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남지 둑길을 걸어
오월 첫째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다. 어제 아침나절 K 패스 교통카드 회원 등록을 스스로 못해 농협 창구를 찾았으나 해결이 되지 않아 대산 마을도서관 사서의 도움을 받아 고마웠다. 환승을 포함에 매일같이 버스를 타야 할 형편이니 새로 도입된 K 패스 교통카드 이용으로 교통비를 얼마라도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 식후 근교 들녘으로 산책을 나서려고 창원역 앞으로 갔다.
금요일은 이른 아침 아파트단지를 벗어난 정류소에서 월영동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도중 창원역 앞에서 내렸다. 창원역에서 주남저수지를 비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니 신전으로 가는 1번보다 유등으로 가는 2번이 먼저 출발해 올랐다. 내가 가려는 주남저수지까지는 노선이 겹쳐 2번을 타도 상관없었다. 몇몇 부녀 승객과 같이 용강고개를 넘아간 버스는 동읍 행정복지센터 앞을 지났다.
가월마을을 지난 주남저수지에 내릴 때 할머니 셋이 남았더랬다. 아침 이른 시각 배낭을 둘러메고 주남저수지에서 내렸더니 할머니들은 나를 부러워하는 눈길로 쳐다봤다. 그들은 나이 지긋한 처지에 비닐하우스로 풋고추를 따거나 수박 순을 자르는 일을 다니는데 한 사내가 둑길로 유유자적 산책 나서는 길이라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했다. 사실 나도 한가로운 유람이라 할 수 없다.
아침 햇살이 번지지 않는 둑길 들머리에서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먼 산과 들판으로는 옅은 안개와 함께 산봉우리는 구름이 살짝 걸쳐진 곳도 보였다. 저수지 가장자리 갯버들은 신록이 싱그럽고 길섶에는 움이 튼 물억새는 잎줄기가 시퍼렇게 자랐다. 겨울 철새가 머물다 떠난 저수지는 고요한 적막 속에 아침을 맞으면서도 덩치가 작은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왔다.
연녹색 잎이 무성한 갯버들 우듬지에서 박새보다는 덩치가 커 눈에 쉽게 띈 한 쌍의 새가 뭐라고 조잘댔다. 직박구리만큼은 되어 보였는데 깃털 색깔이 짙은 청색으로 미루어 여름 철새로 날아온 물총새인 듯했다. 먼 비행의 여독이 채 풀리지 않았을 테도 짝짓기를 위한 교태 교성을 주고받는 듯했다. 녀석들이 여기까지 날아옴은 둥지를 틀어 새끼를 쳐서 가족을 불리기 위함이다.
탐조대 근처로 가니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이가 몇 보였다. 주남저수지와 가까운 가월이나 동월로 귀촌한 사람이거나 새벽에 차를 몰아와 둑길로 산책을 나온 이들인 듯했다. 오래전 근무지에서 알게 된 분도 현직 시절부터 가월에 그림 같은 집을 지어 은퇴 후에도 자연과 더불어 교감하며 건강을 잘 관리하고 있다. 생태와 새에 대해 박식한 한 사진작가도 터를 잡아 산다고 들었다.
탐조대에서 배수문으로 향해 가니 둑길 언저리에 어린 모종을 줄지어 심어 놓아 뭔가 궁금해 다가가 살피니 해바라기 싹이었다. 장마 이후 높은 키로 자라 한여름에 꽃을 피울 해바라기 모종을 온실에서 키워 옮겨 심어둔 듯했다. 시청에서는 독립된 부서로 ‘주남저수지과’를 둘 정도로 환경 보존에 대한 인식이나 관광객 유치를 위해 애씀이 예전과 사뭇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배수문을 지난 낙조대에 이르러 둑길을 더 걷지 않고 쉼터 앉아 명상으로 시간을 보냈다. 둑에서 뒤돌아본 들판이 끝난 아득한 곳은 진영 신도시와 가술의 아파트가 드러났다. 한동안 쉬던 자리에서 일어나 둑 아래 들판으로 내려섰다. 겨울새가 머물다 떠난 일모작 지대는 벼농사를 위한 무논이 다려지기는 일렀다. 일부 구역에는 볍씨를 부은 못자리를 설치해 부직포를 씌워 키웠다.
농로를 따라 드넓게 펼쳐진 들녘에서 가술 방향으로 걸어 용산과 합산으로 가는 찻길 포장도로를 건넜다. 신동마을을 지날 때 들녘 한복판 우람하게 자라는 한 그루 떡갈나무는 당나무로 우뚝했다. 상등마을을 지나 최근 들어선 산업단지에서 가술 거리 마을도서관에 닿아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 출근하는 사서와 같이 열람실로 들어 유철상이 쓴 산사 기행을 엮은 책을 펼쳐 봤다. 24.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