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일본이 이탈리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굉장히 지레 겁먹는 사람들이 좀 많은거 같은데
지난 아시아예선이나 친선경기부터 최근 컨페더까지 어느정도 봐온 결과
저는 오히려 보면 볼수록 한국축구에게 상대적으로 점점 더 희망이 보이더라구요.
그리고 어제 멕시코와의 경기가 일본축구가 가진 한계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 경기가 아니었나 싶구요.
최근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대표팀을 평가할 때의 기준은 사실 딱 두경기입니다.
0:3으로 당했던 지난 삿포로참사와 이번 컨페더 이탈리아전인데요.
좀 길게 보면 아시안컵때 맞대결정도까지 포함하구요.
일단 일본의 힘인 미들진부터 살펴볼까요.
일본에서 가장 핵심은 당연히 혼다입니다. 전력의 반 혹은 그 이상이죠.
그래서 우리는 혼다를 어떻게 막아야 하나 언제나 고민합니다. 실제로 혼다에게 당했었구요.
하지만 사실상 혼다는 당장 아시아권에선 맨투맨으로 완전히 제압할만한 선수가 없다고 봅니다.
강한 피지컬 좋은 테크닉과 많은 활동량은 단순히 수비 한명 붙여서 지워버릴 수 있는 수준은 넘어섰다 보이구요.
문제는 혼다라는 선수의 특성만 알고나면 생각보다 무서운 선수는 아니라는 겁니다.
혼다의 장점은 앞서 말씀드린대로 강한 피지컬과 테크닉으로 볼을 전방에서 키핑하는데 있습니다.
킥력이 좋긴 한데 사실 셋피스장면을 제외하면 인게임에서 혼다의 킥력이 발휘되는 시간은 극히 적습니다.
왜냐면 일본은 짧은 패스의 신봉자들이라고 할 정도로 짧은패스와 공간침투 위주의 공격패턴을 사용하니까요.
또한 혼다는 공격시에는 2선과 1선을 오가며 주로 전방에 있다보니 우리 기성용처럼
공격시에 킥력을 이용해서 빠르고 길게 사이드체인지로 뽑아주진 못합니다.
대신, 단점으로는 혼다는 느립니다. 결코 빠른 선수가 아니고 직접 돌파에 능하지 못합니다. 스스로 골을 만들진 못한단거죠.
주로 볼을 잡으면 횡적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2선에서 내려오거나 2선으로 올라가는 선수를 기다립니다.
대부분 패스를 받는 대상은 측면자원들이죠. 그렇게 연계가 되면서 축구에서 이상적인 볼 흐름이라 할 수 있는
중앙->측면->중앙과도 같은 연계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본 미드필드에는 두개의 기둥이 있는데 전방에 혼다 후방에 엔도입니다.
혼다가 비교적 전방에서 볼을 키핑하고 공격에 가담하는 숫자를 극대화할 타이밍까지 버텨주는 역할이라면
엔도는 그런 혼다가 비교적 전방에서 쉽고 빠르게 볼을 잡아낼 수 있도록 3선에서 빌드업을 시작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엔도의 문제는 노령화로 인해 민첩성과 피지컬, 탈압박에 활동량까지 전반적으로 매우 저하되고 있다라는 점입니다.
나머지 카가와나 오카자키 하세베등은 이 두명의 기둥을 보조하는 역할에 지나지 않습니다.
카가와는 조약한 일본의 포워드진을 커버하기 위해 박스 침투와 괜찮은 시야와 활동량으로
혼다를 받치는 보조플레이메이커이자 소위 말하는 골게터의 역할까지 병행한다라고 보면 되구요.
비교적 일본에서 가장 박스안 결정력이 좋은 선수이기도 하죠.
오카자키는 그야말로 빠른 발과 활동량을 이용해 측면 공간을 가끔 치달로 공략하거나
박스 내 빈공간으로 침투해서 슈팅을 시도하는 선수죠.
또한 포어체킹과 수비가담을 가장 열심히 하는 선수중에 하나구요.
대신 개인능력은 귀여운 수준이고 결정력도 그가 맞이하는 양질의 찬스들에 비하면 그닥 높지 않습니다.
