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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의 세상 원시천계(元始天界)
지구에서는 흔히 좋은 기운이 생성되는 장소를 명당이라고 부른다. 명당에 조상의 묘를 쓰면 후손들이 잘된다거나 명당에 집을 지으면 부자가 된다거나 하는 속설들이 전해 내려온다. 그래서 돈이 많거나 권력이 있는 집안에서는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명당을 찾아 묘를 쓰거나 집을 지으려고 애를 쓴다.
샤르별에도 명당과 같은 개념의 장소가 있다. 샤르별에서는 좋은 기운이 흐르는 명당을 천단이라고 부른다. 샤르별 사람들은 명당의 천단에 묘를 쓰거나 집을 짓지 않고 마음을 수련하는 장소로 활용한다.
샤르별의 명산이나 경치가 좋은 장소에는 반드시 돌로 쌓아서 만든 천단이라고 하는 명상 장소가 만들어져 있고, 그러한 천단은 샤르별의 곳곳에 숫자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만들어져 있다.
나도 샤르별에 도착한 후로 이곳저곳 여행을 하는 틈틈이 천단에 올라 명상을 하고 마음을 수련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하늘의 좋은 기운이 증폭되는 천단에 오르면 저절로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이 집중되면서 깊은 명상 속으로 쉽게 빠져들 수 있었다.
깊은 명상에 빠져들면서 우주의 존재들과 채널링이 연결되고, 그 채널링을 통해서 우주 다차원의 존재들과 마음울림의 대화를 나누면서 영적성장을 도모할 수 있었다.
내가 자주 찾아가는 천단은 숙소로 머물고 있는 츠나음이 연구소 뒤편의 주스니라 산자락의 경치 좋은 장소였다. 그 천단에 오르면 멀리까지 복사꽃 물결이 꿈결처럼 이어져 황홀하게 피어 있는 모습들이 보이고 녹음방초가 우거진 밀림의 숲과 숲에서 우짖는 새소리와 깊은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 등이 선경세상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잘 연출하고 있었다.
천단에 오르면 저절로 마음의 옷깃이 여미어지고 순결하고 성결한 생각만 마음에 떠오르는 느낌이 들곤 했다.
천단에 올라 깊은 명상과 사색에 잠기면서 우주의 목소리를 들었다. 우주의 목소리는 거룩한 목소리도 있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도 있고 영혼을 변질시키려는 음모의 목소리도 있었다.
특히 지존의 거룩한 목소리와 연결되어 채널링을 나눌 때는 하늘과 땅의 이치를 알게 되고 근원적인 문제를 풀 수 있어 영적성장의 무한증폭을 이룰 수 있었다.
어느 날은 천단에 앉아서 눈 앞에 펼쳐진 아름다운 경관에 매료되어 사색 삼매경에 젖어 있다 말고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비몽사몽과 같은 순간에 낯익은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백마선아! 백마선아!"
채널링을 통해 자주 들었던 지존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들고 바라보니 눈부신 광채의 신명이 공중에 우뚝 선 채로 나타나 있었다. 광채 나는 신명의 좌우와 뒤편으로는 아름다운 옷을 입은 신명의 무리들이 구름떼처럼 호위하고 있었다.
나를 부르는 신명의 몸에서 발생하는 빛은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거룩하고 위엄 넘치는 모습은 우주 천하에 우뚝 서고 남음이 있었다. 꿈속에서나 가상공간에서나 때로는 특별한 세상을 찾아가 만났던 어떤 신명의 모습보다 위엄이 넘치는 용모가 돋보였다.
지존의 모습을 처음 본 건 아니지만 이번에 바라보는 지존의 모습은 그 빛이 유난히 밝고 온 세상까지 밝혔으며 위엄이 크게 드러나 보였다.
나는 원래 무모하고 장난기 넘치는 성격의 소유자라서 웬만큼 특별한 일이 벌어지거나 특별한 모습의 신명이 나타나도 잘 놀라는 표정을 짓지 않았다. 우주 다차원의 세상에는 평소의 생각으로 상상불가의 일들이 비일비재하여 웬만큼 특별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특별한 존재를 만나도 관심은 갖게 되지만 기죽고 마음이 움츠러드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빛나는 광채의 지존의 모습을 대하고는 웬일인지 내 마음이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비몽사몽간의 일이기는 하지만 너무 현실처럼 생생한 장면이었다. 갑자기 눈앞에 전개되는 일이라 어안이 벙벙한 채 입을 열지 못하고 멍한 눈으로 빛나는 신명을 바라보고 있을 때 다시 거룩한 목소리의 음성이 들려왔다.
“백마선은 나의 목소리를 알아듣겠느냐?"
지존의 목소리는 위엄과는 다르게 부드럽고 자상하게 들려왔다. “당신의 목소리는.. 채널링의 대화를 나누던 지존의 목소리가 아니신가요?"
나는 약간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렇다. 나는 근원의 세상을 다스리는 지존이요, 우주의 시작과 끝"이다."
“지존의 모습을 처음 뵙는 건 아니지만 지금 바라보는 지존의 모습은 더욱 위엄이 넘치고 그 빛이 온 세상 끝까지 비추고 있습니다. 지존의 모습은 제 눈 앞에 나타날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네 영혼이 성장하는 만큼 영안이 열리고, 영안이 열리는 만큼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영안이 열리지 않으면 귀한 것을 보고도 귀하게 보이지 않고 큰 것을 보고도 크게 보이지 않는다. 백마선의 영안이 더욱 크게 열리면 우주근원의 감춰진 세상을 다 바라볼 수 있으리라. 결국 네 영안이 열리는 만큼 거룩하고 찬란한 나의 모습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으리라."
“아직도 제 영안의 눈으로 지존의 거룩하고 신령한 모습을 온전히 바라보지 못한다는 말씀인가요?"
“네 눈에 비치는 지존의 모습은 아직 그림자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사람 중에서는 큰 영안이 열려 있고 영안이 열리지 않는 눈으로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한다."
“영안이 열리지 않는 사람들 앞에 지존의 거룩한 모습이 나타나도 사람들의 눈으로는 지존의 그림자조차 바라보지 못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다. 영안이 열리지 않은 어떤 사람의 눈으로는 지존의 모습을 바라보지 못한다. 지존의 모습은 거룩한 빛으로 사람들 앞에서 횡행(橫行)하나 눈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하늘이 없다고 세상을 조롱한다.” “제 눈으로는 거룩한 지존의 모습을 바라보며 제 귀로는 지존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천단에서 빛 담금질하는 백마선의 영혼은 날로 성장하고 영성이 확대되며 영안이 크게 열리고 있다. 그래서 보이지 않던 하늘이 보이고 보이지 않던 세상이 보이며 희미하게 보이던 나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영혼들을 귀하게 여긴다. 나는 나의 모습을 바라보는 백마선을 기뻐하며 또한 나의 모습을 드러낸다. 백마선은 나의 앞에서 내가 기뻐하는 자요 나의 후인이 기뻐하는 자다. 나의 후인은 장차 나의 기뻐하는 영혼들을 찾으러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공중에 빛으로 나타난 지존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내 몸도 어느 순간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지존의 몸에서처럼 내 몸에서도 빛이 나고 몸이 공기처럼 가벼워지기 시작했다.
처음 겪는 일은 아니고 지존과 채널링의 대화를 나누거나 지존의 모습이 눈 앞에 나타났을 때 겪었던 현상이었다.
몸에서 빛을 내며 공기처럼 가벼워진 나는 자유롭게 공중으로 떠올라서 지존의 앞으로 다가갔다. 지존이 머물고 있는 공중으로 올라가니오색찬연한 구름바다가 융탄자처럼 넓게 펼쳐져서 깔려 있었다.
지존 앞으로 다가가 나는 큰 절을 올렸다.
기쁘게 절을 받은 지존은 오른손을 내밀어 엎드려 있는 나의 손을 잡아서 일으켜 세웠다.
지존의 얼굴은 용광로의 쇳물처럼 이글거리고, 이글거리는 얼굴에서 태양처럼 빛이 발생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존의 표정은 순한 양처럼 어질게 느껴지고 천하를 포용하는 자비스러운 눈빛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존이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아 일으켜 세운 후 말없이 자신의 품에 나를 안아주었다.
그때 소곤거리듯 작은 음성으로 지존이 이렇게 말했다.
"나의 사랑하는 영혼이 세상에서 겪은 외로움과 슬픔과 눈물어린 생애를 기억한다. 나는 나의 사랑하는 영혼이 세상에서 슬픔을 겪을 때 함께 슬프고 아픔을 겪을 때 함께 아파한다. 나는 너의 근원의 주인이니 곧 나의 분신이요 나의 자체이다. 이제 너에게 근원의 세상을 알려주고 네 스스로 근원의 존재를 알려 줄 것이다. 세상은 잠깐이요 꿈속의 한 순간이다. 지금부터 네 근원의 세상을 찾아보아라. 지금부터 네 존재의 근원을 만나 보아라. 그리하여 세상의 고통 받는 자들에게 근원의 진실을 밝혀 주어라. 그리하면 세상을 살아가는 영혼들이 꿈속의 한 순간을 위해 삶을 탕진하지 않으리라."
지존이 귓속말을 할 때 온몸이 뜨거워졌다. 마치 무쇠를 용광로에 넣고 달구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뜨거워지면서 덩달아 내 몸에서 발생하는 빛이 강해졌다. 지존을 호위하는 신명들의 몸에서 발생하는 빛과 내 몸에서 발생하는 빛이 거의 동일한 밝기로 변화됨을 느낄 수 있었다.
지존의 귓속말이 끝나자마자 어느 순간 지존의 모습이 눈 앞에서 사라지고 호위하던 신명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내 몸은 여전히 홀로 공중에 떠 있었고 융탄자 오색구름은 발아래 깔려 있었으며 내 몸의 밝은 빛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혼자된 내가 허전한 생각으로 잠시 생각에 잠겨 있을 때 머리 위 높은 곳에서 나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두 천사의 모습이 보였다. 천사의 몸에서도 오로라 같은 빛이 발산하고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두 천사가 공중에서 날아와 내 앞에 서서 머물더니 이렇게 말했다.
"백마선을 근원의 세상으로 안내하라는 근원대천존의 명을 받았습니다. 지금부터 저희와 함께 근원의 세상인 원시천계(元始天界)로 떠나시지요."
천사들은 지존의 이름을 근원대천존이라고 불렀다.
두 천사는 나의 대답을 들을 겨를도 없이 양쪽에서 나의 손 한쪽씩을 잡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하늘은 우주공간에 펼쳐진 하늘이 아니라 새로운 기운과 새로운 현상으로 꽉 찬 세상의 하늘이었다.
