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깊고(次蘇仙韻待友)-청허휴정(淸虛休靜=서산대사)
야심군불래(夜深君不來) 밤은 깊고 그대 아니 오는데
조숙천산정(鳥宿千山靜) 새들 잠드니 온 산이 고요하네
송월조화림(松月照花林) 소나무달이 꽃숲을 비추어서
만신홍녹영(滿身紅綠影) 온몸엔 붉고 푸른 그림자 무늬지네
*위 시는 ‘석지현’(釋智賢)님의 편저 “선시감상사전”에 실려 있는데, 참고로 석지현님은 1969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고, 1973년 동국대학교 불교학과를 졸업하였으며, 이후 인도, 네팔, 티베트, 미국, 이스라엘 등지를 수년간 방랑하였고, 편.저.역서로는 “선시”, “법구경”, “숫타니파타”, “불교를 찾아서”, “선으로 가는 길”, “벽암록”, “왕초보 불교 박사 되다”, “제일로 아파하는 마음에-관음경 강의”, “행복한 마음 휴식”, “종용록” 등 다수가 있습니다.
*청허휴정(淸虛休靜, 1520~1604)은 묘향산에 오래 주석하여 서산대사(西山大師)라 하였고, 9세에 어머니를, 10세에 아버지를 여의었으며, 서울 성균관에 들어가 공부하던 중 벗들과 지리산 유람을 갔다가 여기에서 숭인(崇仁)을 만나 머리를 깎았고, 21세에 부용영관(芙蓉靈觀)에게 인가를 받고 어느 마을을 지나다 낮닭우는 소리를 듣고 대오(大悟), 30세에 선과(禪科)에 급제하여 대선(大選)으로부터 선교양종판사(禪敎兩宗判事)가 되었으며, 임진란(壬辰亂)이 일어나자 전국 사찰에 서신을 보내어 승병(僧兵)을 일으켰고, 서울 환복(還復) 후 제자 사명(四溟)과 영규(靈圭)에게 승군을 맡기고 묘향산으로 들어갔으며, 선조 37년 1월 묘향산 원적암(圓寂庵)에서 입적, 제자로는 편양(鞭羊), 사명(四溟), 영규(靈圭), 뇌묵(雷默) 등이 유명하고, 이 외에도 세상에 이름난 제자가 70여명이나 되었으며, 저서로는 “선가귀감(禪家龜鑑)”, “청허당집(淸虛堂集)” 등이 있습니다.
*소선(蘇仙) : 소동파蘇東坡의 다른 이름
송월(松月) : 소나무 사이로 비치는 달(松風蘿月)
만신(滿身) : 몸에 가득, 全身(戶外之履滿矣-莊子)
*위 시의 형식은 “오언절구”이고, 출전은 “청허당집(淸虛堂集)”입니다.
*위 시는 “소동파의 시 대우(待友)를 읽고 감흥이 일어 그 시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앞의 제1구와 제2구는 벗이 오지 않아서 적적한 작자의 심정을 읊고 있다. 그러나 뒤의 제3구와 제4구는 현란한 아름다움으로 현기증을 느끼게 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것은 이 꽃 한 송이에서 저 돌 한 덩어리에 이르기까지 벗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것을 문득 깨달았기 때문이다.
벗은, 친구는 도처에 있다. 문제는 내 마음이다. 내 마음의 문만 열리게 되면 보라, 이 세상에 친구 아닌 것이 어디 있는가. 저 부는 바람이며 푸른 잎들, 그리고 이 한 덩어리 막돌에서 구름 한 장에 이르기까지 아, 친구 아닌 게 어디 있단 말인가”라는 주석이 달려 있습니다.
*참고로 청허휴정(淸虛休靜)(서산대사)의 시풍은 시선 이백풍이고, 사명유정(四溟惟政)의 시풍은 시성 두보풍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첫댓글 달이 비추는 숲속의 정경...
붉고 푸른 그림자들이 반겨주는 내마음속 벗들~~~~~
ㅎ, 댓글 조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