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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水湖誌) 제2장 62근짜리 지팡이를 가진 스님
제6편 복숭아꽃 피는 마을 6-1🎈
오대산에서 내려온 노지심은 대장간에 부탁한 선장(禪杖)을 찾아 들고 계도(戒刀)는 허리에 차고 바랑을 지고 동경 대상국사(東京 大相國寺)를 향해 길을 떠났다.
보름이 지나 해가 뉘엿뉘엿 서산에 지는 석양녘에 노지심은 도화촌이라는 마을에 도착했다.
글자 그대로 복숭아 꽃이 만발한 마을이었다.
노지심은 어느 집 문을 두드리고 하룻밤 묵어가게 해달라고 청했다.
그러자 하인이 나와서 집안에 일이 있어서 나그네를 재워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노지심은 거절을 당했지만 더욱 큰 소리로 재워 달라고 요구했다.
그 바람에 집 주인 유태공(劉太公)이 밖으로 나와서 말했다.
"오대산에서 오신 스님이시라면 오늘 저희 집에 일이 좀 있지만 묵어가도록 하시지요."
노지심은 비록 출가는 했지만 술은 사양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인은 즉시 장객에게 일러 술 한병,
고기 한 접시와 여러 가지 야채들을 내어 대접했다.
노지심이 배불리 먹고 나자 유태공은 말했다.
"오늘 밤 저희 집에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방에만 계시지 절대로 내다보지 마십시오."
유태공의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노지심은 괴이하게 여겨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그는 처음에는 말하고 싶지 않은 눈치였으나 노지심이 재삼 묻자 마침내 말했다.
"근처 도화산에 도적떼들이 있는데 두령이 2명이고 졸개가 5백 명이나 되어 청주 관군들도 속수 무책입니다.
놈들 등쌀에 재물도 많이 빼앗겼습니다만 이번에는 하나밖에 없는 제 외동딸을 달라는 겁니다.
누구 말이라 거역하겠습니까?
이제 신방을 차려놨으니 잠시 후에는 산적 두령이 올 것입니다."
노지심은 그 말을 듣고 말했다.
"따님은 다른 방에 피해 있도록 하십시오.
제가 대신 신방에 들어가 있다가 두령이 오거든 설법으로 타일러 돌려 보내겠소.
이번 일은 제게 맡겨 주시오."
유태공은 노지심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뻤다.
노지심은 신방에 들어가자 옷을 홀라당 벗어버리고 침상 위에 반듯이 누워서 신랑이 오기만 기다렸다.
초경쯤 되자 오늘 밤 신랑될 작은 두령이 머리에 면건을 쓰고 몸에는 나포를 입고 가죽 구두를 신은 채 등불을 들고 백마를 타고 4, 50 여 명의 졸개들과 함께 도화장에 도착했다.
유태공은 장객들을 데리고 나가 정중히 두령을 안으로 맞이했다.
대청 위로 올라가자 신랑두령이 묻는다.
"왜! 신부는 나와서 나를 맞지 않는 거요?"
"부끄럽다고 방에서 나오려 들지 않습니다."
두령은 껄껄 웃었다.
"부끄럽다? 그럴 수도 있겠지."
유태공은 부디 새로 온 오대산 스님이 설법으로 두령을 잘 타일러 모든 일이 무사히 풀리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산적 두령이 방문을 열고 보니 방 안이 캄캄해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다.
"장인어른께서는 인색하기도 하시지,
신방에 불도 안켜고 어둠 속에 귀여운 신부를 앉혀두다니,
내일은 내가 산채에서 가장 좋은 기름 한 통을 가져와야겠구나."
두령은 혼자 중얼거리며 더듬더듬 침상 앞까지 와서 손을 내밀어 자리 위를 더듬어 보았다.
그때까지 쥐 죽은 듯 누워 있던 노지심이 벌떡 일어나 앉으며 그대로 주먹을 들어 그의 면상을 내리쳤다.
"어이쿠! 이게 뭐야?"
"이놈아, 내가 네놈 신부다."
유태공이 깜짝 놀라 신방으로 달려가 보니 몸에 실오라기 하나도 걸치지 않고 벌거숭이가 된 오대산 스님이 도화산 작은 두령을 깔고 앉아 주먹으로 마구 패고 있었다.
졸개들이 달려들자 그는 침상 옆에 세워 둔 선장을 들고 마루로 뛰어나왔다.
졸개들은 혼쭐이 빠져 장원 밖으로 달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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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틈에 신랑 두령도 쏜살같이 말을 잡아 타고 산으로 도망쳤다.
유태공은 노지심을 붙들고 애원했다.
"아니, 어쩌자고 이러십니까?
놈들을 설득하시겠다더니 이제 큰일났습니다.
놈들이 다시 오면 우린 끝장입니다.
도데체 이 일을 어찌해야 좋단 말이오?"
그러나 노지심은 태연하였다.
그는 장객에게 신방에 가서 옷을 가져오라고 하여 천천히 옷을 입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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