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런 앤 샷 [1]
뜨거운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부시시한 얼굴에 적중한다. 더불어 매미가 우는소리에 침대 위에서 몸을 뒤척이더니 솜베개로 얼굴과 귀를 둥글게 덮었다.
갈색의 합판마루가 깔린 10평 남짓한 단칸방에는 특별한 가구는 없었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기구와 제품만 들어서 있어 단조롭지만 실용적이었다.
나무의자에는 상의며 반팔이며 옷들이 겹겹으로 걸쳐져 있었고 바닥에는 여행용 백팩과 은색체인이 달린 베이지색의 카드홀더가 뉘여져 있었다.
소년은 문득 생각났는지 급하게 얼굴에 덮은 베개를 던져서는 침대에서 상반신만을 일으켜 오른손의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 얼. .마나 잔거야 '
싱크대에서 간단한 세면을 한 뒤에 침대에 걸쳐있는 파란수건을 목에 두르고 얼굴에 송골송골 맺혀있는 물기를 닦아내며 의자에 겹겹히 쌓인 옷을 뒤적거렸다.
" 이것도 아니고 이건...아니고 "
바닥에 휙휙 던지며 추리다 결국은 찾을 수 없어 벽걸이에 따로 모셔놓은(?) 새옷을 입기로한 소년은 흰색의 브이넥 긴팔티셔츠 그리고 소매가 짧은 연한 빨간색 자켓을 걸쳐입었다.
바지는 패션을 위해(?) 청바지를 반으로 잘라놓은 연청색 반바지를 입었다.
마지막으로 화장대 앞에서 유전적으로 삐죽삐죽한 흑발을 도깨비빗으로 쓸어 내리며 가끔씩 머리카락이 말려들어 신음 하였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는 여행용 백팩을 매고 현관을 나가려던 찰라 목을 만져보니 언뜻 카드홀더를 깜빡하여 워커부츠를 신은채로 방바닥을 들쑤시며 바닥에 뉘여진 은색체인이 달린 카드홀더를 챙겨 나왔다.
이 카드홀더는 학생 신분증 케이스로서 학교에서 특별히 지급해준 것이다.
이윽고 배낭에 쑤셔넣고는 체인이 삐죽 튀어 나왔지만 보지 못하고는 소년은 밖으로 나와 특별한 보조키가 없는 현관문의 문고리를 열쇠로 잠가놓고 옆에 즐비된 문들을 지나서 철제계단으로 내려갔다.
-탁 탁탁 탁 탁탁-
경쾌한 리듬으로 빠르게 2층 철제 계단을 내려갔다. 하늘은 구름한점없이 푸르고 맑고 그리고 뜨거운 바람과 뜨거운 태양이 어지러운 아지랑이를 피어내며 몸 구석구석의 땀샘을 지독스럽게 자극하였다.
에어컨의 온도조절로 27도였던 실내에서 나와 더욱 무덥게 느껴지는 바람에소년은 자켓을 벗을까 생각하면서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훔치고 있을떄 POLICE라고 적힌 SUV차량이 사이렌을 울리며 빠르게 앞으로 지나갔다 꼬리를 물어 구급대 차량도 바퀴를 들썩거리며 따라갔다.
' 무슨 일이지 ? '
그 순간 날카롭고 시끄러운 고음의 노이즈가 귓전을 때려왔고 이어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광포한 바람이 골목을 타고 세차게 들어와 온 몸을 때렸다.
작게나마 비명소리가 어렴풋이 들리고 저 멀리 높게 세워진 빌딩 하나가 하얀연기를 공중으로 흩뿌리는 광경에 심장은 쿵쾅쿵쾅 뛰었으며 눈동자는 커져갔다.
