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첫날에
오월 첫날은 주중 수요일이다. 새벽녘 잠을 깨 전날 동판지 둑길 따라 들녘을 걸었던 풍광을 스케치한 생활 속 글과 ‘동판지 꽃창포’ 시조를 남겼다. “연잎이 동동 뜨는 동판지 가장자리 / 갯버들 숲 이루어 푸르름 더해가고 / 시퍼런 잎줄기 솟아 노란 꽃잎 펼친다 // 색 바래 야위어진 지난해 묵은 갈대 / 봄비에 때맞추어 붕어는 알 슬려고 / 꽃창포 무더기 찾아 그 주변에 맴돈다”
날이 밝아오지 않은 여명의 새벽에 원이대로로 나가 불모산동에서 첫차로 출발해 북면으로 가는 17번 버스를 탔다. 무척 이른 시간임에도 버스 안에는 새벽일을 나가는 이들이 더러 타고 움직였다. 그 가운데는 건설 현장 날일을 가려고 인력 시장 중개소를 찾아가는 사람도 있었다. 버스는 굴현고개를 넘어 감계 신도시를 들러 마금산 온천에 닿았을 때 남은 승객은 몇 되지 않았다.
지난겨울과 봄에 걸쳐 부곡으로 온천을 몇 차례 다녀왔는데 마금산 온천은 뜸하게 찾아간 편이다. 부곡으로 가는 길을 북면에서 창녕읍으로 오가는 버스를 이용하거나 함안 칠서에서 낙동강 강심에 걸쳐진 다리를 걸어서 건너 남지에서 도천이나 영산까지 걸어 부곡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도 했다. 부곡 온천은 북면보다 대중탕 목욕비가 2천 원이나 싸 틈이 나면 찾아갈 만도 했다.
북면 마금산 온천장은 꿩 대신 닭 격으로 부곡까지 갈 시간이 없어서다. 부곡 온천장으로 가려면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한다. 가끔 들렀던 북면 대중탕을 찾아가니 무척 이른 시간임에도 새벽같이 대중탕을 찾은 이들이 더러 있었다. 아마 오늘이 근로자의 날 휴무로 일요일처럼 시간을 낼 수 있어 대중탕을 들린 이도 있는 듯했다. 절차에 따라 1시간 남짓 걸려 목욕을 마치고 나왔다.
온천장 바깥으로 나가니 새벽에 비가 살짝 내렸다가 그친 흔적이 보였다. 온천 단지에서 북면 들녘으로 나가 들길을 걸으니 바로 앞에는 우뚝 솟은 백월산이 시야에 들어왔다. 북면 일대 웬만한 야산은 감나무 과수단지로 개간되어 일반 숲과는 뚜렷하게 구분되었다. 멀리 천주산이 상봉으로 건너오는 산자락에는 옅은 구름이 걸쳐져 있기도 했다. 북쪽의 낙동강 건너는 창녕 학포였다.
예전에는 순수 벼농사 논이 과수나 밭작물을 가꾸는 농지로 바뀐 북면 들판이었다. 대규모 축산 단지도 있고 일부는 주말농장 텃밭으로 가꾸어 컨테이너 농막이 보였다. 들판이 끝난 곳에서 강둑을 넘으니 천주산 달천계곡에서 흘러온 신천은 샛강이 되어 낙동강으로 합류했다. 갯버들이 무성해진 강기슭 가장자리의 묵은 물억새와 갈대는 새로운 움이 솟아 잎줄기가 시퍼렇게 자랐다.
신천이 흘러온 북면 수변공원 앞은 건너편 학포 수변공원을 마주하면서 호수를 이룬 듯했다. 창녕함안보를 빠져나와 임해진을 거쳐온 강물이 넓어진 강폭에서 잠시 머물다가 본포교 교각 밑을 빠져나가 수산으로 유장하게 흘렀다. 암반 벼랑을 따라 돌아가는 생태 보도교를 걸어 본포 수변공원으로 건너갔다. 옥정과 죽동을 거쳐 대산 가술까지 걸어보려다 마음을 바꾸어 버스를 탔다.
가술에 이르러 마을도서관을 찾아가니 근로자의 날 휴무로 오일장이 서는 장터를 둘러봤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로 장터는 활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채소 모종과 생선을 팔았고 잡곡과 잡화를 펼친 할머니를 뵈었다. 진영에 살며 인근 진례 장도 다닌다는 잡화상 할머니는 올해 86살로 얼굴도 곱고 입담이 좋고 아주 정정했다. 장터 순례로 60년 세월을 보냈다는 연륜이 놀라웠다.
찻집에서 몇몇 지기에서 거쳐온 강변과 장터 풍물을 사진으로 보내면서 오월 첫날 안부를 전했다. 때가 되어 국숫집을 찾아 점심을 요기하고 행정복지센터 현관에서 휴식을 취하다가 오후에 부여된 과제를 수행했다. 집주인이 돌아간 이후 폐가로 방치된 고샅을 지나다가 무더기로 피는 메꽃을 보면서 계절은 봄에서 여름으로 바뀜을 실감했다. 모내기 철 들녘에서 보던 메꽃이었다. 24.05.01
첫댓글 선생님 방문을 활짝 열어 놨습니다^^
ㅎ ㅎ 저는
새벽에 눈 비비고 일어난 토끼가 먹는 옹달샘처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