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결국 제 갈 길로 간다…그래야 홍수 통제와 생태계 보전, 수질 정화 효과
해체비 2천억, 유지관리비 수조원보다 싸, 아름다운 강 되살리면 집값도 올라
»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지긴 전인 2008년 2월 남한강과 섬강이 만나는 흥원창 근처의 모습. 현재는 모래를 퍼내고 물을 담은 호수로 바뀌었다. 사진=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4대강을 현재 상태로 유지하자면 관리비가 많이 든다. 강바닥을 준설 한 지 1년 후에 대한하천학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낙동강에 많이 퇴적된 곳은 76%까지도 재퇴적이 되었고 전체적으로는 적게 잡아도 20~25%가 재퇴적이 되어 있었다.
이를 다시 준설하자면 매년 2조 원 가까운 돈이 든다. 한강에 신곡수중보를 쌓은 뒤에도 퇴적물 준설비가 매년 50억 원 가까이 들고 있다.
댐, 자전거 도로, 수변공원, 하수처리장 등에 드는 시설의 유지관리비가 또 매년 5000억 원을 웃돈다. 그 밖에도 계산에 넣지 않았던 관리비가 상당히 들어간다.
댐에 물이 새고 구조물에 이상이 생겨 계속 보강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고, 댐 하류에 깊게 파인 강바닥에도 계속 콘크리트 덩어리 등으로 메우고 있다. 역행침식으로 무너지는 지천들도 관리해야 하고, 준설한 모래가 팔리지를 않아 모래를 쌓아둔 농경지에 임대료도 주어야 하는 등이다.
» 공사 뒤 댐의 물이 새어 에폭시 주사로 땜질을 하고 있다. 사진=정수근
그 밖에 간접적으로 입는 피해도 크다. 농지 침수와 안개 발생으로 인한 농업 손실, 물고기들이 사라져서 어민들이 입는 손실, 수질오염으로 인하여 추가로 들어가는 정수비용 등등이 들어간다.
근본적인 문제는, 유지 관리비를 아무리 많이 들이더라도 4대강은 언젠가는 스스로 제 길을 찾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4대강 댐들은 상식을 거스르고 대부분이 모래 위에다 세우고 옆구리는 흙더미에 걸쳤는데, 속도전으로 날림공사를 한 탓에 물이 줄줄 새서 에폭시로 땜질을 하였다.
이런 댐들은 오래 견딜 수가 없다. 강바닥도 열심히 파냈지만 언젠가는 도로 다 메워지게 되어 있다.
» 낙동강 박진교 준설 현장, 준설 전 2010년 4월26일. 사진=남준기
» 준설 후 2010년 8월30일. 사진=남준기
» 준설 두 달 후 10월 25일. 도로 메워지고 있다. 사진=남준기
슈퍼 제방이라고 이름 붙이고 둑을 쌓았지만 언젠가는 터진다. 중국이 수천 년에 걸쳐서 단단하게 쌓은 황하와 양자강의 제방도 역사 대대로 큰 비가 올 때마다 터졌다.
황하의 제방은 지난 130년 동안에 1887년. 1931년, 1938년 세 차례나 터져서 그때마다 수백만 명씩 죽는 참사를 겪었다. 미국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공학 기술을 이용하여 철판으로 보강한 제방을 쌓았지만 다 터진 경험이 있다.
4대강에 날림으로 쌓은 제방들은 오래갈 수가 없다. 제방에다 돌이며 콘크리트를 갖다 부었는데 벌써 깨어지고 떠내려간 곳이 많이 관찰된다.
영월에 강변을 정비한다고 돌을 붙였는데 10년 후에 보니 돌 하나 남지 않고 흔적도 없이 다 사라졌다. 강 옆에다 만든 자전거 도로나 공원도 언젠가는 다 씻겨 내려간다.
» 영월의 서강에 쌓은 석축 제방 공사, 10여 년이 지난 후 돌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다. 사진=최병성
» 원래 자라던 식물이 더 튼튼한 제방이다. 사진=최병성
비 한번 오자 자전거 도로들은 떠내려갔고, 공들여 조경공사를 한 공원의 나무들은 물에 잠겨 죽었다. 이 강이 스스로 댐과 둑을 터뜨리고 제 길을 찾아갈 때에는 우리에게 큰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원래 모습으로 되돌려 주어야 한다.