" 설마. . "
문득 시야를 통해 들어온 머릿속 이미지에는 하얀 연기를 내뿜고있는 저 빌딩에서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자신의 유일한 가족인 누나의 모습이었다. 소년은 백팩을 마당에 던져두고는 워커부츠로 땅을 두드리며 뛰어갔다. 뜨거운 바람을 느낄새가 없이 심장은 몸서리치게 요동쳤다.
골목을 지나고 언덕으로 뛰어 내려가자 차도에는 차들이 듬성듬성 주차된채 사람들은 나와서 저멀리 하얀 연기를 내뿜고있는 빌딩을 쳐다보고 있었다.
숨을 헐떡이며 뛰어가면서 빈 택시를 발견하였다. 택시 운전수또한 무슨일인지 차에서 고개를 빼곰히 빼어 손으로 이마를 누르며 쳐다보고 있었다.
소년은 택시문을 벌컥 열고 도시 광장을 손짓으로 가리키고는 마른침을 삼키고 숨이 차오른 상태에서 입술을 열었다.
" 광장으로 빨리.. 빨리 가주세요!! "
목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치는 젋은이에게 운전수는 기겁하더니 이내 기어를 올리고 핸들을 조작해 막힌 차도를 유유히 빠져나가 골목길을 타고 올라갔다
운전수는 정면을 보지만 드문드문 빽미러로 뒤를 보면서 침이 목으로 넘어가는 소리를 요란하게 내었고 이마에서 땀을 삐질삐질 내면서 핸들을 양손으로 조작하였다.
" 테러는 . . 아니겠지? "
자문하는 것처럼 들릴수 있는 말이었지만 빽미러를 통해 보이는 운전수의 눈빛은 각박해 보였다.
" 테러인지는 아직 분간이 가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런 폭음을 낸다면 테러일 가능성이 높긴.. "
소년은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내렸다. 운전수는 허탈한듯 자신의 관자놀이를 눌르고는 말을 꺼내려 했지만 빽미러에 비친 뒷좌석 소년은 고개를 내려 그늘이진 얼굴속에서 바닥을 보며 눈동자를 크게 키우고 있었다.
택시의 속도는 박차를 가했고 골목을 빠르게 지나가면서 창문밖으로 보인것은 산책하던 개가 연기를 뿜는 빌딩을 향해 주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빨을 드러내며 계속 짓고 있었고 또는 재미있는 불구경이라도 한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켜서 멀리서 촬영하는 사람들이 드물게 있었다.
창문밖을 쳐다보는 소년의 심장 박동은 커져갔다.
골목을 나와 넓은 4차선 도로를 타게 되었을떄 노란색 형광조끼를 입은 경관들이 빨간 봉을 위 아래로 흔들며 더이상 못 지나가게 하였다.
그로인해 차들은 정체되어 있었고 운전수는 상황을 말해주려 하였다.
" 경관들이 더이상 못 지나가게.. "
말이 끊나기도 전에 문을 박차고 나간 소년은 빨간봉을 저어대고 있는 경관에게 달려갔다.
헐레벌떡 하며 눈초리를 매섭게하고 오는 소년의 모습에 경관은 흠칫 하였지만 코앞까지 와서는 숨을 몰아쉬며 상황을 물어오자 자신들도 자세한 내막은 모르고 그저 테러일 가능성이 높다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제는 물러나라는 듯이 소년의 가슴을 밀었지만 그 팔을 옆으로 뿌리치고는 진입불가의 네온사인 푯말을 지나쳐 빈 차도로 뛰어가는 소년 이었다.
경관은 고함을 고래고래 쳤지만 멀어져가는 빨간자켓의 모습에 지친 한숨을 쉬고는 될대로 되라는듯 고개를 다시 정체된 차도로 돌렸다.
(2)
하늘은 구름이 뒤덮어가고 시야는 점차 어두워졌다. 가로등이 때를 잘못 알았는지 하나 둘 깜빡거리며 점등 되었고 두개의 색깔로만 나열되어 있는 보도블럭에서 빨간자켓 소년의 시야를 펼쳐주었다.