두 천사의 손에 이끌려 하늘을 날아가고 있을 때 어디선가 다른 천사의 무리들이 나타나더니 축제 때나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나팔을 불기 시작했다. 천사들이 나팔을 불자 공중에서 날아다니며 삼삼오오 짝을 이뤄 놀고 있던 다른 천사들이 사방에서 몰려들며 구경거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는 모르지만 많은 무리의 천사들이 함께 따라오며 나팔을 불고 축제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줄 때 기분이 좋았다.
천사들과 함께 처음 보는 하늘을 날아가고 있을 때 한없는 평화로움이 그 세상에 가득하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처음 보는 세상의 모습이지만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가물가물하게 바라보이던 그 세상이 점점 가까이 다가올수록 이상하게 마음이 설레고 마치 마음의 안식처라도 찾아오는 듯했다.
꿈속에 머물러 있는 듯한 그 세상이 눈 앞에 다가왔을 때 내 손을 잡고 하늘을 향해 날아가던 두 천사가 상공에 멈추더니 오른쪽의 천사가 이렇게 말했다.
“근원의 세상에 도착했습니다. 백마선이 꿈속에서나 상상했던 영혼의 고향... 이곳이 바로 원시천계인 근원의 세상입니다.”
왼쪽의 천사는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백마선의 영혼이 시작된 원시천계 근원의 세상입니다. 근원의 세상 원시천계를 바라보니 기분이 어떻습니까?"
두 천사의 말을 듣고 내가 대답했다.
“두 천사의 말처럼 과연 이곳은 내 영혼의 고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 보는 세상이지만 전혀 낯설게 느껴지지 않고 영혼을 포근하게 감싸오는 느낌이 너무 평안합니다. 과연 내가 평소에 꿈속에서나 상상해 오던 내 영혼의 영원한 안식처... 그 평화로운 세상이 이곳에 펼쳐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 말이 끝나자 두 천사가 이렇게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들의 임무는 끝났습니다. 백마선은 지금부터 백마선의 영혼이 그리워하던 세상을 잘 구경하고 현실세계로 돌아가 백마선의 본질을 잃지 않도록 소중한 영혼을 잘 가꾸도록 하십시오."
두 천사가 이런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먼 하늘을 향해 하얀 날개를 너울거리며 날아갔다. 그리고 뒤를 따라오던 다른 천사의 무리들도 각자 흩어져서 날아갔다.
혼자 남게 된 나는 구름을 타고 근원의 세상인 원시천계를 주유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날아가고 있을 때 눈 아래 펼쳐지는 꿈결 같은 세상의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스쳐갔다. 현실의 세계처럼 그 세상에도 산봉우리가 구름에 싸인 높은 산들이 우뚝우뚝 솟아 있고, 깊은 계곡을 따라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거나 높은 절벽에서 폭포수가 떨어지기도 하고 녹음방초와 밀림의 숲들이 뒤덮고 있기도 했다.
깊은 계곡의 사이로 구름을 타고 노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고,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한가하게 짝을 지어서 가무를 즐기거나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백성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온 세상은 녹음방초로 덮여 있고 기화요초는 지천에 널려 있어 꽃향기는 하늘과 땅과 사방에 퍼져 있으며 어디를 가든지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흥겨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구름을 타고 그 세상을 주유할 때 어디서도 사람들이 싸우는 소리나다투는 소리를 들어보지 못했고, 힘들게 일하거나 얼굴을 찡그리고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었다.
도무지 근심 걱정이라고는 사라진 그 세상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내 영혼이 꿈속에서나 상상하던 모습이라고 밖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땀 흘리지 않고 수고하지 않고도 근심 걱정이라고는 다 잊어버린 모습으로 태평성대를 누리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진정 모든 영혼이 꿈꾸던 안식처가 아닐까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구름 위에 앉아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내려다보면서 여러 가지 상념에 잠겨 있을 때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우레처럼 우렁차게 들려왔다.
“백마선, 찾아왔느냐? 근원의 세상을…. 네 영혼의 고향, 네 영혼의 안식처, 우주 삼라만상의 근원을 네가 찾아왔느냐?"
지존의 목소리였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향해 바라보니 아까 보았던 거룩한 빛이 하늘에 머물러 있었다. 밝은 빛에 가려 지존의 모습이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빛 속에서 지존은 또 이렇게 나를 향해 외쳤다.
"원시천계는 근원의 세상이요 시작과 끝이 없으니 곧 영원한 세상이라. 삼라만상의 하늘과 땅에서 살아가는 모든 영혼들이 태어난 자리요 다시 돌아올 자리이니, 현실의 모습은 잠깐이나 근원의 세상은 영원하
리라.”
지존의 우레 같은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현실의 세상은 잠깐이요 근원의 세상은 영원하다는 말에 멈출 수 없는 슬픔이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나는 지존의 빛을 향해 외쳤다.
"제가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우주조차도 영원하지 않다는 말씀입니까?"
지존은 대답했다.
"우주 공간에 억억조조 헤아릴 수 없는 별빛이 반짝이며, 우주 다차원의 세상 속에 온갖 신명과 영혼과 생명들이 혼재하여 살아가며, 온갖 문명과 문화가 태동하며, 뭇 삼라만상의 생명들이 태어나고 죽으며, 억겁의 세월 동안 그러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만, 결국은 그림자처럼 사라질 허상이며 가상일뿐이다. 우주의 무엇이 무엇이라 해도 그림자의 허상이며, 우주의 역사가 무엇이라 해도 순간의 변화일 뿐이다. 장차는 우주의 어떠한 현상도 사라질 운명이 아닌 것이 없으며 장차는 우주의 어떠한 섭리라 해도 허구의 그늘 속으로 감추어질 운명이 아닌 것은 없다."
이어서 지존의 목소리는 묻지도 않은 대답을 들려주었다.
“꿈이로다! 우주에 보이는 것이 잠깐의 꿈이로다. 사람의 역사는 길어야 수수만년이요, 원시천계에서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나는 시간이 그 시간이라. 사람들이 쌓아 올린 아무리 위대한 문명과 역사의 금자탑이라 해도 원시천계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면 사라지는 꿈속의 허무한 광경에 지나지 않도다!"
빛 속에서 들려오는 지존의 목소리를 계속 듣고 있노라니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슬픈 감정이 북받쳤다. 그래서 지존을 향해 절규하는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한 순간의 꿈을 위해 사람들이 땅에 태어나 온갖 고통과 탄식과 슬픔을 견디며 살아야 할 이유가 뭣입니까? 원시천계에 이르니 어디서도 현실세계의 사람들이 겪는 고통과 신음소리는 들을 수 없고 늙고 병들어 죽음을 맞이하는 이별의 순간들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지존께서는 무슨 의도로 근원의 세상인 원시천계와 고통의 세상을 따로 만들어 방황하는 영혼들의 아픔을 자초하게 만들었습니까?"
지존은 절규하는 내 목소리를 듣더니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어서 지존의 자조적인 느낌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랑하는 영혼아, 사람들이 현실세계에서 혹독한 시련을 당하고 이런저런 고통에 시달리는 건 스스로 지불해야 할 악업의 죄 값이다. 그 죄 값은 결코 땅의 몫이 아니요 하늘과 땅이 함께 짊어지고 떠나야 할 공동의 목표이다. 자식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는 부모의 책임이기도 하듯, 현실세계에서 땅이 당하는 불행의 책임은 하늘도 짊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선천세상의 불행은 하늘과 땅이 함께 짊어지고 해결해야할 공동의 책임이니 후천세상에서는 선천세상의 악업이 다시 어이지지 않으리라."
지존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질문을 이어갔다.
"땅의 불행은 하늘도 책임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악업은 사람들이 쌓았지만 책임은 하늘이 져야지 않겠느냐? 사랑하는 자식이 물가에서 놀다 물에 빠졌는데 부모 잘못이 아니라고 자식을 비웃고 모른 체 할 부모가 있겠느냐? 하늘은 사람의 부모보다 자비로운 천하의 부모이니 땅에서 겪는 불행과 고통을 모른 체 하지 않느니라."
"땅에서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은 하루가 일 년 같고 일 년이 십 년 같습니다. 땅에서 당하는 사람들의 고통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지존은 알고 계십니까?"
“사람들의 세상에서 악업이 끝나면 사람들의 고통도 사라지리라. 하늘은 하루가 천 년 처럼 그날을 기다린다. 선천세상의 악업이 끝나면 후천세상에서 사람들은 다시 그 고통을 당하지 않으리라.”
“현실세계의 우주에는 억억조조 헤아릴 수 없는 별빛들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지구는 인생고해(人生苦海)라고 할 만큼 온갖 고통이 난무한 세상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우주를 여행하면서 지구보다 더 처절한 짐승의 삶을 면치 못하는 세상도 찾아가 보기는 했습니다. 이러한 세상의 고통을 창조주 지존께서는 미리 간과하지 못하셨나요?"
“지구가 인생고해의 세상으로 변한 건 하늘의 슬픔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구는 본래부터 인생고해의 세상이 아니었다. 지구는 작은 별이지만 우주의 중심이요, 우주의 낙원이며, 우주창조의 기운을 모두 모아 우주의 보석으로 빛나는 별이 지구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에서 살고 있는 영혼들이 짐승의 혈통과 혼혈을 이루고 온갖 고통을 자초하며 살아간다. 이는 본래 하늘이 꿈꾸는 세상이 아니다. 하늘이 의도했던 세상이 현재 지구의 모습이 아니란 말이다.”
“그러면 본래 하늘이 의도했던 지구의 모습은 어떤 세상입니까?"
"우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습의 영혼들이 살아가는 지상낙원과 선경세상을 지구에서 꿈꾸었다.”
"지구에서는 하늘이 의도하지 않았던 모습의 삶이 나타나 사람들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그 고통의 아픔을 하늘이 함께 겪고 있다는 말씀인가요?"
"사랑하는 영혼아, 사실을 말하자면 그렇다."
"땅에서 사람들이 생각하기를 창조주는 전지전능자라고 믿고 있습니다. 결국 지구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하늘이 의도했던 결과가 아니라면 창조주의 이름을 완전자라고 불러야 하나요. 아니면 불완전자라고 불러야 하나요?"
"땅이 불완전한 세상이라면 하늘도 역시 불완전한 세상의 근원이다. 다만 완성을 위하여 하늘이 애쓰고 있을 뿐이다. 후천세상에서는 선천 세상의 과오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선천세상의 과오가 반복되지 않을 때 지구에서 말하는 인생고해의 아픔은 사라질 것이다."
