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존중하는 만남이어라...
9월도 벌써 두번째주를 열었다.
지난주는 태풍 '곤바스'로 시작하더니
이번주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강풍을 동반한 '말로'가 북상중이란다.
9월은 결실의 계절답게 풍요롭지만
한편으론 태풍이 가장 많은 달이라 조마조마 하기도 하여
계절이 주는 넉넉함에 비추어 볼때 혼돈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나저러나 태풍이 위력이 약해지던지 용케도 방향이 비켜진다면
시절에 따라 구월 중순을 넘어가는 가을은
맑은 햇살을 지천으로 쏟아 낼것이다.
다가오는 일요일은 정기산행이기도 해서
날씨만큼이라도 반듯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바램이다.
뒤돌아 보면
김해가우리산악회가 첫산행을 한지도 어느듯 3년차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가우리 깃발아래 모여서
즐겁고 행복하고 안전하게 산으로 산으로 찾아갔던것 같다.
'산이 좋아 발길 닿는대로...'라는 슬로건으로 참 재밋게 다녔다.
속세의 특별한 인연을 맺지 않았어도
이렇게 자연스럽게 친숙하게 모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문득문득하게 됨은
나만의 애정일까.
분위기 살리지 못하는 언행으로
좌중과 충돌했던 사연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늘 변함없는 관심과 열정이 있어 가우리만의 향기를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가정과 사회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또한 남녀와 연령 등으로 서로서로를 구분하고 있다.
어떤 절대자에 의해서 이렇게 구분 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나뉘어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자의 취향에 맞추어 만나서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서로를 존중하면서 상식과 질서를 지키는 불문율이 존재한다.
한 핏줄의 형제간 학연지연간은 자연의 섭리와 같은 질서가 있다.
그러나 사회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이에서는
특별히 간섭하는 매개체가 없는한 서로를 존중하는 상식과 질서만이 있을뿐이다.
흔히 사회생활 하면서 만난 사람들끼리는
아래위 몇살까지는 친구라느니 하면서
원하지 않는 관계설정이 더러 있는것이 사실이다.
마치 그것이 화끈한 것처럼,
그렇게 서로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원만한 성격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러한 도매금(?) 설정이 세월을 지나면서
동생이 친구가 되고 형님이 동생 친구와 친구가 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학연지연으로 인하여
불가피하게 그 경계가 무너져 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그럴때는 서로를 존중하는 언행으로 어색함을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사람사는 세상에는 상식과 질서라는 것이 있다.
사전적 의미에 의하면
상식이란 사람들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즉 일반적 견문과 함께 이해력, 판단력, 사리 분별 따위가 그것이며
질서란 혼란 없이 순조롭게 이루어지게 하는 사물의 순서나 차례
즉 사물의 조리, 또는 그 순서이다.
정녕 이런것이 있으므로 최소한 이 사회는 돌아가고 있다.
우리는 TV드라마로 인기리에 방영되어 공전의 힛트를 기록했던
'모래시계'라는 드라마를 잘 알고 있다.
그 드라마의 마지막부분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태수와 우석은 친구 사이다.
그냥 친구가 아니라 고향도 같고 학교를 같이나온 절친한 친구사이다.
태수는 정치깡패로 세상에 두려울것이 없는 조폭인 셈이다.
그런 그가 조직폭력으로 살인을 하고 감옥에 있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다.
그리고 그의 친구 우석은 검사다.
운명은 검사인 우석이 조직폭력배로 살인을 하고 감옥에 있는
친구인 태수의 형량을 언도하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법정에서 우석은 고뇌에찬 검사 구형을 언도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
"...물론 상식대로 사는 게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세상이며 시대라는 점을 인정합니다.
사람들은 상식을 무시하고 상식대로 살기 위해선 때로
고통과 용기가 필요하기도 합니다.
피고인은 지난 30년 간 살아오면서 여러 번 선택의 기로에 섰었습니다.
그때마다 피고인은 좀더 쉬운길을 택했습니다.
자신의 힘을 사용하고 힘 있는 자에게 붙어
지름길을 택하려 했습니다.
그것은 상식대로 살고자 애쓰는 대다수 서민들의
희망을 꺾은 것이고,
그것이 피고인의 첫 번째 죄입니다.
본 검사가 피고인을 인지 수사하고 공판까지 하면서
줄곧 느껴온 것은 피고인은 과거의 잘못을
충분히 반성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반성하는 사람은 용서할 수 있어도,
그 죄는 용서할 수가 없습니다.
이 세상의 상식을 지키기 위해섭니다.
본 검사는 피고인의 이러한 제 정상을 감안하여
범죄 단체 조직 및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살인 및 특수 도주죄를 적용,
사형을 구형합니다...."
......
우리는 이 드라마를 보고 알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낀바 있다.
또한,
황야의 총잡이들도 등뒤에서는 총을 겨누어 쏘지 않는다.
그것은 그들만의 약속을 지킴이요 배반하지 않는다는
그들만의 상식과 질서일 것이다.
그들이 죽고 사는것은 오직
그들이 가지고 있는 총잡이로서의 숙련된 솜씨만이 결정한다.
또한 정의와 불의에 의해 선택되는 처신의 결과만이 있을뿐이다.
그러므로 사회나 조직이나 개인이나
각 객체마다 상식과 질서에 의해서 굴러가는 것이다.
없는말 지어내어 내뱉는 것은 상식에 반함이요
줏어 담기에 급급해 하는것은 질서를 어지럽히는 단초이다.
남의 허물 덮어주고
험한 말보다 부드러운 말로 상대에게 다가감이 인지상정일터
서로를 존중하는 사회 또는 만남은 향기가 다를것이다,
많이 배워서,
재물이 많아서,
나이가 많아서,
높은 자리에 있으므로 특별히 대접받는 일들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면
그리 많지 않을것 같다.
그리고 오래가지 않을성 싶다.
낮은 자세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한다면
적어도 언행으로 인한 어색한 분위기는 없을 것이다.
나는 가급적 모든 사람들에게 경어를 쓰는데
그것이 특히 나보다 나이 어린 이들에게 불편하다는 말들을 한다.
그래서 어렵게 느껴져 쉽게 다가가기가 힘들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렇게 경어를 쓰는것이 나의 오랫동안의 습관이고
상대에 대한 나의 존중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음을 이해해 주었으면 좋겠다.
오늘 이런 말을 하면서 나의 언행에대한 설명을 하려고 한것은 아닌데
그렇게 비춰지고 있어 조금 얼굴이 붉어온다...
그렇지만 나는 서로에 대한 경어 사용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권장하고 싶다.
그것으로부터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싹틀것이기 때문이다.
가우리산악회에 애정을 가지고 명품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최소한 이런것에서부터 시작된다면 어떨까하는 나만의 생각을 해본다.
산천경계를 넘나드는 신바람 나는 가우리 산행이 계속 이어지기를 기원한다.
태풍전야는 고요하다던가.
지금 밖은 짙은 구름이 하늘을 짖누르고 있다.
금방이라도 저 짖누름의 균형이 깨어질것 같은 불안함이 엄습해온다.
제발 그냥 지나치고 갔으면 하고 기원해본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