약적 토지이용)
  ② 혈연 공동체적 생활 : 동족촌
  ③ 공동 방어의 필요성 : 산성 취락
  ④ 용수 확보가 제한된 곳 : 득수 지역(제주도의 해안, 선상지의 선단)
  ⑤ 지형적 요인 : 피수 지역(범람원과 삼각주의 자연 제방)

[보충자료] 동족촌의 발달과 쇠퇴
  ① 의미 : 동성동본의 혈연 집단이 모여 만든 촌락으로 특정 성씨가 우세한 집성촌도 포함된다.
  ② 형성시기 : 삼국시대부터 형성되었다고 하나 신분제도가 심화된 조선시대에 양반들이 특정 지역에 자리 잡으면서 본격적으로 발달하였다.
  ③ 형성요인
    - 유교의 영향 : 제사 중시, 적장자 중심의 가부장제
    - 토지 소유 제도 : 장자 상속 제도
    - 토지와 농구의 공동 사용, 협동 노동의 필요성
  ④ 분포 : 풍수지리의 길지를 찾아 배산임수의 산록 사면에 입지
  ⑤ 쇠퇴
    - 토지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 기반의 상실(산업화, 도시화) → 이촌 향도
    - 신분제도의 철폐
    - 근대교통의 발달
 

* 산촌(散村)
  산촌은 가옥이 집단을 이루지 않고 고립 분산된 채 어느 정도의 거리를 가지고 산재하는 촌락의 형태이다. 이러한 산촌은 경지가 협소하고 고립적이어서 집촌이 형성될 수 없는 산간 지방, 그리고 가옥의 입지 자체가 지형적으로 제약된 곳에 발달한다. 또한 물을 어디서나 자유롭게 얻을 수 있는 지역, 방어나 노동 협력의 필요성이 비교적 적은 지역, 황해안의 간척 지역과 과수원 지대와 같이 농가의 경지 규모가 큰 곳에서도 산촌이 발달하기 쉽다. 개척지에서 이주·정착 과정이 집단보다는 개별 가구 단위로 이루어졌을 때에도 산촌을 이루게 되며, 산촌은 일반적으로 촌락의 역사가 짧다. 그리고 산촌에서는 가옥이 따로 떨어져 있어 주민간의 결속력이 약하고 공동체적 생활에는 불리하다. 그러나 가옥과 생산 활동의 장소 즉 경지와 밀착되므로 노동력의 투입에는 능률적이다. 우리 나라에서 산촌이 분포하는 지역으로는 북부의 개마고원과 태백산맥의 산간 지역을 들 수 있다. 그 밖에 충남 태안 반도 일대와 제주도의 과수원 지대가 산촌의 형태를 띠고, 간척지에서 계획된 산촌이 나타나기도 한다.
  태안반도는 기복이 극히 작은 구릉지가 넓게 분포하며, 산촌은 이러한 구릉지에 발달되어 있다. 기복이 작은 구릉지에서는 밭을 많이 일굴 수 있었지만 생활환경이 열악하여 주민의 정착이 늦어졌다. 산간 지대와는 달리 물이 부족하여 식수를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구릉지의 밭은 근래에 지하수 개발로 부분적으로 논으로 바뀌었다. 태안 반도 지역의 주민들은 분가를 할 때는 자기 소유의 밭에 집을 짓되 남의 집에 근접하지 않도록 하는 풍습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풍습도 산촌 발달에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 같다.

[자료정리] 산촌의 형성 요인
  ① 경지가 좁고 지형적 제약이 큰 산간 지역
  ② 집단 방어나 협동 노동의 필요성이 적은 지역
  ③ 조방적 토지 이용 지역 : 밭농사 지대, 과수원 지대
  ④ 물을 어디에서나 구하기 쉬운 지역
  ⑤ 신개척지(개척 단계에서 개별 가구의 이주가 이루어진 지역)

촌락의 기능

  촌락은 주로 농업, 목축업, 임업, 수산업 등의 1차 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 생산 활동과 지리적 위치에 따라 농촌, 산지촌, 어촌으로 구분된다.

1) 농촌 : 농업적 생산 기반을 갖는 촌락
   ① 미작촌 : 벼농사 중심의 촌락, 공동체 의식이 강함
   ② 근교촌 : 토지 이용이 집약적이며 상업적 농업이 성함
   ③ 원교촌 : 유리한 기후, 편리한 교통을 바탕으로 상업적 농업 발달   예) 대관령의 고랭지 농업
2) 산지촌 : 직업 구성이 다양하고 폐쇄적 (최근 관광자원의 개발, 교통 발달로 기능이 변화하고 있음)
   ① 임업촌
   ② 광산촌 : 가옥이 규칙적으로 배열, 도시적 성격이 강함, Boom Town의 성걱이 강하다.
   ③ 사원촌 : 관광기능이 우세
3) 어촌 : 가옥 밀집도가 크고 결속력이 강함
   ① 순수어촌 : 동해안에 잘 발달
   ② 반농 반어촌 : 황·남해안 어촌
4) 시장촌 : 교통 발달로 기능이 쇠퇴