오카자키가 볼을 잡으면 종종 일본애들은 탄식을 하기도 하죠.
하세베는 엔도에게 부족한 수비력을 채워주고 상대 역습에 대비하며 종종 2선정도까지 올라와서 세컨찬스를 노립니다.
일본에서 가장 전투적으로 중원싸움을 해주는 역할인데 적극성은 있으나 피지컬은 그리좋은 편은 아닙니다.
어찌보면 좀 어중간한 스타일이죠. 특별한 장점이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전방은 따로 다룰 필요도 없이 한심한 수준입니다.
최근에 주전이라고 볼 수 있는 마에다는 개인능력은 전혀 무섭지 않고 거의 2선을 위해 수비를 교란하고
연계와 수비가담에 집중하는 일종의 더미맨과도 같은 역할입니다. 뭐 나름 견실하게 뛰어주긴 하지만
거의 2선을 위해 희생하고 있죠. 지금은 나이도 어느정도 있구요.
나머지는 오카자키가 오른쪽으로 나오면 마땅한 톱쪽에 교체자원도 없을 정도고
그나마 있는 귀화자원 마이크 하프나는 장신이긴 한데 별로 자주 쓰이지도 않습니다. 애초에 전술에 잘 안맞을겁니다.
2. 수비라인
일본의 수비라인은 사실 미드필드의 장악력에 굉장히 수혜를 많이 받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며 운영하기 때문에 수비라인의 약점이 자주 노출되진 않죠.
하지만 실상을 까보면 생각보다 처참합니다.
나가토모는 아시아권에선 현재 최고의 풀백인건 맞습니다. 특히 박스안까지 직접 침투할 정도로 공격에 적극적이고
활동량이 매우 좋습니다. 수비력도 아시아권에서만큼은 안정적인 편이죠. 왼쪽 윙과의 연계도 좋구요.
크로스능력은 좀 로또성이 있는 편인데 딱히 안정적이고 정교한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차라리 엔드라인까지 파고들어서 컷백쪽으로 내주는 낮고 짧은 크로스가 무서운 편이죠.
그리고 딱히 수비라인 전체를 리딩하는 느낌은 없습니다. 아무래도 풀백이고 공격가담이 잦아서 신경쓸게 많죠.
오른쪽은 우치다가 주전이라고 봐야 할텐데 우치다의 공격가담력은 상당히 괜찮습니다.
나가토모쪽보다는 크로스도 좀 더 선호하고 나름 정교함이 있는거 같구요.
하지만...수비력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피지컬 위치선정 대인마킹능력 태클능력등 수비전반적으로 별로 장점도 없고
공격쪽에 집중하다보니 그 빈틈은 때때로 더 커보입니다. 일종의 모 아니면 도죠.
그리고 센터백은 곤노 고마노 요시다마야 등이 어느정도 로테이션인거 같은데
최근엔 요시다마야쪽이 중심으로 중용받고 있는 듯 합니다만 셋 다 전혀 특출난 장점이 없고
그다지 투지나 근성이 느껴지거나 커버링이 탁월한 편도 아닙니다. 곤노같은 경우엔 전문센터백도 아니고
수비 멀티자원으로 알고 있고 요시다마야도 딱히 강력한 느낌이 없죠. 게다가 아직 젊고 대표팀경험도
많지 않습니다. 딱히 빌드업쪽에 도움을 줄만한 장점이 있는 자원도 없구요.
차라리 예전의 다나카 툴리오가 훨씬 더 강력한 느낌이었죠. 최근에 모습이 좀 안보이는거 같은데
어떤지는 모르겠지만요.
그나마 높은 수비라인을 어느정도 유지한다는 점에 있어선 조금은 칭찬을 할 만한 구석이 있습니다만
만약에 미드필드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신나게 털리는 수비라인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듭니다.
2선 침투하는 상대 자원들을 노련하게 컷해내지도 못하고 셋피스 상황에서도 전반적으로 모자라죠.
단지 우리나라 수비라인에 비해 실수는 덜 하는 편이긴 합니다. 우리가 원체 심하니까요.
덕분에 골키퍼 가와시마도 종종 고생 좀 하는 편입니다.