"후천세상에서는 선천세상의 불완전한 모습이 사라진 재창조의 완전한 모습을 갖춘다는 말씀이군요?"
“그날을 위해 하늘은 잠시도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외면하지 않았고 하늘의 존재들을 보내 영혼들을 설득했으며 미래를 준비했다. 이제 머지않아 하늘이 준비한 미래가 땅에서 펼쳐질 것이며 선천세상의 악업을 거두어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을 닦아줄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서 눈물이 마를 때 하늘의 눈물샘도 마를 것이다."
"하늘도 슬플 때 눈물을 흘리시나요?"
“하늘이 슬플 때 그 눈물은 비가 되고 이슬이 된다. 땅의 소생들은 하늘의 눈물을 받아먹고 생존한다. 하늘의 눈물은 사랑의 증표이다. 땅의 소생들은 무엇이나 사랑의 씨앗이다. 작은 벌레 한 마리, 이름 없이 피어난 야생화 한 송이도 하늘의 사랑으로 피어나지 않는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하물며 사람의 생명은 더 할 나위 없으리라.”
"땅의 소생들이 하늘의 눈물을 받아먹고 생존하고 번성한다는 말씀이군요?"
"땅의 소생들은 무엇도 하늘의 눈물과 사랑을 받아먹고 자라지 않는 것이 없다. 사람들이 하늘이 없다고 비웃을 때도 하늘은 사랑의 눈빛으로 그 영혼을 바라보며 어루만진다."
"하늘과 땅이 그렇게 애절한 인연으로 엮어져 있을 줄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하늘은 늘 외롭게 땅을 짝사랑한다. 하늘은 땅을 향해 사랑을 고백하지만 그 애절한 사랑의 언어를 땅이 알아듣지 못한다. 하늘의 짝사랑은 늘 외롭고 슬프다. 다만 땅에서도 외로운 영혼들은 하늘의 짝사랑을 수용한다. 그들이 있어 하늘은 소중한 사랑의 언어를 전하며 영원가약)을 암시한다."
“세상과 짝을 이루지 못한 외로운 영혼들을 하늘은 오히려 가까이 다가와 사랑을 고백한다는 말씀인가요?"
“세상과 짝을 이룬 영혼들에게는 하늘의 사랑고백이 통하지 않는다. 다만 세상과 짝을 이루지 못한 고독한 영혼들은 하늘의 사랑고백을 받아들인다. 그래서 하늘은 고독한 영혼을 사랑한다."
“제 영혼이 고독할 때 하늘이 다가와 위로가 되었습니다. 하늘의 위로가 아니었다면 허약한 제 영혼이 온전히 지탱할 힘은 어디에도 없었을 것입니다.”
"하늘의 눈물로 백마선의 영혼은 지금까지 성장을 거듭했다. 백마선은 하늘이 전하는 사랑의 언어를 알아듣는다. 그래서 하늘은 백마선의 영혼과 사랑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래서 지혜로운 영혼들은 땅과 짝짓기를 원하지 않고 하늘과 짝을 이루어 영원가약(永遠佳)을 맺는다.”
이런 대화를 나누고 지존의 거룩한 빛은 나를 데리고 원시봉이라는 높은 산꼭대기로 안내했다.
원시봉에 오르니 원시천계가 사방으로 다 내려다보였다. 원시봉은 태초의 산이었고 원시봉의 산자락에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씨앗의 종자들이 자라고 있었으며 우주 삼라만상의 물줄기가 발현되는 샘물이 산꼭대기에서 솟아서 계곡을 따라 흐르는 생명강의 원천이 되고 있었다.
원시봉의 높이는 하늘에 닿을 듯 했고, 사방팔방으로 뻗어나간 새끼 봉우리들은 팔짱을 끼고 늘어선 듯 줄기차게 맥을 이어 뻗어나가서 숫자를 셀 수 없었다. 그 산자락마다 자라고 있는 식물의 종자들은 숫자를 세는 것이 불가능하고 숫자도 셀 수 없는 그 씨앗의 이름은 뿌린 자만이 알고 있었다. 셀 수 없는 식물의 씨앗만큼 동물의 종자들도 함께 서식하고 있었으니, 동물의 종자도 그 숫자를 셀 수 없으나 뿌린 자는 그 이름을 모두 알고 있더라.
그렇게 숫자도 셀 수 없는 식물과 동물들의 종자들이 살고 있는 원시봉의 꼭대기에서 지존은 나에게 들으라고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영혼아, 네게 들려줄 말이 있다. 이곳 원시봉은 태초부터 존재하는 생명의 동산이다. 생명의 동산에는 없는 씨앗이 없고 없는 종자가 없다.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의 근원은 원시봉생명의 동산으로부터 비롯된다. 우주 삼라만상에 뿌려진 생명의 종자와 씨앗들의 조상이 모두 생명의 동산에서 자라고 있다. 뿐만 아니다. 그 비밀을 너에게 다 털어 놓을 것이다.”
“거룩한 지존님, 어서 그 비밀을 다 들려주십시오.”
"생명이 생육하고 번성하기 위해서는 토양과 물과 공기와 빛이 필요하다."
“그러한 상식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우주에서 흐르는 물줄기의 모든 근원이 원시봉 생명의 샘에서 비롯되었고, 우주의 생명체가 숨 쉬고 살아가는 공기의 근원지가 원시봉숲에서 만들어지고, 우주의 생명체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토양이 생명의 동산에서 생성되는 토양이요. 우주에 가득한 밝은 빛은 생명의 동산에서 떠오르는 태양빛이 그 단서이다."
“거룩한 지존님, 그렇다면 결국 우주에 흩어져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근원지가 원시봉 생명의 동산이란 말씀이군요?"
"사랑하는 영혼아! 우주에 흩어져 살아가는 모든 생명의 뿌리가 생명의 동산에서 자라며, 우주에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의 종자와 영혼의 종자들이 모두 원시천계에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거룩한 지존님, 그렇다면 원시천계에서 자라고 있는 모든 생명의 씨앗과 종자들은 그 수명이 다 함도 없고,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영혼들도 다 마찬가진가요?"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생명의 종자와 씨앗과 영혼들은 무엇도 그 수명이 다함이 없고 본래 그대로이며 영구불멸하다."
“제 눈으로 직접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씨앗과 종자들을 만나 보고싶고 근원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사람과 영혼들을 만나 보고 싶어요."
“네 뜻대로 하라. 여기는 본연의 세상이요 시작과 끝이 없는 세상이다. 만나고 싶은 모든 씨앗을 만나보고 종자를 만나 보고 영혼들을 만나 보아라. 그러한 모습들이 네 본연의 모습이다."
이런 말들을 남기고 지존의 밝은 빛은 다시 눈 앞에서 사라졌다.
산꼭대기에 머물러 있던 나는 구름을 타고 땅으로 내려왔다. 땅으로 내려와 꽃이 피어 있고, 열매들이 열려 있고, 녹음방초가 우거져 있는 생명의 동산을 거닐고 있을 때 여기저기서 수군거리고 재밌게 재잘거리는 목소리들이 들려왔다.
꽃과 열매와 나무와 풀들이 서로 주고받는 목소리들이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나비와 꽃이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새와 나뭇잎이 소곤거리기도 했다. 숲 사이로는 사자와 호랑이도 걸어 다니고 뱀이 기어 다니기도 하고 벌레들이 꿈틀거리기도 했다. 토끼가 호랑이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생쥐가 고양이에게 다정하게 다가와서 말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호랑이가 토끼를 잡아먹거나 고양이가 생쥐를 잡아먹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생쥐가 고양이의 콧수염을 만지며 장난을 쳐도 고양이는 간지럽다고 웃기만 했다.
새들이 벌레를 잡아먹는 일도 없고 양이나 노루가 풀을 뜯어먹는 일도 없었다. 그 세상에서는 강한 것이 약한 것을 잡아먹거나 살아 있는 것이 살아 있는 대상을 먹이로 취하는 일이 없었다. 곧 그 세상은 약육강식의 질서라든가 먹이사슬이라는 자연의 질서가 존재하지 않았다.
살아 있는 것들은 무엇이나 서로 친구였고 호혜의 관계였다. 근원의 세상인 원시천계는 그런 모습으로 지어져 있고 살고 있었다. 곧 살아있는 것들의 본연의 모습이란 평화였다. 현실세계에 펼쳐진 자연의 질서와 원시천계에 펼쳐져 있는 자연의 질서는 너무 상이했다.
살아 있는 것이 살아 있는 것을 해하지 않고도, 약육강식이라든가 먹이사슬이라고 하는 지극히 보편적인 자연의 질서를 완전히 배격하면서도, 그 세상의 살아 있는 것들은 굶주리지 않고 건강하고 튼튼한 생명체로 잘 번성하고 번식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초식동물이 풀을 뜯어먹지 않고 새가 벌레를 잡아먹지 않고 사자나 호랑이가 약한 짐승을 잡아먹지 않고도 그 세상의 살아 있는 것들이 굶주리지 않고 번성하고 번식하며 잘 살고 있는 원리는 무엇이었을까? 나는 원시천계에 펼쳐진 생명의 동산을 거닐며 살아 있는 모든 것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벌레나 상관없이 무엇이나 말을 걸고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풀밭에서 한가롭게 뒹굴면서 장난을 치고 있는 사슴을 향해 물었다. "넌 풀을 뜯어먹지 않고 무엇으로 배를 채우며 사니?”
사슴은 이렇게 대답했다.
“풀 향기를 맡으며 살아. 풀 향기는 우리 사슴이나 노루나 양들이 좋아하는 양식이야."
“풀을 뜯어먹지 않고 풀 향기만 맡아도 배고프지 않고 생명을 유지하며 살 수 있단 말이니?"
“그럼, 풀 향기의 기운이 우리 같은 초식동물들을 키우고 살찌우는 생명의 양식이거든.”
사슴과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숲속에서 커다란 호랑이 한 마리가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왔다. 그러자 사슴이 호랑이에게 다가가 반갑게 말을 걸면서 서로 몸을 비비고 풀밭에서 함께 뒹굴며 장난치기 시작했다.
나는 호랑이에게 물었다.
“사슴을 잡아먹고 싶지 않니?"
호랑이는 눈을 동그라니 뜨고 되물었다.
"친구를 왜 잡아먹어?"
"맛있는 먹잇감이니까."
"우리들은 친구를 잡아먹지 않아. 친구는 친구이지 먹잇감이 아니야.”
"그럼 무얼 먹고 사니?"
"친구들의 몸에서 풍기는 체향을 맡으며 살아."
