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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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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1월 10일(화)~(27일째... Palas de Rei~ Arzua: 34.1km
순례자숙소: Xunta de Galicia, 공용 알베르게 6유로)
인연...
세상에 참으로 많은 인연들이 맺여짐과 헤여짐을 반복하는가 보다.
내가 이길을 걷지 않았던들 어떻게 저들과 웃음띤 얼굴을 마주할 수 있으랴...
설령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도 좋다.
이길에서 만나는 순간의 찰나일 지언정 굳이 말하지 않아도
힘들고 쓸쓸하고 적막한 발걸음을 서로 알아주고 도닥여 주는 그런 인연들...
저녁 숙소에서 운좋은 날이면 와인한잔 나누며 행복해 하는 모습들...
정이 들어간다. 헤여질날이 가까워진다. 아쉽다.
처음의 어색한 표정도 이젠 스스럼 없이...
마음한켠 고운 인연으로 오래오래 기억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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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 공기가 산뜻하고 화창하다.
그리 따갑지도 않고 바람 선선하니 기분이 상쾌하다.
이곳 스페인은 11월달부터 우기철이라 내심 걱정했었는데 지금껏 그리 큰 비를 맞은적도 없으니
이또한 내겐 큰 축복인 듯 하다.
응원해주시는 모든분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햇살가득 처마를 맞댄 동네 풍경이 평화롭다.
솔솔 걸어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흥얼거리는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Palas de Rei' 마을 외곽을 빠져나오다 펼쳐지는 한적한 풍경에 마음 여유롭다.
화사한 꽃 너머로 한국인 여자 카미노 모습이 보인다.
외국인들과도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영어대화가 유창하다.
일면 부럽기도 하다^^
서너차례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것 같다.
어느 마을을 지나가다 그곳 할머니가 파는 산딸기를 나눠먹고 동네 바(Bar) 근처에서
헤여졌는데 아마도 '산티아고' 소중한 여정을 무사히 끝냈으리라 생각해본다.
이또한 작은 인연의 발걸음이고 보면...
부엔 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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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이천여리의 끝없이 이어진 길을 따라 이곳에 다달았다.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계곡을 품고 구불구불 이어진 길 모퉁이를 걸어왔다.
난 어떤 진솔한 마음을 품고 머나먼 이길을 걸어왔을까...
되돌아보고 물어봐도 그리 신통치가 않다.
스스로 물음의 답은 요원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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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반 여를 걸어와 '까사노바' 마을 초입에 다달았다.
동네 어귀의 낮은 돌담이 제주풍경을 퍽이나 닮아있다.
반갑고 정겨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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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보레이로' 마을 집 담벼락에 큼지막하게 노란 화살표가 '산티아고' 동선을 가르키고 있다.
저곳엔 어떤 가족들이 오손도손 살아가고 있을까...
가을 하늘이 파랗다.
그 길로 카미노 두 친구가 걸어가고 있다.
동네 풍경이 한적하다.
스페인 어딜가나 흔히 볼 수 있는 곡물 보관 창고인 '오레오'...
돌로 차곡차곡 겹겹히 쌓은 다음 동풍이 잘 되도록 나무 판자로 구멍 숭숭 가려놓았다.
그 집의 부(富)의 상징이라고도 하는 데...
널어놓은 빨래가 가을 햇살에 송송 맺혀있다.
길가옆 담벼락 아래로 흩트러진 저 낙엽도 어찌보면 이 가을 모퉁이의 고운 색감 이리라...
보는 시선은 각자의 몫이긴 하지만 푸르름을 다하다 빛바랜 퇴색이고 보면
고운 눈으로 담아주는 넓은 아량도 필요할 듯 하기에...
이런 돌다리를 지나노라면 마음 포근한 먼 옛날의 동화속 이야기를 떠올리곤 한다.
앙증맞다^^
개울가 시냇물 졸졸 흐르고...
누구나 시인이 되여 이 가을을 노래한다.
