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식의 산’ <제93회>
고성 적석산(積石山 · 497m)
마산에서 고성으로 가는 14번 국도에 고성터널이 뚫리고 왕복 4차선 도로가 확장 개설된 후 차들이 속도를 내어 달리기 때문에, 마산과 고성의 경계인 고성터널을 지나자마자 길 오른편에 있는 적석산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립니다. 고성터널을 빠져나오면 길 오른편에 삼덕저수지가 있는데, 저수지 안쪽 골짜기가 옥수골이고 저수지 뒷산이 적석산입니다. 저수지를 지나 옥수골휴게소의 대형 입간판이 서 있는 바로 앞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옛 국도를 따라 삼덕저수지를 옆에 끼고 들어가면 옥수골입니다.
적석산 기슭의 이 옥수골은 계곡에 넘쳐흐르는 맑은 물이 예부터 각종 병 치료에 효험이 있다 하여 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고 하는데, 조선 숙종 때 이 근방에 살던 진양 정씨 사람들이 피부병에 걸려 온갖 약으로 치료를 해보았으나 낫지를 않아 고생을 하던 중 우연히 이 골짜기에 오게 되었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날 물에서 김이 피어오르고 물이 하도 깨끗해 몸을 씻고 나자 피부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옥수골이란 이름을 얻었습니다. 이 옥수골 물의 명성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먼 지방의 사람들이 승용차를 몰고 와 물을 길어간다고 합니다. 옥수골 입구에 있는 옥수골농원에는 지하 105m까지 지하공을 박아 개발한 암반 옥수가 솟아나고 있습니다.
물을 길어 1주일을 두어도 투명함에 변함이 없으며 두통이 있을 때 한 컵만 마셔도 효험이 있다고 하는 이 암반 옥수는 약알칼리성 무색무취의 청정수인데, 이 옥수골과 지맥을 같이 하는 인근의 구만면 주평리에서는 먹는 샘물을 개발하여 시판을 하고 있습니다. 마을 뒤편에 있는 옥수암이란 절에서 산길로 접어들어 15분이면 능선 잘룩이에 이르고 여기서 정상까지의 거리는 1.1km입니다. 다시 30분여 오르면 조선시대의 절로 추정되는 절터와 대숲을 만나고 여기서 다시 5분쯤 오르면 갈림길이 나옵니다. 산꼭대기 바로 턱밑인 이곳에서 어느 쪽으로 가든 정상으로 갈 수 있으나 오른쪽 길로 가면 길은 곧 바위를 타고 정상까지 이어집니다.
여기서 특이한 점은 9부 능선의 바위에 굴 껍질이 붙어 있는 걸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득한 옛날 이 산이 바닷물에 잠겨 있었음을 짐작케 하여 신비로운 느낌을 가지게 합니다. 갈림길에서 15분이면 정상에 설 수 있습니다. 정상부는 전체가 바위로 이루어졌고 측면에서 본 정상부의 모습이 시루떡을 쌓아올린 듯한 암벽이기 때문에 적산(積山) 또는 적석산(積石山)이란 이름을 얻었습니다. 펑퍼짐한 정상부는 몇 대의 헬리콥터가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마당바위(면적 120㎡)이고, 360도로 거침없는 조망이 펼쳐집니다. 북으로 여항산과 서북산, 동으로는 진해만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남서쪽에는 연화산이, 남쪽 멀리에는 고성 거류산과 통영 벽방산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서쪽으로 하산하는 절벽길은 켜를 이룬 시루바위입니다. 절벽길에는 낡은 나무 사다리가 걸려 있었는데, 보다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1996년 3월 마산 길벗산악회에서 쇠사다리와 자일을 설치하였는데, 당시에는 사다리로 절벽길을 내려선 후 다시 서봉으로 올랐습니다. 2005년 12월에는 구름다리가 개통되어 보다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름다리는 고도감이 상당해 건너기에 아찔할 정도입니다. 서봉으로 오르면 기기묘묘하고 웅장한 바위들이 제각각 독특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벼락바위, 양산바위, 벽바위, 문바위, 알바위, 칼바위 등 이름들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의 바위들을 볼 수 있는 것이 적석산 산행의 매력입니다. 서봉 꼭대기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갈림길에서 30분쯤 내려서면 적석암 암자에 이르고, 다시 15분쯤 내려가면 산행 기점인 옥수골마을에 닿습니다.
해발 500m도 되지 않는 산이지만 동쪽에는 국수봉, 서쪽에는 칼봉을 거느렸습니다. 기암괴석들이 연출하는 절묘한 조화가 있고, 웅장한 바위들의 기상이 넘쳐흐르며 구름다리, 통천문 등 볼거리가 많은 적석산 산행은 산행시간이 짧아(3시간) 일찍 하산한 후 고성의 명소들을 찾아볼 수 있으므로 사전 계획을 세운 후 출발하면 좋을 것입니다. 좀 더 산행을 하고 싶다면 적석암 갈림길에서 내려서지 말고 계속 능선을 타고 가면 깃대봉(520.6m)과 이어집니다. 음나무재, 용나무재를 지나 깃대봉 정상에 오른 후 계속 능선 산행로를 따라 내려가면 수발사라는 절에 닿고, 절에서 도로까지는 금방입니다. 인근에 양촌온천 단지가 있어 온천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 양촌리와 동산리에 걸쳐 있어 동산온천 또는 마빈온천으로도 불리는 이 온천은 1994년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됐습니다.
예전에는 옥수골에서 출발하는 산행로만 있었는데, 요즘은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성구사에서 출발해 원점회귀하는 코스가 개발돼 있습니다. 성구사(誠久祠)는 초계 변씨 문중 사당입니다. 고려 말 두문동 72현 가운데 한 명인 변빈, 임진왜란·정유재란 때 순국한 변연수와 변립 부자를 모셨습니다. 성구사 일원은 1919년 4월 3일 일어났던 4·3삼진의거의 발상지이기도 합니다. 당시 진동면과 진북면 진전면 일대에서 일어난 항일운동 때 성구사에서 독립선언문과 태극기를 만들고 거사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성구사를 출발해 곧바로 등산로에 접어든 뒤 산불감시초소~바위 전망대~문도산(372m봉)~391m봉~옥수골 갈림길~국수봉 정상~쉼터바위 갈림길~적석산 정상~구름다리~통천문~일암저수지 갈림길~일암저수지~적석산 공영주차장을 거쳐 성구사로 돌아가는 코스입니다. 전체 거리는 7.4㎞ 정도로 소요 시간은 3시간~3시간30분입니다.
<산행일 1996년 8월 18일, 10:20 옥수휴게소(20분)-10:50 옥수골마을(5분)-11:05 잘룩이(참나무쉼터)-11;50 대나무밭 샘터(5분)-12:00 갈림길(오른쪽)-12:15 적석산 정상-12:30 정상 서쪽 암벽-12:35 서봉(칼봉, 중식)-13:25 중식 후 출발-13:40 적석암 갈림길-14:10 적석암(10분)-14:35 옥수마을-16:05 동해면 해안 일주 관광 끝-17:25 문수암 동행자: 김종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