“사슴이나 노루나 양이나 토끼 같은 초식동물의 몸에서 풍기는 체향들이 호랑이나 사자 같은 동물들이 먹고 사는 양식이란 말이니?""당연한 걸 왜 물어?"
"친구들의 몸에서 풍기는 체향만 맡아도 배고프지 않고 그렇게 커다란 체격을 유지하며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단 말이니?"
"우리는 초식동물의 몸에서 풍기는 체향만 맡아도 전혀 배고프지 않고 튼튼한 체격을 유지하며 잘 살아. 초식동물의 몸에서 풍기는 체향속에 우리의 몸을 살찌우는 생명의 기운이 가득하거든. 그래서 우리와 초식동물들은 서로 사이좋은 친구야."
호랑이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머리 위 나뭇가지에서 재잘거리며 노래를 하고 있던 새 한 마리가 풀밭에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포르륵 날아 내려와 앉았다. 새가 내려앉은 곳에 벌레 한 마리가 있었고, 새와벌레는 서로 반갑게 인사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내가 새에게 물었다.
“벌레를 눈앞에 두고도 먹고 싶지 않니?"
새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대답했다.
"친구를 왜 먹어?"
"벌레는 새들의 맛있는 먹잇감이지 않니?"
"땅에서 기어 다니는 벌레들은 모두 우리 새들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야. 우리 새들은 친구를 잡아먹지 않아. 우리들은 친구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배가 불러. 친구들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생명의 기운이 몸 속으로 들어와 배를 부르게 만들어."
“진짜로 벌레만 바라보아도 배가 불러지고 생명의 기운이 몸 속에 증폭하여 튼튼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니?"
"당연한 걸 왜 물어? 생명의 동산을 창조한 창조주가 그렇게 세상만물을 만들지 않았어? 그게 창조주가 세상을 만든 자연의 질서가 "아냐?"
나는 새가 반문하는 말을 듣고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인채 입을 닫지 않을 수 없었다.
원시천계에 펼쳐진 생명의 동산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무엇이나 사슴이나 호랑이나 새가 살아가는 방식처럼,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의 관계로 살지 않았다. 서로 몸을 부비거나 향기를 맡거나 바라보기만 해도 몸 속에 생명의 기운이 채워져서 생명을 유지하기도 하고 생육하고 번식하며 사는 것이 그 세상 자연의 질서였다.
그 세상에서는 뱀과 개구리가 친구였고, 고양이와 생쥐가 친구였고, 악어와 물고기가 친구였다. 그런 먹이사슬의 관계에 있는 것들은 서로 원수의 사이로 지내지 않고 친구로 지내면서, 몸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거나 서로 다정하고, 장난치고, 바라보기만 해도 서로에게 이로운 생명의 기운이 증폭되어 생명을 유지하는 생육번식의 질서가 자리 잡고 있었다.
동물들뿐만 아니라 생명의 동산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도 서로 배려하고 우정 어린 생존질서를 유지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큰 나무가 작은 나무의 성장을 방해하지 않았고, 넝쿨 식물이 다른 나무를 감고 올라가서 성장을 방해하는 일도 없었다. 식물과 식물끼리는 서로 말이 통했고 서로 대화를 통해 배려하거나 상대가 불편한 일을 겪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평화로운 자연의 질서를 펼쳐가고 있었다.
32.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생명의 동산에는 많은 숫자의 수호신들이 생명의 동산에서 살고 있는 생명들을 지키고 있었다. 생명의 동산에서 수호신들의 보호아래 일사분란한 생명의 질서가 평화롭게 유지되고 있었다.
수호신들은 산봉우리를 지키기도 하고 계곡을 지키기도 하고 물을 지키기도 하고 숲을 지키기도 했다. 수호신들이 지키는 영역은 서로 달랐다. 수호신들이 체결한 약정에 따라 생명의 동산에서 온갖 생명체들이 서로 배려하고 우정 어린 삶을 펼치면서 평화로운 질서가 유지되고 있었다.
모든 식물의 종자마다는 요정이 지키고 있었다. 요정은 식물들의 혼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식물들이 감정을 드러내고 의사를 표현하는건 요정의 혼이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식물들은 땅 속에 뿌리를 내리고 이동하지 못하지만 식물을 지키는 요정이 자유스럽게 움직이면서 생명의 동산에서 살아가는 다른 종자나 씨앗들과 의사를 교류하며 지냈다.
요정들은 수호신을 보좌하며 앞장서서 평화의 질서를 잘 지켜가고 있었다. 온갖 씨앗과 종자의 요정들이 솔선수범해서 생명의 질서를 지키기 때문에 생명의 동산에서 영원한 평화가 무르익어 간다고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
요정들이란 다름 아닌 한 생명의 개체를 지켜주는 수호신이면서 혼이라고 말할 수 있고 한 생명체의 화신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생명의 동산에서 한 송이의 꽃이 그냥 피는 것이 아니라, 꽃의 화신인 요정이 온갖 조화로운 기운으로 생명의 마술을 펼쳐서 아름다운 꽃잎과 향기와 꿀과 씨앗을 만들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곧 요정이란 생명을 창조하는 마술사라고 달리 표현할 수 있었다. 그 생명의 마술사들은 창조주가 부리는 작은 천사들이기도 했다.
생명의 요정들은 나비처럼 날개를 달고 하늘을 폴폴 날아다니는 작은 몸짓의 신들이었다.
생명의 요정들이 아름다운 몸짓으로 생명의 동산에서 하늘을 너울너울 날아다니는 장면은 한 폭의 그림이었다. 생명의 요정들이 하늘을 날아다니며 온갖 생명의 마술을 부릴 때마다 생명의 동산은 시시각각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생명의 요정들은 마치 누에고치가 비단 실을 입으로 뿜어내듯이 온갖 생명의 기운을 몸 속에서 뿜어내서 꽃모양을 만들어내고 꽃향기를 만들어내고 나무의 열매가 달리게 했다.
벌과 나비들은 이 꽃 저 꽃 날아다니며 꿀을 따거나 꽃가루를 뭉치는 일을 하지만 생명의 요정들은 날개달린 작은 천사의 모습으로 하늘을 날아다니며 몸 속에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서 온갖 가지의 씨앗과 종자들을 키우고 가꾸느라 여념이 없었다.
생명의 동산에서 씨앗 하나가 싹을 트고 뿌리를 내리고 잎을 피워서 꽃과 열매가 달리게 하는 일은 자연의 현상이어서 저절로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의 요정들이 쉬지 않고 열심히 생명의 마술을 발휘하며 생명의 기운으로 씨앗과 종자들을 가꾸기 때문이란 사실을 두 눈으로 확실하게 발견할 수 있었다.
생명의 동산에서 생명의 마술사가 되어 열심히 일하는 장미꽃의 요정을 향해 내가 말을 걸었다. 장미꽃의 요정은 몸 속에서 쉴 새 없이 신비로운 기운을 뿜어내면서 장미꽃의 아름다운 색과 향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장미의 요정은 장미처럼 붉은 옷을 입고 붉은 날개를 달고 있었으며 백옥처럼 고운 얼굴에 입술은 붉고 빛났다. 그 손은 옥으로 빚은 듯 고왔다. 옥 같은 손으로 장미꽃 나무를 쓰다듬으면 그 자리에 이내 장미꽃의 망울이 맺히고 점점 봉우리가 커지면서 붉은 입술의 꽃잎을 툭툭 피워내기 시작했다.
"장미의 요정이여! 그대 손끝에서 펼치는 생명의 마술이 참으로 기묘하고 신비롭기 그지없소. 누구에게 배운 창조의 능력이 그토록 절묘하단 말이오?"
장미의 요정은 내 말을 듣고 요염한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고혹적인 웃음을 살포시 내비치며 말했다.
"우리들의 능력은 창조주에게 배우고 익힌 기술이며, 우리의 몸 속에는 창조주가 채워 준 기운이 가득하여 그 힘으로 온갖 생명의 마술을 펼치며 생명의 동산을 가꾸어 간답니다."
“내 눈으로 바라보니 장미꽃은 장미의 요정이 키우고, 백합꽃은 백합의 요정이 키우며, 연꽃은 연꽃의 요정이 도맡아서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온갖 꽃마다, 열매마다 그것을 키우는 요정들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사실까지 확인했습니다. 백합의 요정과 장미의 요정과 연꽃의 요정과 열매들의 요정들은 서로 생긴 모습도 다르고 생명의 마술을 펼치는 모습도 달라 보입니다. 요정들은 본래부터 그렇게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서 다른 일들을 펼치며 살아가나요?"
“사람의 영마다 각각 다른 모습의 수호신이 따르며 지켜주듯 생명의 동산에서 자라는 풀마다, 나무마다, 꽃마다, 열매마다 그 씨앗과 종자를 지키며 가꾸는 요정들이 따로 있답니다. 모든 생명체가 생긴 모습과 개성이 다르듯, 그 생명체를 지키고 가꾸는 요정들도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른 능력을 발휘하며 살아가고 있답니다."
이렇게 대꾸하는 장미의 요정은 그 입에서 말을 할 때마다 장미의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장미꽃의 요염한 기운이 몸에서 발산하고 있었다. 장미의 요정은 말을 하면서도 장미넝쿨을 어루만지며 꽃봉오리를 맺히게 하고 꽃잎의 화사한 색을 만들어 내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장미의 화원 옆에는 백합의 화원이 있었다. 백합의 화원에서는 백합화신의 요정들이 열심히 하늘을 날아다니며 백합꽃을 피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백합화신의 요정은 장미요정처럼 화사한 모습은 아니지만 순결하고 고아한 모습은 돋보였다. 순백의 펄럭거리는 의상을 걸치고 하얀 날개를 너울대며 백합꽃을 피우기 위해 열심히 움직이는 요정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내 마음조차 순결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백합요정들의 순결한 모습들에 매료되어 백합화원의 정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누군가 곁에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방문자는 누구신가요?"
말을 건 주인공은 백합요정이었다. 백합요정이 말을 할 때 입에서 백합화의 향이 물씬 풍겨왔다. 백합요정은 땅에 서 있지 않고 나비처럼. 하늘을 폴폴 날아다니며 내 귓가에 입을 대고 속삭이듯 말을 걸었다.
나는 작은 몸집의 백합요정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현실세계에서 살고 있는 백마선이라 합니다. 원시천계를 다스리시는 지존의 부름을 받고 근원의 세상을 여행 중입니다."
백합요정은 내 말을 듣고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어머! 당신은 진짜로 현실의 세상에서 원시천계를 찾아온 방문객이군요?"
"그렇습니다. 백합요정."
