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시된 10.26 서울시장 보권선거에서 옛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가장 저조한 득표율을 올린 곳을 꼽으라면 단연 관악구일 것이다. 그만큼 야당세가 강하고 특정지역 출신들이 많이 산다. 봄철이나 가을철이 되면 인근 보라매공원에서는 남도 지방에 고향을 둔 각종 향우회 현수막이 물결을 이루는 지역이기도 하다. 서울에서도 보기 드물 정도로 그만큼 특정 지역 색깔이 강한 지역인 것이다.
관악구는 관악 갑과 관악 을 지역으로 나뉜다. 관악구 갑 지역에는 새누리당 출마 후보자가 없다. 이 지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성식 의원이 한나라당을 탈당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또한 김성식에 맞서 출마한 새누리당 간판을 단 예비후보자도 없었던 까닭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비록 무소속 후보자가 된 김성식 이지만, 김성식은 관악구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경제통에다 여당 속의 야당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김성식 의원은 이 지역에서 세 번의 도전 끝에 국회 입성에 성공한 정치인이다. 그는 의회 최초로 4년 연속 백봉 신사상을 받았고, 4년 연속 의정대상도 수상했으며, 일 잘하는 국회의원으로 뽑히기도 했다. 이 지역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왕년의 거물 정치인인 한광옥이 정통민주당을 창당하여 출마를 했고, 민주당에서는 유기흥 당협위원장이 공천을 받아 출마를 했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유기흥은 친노 폐족의 일원으로 심판을 이미 한번 받은바 있으나 다시 출마를 했으니 김성식과는 리턴 매치의 성격도 내포하고 있다.
그러나 관악구 갑의 주민들의 바닥 여론에는, 새누리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았고 민주당의 후보도 특정지역 출신이 아니라 이번에는 지역주의 표가 결집을 하지 못하고 있는 탓에 이번에는 실력 있고 검증된 후보자를 뽑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변수는 한광옥이다. 그러나 한광옥은 칠순의 고령이 약점인데 얼마나 옛 명성을 회복하여 선전할 지가 관심사항이다.
따라서 이 지역은 새누리당 후보가 없으니 민간인 불법 사찰문제도 이슈에서 멀어졌고, 야권 단일화 지역도 아닐 뿐 아니라. 민주당 지지표가 양분될 상황에 놓였으니.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김성식이 비록 무소속 후보이기는 하지만 재선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 지역인 것이다.
반면에, 관악을 지역은 관악 갑과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 지역은 민주당의 김희철과 통진당의 이정희가 단일화를 시도하던 지역이었는데 이정희의 모바일 불법 조작으로 인해 이정희가 사퇴하고 대타로 민노당 서울시 당 위원장을 지낸 이상규가 나왔고,새누리당에서는 젊은 피인 40대 초반의 오신환 후보가 나왔다, 이 지역은 관악 갑 지역 보다는 특정 지방 출신들이 더 많이 밀접해 있는 지역이다.
이정희가 불법 모바일 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사퇴를 했다면, 정치도의상 김희철을 민주당에서 공천하고 통진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이 사리에 맞는 일이었는데도 그 자리에 민노당 출신 이상규를 후보로 냈던 것이다. 이상규는 NL 계열 운동권 출신중에서도 경기남부 연합소속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오신환 후보는 선거 연설에서 경기동부연합의 정체를 밝히라고 강력하게 주장했을 정도로 관악 을 지역은 이념적인 이슈도 선거 쟁점의 하나로 부상한 지역이다. 오신환은 서울시 의원을 지냈고, 재작년 6.2 지방 선거 때에는 최연소 관악구청장 후보로 출마한 경험이 있어 인지도 면에서나 조직적인 면에서도 만만찮은 화력을 보유하고 있는 후보로 인정받고 있다.
흥미로운 현상은 손석희의 시선집중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있었다. 시선집중이 3월28일~30일 간에 리얼미터를 통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오신환 32.9%, 통진당 이상규 31.3%, 무소속 김희철 24%로 나왔다는 점이다. 그동안 관악구는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강한 지역적 특성이 있었다. 그러나 이번 19대 총선에서는 이런 구도가 깨질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어쩌면 관악 갑과 관악 을에서 과거 선거사상 그동안 보지 못했던 귀중한 광경을 2本 동시상영으로 보게 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