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원대 자동차. 한국에서 자동차를 구입할 때 고려하는 가장 보편적인 예산이다. 국산 신차 기준으로 옵션 꽉 채운 준중형부터 적당히 채운 중형까지 차종별로 고를 수 있다. 가장 무난하면서 실용적인 선택이다. 해서 필요에 따라 많은 사람이 그 금액대 신차를 으레 선택한다. 2천만 원대 자동차란 대부분 그렇게 인식하고 받아들인다. 그 이상 바라기도 힘들지만.
같은 금액 중고차는 상황이 완전히 바뀐다. 2천만 원대 중고차 시장은 판도라의 상자다. 슈퍼카를 제외하고선 당신이 원하는 거의 모든 차를 손에 넣을 수 있다.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저장해놓고 바라보던 그 자동차 말이다. 혹은 로또를 사거나 주식에 투자할 때 괜히 꿈꾸던 그 자동차도 더 이상 꿈이 아니다. 나 이 차가 드림카인데, 하고 찾아보면 어김없이 2천만 원대 중고차에 속해 있다. 그만큼 2천만 원대 중고차는 광활하게 포진해 있다.
몇 가지 극적 선택을 보면 이렇다. 포르쉐마저 2천만 원대 중고차 시장에 포함된다. 911도, 박스터도, 카이맨도, SUV가 필요하다면 카이엔도. 레인지로버는 어떤가. 사막의 롤스로이스를 싼타페 신차 가격으로 주차장에 모실 수 있다. S클래스를 쏘나타 신차 가격으로 모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물론 이 모든 건 10년, 10만km 이상 된 모델이 대부분이다. 폭탄을 2천만 원대에 구입한다고? 하지만 자동차 내구성이 생각보다 길기에 꼭 터지지만은 않는다.
걱정과 우려를 감안해 한 차종을 제안한다. 큰 차 좋아하는 한국 성향까지 고려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이 차라면 넉넉하게 다 품을 수 있다. 그러니까 2천만 원대 차종을 선택할 때 염두에 둘 모든 상황에서 우월하다는 뜻이다. 중고차라면 모름지기 가격 대비 만족도로 승부해야 한다. 포드 익스플로러 어떤가. 가족과 함께 캠핑 떠나고픈 가장의 로망 같은 차다. 혼자 타더라도 미국 특유의 풍류를 즐기기에 좋다. 같은 값으로 더 큰 만족을 주는 모델이랄까.
익스플로러는 국내 포드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모델이다. 그만큼 인기가 많다. 판매량이 증명한다. 2017년 수입 SUV 부문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자료에 따르면 총 6,021대 팔렸다. 놀라는 사람도 있을 거다. 익스플로러는 딱히 주목받지 않은 채 그렇게 많이 팔린다. 수입 대형 SUV를 대표하는 모델을 향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익스플로러는 5,540만원, 5,790만원 두 종류다. 3.5 V6 엔진과 2.3 I4 터보 엔진 품었다. 가격만 보면 쉽게 접근할 숫자는 아니다. 하지만 중고차라면 딱 반 덜어낼 수 있다. 2,500-2,900만 원에 포진해 있다. 대신 연식 5-6년과 주행거리 5-6만 킬로미터을 덜어내야 한다. 자동차 내구성에서 이 연식과 주행거리는 치명적이지 않다. 너그럽게 본다면 이제 ‘길들이기’가 끝났다고 할 수도 있다. 손때는 다소 묻었을지라도 중고 느낌이 끈적이지 않는다.
걱정과 우려가 들 때마다 이런 생각으로 기분을 전환할 수 있다. 스포티지 살 돈으로 익스플로러를 들일 수 있다. 싼타페 살 돈으로 익스플로러를 거느릴 수 있다. 이내 익스플로러의 듬직함에 흐뭇해질 거다. 물론 수리비 혹은 부품 교환비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 간담이 서늘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차의 애정도를 높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때론 자동차는 부품을 바꿔줄수록 애정도가 상승한다. 간단한 드레스업에도 뿌듯해지는 경험과 일맥상통한다.
주행거리 5-6만 킬로미터는 중고차로 적절하다. 보통 5-6만 타면 초기 고장은 다 해결한 상태다. 의외로 수리비가 들지 않을 수 있다. 수리비는 현실이면서도 공포다. 현실과 공포 사이에서 어느 쪽으로 기울지는 경험해봐야 안다. 게다가 익스플로러는 많이 팔린 축이다. 그만큼 익스플로러 전문 정비소를 찾기 용이하다. 큰 문제 아니고선, 좀 귀찮을 뿐이다.
2천만 원대 신차와 비슷한 가격대 중고 익스플로러는 선택 문제다. 익스플로러를 갖고 싶어 나머지 비용을 빚내서 마련하는 무리수가 아니다. 같은 예산이기에 어떤 가치를 택하느냐다. 으레 선택하는 그 차종의 신차와 언젠가 타고 싶다고 점찍어둔 차종의 중고 차이. 포드 익스플로러는 4륜구동, 7인승에, 트렁크 공간도 광활하다. 미국산 풍요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2천만 원대 예산이면 그 모든 걸 손에 넣을 수 있다. 뜬구름 잡는 소리가 아니라 엄연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