백합요정과 나는 친숙한 사이처럼 말을 이어갔다.
"환영해요. 백마선! 원시천계를 찾아주어서……."
"고맙습니다, 백합요정. 백합요정은 참 친절하고 순결한 여신이군요?"
“우리 화신의 요정들은 모두 친절한 여신들이지요.”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다른 백합요정들이 우르르 몰려 왔다. 백합요정들이 여기저기서 하늘을 날아 몰려드는 모습은 마치 나비 떼들이 군무를 지어 너울거리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나비 떼처럼 몰려 온 백합요정들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손뼉을 치기도 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악기들을 연주하는 소리도 들렸다.
이어서 또 다른 화신의 요정들이 음악과 노랫소리를 듣고 생명의 동산 사방에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연꽃요정, 수선화요정, 해바라기요정, 실비아요정, 장미요정, 라일락요정, 코스모스요정 등등 온갖 꽃의 요정들이 크고 작은 몸집으로 떼를 지어 몰려서 날아오며 현실의 세계에서 찾아온 불청객을 맞이하는 축제를 벌였다.
화신의 요정들은 저마다 꽃 색깔을 닮은 의상을 몸에 걸치고 키우는 꽃의 크기에 따라 몸집이 작거나 크거나 했다. 코스모스요정들의 몸집은 가늘고 몸놀림이 하늘하늘 했고, 해바라기요정은 키가 길쭉하고, 연꽃요정은 몸집이 우아하고 정갈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요정들이 양쪽에서 내 손을 잡으니 내 몸이 저절로 붕 떠서 구름 떼처럼 몰려 든 요정들과 함께 하늘을 날기 시작했다.
온갖 색깔의 의상을 입은 꽃의 요정들이 떼를 지어 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을 바라보니 한 편의 장관이 아닐 수 없었다.
군무를 지은 꽃의 요정이 이끄는 대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을 때 원시봉 자락에 펼쳐진 생명의 동산은 끝이 없었고, 생명의 동산 사이로 흘러가는 생명강의 물길도 끝이 없이 갈라져서 이어졌고, 푸른 숲과 초원과 대지는 가도 가도 끝이 없게 원시천계를 덮고 있었다.
꽃의 요정들이 이끄는 대로 한없이 날아갔더니 온갖 꽃으로 장식된 화려한 궁궐이 구름 속에서 베일을 벗은 듯 나타났다.
그 궁궐의 이름을 운화궁이라 불렀다. 말 그대로 구름에 덮인 꽃의 궁궐이란 뜻의 이름이었다.
꽃의 요정들이 이끄는 대로 운화궁에 들어갔더니 뜻하지 않게 모중모 여신을 만났다. 모중모 여신은 운화궁의 주인이었고 생명의 동산을 책임지는 모든 생명의 어미였다.
나를 모중모 여신에게 안내한 요정들은 모두 오던 길로 돌아갔고 모중모의 사신들이 나를 데리고 궁궐로 안내했다. 모중모는 궁궐의 높고 화려한 의자에 앉아서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고 나를 맞이했다.
모중모 여신 앞에 나를 안내한 사신이 이렇게 말했다.
“천하의 어미 중에 어미이신 성천황후(聖天皇后께 인사를 올려라."나는 사신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중모 여신을 향해 엎드려서 큰절을 올렸다.
“천하의 어미이신 성천황후께 불청객 백마선 인사를 올립니다."인사를 올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높고 화려한 의자를 바라보며 바로 서자 모중모 여신이 자비로운 미소를 머금은 채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낳은 영이여, 어서 오라. 여기는 네 영혼이 태어나서 머물렀던 본연의 자리이니, 네 영혼은 본연의 자리에서 영원하고, 시작과 다함이 없으리라. 고로 네 영혼은 불청객의 자리가 아니라 본연의 자리에서있을 뿐이다."
그리고 화려한 의자에서 일어난 모중모는 천천히 아래로 내려와 나에게로 다가왔다. 모중모는 두 팔을 벌려 나를 품속에 꼭 껴안더니 다시 이렇게 말했다.
"내가 곧 네 영혼을 낳고 기른 어미니라!"
모중모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깨어난 기분이 들었다. 현실세계에서 살았던 이제까지의 기억들이 모두 잠깐의 꿈속에서 겪었던 일들처럼 생각되고, 마치 아무 의미도 없는 일들을 위해 근심하고 걱정했던 현실의 순간들이 아련한 망각 속으로 묻혀 가는 느낌이 들었다.
꿈에서 깨어난 느낌이 들면서 운화궁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두 낯설지 않고 영원 전부터 함께 지냈던 사이처럼 친숙하게 느껴졌다.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운화궁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함께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익숙한 솜씨로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운화궁에서 살고 있은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도무지 어두운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세상의 사람들은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걱정을 모르고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노래를 부르고 싶으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고, 멀리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여행을 떠나는 만사태평하기만 한 존재들이 그 세상의 사람들이었다.
운화궁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불로불사의 신선이었고, 누구의 구속을 받거나 얽매임을 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들이었다.
신선들이 살고 있는 그 세상에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샘물이 있었고 영원히 배고프지 않는 열매가 있었고 영원히 낡아지지 않는 옷이 있었기 때문에, 현실세계의 삶처럼 수고하고 힘써 고생할 일들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내가 운화궁에서 잘 다루는 악기는 대금이었다. 내가 대금을 불고 있을 때는 그 소리가 멀리까지 퍼져 가서 사방의 아름다운 여신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때가 많았다. 간드러진 대금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여신들은 멀리서도 단숨에 날아와 춤을 추거나 눈을 감고 감상하기도 했다. 내 주변에는 항상 춤을 추거나 노래를 잘 부르는 여신들이 따르고 있었다.
여신들과 어울리며 간드러진 가락을 대금으로 한 곡조 뽑고 나면 그 시간이 벌써 우주의 천 년이었다. 춤을 한 판 추고 나도 천 년의 세월이 훌쩍 흐르고, 노래를 한 가락 뽑고 나도 천 년의 세월이 훌쩍 흐르고, 다정한 사람과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고 나면 만 년이란 세월도 훌쩍 흘러가고 마는 것이 운화궁의 세월이요 시간이었다.
운화궁에서 아무리 많은 세월을 보낸다 해도 세월이 바닥나는 일이 없었다. 현실세계에서는 놀고 즐기는 일을 허송세월이라고 하지만 운화궁에서는 놀고 즐기는 일이 삶의 목적이었다.
현실의 세계에서 백 년을 사는 것도 버겁고 고행이련만, 운화궁에서 노래 한 가락 뽑는 것만도 못한 삶을 위해 그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는 현실세계의 이치가 부질없다는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요정들의 안내로 운화궁을 방문한 후 시간이 점점 흘러가면서 현실세계의 일들은 아련한 꿈속의 일들로 기억 속에서 가물가물해지는 느낌이었다. 현실세계에서 겪었던 일들만 꿈속의 장면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전생에서 겪었던 일들까지 꿈속의 장면으로 느껴졌다.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살면서 평생 동안 많은 꿈을 꾸고 살 것이다. 때로는 악몽을 꾸기도 하고, 길몽을 꾸기도 하고, 행복한 순간의 꿈을 꾸기도 하고, 두렵거나 불행한 순간의 꿈을 꾸기도 한다. 꿈을 꾸는 순간에는 마치 그 순간이 사실인 줄 알고 현실의 순간들을 망각해 버릴 때가 있다.
운화궁에서도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현실세계에서 평생 동안 많은 꿈을 꾸고 살듯, 운화궁 원시천계에서도 꿈을 꾸고 사는 현상은 마찬가지였다. 원시천계에서 꿈을 꾸는 현상이 현실세계와 전생의 일들이었다. 현실세계의 일들이 꿈속의 장면처럼 느껴지기는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그동안 슬픔과 기쁨을 함께 했던 인연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기도 했다.
나는 지금 꿈속에서 원시천계인 운화궁을 방문하고 있었지만, 꿈속에서 겪고 있는 일들은 영원 전부터 존재했던 세상처럼 느껴지고 오히려 현실세계의 일들이 꿈속의 장면으로 바뀌어 느껴졌다.
아무튼 나는 꿈속에서 운화궁을 찾아와 어미 중의 어미라고 부르는 모중모 여신을 만났고 또 운화궁에서 살고 있는 여신들과 신선들과 요정들을 만났지만 그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고 친숙하기만 했다. 본래부터 내가 그 세상에서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온 느낌이었고, 현실세계와 전혀 다르게 살고 있는 꿈속의 내 모습은 익숙하기만 했다.
꿈속에서 나는 운화궁의 호수를 산책하고 있었다. 호수에는 많은 연꽃들이 화사한 모습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연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호수 위로는 연꽃을 닮은 여신들이 구름을 타고 날아다니며 놀고 있었다.
연꽃의 여신들은 구름 위에서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춤을 추기도 했다. 연꽃의 여신들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를 때마다 연꽃들이 반응을 하며 더욱 화사한 꽃잎의 색깔을 만들어 낸다거나 향기를 발산하기도 했다.
호숫가에서 나는 연꽃의 화신들이 구름 위에서 노는 장면을 넋 나간 듯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 연꽃의 여신들은 모두 낯익은 얼굴들이었다.
연꽃의 여신들 중에서 자홍련(慈여신이 눈에 띄고 낯익었다.
자홍련이 호숫가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금세 구름을 타고 다가왔다. 구름을 휘감고 있는 자홍련의 몸에서는 연꽃의 향기가 물씬 풍겼다.
나에게 다가온 자홍련은 구름을 휘감은 채로 나를 껴안았다. 그리고 사랑이 듬뿍 담긴 말들을 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자홍련은 나를 데리고 연궁으로 향했다. 연궁은 연꽃이 활짝 핀 호수의 물 속에 지어져 있었고 자홍련은 연궁의 주인이었다. 연궁에서는 연꽃요정들이 살고 있었고 자홍련은 연꽃요정들을 다스리는 여왕이었다. 연궁은 모두 연꽃으로 장식되어 있고, 자홍련이 앉아 있는 의자도 연꽃 모양이었다. 자홍련 여신은 연궁에서 연꽃요정들을 다스리는 여왕이었다.
자홍련은 본래부터 본연의 세상에서 나와 사랑하는 사이였다.
연궁은 호수의 물 속에 지어진 궁궐이었지만 밝고 환했다. 물 속의 궁궐에도 지상처럼 아름다운 꽃이 피어있고 열매도 열려 있었다.