3. 전체적인 경기 운영과 양상
지금 일본축구의 장점을 꼽으라면 패스웍과 더불어 기동력입니다.
일본경기를 보면 공수에 가담하는 숫자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리고 전방에 활동량이 많은 선수들을 전부 배치해서 강력한 포어체킹부터
때로는 미드필더라인 혹은 그 아래까지 굉장히 공격전들에게 수비가담을 많이 요구합니다.
공격때는 양사이드 풀백에다 여유가 된다 싶으면 후방플메인 엔도까지
박스근처 혹은 박스안의 공간까지 오버랩을 시키죠.
그리고 어느정도 빌드업이 된 이후엔 굉장히 박스라인을 기준으로 횡적으로 넓게 퍼져있고
2선에서 한두명이 볼을 잡고 수비 좌우중앙 가리지 않고 침투하는 선수를 향해 뒷공간에 패스를 떨궈줍니다.
가장 강한 원동력으로 꼽히는 포어체킹은 상당히 수준급입니다. 전방자원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움직여줍니다.
게다가 미드필드에서의 순간적인 압박을 위해 수비상황에서도 많이 내려오는 편이구요.
대신 혼다는 수비력은 어느정도 있지만 웬만하면 수비부담을 좀 최소화시켜주려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전력의 절반이고 대체자원이 없는 만큼 체력적으로 세이브가 필요하니까요.
현재 일본축구의 최대장점인 기동력은 수비상황에선 압박 공격상황에서는 전형유지와 오버래핑으로 전환되는데
압박시에 조직력도 상당히 수준급입니다. 포어체킹과 압박에 바로 이탈리아가 당해버렸었죠. 대신 개개인의
대인마킹력이 높은 편은 아닙니다. 압박은 언제나 양날의 검과도 같은데 볼이 빠지는 순간 더 큰 공간을 허용하죠.
처음에 몇번은 체력이 있기 때문에 풀파워로 달려가서 전형을 다시 짤 수 있지만 기동력이 떨어지는 순간
일본축구의 톱니바퀴와도 같은 힘은 쭉 빠진다고 볼 수 있죠.
4. 파훼법
일본의 힘은 시스템에서 나오고, 그 시스템의 중심에는 혼다가 있습니다.
혼다를 막으면 일본이 막히고 혼다가 활개를 치기 시작하면 하나하나가 다 무서워지죠.
혼다를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1) 엔도를 괴롭혀라
혼다를 미친듯이 띄워주고 있는데 왜 엔도얘기를 하느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엔도를 무너뜨리면 혼다도 무너집니다.
일본축구의 톱니바퀴와도 같은 조직구성력의 두 축인 혼다와 엔도의 관계에서
엔도의 역할은 혼다를 그만큼 더 편하게 뛰게 하고 위력적으로 만들어주는 그림자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엔도의 컨디션이 나쁜 경기나 상대 공격진이 적극적으로 포어체킹을 하는 날엔
혼다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많이 내려옵니다. 내려올 수 밖에 없죠. 볼을 받기 너무 힘들어지니까요.
축구의 공격방식은 중앙과 사이드로 나뉩니다. 헌데 일본의 측면자원들은 별로 개인돌파에 능한 선수들이 아니거든요.
카가와나 오카자키는 공간이 있을때 위력을 내는 선수지 직접적으로 미드필드 후방에서부터 볼을 운반할만한
능력이 없습니다. 오카자키는 공간침투 아니면 그냥 평범한 아시아권의 치달러일 뿐이고, 카가와 역시 도르트문트에서
스포트라이트 쫙 받았다가 맨유에서 쑥 꺼진 이유는 맨유에선 측면의 직접 볼운반능력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혼다가 내려가는건 일본 진영 전체의 하강을 의미합니다.
혼다 역시도 드리블링으로 볼을 스스로 운반하는 능력은 없거든요. 그래서 주로 볼을 잡으면 등지고 횡으로 움직이죠.
짧은 패스로 올라가기 위해선 양측면들도 혼다와 짧은 패스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반경으로 들어가야합니다.
시작부터 거의 두세템포는 죽여놓고 들어가는거죠.