강이라는 것은 이리 구불 저리 구불 흘러야 물살이 빠른 데와 느린 데, 침식이 되는 곳이 있고 퇴적이 되는 곳이 있고, 그에 따라 수심이 깊은 웅덩이와 얕은 여울이 생긴다. 이런 물길을 흐르는 가운데 에너지가 분산되어 홍수의 파괴력을 줄인다.
유속의 차이에 따라 돌과 모래와 자갈과 미세한 입자의 펄이 깔린 곳과 수초가 자라는 곳이 생겨난다. 그에 따라 벌레에서 물고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중 생물들이 제각기 먹이를 찾고 산란할 장소를 찾고 물을 맑게 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우리나라의 강들은 모래가 많아서 이 모래가 물을 정화하는데 큰 구실을 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질서이다.
이런 자연 질서를 파괴하여 강을 직선으로 만들고 깊은 웅덩이로 만들어 물이 흐르지도 못하게 채워 놓으면 결국 재앙을 초래하여 홍수 범람을 일으켜 인명과 재산 피해를 가져오고 많은 수중생물은 죽고 물은 썩는다. 미국 플로리다 운하의 예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 1971년 구불구불하던 플로리다 키시미 강을 곧고 넓게 공사한 직후의 모습. 사진=Tony Santana, U.S. Army Corps of Engineers
» 직강화한 키시미 강을 다시 원래의 구불구불한 모습으로 복원하고 있는 모습. 사진=Tony Santana, U.S. Army Corps of Engineers
플로리다는 1920년대에 반도의 구석구석을 다 운하로 연결하기 위하여 고불고불한 강들을 직강화하고 강바닥을 파고 댐과 갑문을 설치하여 전기로 수문을 열어야만 물이 흐르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1928년에 이 공사가 완공되자마자 홍수가 범람하여 2500여 명이 죽는 참사가 벌어졌다.
그 후에 물에 녹조가 번성하면서 냄새가 나고 수서생물과 함께 물새의 90~95%가 사라졌다. 그래서 플로리다는 이 운하 중의 대표적인 강인 키시미 강을 ‘키시미 강 재자연화 특별법‘이라는 법을 만들어 재자연화하고 있다.
이 강을 운하로 만드는 데에는 3000만 달러가 들었으나 재자연화 공사에는 3억 달러를 지원하였다. 또 강변의 에버글레이즈 습지도 재자연화하고 있는데 30년간 100억 달러를 들이고 있다.
» 라인강 지류인 독일 이자르강의 복원 전 후 모습 비교. 사진=뮌헨시 누리집
독일도 라인강과 도나우 강의 상류를 운하로 개조하면서 홍수 피해가 급증하였다. 그리하여 운하 옆에 인공하천을 파서 빗물을 배수하고, 저류지를 만들고, 큰비가 올 때면 인근의 농지에 범람시킨다.
또 모래가 씻겨 내려가면서 강바닥이 깎이면서 교량을 비롯한 구조물의 안전성이 위협받고 물고기들은 산란 장소를 잃었다. 그리하여 깎인 강바닥을 메우는 동시에 물고기들이 산란할 곳을 만들어 주기 위하여 매일 수백 톤, 매년 수만 톤의 모래를 갖다 붓고 있다.
‘한번 미친 짓을 하니까 계속 미친 짓을 하게 되었다’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하천을 자연에 가깝도록 복원하는 운동을 가장 먼저 시작한 나라가 독일이다. 이 운동은 세계 각국으로 확산하여 왔다.
» 독일 라인강 상류를 운하로 개조한 1977년 이후 강이 범람한 빈도와 홍수위가 급증했다. 자료=한스 헬무트 베른하르트 교수
이런 배경 아래 유럽연합은 하천에 댐을 짓거나 준설을 하고 인공 제방을 만드는 등 대규모 토목공사를 하여 하천 생태계를 파괴하지 못하도록 2000년에 물관리 기본지침을 제정하였다.