자홍련을 따라 연궁에 도착하니 마음이 아주 편했다. 오래전부터 머물던 보금자리처럼 느껴졌다. 연궁에 만들어진 조형물이나 장식품 무엇 하나라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연궁에서 살고 있는 요정들이 자홍련과 나를 감싸고 따라다니며 시중들었다. 자홍련을 따라 연궁의 별채로 들어가니 연꽃 모양의 의자가 다정하게 놓여 있고, 자홍련과 나는 자연스럽게 미리 마련된 연꽃의 자에 앉았다.
나와 마주보고 자리를 잡고 앉은 자홍련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백마선의 그늘진 얼굴이 웬일인가요?"
"글쎄... 나는 여신과 함께 있어 기분이 좋은데 진짜로 내 얼굴이 그늘져 보입니까?"
나는 자홍련의 질문을 받고 좀 애매하게 대답했다.
"아까 호숫가에서 처음 백마선의 얼굴을 발견할 때부터 그런 느낌을 받았답니다. 무언가 백마선의 마음에 어두운 생각이 있어요."
자홍련의 말을 듣고 보니 무언가 맘이 무겁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 근심 걱정이라고는 모르고 살아갈 운화궁에서 먹을 것으로 고민하는지, 입을 것으로 고민하는지, 아니면 힘든 세상을 살아갈 일로 고민하는지…. 도무지 마음을 무겁게 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러나 자홍련의 말대로 마음이 무거웠다.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 이유는 간단했다.
꿈속처럼 느껴지는 현실세계에서 겪고 살아가는 일들과 그 일들로 인해 엮어진 인연들…. 그런 가물가물한 기억들이 잠재력처럼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자홍련 여신에게 그러한 마음을 털어 놓았다.
"사실은 내 마음을 어둡게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백마선, 무언지 말해 봐요."
"잠깐 꿈속에서 현실세계의 일들을 꿈꾸었습니다. 아주 잠깐의 일들이기는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나는 아주 심각한 일들을 겪으며 이런저런 인연들을 맺으며 꿈을 꾸었는데, 꿈속의 감정들이 잠재력 속에 묻어 있어 문득문득 마음을 어둡게 만들고 있나 봅니다. 꿈은 꿈일 뿐인데…. 쉬지 않고 마음속의 그늘을 만들고 있으니 가끔씩 슬퍼지기도 합니다."
“현실세계의 꿈이라…. 백마선도 그런 꿈을 꾸었군요. 그렇다면 백마선의 어두운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요."
“그러면 자홍련도 현실세계의 꿈을 꾼 경험이 있습니까?"
“현실세계의 꿈만 아니라 전생의 다양한 일들을 겪는 꿈을 많이 꾸었답니다. 그러한 꿈속의 일들은 때로는 기쁜 기억을 남기기도 하고 슬픈 기억을 남기기도 하지요. 아마도 백마선은 현실세계의 꿈속에서 힘들고 슬픈 일들을 많이 겪었나봅니다."
“모두 기억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꿈속에서 겪은 현실세계의 일들은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고통이 따를 때도 있었고 슬픔을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도 많았습니다. 자홍련도 현실세계의 꿈속에서 그런 슬픈 일들을 경험해 보았습니까?"
“당연한 일인걸요. 우리 원시천계 운화궁에서 살고 있는 어떤 신선과 여신과 요정들이라도 꿈을 꾸지 않는 백성은 없답니다. 꿈은 곧 우리들 영혼의 아버지인 근원대천존께서 베풀어 주시는 선물이지요.”
"슬프고 고통스러운 기억을 주는 현실세계의 꿈이 근원대천존의 선물이라니 자홍련의 말을 이해하기 곤란합니다."
“우리들 원시천계에서는 고통과 이별과 슬픔이란 일들을 겪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들 세상에서는 누구도 본연의 삶이 행복한 건지 슬픈 건지 분간할 방법이 없습니다. 현실이라고 하는 꿈속에서 온갖 고통과 슬픔과 이별과 생로병사의 아픔들을 겪고 나면, 비로소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삶이 행복하고 축복이란 걸 깨닫게 됩니다."
“아픔과 고통이 따르는 현실세계의 꿈을 꾸게 하는 건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행복의 참 맛을 즐기라고 근원대천존께서 베풀어 준 사랑의 증표란 말이지요?"
"백마선, 그렇답니다. 모중모 성천황후께서는 우리들 영혼을 잉태하여 낳고 기르시며, 우리들 영혼의 탯줄을 잘라주신 근원대천존께서는 우리들 영혼을 현실세계의 꿈을 꾸게 하여 강하게 훈련시킵니다. 꿈속의 현실세계가 아니라면 우리들 영혼은 육신의 고통을 당하며 강하게 훈련할 방법이 없습니다.”
"자홍련도 꿈속에서 육신으로 태어나 삶의 고통을 경험한 일이 있습니까?"
"우리들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어느 신분의 영혼들이라도 현실세계의 꿈을 꾸지 않고 훈련을 받지 않고 성장하는 영혼은 없답니다. 나도 현실세계라고 하는 그런 꿈을 꾸었기 때문에, 백마선에 대한 나의 사랑이 얼마나 소중하고 영원히 이별을 모르고 살아가는 인연이 축복이란 걸 깨닫고 있답니다. 백마선은 그런 생각이 들지 않나요?"
"자홍련의 생각과 내 생각이 일치합니다."
이런 말들을 나누고 자홍련과 나는 다정하게 포옹을 했다. 자홍련 여신과 포옹을 하고 있을 때 연꽃의 요정들이 공중으로 날아다니며 함께 기뻐하고 좋아했다.
어느 요정이 연꽃이슬의 알사탕을 아직 포옹을 풀고 있지 않은 자홍련과 나의 입에 한 알씩 넣어 주었다. 알사탕은 연꽃의 향기가 진하고 달콤했다. 연꽃의 이슬을 뭉쳐서 만든 알사탕은 입 속에 들어가서 향기로 변하면서 몸 속으로 그 기운이 퍼졌다. 연꽃의 향기가 몸 속으로 퍼질 때 청아하고 맑아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연꽃이슬의 알사탕은 연꽃요정들이 생명의 마술로 만든 귀한 선물이었다.
자홍련 여신이 살고 있는 연궁은 모중모 여신이 살고 있는 운화궁보다 규모는 작지만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되어 있는 모습은 비슷했다. 연궁에는 연꽃요정들이 나비 떼가 모여 살듯 화목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었고, 연꽃요정들은 모두 날개를 달고 공중으로 날아다니며 자홍련 여신의 심부름을 하고 있었다. 연꽃요정들 외에도 다른 신선이나 여신들도 각각의 삶을 즐기면서 평화롭게 어울려 살고 있었다.
연꽃요정들은 자홍련의 심부름 외에도 다른 여신이나 신선들의 곁에서 이런저런 필요한 심부름을 거드는 장면들이 눈에 띄기도 했다.
자홍련이 나의 손을 잡고 연화궁 뜰을 거닐며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있을 때 내 가슴에는 무한한 환희의 물결이 일렁거리고 있었다.
자홍련과 내가 정담을 나누면서 연궁의 뜰을 거닐고 있을 때 공중을 날아다니는 연꽃요정들이 우리들 곁으로 다가와 관심을 끌려고 애썼다. 그때마다 자홍련과 나는 연꽃요정들의 머리를 사랑스럽게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볼을 만지기도 하며 입을 내미는 요정들에겐 입을 맞추기도 했다.
참으로 영원 전부터 존재했던 본연의 가공되지 않는 평화가 그 세상에서 숨 쉬며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망중한의 기분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연꽃요정들의 술렁거리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운화궁에서 보았던 수많은 꽃의 요정들 한 무리가 연궁 뜰을 향해 날아오고 있는데 누군가를 호위하는 여신과 신선들의 모습이 뒤따라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 호위를 받고 있는 인물은 모중모 여신이었다.
자홍련은 황급히 모중모 앞으로 나아가 공손하게 마증을 하며 정중한 태도로 맞이했다.
“모든 영혼을 낳고 기르시며 어미 중의 어미이신 모중모 여신님을 뵙습니다."
모중모는 자홍련의 인사를 받고 입가에 자비로운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렇게 입을 열었다.
"사랑하는 나의 딸 연화를 이 어미가 찾았도다."
이어서 모중모는 또한 자비로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에게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아들이여, 이곳은 네 어미의 나라요 네 배필과 함께 영원히 보전할 세상이니 본연의 평화와 함께 깨어지지 않는 축복을 누리라!"
나는 말없이 모중모의 말을 듣기만 했다.
모충모는 공손한 모습으로 서 있는 자홍련과 나를 함께 품으로 안았다. 그리고 양손에 자홍련과 나의 손을 잡고 함께 연궁의 뜰을 거닐기 시작했다.
자홍련과 내가 모중모의 손을 잡고 함께 연궁 뜰을 거닐고 있을 때 생소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본래부터 그러한 모습으로 살고 있었다는 자연스런 느낌뿐이었다.
그러면서도 가끔씩 꿈속에서 겪었을 것 같은 현실세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머릿속을 스쳐가곤 했다. 현실세계의 일들이 꿈속의 기억으로 떠오르면 기분이 우울해졌다가 기억이 사라지면 다시 밝은 기분으로 돌아오곤 했다.
"사랑하는 영혼아, 네 마음속 상처를 이 어미가 알고 있다. 이 어미는 네 영혼을 낳고 기르며 언제나 기다리며 언제나 반기노라. 네 영혼이 힘들고 지칠 때 불현듯 생각나고 안기고 싶었던 품속이 바로 이어미의 품속이니, 이 어미는 네 영혼이 현실세계에서 겪은 고통과 힘겨움을 알고 있다."
연궁 뜰을 거닐면서 모중모가 나를 향해 꺼낸 말이었다. 나는 모중모의 말이 전혀 생소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어미 중에 어미이시며 제 영혼의 모태이신 성천황후를 뵙고 위로의 말씀을 들으니 제 영혼이 기뻐 본연의 평화를 가슴 충만하게 느낍"니다."
모중모는 내 말을 경청하며 다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중모의 눈빛 속에 한없는 자상함이 가득 고여 있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모중모가 다시 입을 열었다.
"사랑하는 영혼아, 세상만물은 잠을 잘 때 성장한다. 영혼들은 잠들 때 꿈속에서 성장한다. 영혼들이 꾸는 꿈은 현실세계의 육신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악몽이다. 육신이란 버겁고 힘든 삶의 짐이다. 버겁고 힘든 삶의 짐을 메고 살아가는 영혼의 고통은 힘들 것이다. 그 육신의 고통을 통해서 영혼이 성장한다. 영혼이 성장하기 위해 고통스런 현실세계의 꿈을 꾼다. 우리 백마선의 영혼도 또 다시 잠들 때 현실세계의 악몽을 꾸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고통스런 악몽이라도 꿈은 꿈일 뿐이다. 네 영혼의 영원한 고향은 근원의 세상인 원시천계요 네 영혼의 모태가 살고 있는 이곳이니, 현실세계의 악몽을 꾸는 순간에도 지금의 내 말을 잊지 말아라."