이에 비해 엔도는 점점 나이를 먹어가고 노쇠화하며 느려지고 탈압박에 취약하게 됩니다.
반대로 그의 파트너인 하세베 혹은 호소가이는 플레이메이킹능력은 거의 없습니다. 하세베는 그냥저냥이고
호소가이는 하세베보다 활동적이지만 더 둔탁하죠. 기술적으로 둘 다 좋은 선수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수비수중에 특별히 빌드업을 보조할만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도 없구요.
박형이 피를로 지우듯이 강력하게 엔도를 지울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그저 전진패스만 못하게 하면 됩니다.
남은건 일본은 엄청난 전술적 괴리발생 내지는 뻥축입니다. 허나 전방에 제공권이 탁월한 선수는 없죠.
우리 2선이 엔도와 엔도 주위의 패싱라인에만 위협을 가해도 혼다를 절반은 잡은겁니다.
애초에 후방플레이메이커의 존재의미가 상대의 포어체킹에 스무스하게 대응하기 위함인데
지금의 엔도는 적극적인 포어체킹에 이미 여러모로 취약한 상태죠. 그런데 엔도 역시 비중은 높지만 대체는 없습니다.
우리 공격진들은 일본 수비수들이 그냥 볼을 돌리던 뭐하던 냅둬도 됩니다. 거기까진 프레싱 할 필요가 없어요.
쓸데없이 들어갔다가 체력만 낭비하는 꼴입니다.
2) 혼다에 집착하지 말고 박스 뒷공간으로 침투하는 선수들을 주시하라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혼다의 단점은 느리다입니다.
수비를 달고다닐수는 있을지언정 쉽사리 벗겨내지 못하죠.
대부분의 공격방법은 2선침투에게 연결하는 쪽입니다.
그걸 많은 움직임속의 부분전술로 수비의 혼선을 야기하는, 일종의 야바위같은 전술의 극한이죠.
하지만 본질은 결국 뒷공간을 직접 노리는거죠. 혼다의 마크맨은 박스근처에서 직접슈팅할 각도만 허용하지 않으면 됩니다.
수비는 어설프게 오프사이드 트랩 걸 생각 하지 말고, 철저히 2선의 침투에 대응해야 합니다.
또한 좌우 한쪽으로 몰아놓고 반대쪽 박스의 넓은 공간을 노리는 공격패턴도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몸으로 부딪혀서 확실하고 끈덕지게 막아낼 생각을 해야지 어설프게 지능적으로 막겠다고 덤볐다간 줘털리기 십상이죠.
혼다의 직접 슈팅 각도를 좁히고 2선이나 측면으로 돌아들어오는 나머지 침투자원들만 막아내면
혼다는 굳이 직접 지우지 않아도 알아서 손발 다 잘린겁니다.
3) 상대를 조루로 만들어라
역시나 앞서 말씀드린대로 일본축구의 장점은 기동력이고, 지금 일본축구가 보여주는 고 기동력을
90분내내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일본선수들의 근성은 상당히 칭찬해줄만합니다.
하지만 그걸 유지할만한 체력이 없는 상태 혹은 관리하에 둘 수 없는 입장이라면 그건 저절로 자충수로 치환되죠.
체력의 저하란 단순히 기동력의 저하 뿐만이 아니라 민첩성과 집중력의 저하까지 유발하니까요.
상대적으로 주력은 좀 덜 저하되긴 하지만 일본 대표팀의 전술상 주력을 이용하는 선수는 별로 없습니다.
전부 민첩성쪽에 가깝죠.
참고로 우리가 2002때 했던 수준의 체력전과 압박능력에 비하면 일본은 그거보단 좀 약한 편이긴 합니다.
그만큼 02때 우리의 체력전은 정말 극한의 수준이었습니다. 일본은 나름 수비라인을 극도로 높이면서
공간을 컴팩트하게 만들었던 반면에 우리는 수비불안때문에 수비라인을 그만큼 올리지 못했거든요.
기동력이 떨어지는 순간 일본의 모든 전술은 싸그리 무너집니다. 공격도 안되고 수비의 약점은 더 노출되죠.