아까워 빨리 건널수 가 없다.
천천히 천천히 한 발자욱 한 발자욱 예쁜 돌다리를...
누가 올려 놓았을까...
그 소망의 바램은 간결하다.
별탈없이 먼먼 여정의 종막을 내려 놓는 것...
꼭같은 마음 일진대...
표지석 옆으로 이름모를 열매가 알알이 맺혀있다.
길라잡이... 이젠 오랜 벗이 되여 걸어가야할 길을 가르쳐주고 있다.
단순한 표지석으로만 보이지 않음은 어떤 마음일까...
먼 동행의 나의 '도반'인것을...
신작로 저 끝에 누군가 걸어가고 있다.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올라간 나무결이 시원스럽다.
스페인 '안나'와 알바니아에서 온 '보니'는 단짝 친구이다.
어저께 같은 알베르게 호실에서 묵었는데 서로 소곤소근 거리며 웃는 모습이 퍽이나 귀여웠다^^
둘다 수줍음을 잘 타는 아가씨들이다.
언제 저렇게 친해졌을까...
길에서 만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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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장 추억으로 남겨두고...
잘가라며 손 흔들어주는 저 들이 있기에... 부엔 카미노!
가을햇살이 참으로 따스한 날이다.
많이 걸어온 것 같다.
서너개의 마을을 스쳐 지나오니 어느덧 오후 3시가 훨씬 넘은것 같다.
흐르는 내천이 시원스럽다.
초록 정원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아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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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쯤 '멜리데(Melide)' 마을로 들어섰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니 깨끗하고 규모도 큰 동네인것 같다.
어느 바(Ba) 앞 메뉴판에 문어요리가 올려져 있다.
이곳 '갈리시아' 지방은 바다(대서양) 가까이 있는 지역이라 해산물이 풍부하다고 한다.
전에 '나헤라' 숙소에서 만났던 동년배 비슷한 카미노 친구가 꼭 한번 맛 보라는 말이 기억난다.
문어라면 어릴적 제주바다에서 갓 잡아올린 쫄깃쫄깃한 맛이 얼마나 별미였던가.
추석을 전후해서 따뜻한 날 바닷가 원담에 가면 수도 없이 유영하는 문어를 맨손으로 잡곤했다.
바(bar) 안으로 들어서니 그간 만났던 카미노 친구들이 반가운 인사를 전해온다.
아무튼 이곳 문어맛이 궁금도 하여 첫맛을 보는순간 무척 짜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마침 그곳에 있던 한국 여자분이 그 문어요리를 올리브 기름에 젹서 먹으란다.
시키는 대로 했더니 훨씬 맛이난다.
부드러운 맛이다.
서로 잠깐 이야기를 나누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소리에
그 아주머니도 따라 눈물을 딲는다.
이럴때 무슨 남자체면을 가리고 말고 할 것인가...
서울에서 부부가 약국을 운영하는데 남편이 소말리아 지역에 6개월간 의료봉사를 다녀온 차라
이번엔 자기가 큰 맘먹고 이곳에 왔단다.
아들도 대학생이 되면 군에 갈텐데 이번 기회가 아니면 도저히 못올 것 같아 55일 일정으로
이곳 '산티아고' 카미노를 마친 후 다른 나라로 여행을 하겠단다.
그 용기와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망설일때 떠나라'는 어느 명언의 구절처럼...
실천하지 않으면 무엇이든 공염불일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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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은마을 아담한 돌다리를 지난다.
그 아래로 맑은 개울물이 조용히 솔솔 흘러 내려간다.
저 물속에 발담금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긴 그림자 나그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길가옆 둑에 노란 민들레가 피여있다.
한컷을 찍고 일어 서려는데 살짝 먼발치에 두 송이가 또 피여있다.
이번엔 꽃술에 아웃 포커스를 맞추고 찍어야지 생각하며 둑 아래쪽 평평한 돌에 의지하여
발을 내딛는 순간 그만 1m아래 물엉덩이 속으로 풍덩하고...