모중모는 또 이어서 말했다.
"나는 네 영혼을 낳고 기른 어미니라. 네 영혼의 아비는 네 영혼의 탯줄을 잘라 준 근원대천존이며 지존이시라. 지존은 또한 모든 아비중에 아비니라. 세상만물은 아비와 어미 없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종자가 없으니, 모든 영혼의 종자 또한 그러하니라. 이 어미의 말이 진실이라. 나의 사랑하는 영혼이여, 이 어미의 말을 가슴에 새겨 두어라. 그러면 네 영혼이 더욱 크게 성장하리라.”
이런 설명을 들으면서 모중모의 말이 전혀 낯설게 느껴지거나 의아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하지만 모중모 여신은 내 영혼을 잉태하여 낳아 준 어미요, 지존은 내 영혼의 탯줄을 잘라 준 아비라는 설명이 가슴 깊은 곳에 와 닿았다.
모중모 여신이 돌아가고 자홍련과 나는 연궁을 빠져나와 원시천계를 두루 돌아다니며 구경했다. 원시천계에는 원시봉 자락을 중심으로 생명의 동산이 만들어져 있고 생명의 동산에는 온갖 생명의 종자와 씨앗들이 본연의 모습으로 생장과 번식을 거듭하고 있었다. 생명의 동산에서 생장하고 번식한 종자와 씨앗들이 다시 근원의 세상을 생명의 물결로 수놓고 있었다.
우주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어떤 생명의 씨앗이나 종자도 원시천계생명의 동산에서 비롯되지 않은 것은 없었다. 모든 식물의 종자, 동물의 종자, 꽃과 열매의 종자들까지도 근원의 세상 원시천계에서 비롯되지 않은 씨앗은 없었다.
원시천계에 지어진 집들은 그 아름다운 모습을 무엇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고, 구름에 감싸이거나 실린 채로 공중으로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신기했다. 공중으로 떠다니는 집들은 경치가 좋은 곳에 머물러서 다시 정착하기도 했다.
원시천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도 집이 없는 사람이 없고, 가난하고 부자도 없이 누구나 공평하게 공중으로 떠다니는 집을 소유하고 살면서 경치가 좋은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며 즐거운 삶을 살고 있었다.
높은 산이 좋으면 높은 산으로 집을 이동하고, 물가가 좋으면 물가로 집을 이동하고, 숲이 좋으면 숲으로 집을 이동하며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가는 원시천계의 영혼들이 복되고 복되었다.
자홍련 여신과 헤어지고 나서 나는 다시 지존이 보낸 천사들의 이끌림을 받아 지혜의 왕이 살고 있는 광명궁으로 향했다. 광명궁에는 지혜의 신들이 살고 있었고, 광명궁을 다스리는 왕은 대천존의 장자인 원광천자였다.
광명궁은 빛나는 구름으로 뒤덮인 빛나는 궁궐이었으며, 원광천자는 빛나고 높은 의자에 앉아서 지혜의 신들을 시켜서 어두운 세상을 찾아가 지혜의 빛을 전달하는 사명을 받들고 있었다.
천사들의 이끌림을 받아 광명궁에 도착한 나는 원광천자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어서 오라, 백마선! 근원대천존의 명을 받아 지혜의 아들 백마선을 기다리고 있었다.”
원광천자의 몸에서는 밝은 광채가 빛났고, 눈에서 발산하는 빛은 어두운 땅속이라도 밝게 비출 만큼 강했다. 그 밝고 예리한 눈빛 앞에 마음에 숨긴 비밀 하나라도 드러나지 못할 티끌은 없을 것 같았다.
“모든 영혼의 맏형이신 원광천자를 뵙습니다. 어둠에서 살고 있는 미련한 영혼이 대천존의 사자들에 이끌려 감히 천자님의 광명궁을 찾게 되었습니다."
나는 원광천자의 밝은 빛의 위엄 앞에서 약간 위축된 표정을 지으면서 낮은 목소리로 인사를 올렸다.
“잘 왔다. 나는 모든 영혼의 아버지인 대천존의 장자이며 모든 영혼의 맏형으로 사랑하는 아우를 맞이하노니 두려워 말며 마음을 움츠리지 말라. 나의 나라에는 지혜의 보물이 가득하고 그 보물은 창고에 쌓아 두었다. 창고에 쌓아 둔 지혜의 보물은 나의 형제들에게 값없이 나눠주리니 이는 우리 영혼의 아버지 대천존의 부탁이다.”
이어서 원광천자는 미리 사자에게 부탁해 둔 보석함 하나를 들고 와서 나에게 하사했다. 두 손으로 사자가 건네주는 보석함을 받아들자 원광천자가 이렇게 말했다.
"대천존께서 부탁한 선물이니 보석함을 열어 보라.”
원광천자의 지시대로 보석함을 열어보니 그 속에 작은 구슬 하나가 들어 있고 구슬에서 밝은 빛이 강하게 발산했다. 그 구슬을 꺼내서 손바닥에 올려놓고 원광천자를 향해 보여 주었다. 원광천자는 얼굴에 만족한 미소를 띠더니 이렇게 말했다.
"천하의 어둠을 비출 찬란한 지혜의 빛이로다. 그 구슬의 이름을 영주라 하니 영주를 품은 즉 네 몸에 지혜의 신이 따르리라. 이제부터 네 생각이 지혜로울 것이며, 네 말이 지혜로울 것이며, 바라보는 네 눈빛이 지혜로울 것이며, 네 행동이 지혜로울 것이다. 그 지혜로써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역할을 다하여라.”
나는 원광천자의 지시대로 지혜의 구슬인 영주를 품속에 간직하고 광명궁을 빠져나와 다시 원시천계를 주유했다. 영주를 품에 넣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환하게 밝아져 왔다. 그리고 지혜의 신이 따라다니며 수행하는 모습이 보였다.
근원의 세상인 원시천계를 주유할 때 수행하던 지혜의 신이 이렇게 말했다.
“이제부터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면면이 잘 살펴보시오. 지혜의 눈을 뜨고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더욱 크고 오묘한 하늘의 진리를 깨닫게 될 것이오."
지혜의 신이 당부하는 말처럼 나는 원시천계를 주유하며 깨닫고 느끼는 점이 많았다.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무지 살기 위해 애쓰고 고생하는 모습을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논밭에서 곡식을 심고 가꾸는 농부의 모습을 찾아볼 수도 없고, 공장에서 물건을 만드느라 애쓰는 일군들을 찾아볼 수도 없고, 시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느라 분주한 상인이나 손님들의 모습을 찾아 볼 수도 없었다.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누구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고민하지 않았고, 명예와 권력과 재물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원시천계의 사람들은 힘들게 수고하고 애쓰지 않아도 누리고 싶은 행복은 무엇이나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디를 가든지 태평성대를 누리며 만족한 표정으로 살아가는 원시천계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수행하는 지혜의 신을 향해 질문했다.
"원시천계의 사람들은 도무지 애쓰고 수고하지 않아도 무엇이나 누리며 부족함이라고는 모르고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살던 현실세계에서는 작은 것 하나라도 노력하지 않고 공짜로 얻는 것이 없습니다. 먹고 살아갈 양식을 얻기 위해, 입고 살아 갈 의복을 얻기 위해, 매일 같이 일용할 생필품을 얻기 위해 얼마나 수고하고 애쓰며 땀을 흘리며 살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원시천계의 사람들은 아무런 수고도 없이 얻고 싶은 것을 다 얻고 무위도식하며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아무 수고도 하지 않고 태평성대만 누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도무지 삶의 목표가 무엇일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지혜의 신은 그 해답을 들려줄 수 있습니까?"
지혜의 신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아주 간단하게 대답했다.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백마선의 그러한 궁금증을 질문해 보시오. 그러면 누구의 입에서도 똑같이 간단한 대답이 들려올 것이오."
“그 간단한 대답이 무엇입니까?"
“삶은 쾌락(樂)이다!>라고 대답할 것이오. 설명을 덧붙이자면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야 할 목적은 무엇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즐기기 위함이며, 즐기지 못하는 삶이란 살아야 할 의미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오."
"지혜의 신이시여! 제가 살고 있는 현실세계의 사람들은 사는 것을 고해라고도 표현하고 더 나아가 생존경쟁이란 말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현실세계의 한 생애를 마감하기 위해선 처절한 고통과 수고로움이 수반된다는 의미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원시천계의 사람들은 현실세계의 사람들과 정반대의 삶을 살아가고 있으니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허상인지 분간을 못하겠습니다.”
“백마선은 내 말을 잘 들으시오. 내 말은 지혜의 말이라서 버릴 내용이 없소. 현실세계의 삶이 허상이오. 현실세계의 삶이란 잘 살아야 백년이오. 그 짧은 생애를 실컷 즐기고 살아도 아쉬울 뿐인데,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마는 허상을 위해 애쓰고 수고하며 인생고해의 삶을 지고 살아가는 현실세계의 사람들이 가엾게 느껴질 뿐이오. 백마선은 현실세계로 돌아가거든 세상의 작은 것을 얻기 위해 애쓰지 말고 하루하루즐거운 생애를 위해 노력하시오. 그러한 생애가 모든 영혼이 걸어야할 바른 목표이며 진실이오."
"수고하고 애쓰며 힘들게 사는 모습은 모든 영혼이 걸어야 할 진실이 아니란 뜻입니까?"
"백마선! 진실을 말하자면 즐겁고 쾌락이 없는 삶이란 영혼들이 걸어야 할 본연의 모습이 아니라오.”
“근원의 세상인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무엇이나 진실이란 뜻입니까?"
“백마선, 그러하오. 원시천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모든 영혼이 살아야 할 본연의 모습이오. 현실세계로 돌아가거든 그 본연의 모습대로 사시오."
“하지만 제 영혼이 현실세계로 다시 돌아가면 잠시 후면 물거품처럼 사라질 허상의 것들을 위해 애쓰고 수고하는 버릇은 쉽게 고치지 못할 것입니다."
"백마선의 품에는 지혜의 구슬인 영주가 숨겨져 있소. 그래서 이 지혜의 신은 현실세계에서도 백마선을 수행하며 어리석은 삶을 펼치지 않도록 도울 것이오. 그러므로 어리석은 과거의 버릇을 고치지 못할까 걱정하지 마시오."