일본의 카운터가 무서운건 사실 개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굉장히 다수가 공격에 순간적으로 가담하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팀처럼 소수의 개인기량에 의해 치는 카운터가 아닙니다.
이런점들을 볼 때 일본축구는 자신들의 장점에다가 확실히 과거에 우리가 가졌던 장점들을 참 잘 뽑아갔습니다.
한때 일본은 정교하지만 실속이 떨어지는 축구를 했다면 우리는 투박하지만 강하고 실속있는 축구를 했었으니까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일본의 기동력을 뽑아먹기 위해 해야 할 건 앞서 말한 엔도 괴롭히기를 통해 일본진영 전체의
움직임을 가중시킬 필요가 있구요. 우리 2선의 거센 압박에 비해 3선은 지나치게 전진 압박에 나설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상대를 지켜보면서 특정지역에서 일본이 수적우위를 가져가는걸 최대한 저지해야 합니다. 특히 왼쪽 측면 말이죠.
그리고 남은 자원들은 박스 정면의 2선공간을 빠르게 커버할 필요가 있죠. 우리 역시 전방자원들의 체력소모를 감수해야합니다.
대신 왜 이런 체력 맞바꾸기가 가능하냐면, 일본은 틀이 확고한만큼 주전의 비중이 굉장히 지나칠정도로 높습니다.
일본 경기들을 보면 교체멤버가 아주 큰 활약을 하거나 전환점을 가져다주는 빈도가 매우 적습니다.
최근에 그나마 가장 핫했다고 할 수 있는 기요타케나 이누이 혹은 올대의 오츠 유키등은 나와봤자 그냥 공간채우기나
진배 없었죠. 철저히 일본의 시스템은 주전에게 맞춰져있습니다. 한자리 빠지면 그만큼 틈이 생기는거죠.
반대로 우리는 어찌보면 일본에 비해 조밀한 전술의 틀이 없이 개인능력에 상당히 의존하는 편입니다. 또한 공격진의 뎁스가
매우 두텁고 그 스타일도 다양합니다. 전술적인 가용폭은 우리가 훨씬 넓죠. 그러니까 수비가 정신줄만 차리고
대략 전반과 후반 10분까지만 버티면 그다음부턴 완전한 우리페이스로 올 공산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전반에 수비에 좀 집중하더라도 우리에겐 빠르고 정확하게 후방에서 패스를 뽑아줄 수 있는 기성용이 있고
혼자서도 어느정도 속공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손흥민이 있죠. 일본과는 반대로 우리는 공격진의 주력을 살릴 수 있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상대 수비라인은 공격을 하기위해선 올려야 할 수 밖에 없거든요.
또 지동원같은 경우도 스피드에 매우 강점이 있는건 아니지만 신장대비 결코 느린 선수가 아니고
움직임이 원체 영리해서 손흥민같은 선수와 2인 속공의 시너지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명주같은 박투박도 이란전에서 보여줬듯이 때에 따라 바로 튀어나가서 속공에 가담할 수 있구요.
실제로 아시안컵때도 우리가 전반엔 상당히 많이 밀렸었지만 후반으로 접어들수록 연장까지 치르고 왔던 우리에게도
체력적으로 밀려서 주도권을 내줬었죠. 게다가 전방에 김신욱이라도 들어가는 날엔 일본수비는 그냥 존재만으로도
상당히 고달파질겁니다. 김신욱도 어느정도 주력을 낼 공간만 나면 결코 느린선수가 아니니까요. 머리에 맞춰서
넓은 수비 뒷공간으로 넣어줄수만 있으면 손흥민이나 이근호같은 자원은 충분히 일본수비진을 스피드로 압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일본의 기동력을 낭비시키고 체력을 뽑아먹으면
우리는 상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에 비축해놓은 기동력을 발휘할 시점이 분명히 올거라 봅니다.
당초 이탈리아를 괴롭힌 일본과 최근 페이스가 헬인 멕시코의 대결은 일본의 절대적 우위라고 본 사람들이 많았지만
결과는 결코 그렇지 않았으니까요. 대신 우리도 정말 이제 체력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본의 체력을 더 뽑아먹기 위해선
우리도 체력적인 소모를 어느정도는 분명히 감내해야 하는데 그걸 버틸만한 체력조차 못 기른다면 이런 방법은
승산이 없죠. 그냥 가패당하고 끌려다니면서 체력과 집중력을 소모하다가 공간내주고 털리는 겁니다.
