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역사상 3대 이상 지속된 부유한 가문은 희소. 그러나 12대에 걸쳐 번영한 명가가 있다. 그들이 계속해서 돈을 벌었던 뜻밖의 방법 / 12/4(목) / 동양경제 온라인
명가에는 난세에서도 번영하는 처세술이 있다 (사진: Wakko / PIXTA)
"장자 3대 없다". 부잣집이 3대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뜻의 이 말은 세계 역사를 봐도 분명하다. 르네상스 시기를 화려하게 수놓은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조차 200년 정도의 번영으로 그 부를 잃어간 것이다. 그러나 세계에는 아주 작지만 오랜 번영을 자랑한 명가가 존재한다. 300년이나 오랜 세월 부와 명예를 지켜온 한국의 일족 경주 최 씨. 이들은 12대에 걸쳐 '1만 석(현대 가치로 환산하면 수 십억엔 상당)의 수입'을 유지하며 대를 이어 엘리트 관료를 배출해 온 집안이다.
왜 그들은 난세나 정치적 싸움, 경제위기 같은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를 끊는 일이 없었을까? 그 비밀은 그들의 6가지 가훈에 있었다. 언뜻 보면 돈과는 무관해 보이는 이 원칙이야말로 궁극적인 '공존공영의 구조'. 현대 투자자나 자산가에게도 공통되는 '위험회피'와 '정보전략'의 본질이 담겨 있는 것이다. 현역 투자 애널리스트로 부유층과 접해온 집필자가 그 저서 "투자자의 어머니가 스무 살이 된 딸에게 꼭 전하고 싶은 돈 이야기"에서 명가에게 배우는 "리스크" "지킴이" "집중투자" "정보"의 네 가지 시각을 풀어낸다.
■ 경주 최씨 가문 '6가지 원칙'
장자 3대 없다. 부잣집이 3대 이상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로 세계 역사상 3대 이상 지속된 부유한 가문은 매우 적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도 200년 정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국의 경주 최 씨 가문은 9대에 걸쳐 진사(난관을 돌파한 엘리트 관료)를 배출하여 12대에 걸쳐 1만 석의 수입을 유지하였다. 그들은 어떻게 300년이나 부를 지킬 수 있었을까?
최씨 가문에는 조상 대대로 가훈처럼 내려오는 여섯 가지 원칙이 있었다고 한다.
1. 진사 이상의 관직에 서지 말 것 2. 1만 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않음 3. 손님을 정중히 대접하는 것 4. 흉년은 남의 밭을 사지 말 것 5. 시집온 여인에게는 3년간 무명옷을 입힐 것 6. 주변 100리 이내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할 것
■ 얼핏, 신기한 규칙에도 합리적인 이유가
왜 흉년에 남의 밭을 사면 안 되는 것일까?
조사해 보니 흉년으로 굶어 죽을 정도의 위기가 닥치자 사람들은 고육지책으로 밭을 팔고 쌀을 사고 있었는데, 당시 쌀은 귀했기 때문에 밭을 단돈 2~3푼에 파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쌀을 넉넉히 저축한 상류층 사람들에게 흉년은 밭을 파격적인 값에 사들여 재산을 불려줄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그러나 최 씨 가문은 이를 금지했다. 밭을 내놓다가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면 일족에게 결코 득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대로 최씨 가문은 흉년이 들자 주변 100리 안에서 굶어죽는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어려운 사람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100리는 km로 환산하면 약 400km라는 광대한 범위를 말한다. 이처럼 자신들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먹을 것에 궁핍하지 않게 살지 못하면 오랫동안 일족을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 씨 가문이 300년 동안 가문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자신들만이 공존공영의 철학을 누구보다 잘 실천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 자신이 애널리스트로서 부자를 대하면서 느낀 것과 그들의 원칙은 다음과 같은 공통점이 있다.
■ 부자들에게 공통되는 '4가지 관점'
첫째, 부자는 위험을 말 그대로 리스크(위험)로 파악한다.
투자책 중에는 리스크와 리턴(수익)은 표리일체라는 것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기대되는 수익이 높으면 그만큼 리스크도 높고, 기대되는 수익이 낮으면 리스크도 낮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아는 부자들은 위험과 수익 확률이 비슷할 때는 결코 투자를 하지 않는다. 이들은 가만히 기회를 기다려 리스크가 거의 없고 리턴이 압도적으로 큰 상품에만 투자를 한다.
최씨 가문이 후손들에게 진사 이상의 관직에 오르는 것을 금지한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정치적 싸움에 휘말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래서 일족이 망해버리는 것을 큰 리스크라고 생각한 것이다.
둘째, 부자들은 버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돈을 가지고 있으니 버는 것보다 자산을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은 오해다. 만약 자산 가치가 10% 떨어지면 원래 가치로 되돌리려면 11% 올려야 한다. 그리고 가치가 50% 떨어지면 원래 가치로 되돌리려면 그 두 배(100%) 올려야 한다.
즉, 돈을 잃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그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부자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수비를 더 중시하는 것이다.
■ 여행자를 극진히 대접한 '납득할만한 이유'
셋째, 부자들은 분산투자를 하지 않는다.
투자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격언 중 하나로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것이 있다. (중략) 그런데 내가 만난 부자는 뜻밖에도 분산투자를 하지 않았다.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 범위가 넓어지면 이해가 엉성해지고 실패가 증가하기 쉽다. 그러니까 부자들은 자기가 잘 아는 분야에 집중해서 투자를 하고, 잘 모르는 분야에는 절대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다.
넷째, 부자들은 별일 없을 때 주변 사람들에게 밥을 자주 사준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돈이 되는 정보는 사람에게서 사람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주변 사람을 아끼고 누군가의 부탁을 받으면 최대한 보답하려고 한다.
최 씨 가문의 가훈도 마찬가지다. 옛날에는 나그네가 그 길에서 전혀 일면식이 없어도 그 고장의 부잣집 별채에서 며칠씩 묵게 하는 일이 자주 있었다. 최 씨 가문은 그렇게 찾아온 과객을 정중하게 대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시대의 나그네는 전국 각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족은 스스로 전국을 돌지 않고도 세상의 변화를 재빨리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