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춘화의 효능및 작용 ◆과명 : 난초과(Orchidaceae) ◆학명 : Cymbidium goeringii Reichb. fil.
보춘화가 떠오르는 것을 보니 벌써 봄이 기다려지는가 보다. 이른봄, 남도의 산야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내는 식물이 바로 보춘화니 말이다. 하지만 생각하기에 따라서 보춘화는 겨울에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움츠러든 겨울 산야에 싱그럽게 느껴지는 초록의 잎새를 의연하게 늘어뜨리며 자라고 있다.
지금도. 보춘화는 우리 나라의 남쪽에서 주로 자란다. 전라도를 중심으로 한 따뜻한 곳, 특히 해안이 가까운 곳에 적절히 볕이 드는 숲이 보춘화를 많이 볼 수 있는 자생지이다. 하지만 보춘화의 분포지는 점차 북쪽의 것이 보고되어 지금은 강원도에서 자생하는 개체가 발견되기도 한다. 물론 이웃하는 일본이나 중국에도 자란다.
보춘화라고 하니까 생소한 이름으로 느껴지는 사람들도 더러 있을 터인데, 흔히 사람들이 춘란 혹은 민춘란이라고 부르는 난초의 정식이름이 바로 보춘화이다. 지방에 따라서는 꿩밥, 아가다래, 여달래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상록성이며, 줄기는 한 뼘쯤 올라와 꽃을 피우고, 잎은 두 배 정도 길지만 뒤로 젖혀지며 적절히 휘어져서 높이는 비슷해진다.
꽃은 한 줄기에 하나씩 달린다. 사실 우리 나라에는 각양각색의 다양한 야생 난초들이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동양 사람들이 난초라고 생각하는 것은 바로 이 특징 때문인데, 흔히 예로부터 꽃이 하나씩 달리는 것은 난(蘭), 한 줄기에 여러 개의 꽃송이가 달리는 것을 혜(蕙)라고 불렀으니 보춘화야 말로 바로 난이 되는 것이다. 난초의 꽃송이들이 가장 진화된 모습이라고 한다. 보춘화는 꽃의 지름이 2~3cm, 꽃잎에는 연둣빛도 있고, 백색 순판엔 붉은색 반점이 있다.
타원형의 열매에는 먼지처럼 작은 씨앗이 가득 들어 있다. 꽃가루가 암술머리에 닿는 과정에서 워낙 효과적인 꽃가루받이가 이루어지다 보니, 헤아릴 수 없는 씨앗이 탄생한 것이다. 국수다발같이 희고 굵은 뿌리는 이 식물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잘 견딜 수 있는 강인한 식물임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보춘화는 관상적인 가치 이외에도 약으로 쓰기도 하는데, 꽃을 차로 다려 마시기도 하고 뿌리나 잎을 쓰기도 한다. 몸의 기운을 다스리고, 피를 잘 돌게 하고, 눈을 밝게 하는 등 여러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번식은 씨앗이 가능하지만 이는 오염이 잘 되니 전문적인 분야이고, 보통은 해가 가면 새로 나오는 촉을 나누어 심어 번식한다. 배수가 잘 되는 난석에 심으면 좋고 꽃이 피기까지는 햇볕이 필요한데 물론 직사광선은 아니며, 꽃이 피고 나서는 반그늘에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참 이상하다. 식물학적인 관점에서 보춘화는 진초록의 매끈한 잎이 가장 건강한 모습이고, 상아빛 순판에 붉은 무늬가 이 식물의 중요한 특징의 하나인데, 우리들은 그 초록이어야 할 잎에 누런 무늬가 들어가 있거나 꽃의 순판이 백색으로 남아 있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두고 산술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가격으로 거래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러한 개체를 찾기 위해 온 산천을 뒤져 보춘화를 캐어 내고 이것이 평범하면, 아니 정상적이면(이를 민춘란이라고 한다) 다시 버리며 남채를 하고 있으니 식물 사랑의 실체를 다시 짚어 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