또 그만큼 수비와 3선 미들간의 효율적인 동선과 커버링 전략을 확보하는 것도 기본적으로 구비해야 할 요건이구요.
일본은 지속적으로 움직여야만 강하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해야 합니다.
4) 상대의 포어체킹에 너무 휘둘리지 마라
일본의 포어체킹이 상당히 범위도 넓고 재깍재깍 들어오는 편이라서 강력한건 사실이지만
개개인의 수비력이 높아서 직접적으로 수비수에게서 볼을 뺏어내는 건 아닙니다.
포어체킹의 본래 의도가 그렇듯이 볼을 뺏어내는게 아니라 실수를 유발시키는거죠.
헌데 우리 수비수들의 볼처리는 하나같이 미숙합니다. 수비수들의 볼처리를 집중적으로 훈련시켜야 합니다.
이건 사실 전술적인 요소라기보다는 좀 개개인이 제발 좀 훈련을 해줘야할 부분인데
안될거 같으면 그냥 키퍼에게 백패스라도 하라고 주지시켜야 합니다. 꼭 멍청하게 수비를 앞에 두고 전방으로
클리어링이나 종적 횡적인 전개를 시도하다가 짤리고 역습을 얻어맞죠.
물론 백패스도 잘해야 합니다만 그건 상대적으로 쉬우니까요.
우리 입장에서도 굳이 빨리 볼을 전개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후방에서 볼을 돌리면 돌릴수록 일본의 전방은 체력이 빠지는거고 기성용이라는 훌륭한 후방플메도 있어서
센터백 둘과 기성용까지 셋의 호흡만 맞출 수 있다면 전반내내 볼을 돌려도 우리에겐 좋습니다.
일본이 포어체킹을 포기하고 진영이 내려가면 그때 우리는 공격을 시작해도 되거든요. 왜냐면 우리에겐 이동국이나
김신욱 지동원같은 좋은 전천후 타겟이 있으니까요. 게다가 그런 자원이 당장 피치위에 없더라도 괜찮습니다.
쟤들만 체력 열나게 빼고 얻어낸거 없이 돌아가는 꼴이니까요.
5) (일본의)왼쪽은 막고 오른쪽은 파라
간단합니다. 나가토모+카가와에 혼다까지 왼쪽의 연계에 가세하면 상당히 막기 버겁습니다. 명실공히 일본의 주공격루트죠.
어설프게 오른쪽의 공수밸런스를 맞추는 건 자살행위입니다. 실제로 아시안컵때도 삿포로참사때도 가장 문제는
상대 왼쪽 우리 오른쪽이 무너진게 가장 컸고 그때마다 카가와에게 골을 내줬으니까요.
아마 아시안컵때 첫골은 차두리 대 카가와+나가토모, 1:2로 오른쪽에서 순간적으로 숫자도 밀렸을겁니다.
이런상황이 발생하는게 그야말로 최악 중의 최악입니다. 차라리 측면 공간을 내주고 오른쪽 풀백이 박스 안쪽에 들어와서
전진을 막아내는 구도가 낫지 카가와와 나가토모 사이에서 이도저도 아니게 측면에 머무르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건 그냥
수비숫자 하나만 낭비된 꼴입니다.
고로
오른쪽은 무조건 수비적으로 가져가는게 좋습니다. 특히 나가토모가 뛰어들어오면서 합세하는 타이밍이 가장 무섭습니다.
그걸 대비해서 차라리 오른쪽은 윙어보단 수비와 기동력이 좋은 와이드미들을 넣는게 낫습니다. 나가토모를 막지 못하면
수비 자체가 허물어지고 공격 제1옵션인 카가와에게 엄청난 기회를 주는거니까요. 반대로 나가토모만 막아낸다면
카가와 역시 별로 할게 없습니다. 일본의 모든 선수들은 개인돌파능력이 딱히 무서울건 없거든요. 대신 패싱플레이를 할
기회가 주어지면 그때는 상당히 무서워지니까요. 어설픈 공간압박보다 확실한 맨마킹을 주지시키는게 중요합니다.
