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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水湖誌) 7-2
🎈제2장 62근짜리 지팡이를 가진 스님
제7편 불타는 와관사🎈
노지심도 그간 겪은 얘기를 하고 사진에게서 술과 안주를 얻어 배를 채운 다음 함께 와관사로 갔다.
최도성과 구소을은 산문앞 돌다리 위에 앉아 있다가 노지심이 다시 오는 것을 보았다.
"네 이놈, 기어코 죽고 싶어 또 오느냐?"
그들은 칼을 꺼냈으나 배를 채운 노지심과 사진의 적수가 아니었다.
그들은 두 놈을 처치하고 산문에 들어갔다.
그러나 산문안에는 끔찍한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놈들은 늙은 중들의 목을 모조리 베어 죽였고 뒤뜰에 잡고 있던 여자도 죽여서 우물에 빠뜨린 후였다.
이제 와관사는 빈 절이 되고 말았다.
노지심은 바랑을 찾아 이충에게서 가져온 금은을 꺼내어 사진과 절반씩 나누어 갖고 와관사를 불태웠다.
노지심은 사진과 훗날을 기약하고 다시 동경 대상국사를 향해 갈 길을 재촉했다.
마침내 노지심은 동경에 도착하여 대상국사를 찾아 지청선사(智淸禪師)에게 지진장로가 써준 편지를 올렸다.
지청선사는 편지를 읽고 나서 행자를 불러 노지심을 승당에 안내하여 편히 쉬게 한 다음 사찰의 직책을 가진 승려들을 모조리 방장으로 불러 의논했다.
"우리 사형(師兄) 지진선사께서 보낸 중이다.
원래 경락부 군관이었으나 사람을 죽이고 출가했다는 것이다.
오대산에서도 두 번이나 큰 소동을 일으켜 우리에게 보내셨는데 우린들 그런 사람을 어떻게 받을 수가 있겠는가?
하나 나중에는 반드시 훌륭한 스님이 될 것이니 부디 자비를 내려 받아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하셨는데 야박하게 거절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받아들였다가 사찰의 법도를어지럽힌다면 큰일이니 어떻게 하면 좋겠소?"
그때 한 스님이 나섰다.
"아무리 지진장로께서 보내신 사람이지만 그런 흉악범을 어떻게 우리가 받아들이겠습니까?
다른 데로 보내야 합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내가 왜 이렇게 골치를 앓겠소."
다른 도사가 말했다.
"좋은 수가 있습니다.
산조문(酸棗門) 밖에 있는 채원(採園)으로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그 채원은 동네 불량배들이 늘 드나드는 곳이라 그자를 거기 보내서 다스리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거 참 좋은 생각이로군."
지청선사는 도사의 말대로 다음 날 노지심을 불러 산조문 밖 채원에 있도록 했다.
그러나 노지심은 말했다.
"지진장로께서 대상국사에 가면 승직을 주실 것이라고 하셔서 도사나 감사를 맡을 줄 알고 왔는데 채원으로 가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노지심은 기분 나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지객선사가그에게 말했다.
"소승 말씀을 들으시오.
절에는 각자 맡은 일이 있으니 소승같은 지객은 이 절에 왕래하는 승려들을 접대하는 것이 일이오.
다른 직책은 맡을 수가 없습니다.
사형으로 말하면 이번에 처음 이 절에 오신 분이시니 높은 직책을 맡아 보시겠다는 말은 온당치 못합니다.
우선 채소밭을 지키는 채두(菜頭)로 임명하고 채원을 잘 관리하시면 일 년 후에는 탑을 돌보는 탑두(塔頭)를 시켜드릴 것이오.
다시 일 년만 잘하시면 그때에는 욕주(浴主)를 시켜드릴 것이요.
다시 일 년만 잘하시면 그때에는 절을 감독하는 감사(監寺)를 시켜드릴 것입니다.
그게 사리에 맞지 않겠습니까?"
노지심은 그제야 마음을 잡고 산조문 밖으로 나갔다.
평소에 대상국사 채원의 무, 배추를 훔쳐다 팔아서 술값이며 노름 밑천을 삼아 오던 수십여 명의 불량배들은이번에 채두가 바뀌었다는 말을 듣고 노지심의 기를 꺾어 놓아야 되겠다고 서로 짜고 벼르고 있었다.
그 괴수 격인 장삼(張三)과 이사(李四)가 앞장서서 과일과 술을 사들고 채원으로 찾아왔다.
"이번에 새로 채원을 관리하러 오셨다구요?
저는 장삼이고 이 친구는 이사입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이 동네 사람들입니다.
인사드립니다."
장삼은 말을 하다 말고 노지심의 왼쪽 다리를 부둥켜 안고 이사는 오른쪽 다리를 맡았다.
노지심이 서 있는 곳은 바로 거름 구덩이 옆이었다.
둘이 그를 거름 속에다 쳐박아 단단히 골려 보지는 속셈이었다.
그러나 기운깨나 쓴다는 장삼과 이사였으나 그가 두 다리를 차례로 한 번씩 들어서 차버리자 두 사람은 그대로 거름 구덩이에 거꾸로 쳐박혀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다른 불량배 들은 모두 도망 가려했다.
"이놈들아, 도망가면 한 놈도 안 남기고 모두 거름통에 쳐박아 버리겠다.
어서 놈들을 똥 속에서 끌어내어라."
장삼, 이사는 채원 안에 있는 못으로 가서 똥물에 빠진 몸을 씻고 집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은 다음 다시 노지심을 찾아와서 백배 사죄를 했다.
"하하, 그만하면 알겠느냐? 이제 술이나 한잔하자."
파락호 무리들은 노지심이 주먹 세 번에 사람을 쳐죽이고 중이 되었다는 내력을 듣고 혀를 휘~휘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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