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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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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8일(일)~(25일째... Triacastela~ Ferreiros: 39km
순례자숙소: Xuant de Galicia, 공용 알베르게 6유로)
아침 7시 반경 숙소를 나서다.
어제 알베르게 숙소는 깨끗하고 너무 좋았는데
같은 호실에 묵은 에스파냐 카미노 친구의 천둥소리에 밤새 잠을 설쳤다.
아예 한사람은 다른곳으로 피신했고...
나도 도저히 참을수 가 없어 밖으로 나와 휴게실 긴 나무의자에 침낭을 깔고
잠을 청하려 했지만 딱딱한 등허리의 고통(?) 때문에 할 수 없이
다시 침대로 돌아왔는데 상상을 초월하는 인내의 한계점에 다달아...
이곳에서 코골이야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해도...
하지만 어쩌랴... '천둥소리'의 생생한 추억으로 기억할 수 밖에^^
새벽녁에 그 친구에게 코골이 시늉를 했더니 미안해하며 겸연쩍어 한다.
밤새 복도 스팀기에 널어 두었던 빨래가 뽀송뽀송 말라있다.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
숙소 건너편 바(Bar)에서 간단히 빵과 콘레체 한잔으로 아침을 때운다.
'Triacastela' 마을을 벗어날 즈음에 표지석에 두갈래 화살표가 보인다.
왼쪽은 'Samos"... 오른쪽은 'San Xil'...
잠깐 망설이다 왼쪽길을 선택했는데 나중에 알고 봤더니
두갈래 길은 20km 지점에 있는 'Sarria' 마을에서 합쳐지는데
'Samos'로 가는 길이 6km쯤 더 걸어야 했다.
그래도 전원풍경속 발품이 그리 힘들것도 없다.
아름다운 길이다.
아침 공기가 신선하지만 바람이 제법 차다.
옷깃을 여미여 자켓 카바를 머리에 덮어쓰고 얼굴 마스크까지 둘러썼다.
오늘 걸어야할 39km의 동선이 이어진다.
아스팔트 길을 따라 쭉 걷다 산길로 접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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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골의 고즈넉한 풍경이 적막감으로 다가온다.
동네 주민이라도 한 두명 만났으면 좋으련만...
'갈리시아' 지방은 목축업이 발달된 지역이라 가는 곳마다 소똥이 널려있고
사방팔방 그 냄새가 진동한다.
원없이 싫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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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개울천이 맑게 흐른다.
이곳에선 강(江)이라고 부르는데 쉼없이 흐르고 모여 다시 큰강을 이루고 온 대지를 적시니...
원천(原泉)은 그렇게 우리네 삶의 근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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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 마을을 지나간다.
얇은 석판으로 차곡차곡 쌓아 만든 집들이 허스름 하지만 튼튼하게 보인다.
노란 화살표 길라잡이가 무엇보다 반갑다.
마을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오늘도 사뭇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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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으로 목초지가 펼쳐져 있고 길 가득 소똥이 널려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목장의 목가적 풍경과는 사뭇다른 리얼함의 연속이다.
그래도 가을햇살 가득하니 내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스치는 듯 하다^^
국민학교(초등) 시절, 우리집에 소를 한마리 키운적이 있다.
동네 어느 부잣집 주인의 소를 들여와 키운다음 나중에 팔아서 반반 나눠 가지기로 하고...
근데 그녀석 어떻게 뿔과 머리힘이 셌던지 헛간벽을 수도없이 들이받는 통에
곧 허물어 질것 같이 기울어져 노심초사였다.
팔려가던날... 괜시리 마음한켠 울적한 허전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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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 물빛 어리여 고운 풍경이다.
산중 길옆에 멋스런 집한채가 특이하다.
지붕을 둥그렇고 엷은 돌판으로 덮어놓은 것 같다.
마당에 꾸며놓은 화분들 하며...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소박한 정경이 멋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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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간여쯤 걸어온 것 같다.