반대로 일본의 오른쪽은 우리가 놀기 좋습니다. 우치다는 공격력에 비해 수비력은 강하지도 안정적이지도 못하고
오카자키의 개인능력은 그리 무섭지 않은 편이라 우리 풀백이 상대적으로 공격에 비중을 둘만한 여유가 충분합니다.
우리 왼쪽엔 개인능력으로는 양팀 통틀어 압도적인 최상급의 흥미니가 있고 박주호나 윤석영이나 김치우 박원재 최재수
홍철등 공격쪽에 재능이 있는 풀백들이 많죠. 물론 얘들도 수비력은 훈련을 해야 합니다만, 사실 축구에서 측면의 전황은
반비례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즉 우리가 공격으로 찍어누르기 시작하면 같은 사이드에서 아무리 공격력이 출중하더라도
상대는 내려앉게 되있거든요. 특히나 오른쪽 공격의 핵심은 사실 오카자키가 아니고 풀백 우치다입니다. 수비 생각 안할
수 없는 입장에다가 손흥민같은 선수에게 한두번 털리기 시작하면 못 올라옵니다. 엄두가 안나죠.
나머지 사카이 히로키는 우치다에 비해 기량적으로 미숙하고 경험도 적으며
곤노나 나카무라 켄고같은 선수는 유틸자원이라 그리로 이동해도 별로 특장점이 없습니다. 주전외엔 별로 대안이 없죠.
6) 부분적인 제로톱 시스템도 충분히 생각해볼법 하다
이건 파훼법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제안인데
앞서 말씀드린대로 가장 첫째로 이뤄져야 할 것이 우리 수비의 안정과 미드필더의 숫자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것,
그리고 엔도같은 후방플메를 고립시키는 부분인데 이런 점만 해도 우리의 체력적인 부담 역시 무시못합니다.
누누히 말씀드리지만 우리의 체력을 상대의 더 많은 체력으로 같이 소모시키는거죠.
특히 우리 수비가 굉장히 불안한게 사실인지라 미드필더들의 커버링이 좀 더 필요하고 숫자적으로 우세한게
굉장히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체력전으로 돌입하는 시나리오같은 경우엔 전반은 무조건적으로 지켜야 합니다.
일본 역시 수비쪽에서 볼을 돌리면서 우리를 끌어내고 체력적인 우위를 점하려고 할 수 있습니다. 고로 버릴 부분은
버리고 과감히 필요한 부분에 집중투자하면서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의 수비라인이 높다는 얘기는 뒷공간에는 취약하지만 상대적으로 느린 정통타겟터나 빅타겟을 막는데는 편합니다.
김신욱같은 경우는 그래도 아직 나이가 있고 주력은 생각보다 괜찮습니다만 그래도 역시 큰 선수인지라 민첩하진 못합니다.
다만 김신욱의 최대 장점은 그 키에 활동량이 좋고 본래 세컨탑에 가까운 선수라는 점입니다. 거의 미드필드처럼 수비에
가담할때가 많죠. 이런 선수를 굳이 톱에 두기보다는 전반엔 톱보다 좀 내려서 제로톱의 형태로 팀에 기여하게 하는 법도
하나의 좋은 방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또 김신욱이 아니라 지동원 같은 선수도 충분히 그렇게 활용될 수 있죠.
대신 이동국처럼 체력과 기동력이 떨어진 노장들은 이런식의 운용을 하기엔 힘들겁니다. 이동국은 이러나 저러나
박스 근처에서 볼을 받거나 박스 안에서 노련하게 움직여야만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니까요.
즉 굳이 우리가 정통 타겟을 톱에 박아가면서 숫자 하나를 고립시키고 낭비할 필요는 없단 얘깁니다. 특히 최근 우리 대표팀에서
톱이 굉장히 고립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한 낭비인데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한방을 위해 상대 수비라인에
굳이 쭉 붙여놓을 필요도 없거니와, 일본의 수비라인이 굉장히 높아서 차라리 좀 쳐진 위치에 있더라도 발빠른 선수가 더
효율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통타겟터들은 시나리오가 제대로 풀린다면 경기 중후반에 우리가 우위를 점하기 시작할 때
조커로 들어가는게 훨씬 투입된 선수건 팀이건 효율이 높을거라고 봅니다.