이 지침 제4조는 회원국은 이 지침이 발효된 후 늦어도 15년까지는 모든 인공적이거나 심하게 변질된 지표수의 등급을 ‘좋음’ 상태로 끌어올리도록 지표수를 보호하고 강화하고 복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지침에는 지표수의 등급을 인간의 간섭 정도에 따라 ‘훌륭함’, ‘좋음’, ‘보통’ 등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쉽게 설명하자면 등급기준은 다음과 같다. ’훌륭함‘은 인간의 간섭이 없거나 거의 없는 상태, ‘좋음’은 인간의 간섭이 약간 있는 상태, ’보통‘은 어느 정도의 간섭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이 지침에 따라 인공적으로 변질된 강을 자연에 가깝도록 복원하고 있다. 많은 댐들은 폭파되었고 콘크리트와 돌로 만들어진 제방들은 허물어졌다. 우리의 4대강 사업과 같은 토목공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미국도 마찬가지로 깨끗한 물법에 의하여 하천에서 대규모 토목공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이 법의 404조는 명확하게 이 지침을 전달하고 있는데, 미국 환경청은 이 법 조항을 특별히 상세하게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즉, 하천과 호수에 준설, 매립, 댐, 제방, 골재채취와 고속도로, 공항 등의 개발사업을 하고자 할 때에는,
1. 습지에 미치는 영향을 피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하고
2. 습지에 잠재적인 영향이 최소화 되어야 하고, 그리고
3. 피할 수 없는 악영향을 상쇄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어야 한다
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3가지 조건을 다 만족시킬 수 있어야만 사업허가를 내줄 수도 있다고 되어 있다. 우리의 4대강 사업과 같은 무지막지한 토목공사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런 배경 아래 미국은 매년 50개가량의 댐을 해체하여 지금까지 1000여 개의 댐을 폭파 철거하였고, 3만 7000개 이상의 하천에서 재자연화 공사가 이루어졌다. 수많은 댐이 해체되고 인공적인 제방들이 허물어져 하천을 자연적인 모습으로 되돌려 주고 있어서 이에 관련된 기술도 많이 축적되어 있다.
» 2007년 미국 오리건 주 샌디 강의 마멋 댐이 다이나마이트로 폭파되고 있다. 사진=미 대기해양국(NOAA)
하천을 자연 상태에 가깝도록 복원하는 이유는, 그렇게 함으로써 하천의 생태적인 가치를 최상의 상태로 올릴 수 있고 재난의 위험을 줄이며 동시에 유지관리비도 최소화할 수가 있다는 것을 지난 수 세기 동안의 경험을 통하여 알았기 때문이다.
하천은 흐름 방향과 흐름을 가로지르는 횡적인 방향에 장애물이 없으면 스스로 그 지역의 특성에 맞추어 하천 스스로 제 길을 역동적으로 찾아가면서 홍수에 대처하고 생물들에 서식처를 제공하며 물을 정화하는 그런 기능들을 되찾아 간다.
그래서 구불구불한 사행하천에 여울과 웅덩이가 만들어지고 수변 식생대가 조성되고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모래하천이 형성되어 수질 정화에 큰 기여를 한다.
» 굽이쳐 흐르는 강변에 모래가 쌓여 있는 4대강 사업 이전의 전형적인 낙동강 모습. 사진=남준기
이런 원칙 아래에서 4대강의 재자연화는 물의 흐름을 가로막는 댐을 해체하고 인공적인 제방을 허무는 데서부터 시작하면 된다. 윤석구 서울과학기술대 교수에 의하면, 4대강에 세워진 16개의 댐을 모두 해체한다 하더라도 비용은 2016억 원이면 충분하여 댐들을 그대로 둘 때 드는 매년 수조 원 단위의 유지관리비에 비하면 훨씬 싸다.
그리고 산더미처럼 농경지에 쌓아둔 모래를 도로 강에다 넣어주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물의 자연적인 흐름을 관찰해 가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을 살리는 방향으로 도와주면 강이 스스로 알아서 제 모습을 찾아간다.
강이란 것은 워낙 역동적으로 변하는 흐름에 익숙한 생태계이기 때문에 가만히 두면 오래지 않아 자연 상태로 돌아가고 돈도 많이 들어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에 들어 양재천, 안양천, 학의천 같은 작은 하천들을 재자연화 해왔었는데 4~5년이면 완전히 복원되었고, 주민들로부터도 큰 환영을 받았었고 주변의 집값도 올랐다.
우리나라의 강들은 예전에 경관이 워낙 빼어나서 외국의 사신들에게 관광명소로 안내하기도 했을 정도다. 100여 년 전에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서양 선교사들도 우리나라의 강들을 돌아보고는 그 깨끗하고 아름다운 경치에 감동했다고 전한다. 그런 4대강을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정욱/ 서울대학교 명예교수, 환경과 공해연구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