내내 방영되던 대형 스크린은 폭발의 영향 떄문인지 깜깜 무소식 이었고 소년의 발은 빌딩으로 가까워져 갔다. 그렇지만 오는내내 대피하는 사람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 설마 대피를 안한거야 ! ? '
주변 건물들을 둘러보니 정문은 양문이 한계까지 젖혀진채 바닥에는 신분증이며 소지품이며 갖가지 떨어져 있었다.
대피를 한것같아 내심 다행스럽게 생각했지만 폭발뒤 광장까지 온 시각은 보지않았으나 체감상으로 매우 짧았다.
그래서 손목시계를 보면 폭발소리와 함께 광장에 온 지는 겨우 30분이다. 그 안에 주변건물의 모든 사람들이 일찍히 대피한다는 것도 가히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곧 멀리서 소형 차량과 suv차량의 경찰차들이 보였고 경관들도 빌딩을 주시하며 어떻게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듯이 보였다.
- 비켜어어어어어!!! -
마른 하늘 날벼락 같은 소리가 울려퍼지며 뒷통수로 갑작스런 타격이 가해졌고 그대로 땅바닥으로 풀썩 엎어졌다. 정신을 잃을정도의 충격량이 가해졌지만 소년은 뒷머리를 손바닥으로 쓱쓱 문대며 공중을 무슨 일인양 쳐다보니 눈동자가 휘둥그레질수 밖에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양쪽 팔의 은색 호구에서 나온 로프줄 사이에 매달린채 앞뒤로 흔들거리며 중심을 잡고있는 앳된 얼굴의 동양인 소녀가 있었다. 전신에 페인트를 칠한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검정색의 이너웨어를 입고 있었다.
상체가 망사로 되어있어 투과되는 하얀 몸이 살짝 비치면서 그 위로 부착된 기구들이 위화감을 불러 일으켰다.
어깨부터 시작해 가슴까지만 덮은 은색 흉갑과 늘씬한 허리에는 튼튼해 보이는 가죽밸트 세 대가 교차하며 채워져 골반춤에서 진공 청소기같은 소리를 내는 엔진관을 붙잡아 놓고 있었다.
하얀색 바탕에 직사각형의 입구를 가진 네개의 작은 엔진관이 왼쪽 오른쪽 두개씩 있었다.
넓적다리 절반부터 시작해 치골을 비워두고 엉덩이까지는 은색의 얇은 판이 덧씌워져 있었으며 발은 소년과 동일한 갈색 워커 부츠 였지만 정강이까지 길게 뻗혀진데다 발바닥 굽 소재는 검정색보다 진한 마치 타버린것 같은 까만색이었다.
- 쉬이익 -
고층 빌딩 사이로 똑같은 옷차림의 한명이 로프줄을 타고 허리춤 엔진을 발열하면서 공간이 일그러 지는 아지랑이를 일렁대며 바람을 가르고 왔다.
" 뭐해! 민간인은 보내고 빨리 움직여 "
" 아 . . 예! "
잠시 뜸을 들인 흑발의 소녀는 호구에서 로프를 삽입하고는 땅으로 착지하였고 바닥에서 두팔로 상반신을 버티고 있는 빨간자켓의 소년을 일으켜주며 얇은 입술을 열었다.
" 미안했습니다 . 지금 여기는 위험하니까 빨리 대피하시길 . "
이윽고 높은 빌딩벽으로 두팔의 호구를 뻗으려 할때 손아귀의 강한 힘에 어깨가 붙잡혔다.
" 이봐. . 지금 저 빌딩은 무슨상황 이지 ? "
소녀는 눈꼬리가 올라간 얇은 눈매로 자신의 어깨를 붙잡고 있는 소년을 치켜 보았다. 하지만 에메랄드 색깔의 큰 눈동자는 흔들리면서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깨질듯 하였다.