"정말로 지혜의 신은 내가 현실세계로 돌아간 후에도 수행을 멈추지 않을 것을 약속합니까?"
"대천존께서는 이미 백마선에게 지혜의 구슬을 하사하셨소. 대천존께서 한 번 하사한 선물을 빼앗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오. 그러므로 이지혜의 신도 항상 백마선을 수행하며 현실세계에서의 운명을 함께할 것이오."
이런 대화를 나누면서 나는 지혜의 신과 함께 구름을 타고 원시천계의 하늘을 날아다니면서 그 세상 사람들과 어울리고 동행했다. 원시천계 사람들은 몸을 움직여서 활동하는데 도무지 제약이라든가 장애를 겪는 현상이 없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든 물을 건너거나 산을 넘든 어떤 공간에서나 자유롭게 활동하고 움직였다.
어떤 사람들은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요정들의 손에 이끌려 물을 건너거나 산을 넘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수행하는 신과 동행하며 시공을 초월한 행동을 자유자재로 펼쳤다. 원시천계 사람들은 누구나 신선의 모습이었고 요정이나 신들과 어울리면서 신인조화의 세상을 맘껏 향유하고 있었다.
원시천계 사람들은 누구도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얻을까, 고민하는 일이 없고, 그러한 것들을 얻기 위해 수고하고 애쓰는 모습일랑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남는 것이 시간이요 즐기는 것이 삶뿐인 원시천계의 사람들은 누구의 얼굴에서도 그늘진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디서나 춤추고 노래하고 풍류를 즐기는 모습들이고, 풍류를 즐기고 쾌락을 일삼다보면 천 년이고 만 년이란 세월도 훌쩍 지나고 말았다. 그 세상에서는 남는 것이 시간이요 아무리 세월을 허비해도 부족한 세월이 없는 원시천계의 세상이었다.
현실세계에서 단 하루라도 맘 편히 쉬면서 삶의 여유를 가져볼 수 없는 처지와 비교하면 원시천계는 전혀 차원이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설명할 수 있었다.
<삶은 쾌락이다!>
원시천계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 구호처럼, 그 세상엔 온통 즐기면서 살아가는 풍류와 즐거움 외에는 인생고해의 모습일랑 티끌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다.
.
"백마선, 삶의 지혜란 저런 모습이라오. 천 년, 만 년, 무궁년을 살더라도 쾌락을 즐기는 삶이 지혜의 근본이란 뜻이오.”
원시천계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서 수행하는 지혜의 신이 이렇게 강조했다.
"지혜의 신이여! 그렇다면 쾌락을 모르고 사는 삶이란 무지의 삶이란 뜻이기도 하군요?"
"백마 신선, 현실세계로 돌아가 당장 실천해야 할 일은 쾌락이 사라진 삶을 속히 청산해야 할 것이오. 그렇지 않으면 본연의 영혼으로 부활할 방법이 없소. 쾌락 속에서 영혼의 꽃이 피고 영혼의 향기를 느낄 수 있소. 쾌락이 없는 인생고해의 삶 속에서 영혼은 상처를 입고 움츠려들며 어떤 영감도 발휘하지 못하오. 쾌락으로 영혼을 평안하게 하면 영혼의 왕성한 영감으로 세상을 태평성대로 만들 것이오. 영혼의 움츠림으로 말미암아 현실세계에서는 영감이 사라져서 힘들게 수고하고 애써서 삶을 지탱해야 하는 인생고해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소. 그러므로 삶의 쾌락이 영혼의 영감을 발휘하는 지혜라 하오. 백마선은 이 지혜의 신이 말하는 뜻을 마음에 잘 새기시오."
“그렇지만 지혜의 신이여. 제 맘속엔 또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백마선의 다른 생각을 말해 보시오."
"우리 현실세계에서는 쾌락을 저주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영혼을 타락시키고 병들게 하는 요인을 쾌락이라고 정의하는 종교도 존재합니다.”
"탈선을 조장하는 쾌락이 영혼을 병들게 하는 원흉이란 말은 사실이오. 진정한 쾌락이란 방탕함과 탈선의 쾌락을 말하지 않소. 멋과 풍류로 어우러진 속되지 않는 쾌락이 진정한 쾌락이오. 원시천계에는 방탕과 탈선의 쾌락은 찾아볼 수 없소. 속되고 비천한 모습의 쾌락이란 영혼을 병들게 하는 원흉이 분명하오. 백마선이 현실세계로 돌아가 실천할 쾌락은 멋과 풍류로 어우러진 속됨이 없는 쾌락을 의미하오. 근원대천존께서 백마선을 이 세상에 초대함은 바로 그러한 참 멋의 쾌락을 깨우쳐 주기 위함이었을 것이오."
지혜의 신과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구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많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날개 달린 요정의 손을 잡고 새처럼 하늘을 날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생명의 동산에 떠오른 태양이 찬란한 빛을 온 누리에 뿌리고, 태양의 밝은 빛을 받아서 반짝거리는 땅 위의 꽃잎과 풀잎과 열매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풀밭에서 뛰노는 동물들은 힘이 센 놈이나 약한 놈이나 서로 힘겨루기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들이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새카맣게 하늘을 뒤덮어 날고 있었다.
원시봉 계곡에서 발현되는 생명의 강은 끝없이 낭하지어 흘러가고 생명강 가에는 온갖 종류의 녹음방초가 우거져 싱그러움을 자랑하고 있으며 지천에 널려 있는 기화요초는 그 향기가 하늘까지 피어올라 물씬거리고 있었다.
생명의 동산에 떠오른 태양빛은 온 세상의 생명을 키우는 빛의 근원이었고, 생명의 동산에서 자라는 모든 꽃과 열매와 종자들은 우주 삼라만상에 흩어져 자라고 있는 씨앗들의 조상들이었으며, 그 세상에 존재하는 평화가 우주의 섭리를 이끌어 가는 질서의 근본이었다.
<평화로다!>
이런 생각으로 하늘에서 원시천계의 세상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 지혜의 신은 어느새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모습을 감춘 지혜의 신을 다시 찾아보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어디선가 내 이름을 부르는 아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샤르앙, 샤르앙.”
그 목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곁에서 샤르비네가 웃는 얼굴로 잠깐 잠들어 있는 내 모습을 사랑스럽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샤르앙이 잠든 모습을 바라보니 무언가 깊은 환희에 젖은 표정이던데 좋은 꿈이라도 꾸었나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뜨기는 했지만 아직 멍한 표정으로 사라진 지혜의 신을 찾느라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샤르비네가 묻는 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헛소리처럼 말했다.
"지혜의 신이 어디로 갔지?"
그 말을 듣고 샤르비네가 실소를 금치 못하고 또 한 마디 했다.
“샤르앙, 지혜의 신이 뭐에요? 무슨 좋은 꿈을 단단히 꾸긴 꿨나보네? 꿈속에서 지혜의 신을 만나기라도 했어요?"
그제야 제정신으로 돌아온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 샤르비네 언제 왔소? 내가 잠깐 잠든 사이 꿈을 꾸었나 보오. 깨어나기 싫은 꿈이었는데...."
"무슨 꿈을 꾸었나요?"
“근원의 세상이라고 하는 원시천계를 다녀온 꿈을 꾸었소. 우리들 영혼이 태어나고 자라난 세상이었고 꿈속의 그 세상에서 우리들 영혼의 어머니인 모중모를 만나기도 했고, 지혜의 왕인 원광천자를 만나기도 했고, 삼라만상에 존재하는 모든 종자의 씨앗들을 만나기도 했소. 참으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이었소. 아참, 그리고 근원대천존의 소중한 선물을 받아왔는데…."
“근원대천존의 선물이 무엇이었나요?"
"영주라고 하는 지혜의 구슬... 분명히 그 영주를 받아서 품속에 간직했는데, 그리고 영주를 지키는 지혜의 신이 함께 동행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무 것도 보이지 않소."
“꿈속에서 아주 좋은 선물을 받았군요."
"하지만 꿈에서 깨어난 지금은 아무것도 내 수중에 없는데 꿈속에서 받은 아무리 소중한 선물이라도 무슨 소용이 있겠소?"
“아무리 꿈속이라 해도 근원대천존께서 하사한 선물이라면 그 선물이 어디 가지 않았을 거예요.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샤르앙의 영혼이 품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샤르비네, 정말 그럴까요?"
“샤르앙의 품속에 간직한 여의주가 눈에 보이지 않듯, 근원대천존으로부터 선물 받은 지혜의 구슬도 눈에는 띄지 않지만 샤르앙의 영혼이고이 간직하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샤르비네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꿈속에서 수행하던 지혜의 신이 잠깐 눈 앞에 나타나 어른거리더니 안개처럼 사라졌다.
꿈속에서 만난 근원의 세상인 원시천계는 뚜렷한 기억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손을 내밀면 금세라도 꿈속에서 바라본 세상이 눈앞에 다가올 것만 같고 꿈속에서 만난 얼굴들과 마주칠 것 같았다.
꿈속에서 들려준 근원대천존의 말처럼, 현실세계는 언젠가 사라질 꿈속의 장면이고 영원하고 끝이 없는 본연의 세상이 원시천계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는 마음이 행복했다.
허무한 세상이 끝나더라도 다시 돌아갈 영혼의 고향이 있고, 영혼의 어미와 영혼의 아비와 영혼의 뿌리가 살고 있는 본연의 세상이 존재한다는 사실 하나가 기쁨이요 소망이 아닐 수 없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시지 11 – 신과의 대화 2
첫댓글 으악~ 일하는 사람은 글도 길고 글이 2~3개 올라오면 감당안되여, 킁 ㅡ.,ㅡ
아네 죄송합니다..^^
천천히 올릴게요 ..^^
천천히 보십시오..^^
ㅎㅎㅎ 나랑 똑같네요..^^
그러게 말여요.
글이 길면 하루에 한개만 올라와도 벅찬데..
3개씩이나 올리면 따라갈 수가 없어요..ㅋㅋ
@사바하 아네 제가 요즘 바빴는데 저도 모르게 급했는지 다급하게 올렸습니다..^-^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10.26 19:41
아네 기다리기도 하시고 그러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말씀 감사합니다 ~^^
하늘에서는 일하는걸 바라지 않고 락"을 바라네요.
일하지 않은자 먹지도 말라 라는 말은 틀린말이 되는 건가요?
네 맞습니다 놀줄 모르면 장수하지 못하고 살지 못한다고 합니다
잘놀고 즐겁고 행복해야 장수하고 건강합니다
일해야 산다는 건 어둠의 계책일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