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기요사키가 쓴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을 보면, 어릴 적에 자신이 사업 구상을 하고 열심히 일해서 직접 돈을 버는 얘기가 나온다. 단순히 부자 아빠가 되는 방법을 열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어렵게 돈을 버는 것과 쉽게 돈을 버는 것과의 차이점과 파급력에 대해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내용이다.
아이들이 자라서 초등학교에 들어갈 즈음이 되면, 문방구에서 필기도구나 장난감도 사고 싶고 학교 근처 분식집에서 물라면, 슬러시, 치즈스틱 등의 간식도 사 먹고 싶어서 `용돈`이라는 것이 필요하게 된다. 매주 정해진 날에 정해진 용돈을 받으면 아이들은 돈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고, 용돈을 모아서 약간 고가의 장난감을 사거나, 여러 개 물건을 한꺼번에 사는 것과 같이 쉽게 써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용돈이 더 필요해서 돈을 벌고 싶다고 얘기를 하였고, 나는 집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 일명 `집안일 아르바이트`를 하면 1건당 500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했다. 빨래를 널거나 개기, 잠자리 이불 정리하기, 설거지하기, 화분에 물 주기 등 몹시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아이가 손수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집안일을 해서 번 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살펴보니, 1천원짜리 요요를 사거나 물라면을 사서 먹곤 하였다. 사용하는 장소는 비슷하지만, 부모에게서 정기적으로 받는 용돈으로 쓸 때보다는 더 신중하게 사용한다는 것이었다. 쉽게 벌면 쉽게 쓰고, 어렵게 벌면 어렵게 쓰는 것이다.
누구나 이런 경험은 한 번쯤 겪어 보았을 것이다. 10만원 이하의 작은 돈은 내가 감당할 수 있고, 직접 돈을 벌 수 있고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관심이 많아서 신경을 쓰는 반면, 1천만원 이상의 큰돈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고, 쉽게 벌 수 없고 돈의 액수가 커지면 조절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에 무감각하게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소주 1병을 산다고 했을 때 A 마트와 B 마트의 가격이 100원 차이가 난다면 가격을 기억하고 100원을 아끼기 위해서 가격이 저렴한 곳에 가게 된다. 또한, 욕실의 전구가 고장이 나서 새로 사려고 하는데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의 가격을 비교해 보니 무려 1개당 4천원이나 차이가 나서 택배비를 지불하고도 온라인으로 사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작은 돈은 내가 이곳저곳 알아보며 관리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3억짜리 아파트 1채를 산다고 가정해 보자. 우선 아파트의 금액인 3억은 내가 관리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거나 전세금을 받아서 채울 것으로 생각하기에 3억이라는 액수를 자칫 무감각하게 생각할 수 있다. 여기저기 공인중개업소에서 아파트를 알아보고, 여러 아파트를 직접 방문해 보기도 하고, 낮과 밤, 평일과 주말, 1층과 꼭대기 층, 남향과 동향 등 여러 각도에서 아파트를 살펴보고 구매를 결정해야 하지만 금액이 고가이기에 공인중개업소에서 설명을 듣고 구매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것이다.
같은 돈이라도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에 따라 돈을 사용하는 태도가 다르다. 자신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은 자신이 그 의미를 부여한다. 피땀 흘려서 번 돈이기에 자신에게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고 헛되이 쓰지 않는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빌렸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았다든지, 로또나 복권에 당첨되어 큰돈을 벌었을 경우는 다르다.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준 돈은 저신이 직접 번 것이 아니기에 쉽게 생각하고 그만큼 쉽게 사용한다.
내가 직접 번 돈은 힘들게 일하면서 내가 의미를 부여했기에 소중하게 생각하고, 헛되이 사용하지 않으며, 또한 내가 감당할 수 있고 관리할 수 있는 범위 내의 돈으로 인식한다. 직접 일해서 벌지 않고 쉽게 번 돈은 나에게는 쉽게 사용해도 괜찮은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자신이 직접 일해서 번 돈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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