어느집 굴뚝으로 하얀 연기가 피여오른다.
늦은 아침식사를 마련하고 있을까...
엄마의 포근한 손길을 보며 오손도손 식탁에 모여앉은 행복한 모습들이 떠올려진다.
가족... 생각만으로도 마음이 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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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tiago' 142km...
끝이 보이지 않던 길도 이제 서서히...
뒤돌아 보니 그리 기쁠것도 그리 아쉬울 것도 없는 카미노의 동선이다.
오늘따라 엄청 밀려오는 고향의 향수에 몸과 마음이 노곤하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느긋히 귀국 비행기에 앉아있는 내 모습을 그려본다.
제주로의 귀향(歸鄕), 그런 애틋한 향수병인가 보다.
'민들레 홀씨되여'...
진한 노란 채색도 어느날엔가 하얀 솜털이 되여 어디론가 훨훨 흩날리고...
갈길이 멀기만 한데 어이하여 그대는 카미노 나그네의 발걸음을 이리도 유혹하는고^^
산길이 오르락 내리락 끝났는가 싶으면 다시 이어지고...
집이 서너채인 작은 동네를 지나가는데 할머니 한분이 집옆 성긴나무에 이어놓은 빨래줄에
옷가지를 주섬주섬 걸어 말리고 있다.
햇살은 가득하고 바람이 선선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다시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이랬다 저랬다 변덕심한 내 마음을 나도 알 수가 없다^^
물 한모금을 청하니 웃으며 고운잔에 건네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우측으로 난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누가 날 부른다.
뒤돌아 보니 노르웨이에서 온 '크라우스'와 캐나다에서 온 '에밀레'이다.
윗쪽길이 아니라 아랫쪽 좁은 길에 카미노 표시가 돼 있다며 손으로 가르킨다.
두 선남선녀의 모습이 다정스럽고 잘 어울린다.
길을 걸으며 만난 사이란다.
고운 사랑이 엮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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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이어놓은 밭 돌담이 제주의 풍경을 조금은 닮은 듯 하다.
길옆 손 흔들어 주는 저들의 여유가 늘상 부럽다.
그리 바쁠것도 없어 보이는... 부엔 카미노!
문설주에 올려놓은 붉고 늙은 호박과 주렁주렁 매달아 놓은 조롱박이 한점 그림이다.
멋을 그리며 살아가는 사람들...
곱다... 예쁘다... 소박하다...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앞서거니 뒤서거니 그렇게 길이 이어진다.
마음 찡하다.
쉼터...
가야할 발품이 남아있는지라 여운의 미백을 남겨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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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쯤 'Sarria'에 도착했다.
어느 모녀의 표정에서 작은 행복의 소망을 꿈꾼다.
모두가 그러하듯이...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일어선다.
오늘 예정은 한시간 반여를 걸어온(5.2km) 'Barbadelo' 마을에 묵을 예정이였으나 별로 기분이 내키지 않아
오후 4시쯤 그곳에서 7.8km 떨어진 'Ferreiros'로 잰 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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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돌다리와 철길을 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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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쯤 걸어왔을까...
끝이 보일것 같기도 하건만...
이제 서서히 날이 저물어 간다.
혼자 걷는 발걸음이 조급하기도 하다.
'Brea" 마을 초입에 들어선다.
거의 해가 서산을 넘어갈 즈음에 'Ferreiros' 마을 알베르게에 도착했다.
39km 거리, 10시간을 걸어왔다.
이곳 카미노에서 거리의 정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만은...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빨래를 마치고 나니 배가 고프다.
일상의 바램이 반복되는 순간들...
숙소 바로 옆 바(Bar)에서 만찬을 즐기다.
침대로 돌아와 일기를 쓰고나니 눈꺼풀이 천근만근...
침낭속 온기가 포근하다.
이제 남은 거리 100km 조금더...
만감이 교차한다.
눈이 잠긴다.
~Good-N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