말이 제로톱이긴 하지만 바르샤처럼 거의 공방일체 수준의 초 유기적 제로톱시스템을 가져올 필요는 없다고 보는지라
스완지 미추정도의 역할만 생각해도 될 거 같습니다. 물론 이게 입축구가 될 가능성도 충분히 높을 것이긴 합니다.
이건 그냥 브레인스토밍의 일환 정도로 보시면 될 듯 합니다.
5. 마치며
우리는 일본축구를 단순히 패싱게임으로만 여기고 있지만
실상 그 패싱게임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단순히 호흡과 조직력, 패스의 정확도보다 기동력에 그 근원이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공격 숫자, 최대한 많은 수비 숫자를 끌어오면서
상대의 플레이는 미연에 방해하고 자신들의 플레이로 주도해나가면서 약점을 극복하는
공방일체의 상당히 높은 수준의 복안을 기저에 깔고 있음을 알아야 하고 절대로 낮게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주 치밀한 시스템일수록 나사 하나 톱니바퀴 하나가 어그러지는 효과는 더욱 더 큽니다.
일본같은 경우엔 개인능력이 강팀들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을 더 높은 조직력으로 극복해나가는 구도인데
최근 우리는 우리의 플레이를 하는데만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상대의 플레이를 방해하고 어그러뜨리는데에
너무 안이해졌습니다. 그건 일종의 자만심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특히 일본같이 확고한 플랜이 있는 팀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그 패턴이 엉키기 시작하면 전체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그러면 찬스는 자연히 따라오게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상대적으로 일본에 비해 그런 찬스를 더 잘 살릴 수 있는
자원들이 많습니다.
우리가 구상한 그림에만 치우치지 말고 상대가 할 수 있는 플레이 하고자 하는 플레이를 방해하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고
실제로 홍명보감독이 올림픽에서 우리가 해오던 색깔을 갑자기 포기하고 일본전에서 돌변한게 제대로 먹힌 것도
상대를 분석하고 철저히 거기에 대응한 플랜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바로 진정한 승부사죠. 우리 대표팀이 축구는 우리 혼자
그림 그려놓고 하는게 아니라는 걸 이제는 깨달아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일본은 상당히 좋은 팀이 되었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사정권 밖을 벗어났다고는 절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상대가 대등하고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자세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겠죠.
첫댓글 좋은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지난 월드컵때 갑자기 나카자와-툴리오라인이 사라진 게 정말 의아했습니다.
일본수비수들 답지않게 전투능력도 괜찮고 수비능력도 좋은 (대신 좀 느린) 라인이라고 생각했는데 월드컵 직전 우리한테 털린 이후로 왠 듣보 라인이 주전으로 입성하였고 그 이후로 선발도 안 되는 거 같더군요 이유가 뭔지..
일본 센터수비는 말씀하신 것처럼 다른 포지션에 비해 강점이 보이지가 않네요
나카자와같은 경우엔 아무래도 나이가 걸리는 듯 싶고 다나카 툴리오는 잘 뛰고 있는거 같은데 스타일 상 감독의 눈에 들지 않는 듯 합니다.
기본적으로 수비라인이 굉장히 전진되어 있기 때문에 되도록 포어체킹에 잘 대응하고 빌드업에 가담하는 능력과 기동력이 있는 중앙수비수를 기용하는 듯 싶은데, 딱히 뭐 그렇다고 해도 쟤들이 별로 그런 면에서 두각을 나타낼만한 수준도 아니라서...
그냥 세대교체의 시기로 보는거 같습니다. 그래서 경험치를 좀 몰빵시켜주는거 같은데 그닥 성장은 안되고 있죠.
지금 시점은 나카나와는 교체될거라 생각은 했는데 지난 월드컵에서도 빠졌던 건 좀 아쉽더군요 결과는 좋았었지만
와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