* 농촌(農村)
  농촌은 농업적 생산 기능을 수행하는 촌락을 의미하며, 경관상으로는 농기구와 농작물을 다루고 보관하기 위하여 마당이 넓고 부속 건물이 많은 특성을 보인다. 우리 나라의 농촌은 토지와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농촌 주민은 이동성이 낮고 변화에 대해서도 보수적이다. 전통적인 농촌은 벼농사 중심의 영농에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고, 수리 시설의 축조·관리를 위해 마을의 공동 협력이 요구되었다. 주민들은 일찍부터 두레나 계 등의 협동 조직을 만들고, 보·저수지 등의 축조와 보수에 힘을 합쳤으며, 이러한 공동 조직은 농업 생산 외에 경조사나 마을 전체의 의례적 행사에도 큰 몫을 하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도시적 생활 양식이 유입되고 도시로의 인구 전출로 전통적인 유대 관계가 점차 약화되고 촌락의 형태와 기능, 토지 이용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곡물 위주의 지급 자족 형태의 농업으로부터 교통의 발달과 시장 경제의 발달로 농업이 상업화되면서 수익성이 높은 원예 작물의 재배와 가축 사육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으며, 농업의 기계화가 빠른 속도로 이루어져 공동체적 성격이 희박해져 가는 경향이 있다.채소와 꽃 등의 원예 작물이나 우유 등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도시에 신속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도시와의 접근성에서 유리한 도시 주변의 농촌 지역은 비닐 하우스와 같은 온실에서 원예 작물을 촉성 재배하여 시장으로 출하하는 집약적인 시설 농업 지역이나 낙농업 지역으로 변모하고 있다. 또한 도시로의 통근자가 증가하고 주거 단지와 공업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고속 국도의 개통으로 접근성이 더욱 향상되면서 도시 근교보다 먼 지역에서도 유리한 자연 조건을 이용한 원예 농업 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남해안과 대관령이 대표적인 예이다.
  최근에는 도농간의 생활권 통합, 교통 발달에 의한 통근의 용의성, 농공 단지의 조성, 과밀한 도시에서 주변 촌락으로의 제조업체 이전 등에 의해 촌락에서도 2, 3차 산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어 전업농의 비율은 계속 감소하고, 겸업농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보충자료] 전업 농가와 겸업 농가
  전업 농가는 농업에만 종사하는 농가를 말하며, 겸업 농가는 두가지 이상의 산업에 종사하는 농가를 말한다. 어떤 농가에서 아버지는 농사를 짓고 아들은 인근의 공장에 취업해서 출퇴근한다면 겸업 농가라 한다. 최근 우리 나라에서는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겸업 농가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 산지촌(山地村)
  농업적 생산 기반이 취약하고 접근성이 낮은 산간 지역에 입지하는 촌락을 산지촌이라고 한다. 지형적 제약 때문에 교통로와 촌락의 발달은 계곡과 분지에 국한되어, 지역적으로 보면 수계(水系)를 따라 수지상(樹枝狀)으로 나타난다. 토지 이용은 고도가 높아질수록 조방적으로 변하며 농업, 임업, 목축업, 광업, 관광업 등 주민의 직업 구성이 농촌에 비해 다양하다. 일반적으로 산지촌은 산지 사면에서 잡곡을 재배하거나 임산물 채취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전반적으로 산지촌은 생산 기반이 취약하고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주민 생활에 여러 가지 불편과 제약이 따르며, 그에 따라 인구 유출이 심하다. 그러나 최근에 교통이 발달하면서 도시로의 접근성이 좋은 산간 고랭지에서는 기후 조건을 이용한 고랭지 농업과 목축업으로 소득을 높이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광산촌이나 사하촌, 영취락은 산지촌의 특수한 경우이며, 광산촌은 1960년대 이후 경제 성장과 함께 상당히 발달하기도 하였으나 지하 자원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국내 자원의 경제성이 낮아지면서 점차 쇠퇴해 가고 있다.

* 어촌(漁村)
  주민의 경제 활동이 주로 바다와 해안에서 이루어지는 촌락이다. 일반적으로 암석해안에서는 어업 의존도가 높고 농업 활동이 적어 주로 순수 어촌의 성격이 강하고, 사빈 해안은 배후의 지형이 평탄하여 농경이 가능해 농사와 어업을 겸하는 반농 반어촌이 형성되는데 우리 나라 대부분의 어촌은 반농 반어촌의 형태이다.
  가옥의 분포는 지형적 제약 때문에 매우 복잡하고 불규칙한 집촌을 형성하고 있으며, 시설물과 작업장을 공동으로 소유하고 수산물의 판매도 공동 조직을 통해 행하는 어업 조합이 발달되어 농촌에서와 같이 공동체 조직이 발달하였다. 또한 경관적으로는 창고나 제빙 공장, 수산 공장 시설 등이 연이어져 있어 부분적으로는 도시적 토지 이용 형태를 보이기도 한다. 그 밖에도 무사 귀향이나 풍어를 기원하는 토속 신앙도 많이 나타나며, 최근의 어촌들은 관광지로서의 기능도 겸하고 있어 상가의 형성이 경관적 특징을 이룬다.
  우리 나라의 수산업은 최근 들어 급증하는 외국 수산물의 수입과 생활 하수, 공단 폐수의 유입, 무분별한 간척과 매립 등으로 인하여 생태계의 변화로 연근해 어장의 어족이 급속히 감소하고 있으며, 어민들은 생활 터전을 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