세상에 이런일이...
다행히 왼손 작은 손가락과 오른쪽 발목에 가벼운 찰과상을 입었을 뿐이데도
기분이 얼얼하다.
바지가 흠뻑 젖어있다.
꽤나 차갑다.
그곳을 올라와 사진을 포기하고 몇m쯤 걸어오다 가만 생각을 했다.
... 그래 이길에서 '액땜'을 한거야...
모든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평범한 진리^^...
언덕길을 다 오를즈음 산악 자전거로 '산티아고'로 가는 브라질 청년을 만났습니다.
전에 내 발가락 물집을 살펴주던 영국인 여자 카미노도 함께...
브라질 청년이 내 카메라를 앞으로 쭉 올려찍은 셀프 장면이네요.
또하나의 추억이 일기록속에 새겨졌습니다.
근데 왜 흑백 사진이 되였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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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티아고' 44km...
그리 기쁠것도 그리 아쉬울것도 없는 덤덤한 기분이다.
그래도 마음한켠 뿌듯하다.
그 먼먼 길을 구비구비 휘돌아 이곳까지 내 발품의 작은 흔적을 남겨놓을 수 있으니...
눈을 감아본다.
온갖 만상이 다 떠오른다.
무엇을 찾아 이길을 왔던고...
오지의 낮설음도 이젠 정(情)이 들었다.
한달여 그 시간속 일상이 어언 몇년이 흐른것 같기도 하고...
이 길에서 무엇을 그리 내려 놓으려 함인가...
더욱이 무엇을 얻으려함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겐 지나친 욕심인 것 같다.
다 내려놓을 수 만 있다면...
허나 어떻게 다 내려 놓을 수 있다는 말인가...
고작 한달여의 발품으론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이나 깨달음의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수행의 길을 걷는것도 아닐진대...
그저 길이 있으니 그 길을 걸을 뿐이다.
내 사고(思考)의 한계점을 스스로 느낀다.
길이 그렇게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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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적한 동네를 휘돌아 서니 작은 언덕에 바(Bar) 인듯 아담한 집 한채가 서있다.
생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일까 하다가 시계를 보니 오후 다섯시가 가까워 진다.
새로 지은 모양새가 이쁘니 그안 실내풍경도 그리 할것 같는데 조금은 아쉽다.
벽에 걸어놓은 작고 멋스런 사진들 하며 곱게 진열해 놓은 찻잔과 와인의 정결함이 떠오르는
게다가 주인장의 미소가 밝은 표정이라면 더 바랄것도 없는 그런 상상을 해본다.
그림자 길에 드리웠다.
30여분을 더 걸어 도착한 'Arzua' 마을 안으로 들어서서 걷고 있노라니 성당의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그리 큰 마을은 아닌듯 싶다.
알베르게도 깨끗하고 주인장도 친절하다.
배낭을 내려놓고 따뜻한 물에 샤워하는 그 기분이란^^...
숙소 바로앞에 있는 바(Bar)에서 바케트속에 돼지고기를 넣고 치즈를 얹은 Pork를 시켰는데
그곳 종업원이 맛이 일품이라며 설명하는데 정말이지 그 맛이 쫄깃쫄깃 기가 막히다.
더욱이 시원한 생맥주까지 한잔 가득 곁들이니 캬!^^
'Good'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더니 그 얼굴 표정이 함박웃음 그득하다.
뒤이어 주방장도 2층으로 올라왔는데 역시 얼굴에 기분좋은 웃음을 띤걸 보면
그 말을 들은 모양이다.
내친김에 내일 먹을 요량으로 두어개 더 주문을 했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계산대로 갔더니 기분이라며 디스카운트를 해준다.
음식 하나에 이렇게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이다.
밖으로 나오니 여린 불빛이 그윽하다.
이제 이 밤의 끝을 잡고 나홀로 어디로 가볼까나^^
별빛 떠있는 고운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