" . . . 테러범 입니다 "
" 그러면 ? "
" 테러범이 빌딩을 점거 하고 . . "
" 그게 아니라 ! 저 안에 있는 사람들은 대피를 했냐고 ! "
높은 언성에 약간 주춤 하였지만 대비적이게도 어깨를 붙잡고있는 손아귀가 떨렸다. 눈을 감고는 한 턴을 쉬더니 붙잡고 있는 손아귀를 벗겨내고 공중을 보며 말하였다.
" 잘 모릅니다 하지만 생존자 한명이라도 더 구해보도록 하죠 "
호구속 로프가 발사되며 상공의 빌딩 벽면을 파고 들어갔다. 그러고는 허리춤 엔진이 발열되면서 아지랑이가 일렁대더니 워커 부츠로 땅을 박차자 공중에서 가속력이 발생되고 호구속 로프가 감겨지며 순식간에 17미터 상공을 날았다.
" 으에!? "
두 팔을 뻗어 공중으로 솟구쳐 날아가면 목에 압력이 가해졌고 뻣뻣해진 고개로 눈동자만을 내려다보니 소매가 짧은 빨간 자켓이 목을 꽁꽁 싸매듯 두르고 있었다.
아까전 민간인 이었다.
" 당신 위험해 뭐하는 짓거리야 ! "
"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
서로의 흑발이 공중에서 춤을 추듯 바람에 나부껴 흩날리며 빨간자켓의 소년은 소녀의 몸을 군데군데 남획하였고 비명을 사방에 시끄럽게 질러댔다. 경악한 표정으로 얼굴이 붉어져가는 소녀는 그대로 호구를 재차 발사해 날았다.
이내 로프줄을 당겨서 날아 관성력으로 공중에서 포물선을 그리며 중력 가속도를 더해 아래로 솟구쳐 내려갔고 워커부츠의 굽을 치켜세워 상공에 어느 원형창문을 와장창 깨부수며 들어갔다.
소년은 떨어져나가 레드카펫 위로 몸이 굴렀고 소녀는 떨어지기 직전에 엔진을 대폭 점화시켜 땅에 안전하게 두 발로 착지하였다.
" 당신 미..미친 짓거리 한거알아 ! ? "
몸이 굴러 빨갛게 상처입은 무릎이 아렸지만 소년은 허벅지를 손으로 눌러가며 몸을 일으켜 세우고 손톱이 파먹을 정도로 양주먹을 힘껏 쥐고 떨리는 눈동자로 노려보았다.
" 부탁이야 .. 날 데려가줘 ! 가족을 . . 누나를 구해야되! "
소녀의 수치심 어린 얼굴은 이내 무기질적인 얼굴이 되어 레드 카펫을 빠르게 밟아가 소년에게 손을 있는 힘껏 휘둘렀다.
-찰싹-
뇌까지 울리는 갑작스런 타격에 뺨은 얼얼해지고 눈꺼풀의 떨림이 멈추었다.
" 무. . 무슨 ? "
" 너 정신차려 . . 지금 너 따위는 가족을. 아니 한 사람도 구할 수 없어 ! "
소녀는 왠지 쉬어버린 목소리로 소리쳣고 이어서 말할기회를 주지 않는다는듯 끄집어 냈다.
" 오로지 감정만을 내세우는 녀석의 말따위 . . 신뢰할 수 없단말야 ! "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당연한 정론이었다. 오로지 감정만을 발산하고 있는 능력없는 소년은 실전에 들어서면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방해만 될뿐 개죽음만을 자초할 뿐이었다.
소녀는 심호흡을 한번 깊게하더니 얼굴을 곧게 펴고 입가를 살짝 들어올렸다.
" 그러니까. 날 믿어줘! 너의 가족을 기필코 구해줄테니까 "
은색 흉갑을 손바닥으로 떵떵치며 말하는 소녀는 미소짓고 있지만 확고한 눈으로 소년에게 흔들림없는 눈동자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