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요즘 점심시간이면 난 우리 사무실의 DJ가 됩니다 무심히 틀어놓던 라디오 대신 요즘은 직접 선곡한 노래들을 틀어놓거든요
비록 뭐 부실한 컴퓨터용 스피커지만 그나마 최대한 그녀쪽으로 돌려놓구 말입니다
가끔 욕도 먹어요
점심시간이고 가뜩이나 졸리는데 좀 신나는 걸로 틀라면서 말이죠 하지만 나는 쿵짝거리면서 내가 제일 슬프다고 소리지르는 시끄러운 노래들 대신에
때로는 사근사근하게 때로는 절절하고 애달프게 사랑을 고백하는 노래들을 골라서 틉니다 그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바로 내 마음이 그러니까요
그댄 먼곳만 보네요 내가 여기 서있는데 그대를 만나기 위해 많은 이별을 했는지 몰라 말할꺼예요 우리 이제 결혼해요
사랑해도 될까요
하지만 그녀는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그냥 커피만 마시고 있습니다 글쎄 마음을 전하기에는 이건 너무 우회적인 방법인가요? 아무래도 좀더 확실한 방법을 연구해봐야 겠습니다
女
점심시간 후딱 점심 먹어치우고 조용한 사무실로 돌아와서 커피마시며 느긋하게 라디오 듣는 일 그러다 가끔 사연도 보내보고, 팩스도 보내보고 그게 내 유일한 낙이였거든요
근데 사무실에 누구누구때문에 이젠 그것도 못해요 그 사람 지금까진 참 점잖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좀 이상해졌더라구요 뭐 자기가 DJ계 새로운 별이래나 어쨌대나 그러면서 찍찍거리는 스피커로 아주 마음 산란한 노래들만 틀어대는데 아주 트는 노래마다 가사는 또 어떻게 그렇게 애틋한지 그대 먼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깄는데
아휴..아휴..
지금도 이세상 어느 노래방에선간 왠 남자가 왠 여자를 생각하면서 저런 노래들을 부르고 있겠죠?
봄바람도 불고, 마음은 싱숭거리고,
가뜩이나 일도 하기 싫어 죽겠는데 아휴..진짜..
누가 나한테도 저런 노래좀 불러줬으면...
♬.
일기예보 - 인형의 꿈
[남:윤도현 , 여:이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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