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이 지났네요. 먼저 모든 희생자분들께 명복 및 안위를 빕니다. 이번 박창신 신부 발언을 계기로 하여 반성적 시각으로 연평도 포격 사건을 정리해 게시해 보는 것도 좋지 싶어 올려봅니다.
천안함 사건의 여파로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조치로 꼽을 수 있는 게, 2010년 5월의 5.24 조치입니다. 북한 도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북한 선박의 우리 해역 운항 전면 불허, 남북교육 중단, 우리 국민의 방북 불허, 북한에 대한 신규투자 불허, 대북지원 사업의 원칙적 보류, 군사적으로는 북한 도발시 단호한 응징, 확성기 방송을 통, 대북 심리전 재개, 서해에서 한미군사연습실시, 대량살상무기확산 방지구상(PSI) 참여 같은 힘겨루 조치도 있었습니다. [거기다 더불어 미국 항모의 서해 진입을 요청했습니다]
문제는 G20이었어요. 이명박 정부는 G20 준비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공무원 4000명을 G20 준비 위원회로 구성하고 국정의 모든 역량을 G20에다가 부었어요. 속된 말로 국제적 반상회인 G20을 "사상 처음 한국 정부가 개최하는 대규모 국제회의", "국격이 높아진 결과", "국내 경제 파급효과가 20~31조에 이른다"는 기대 부풀리기, "세계 금융위기로 인한 대공황을 막는 역사적 협력"는 미사여구가 연일 언론을 장식했습니다. 그런데 난데 없이 중국이 G20 정상회의에 불참할 수 있다는 통보를 한 것입니다. [미항모의 서해진입을 허용치 않겠다는 외교적 압력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계속 서해연합훈련을 강조하고 미국측이 연일 항공모함의 서해 훈련 강행의지를 표출하자 "한미가 천안함 사건을 중국을 압박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인식을 굳혀갔어요. 중국의 논리는, 북한을 견제하려면 닭 잡는 칼이면 분명한데, 이건 빌미로 중국을 견제하는 소 잡는 칼을 들여 놓겠다고 본거죠. 이에따라 중국은 중국 내부의 한국 기업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행사하기 시작하는데, 특히 삼성전자는 "천안함에 대한 정부의 대북조치 발표 이후 중국 정부로부터 인허가가 줄줄이 무산되거나 연기되고 있다."고 한국정부에 비공식적으로 중국 자극을 중단해달라고 의사 전달을 했다네요.
그러니, 부랴부랴 이명박 정부는 기껏 자신들이 요청한 미국 항모의 진입을 오히려 막는데 급급했습니다. 되려 서해에서 공언한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고 G20기간 앞서 매달 실시하던 해상 포사격훈련도 일절 하지 않았습니다. 안보에 일관성이 없는 거죠. 앞서 말한 5.24 조치를 이명박 정부는 G20이라는 국제회의 개최를 앞두고 군사적 측면에서 핵심 스스로를 붕괴시켰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뱃심을 오히려 키워준 셈입니다.
G20정상회외는 11월 11~12일 양일간 개최되었는데, 이 때문에 매년 10월말에 실시하던 한국군 최대 육해공 합동훈련인 호국훈련이 예년보다 20일 정도 늦은 11월 22일부터 30일까지 실시하는 걸로 계획이 변경되었습니다. 11월 16일에 합참은 11월 23일 연평도 남서쪽 수역에서 해상사격 훈련을 한다고 발표하고 국립 해양조사연구원의 항행경보란에 해상사격훈련 구역도를 공지했습니다. 노무현 정부때 개설된 남북한 해군 간 군사 핫라인이 완전히 단절된 상태라 북한은 우리 측에 사격훈련 하루 전에 공용 상선망을 통해 "귀측이 사격하려는 곳은 경계선이 획정되지 않은 곳이니 사격 훈련을 중지하라. 불응하면 군사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경고를 보내왔습니다. 훈련 당일에도 북한은 전화통지문을 통해 호국 훈련에 대해 "선제 공격을 가하려는 전쟁 연습"이며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을 보내왔습니다. 우리 군은 96년 11월 부터 실시해온 연례 훈련이라면서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3월 이후에 한번도 실시하지 않았던 해상 훈련을 하느냐 마느냐가 서해에서 죽고살 정도로 중요한 문제였냐는 겁니다]. 그것도 G20을 거쳐 미국과의 관계 불협화음, 중국과의 대립 노선이 모두 북한에게 노출된 이 때에 굳이 해상훈련을 감행할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의문이 듭니다. 그리고 포사격 훈련이 벌어지는 연평도 서남 방향은 북한의 해안 연안입니다. 지도를 첨부 못해 아쉬운데, 북한이 76.2밀리 평사포, 122밀리 대구경포, 130밀리 대구경포를 발싸한 개머리곶에서 불과 몇키로미터 떨어진 곳이예요.
그래서 합참 정보본부 산하의 정보 참모부는 11시 15분에 긴급 [수시 첩보 보고]로 "접적 해역 일대에 화력 도발 및 NLL 근접 무력시위 비행 가능성에 있어 화력/공중도발 징후를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15분 뒤 11시 30분에도 "북한 해안에 탄약 차량 움직임을 포착했고 레이더와 필수적인 통신망이 활동하고 있으며 지휘관이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다"며 아예 "접적 해역 일대에 (북의) 화력 도발 가능성"을 경고하는 '수시 첩보보고'를 작성하여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 등 군지휘는 물론 청와대와 국가 정보원등 20개 수신처에 긴급 배포했습니다. 쉽게 말하자면 북의 화력 도발하려는 기미가 있으니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이 첩보보고에 대해 당시 작전 본부장인 이홍기 중장을 비롯한 합참 작전본부는 "북이 해안포를 쏘면 바다에 쏘기 밖에 더 하겠냐"는 반응으로 무시했다는 게 대다수 관계자의 증언으로 드러났습니다. 설마 북이 연평도를 조준사격 하겠느냐는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죠. 불과 8개월 전에 천안함 사건이 터졌는데도요. (좌초냐 폭침이냐의 문제를 떠나, 그런 일이 벌어지고 북한에게 혐의를 두었으면 이렇게 안일하게 반응하는 자체가 도통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오후 한시부터 연평부대는 사정거리 40km의 k9 자주포 사격을 시작했는데, 이 40km 라는 건 해주에 있는 북한군 4군단 사령부에 직접 포격이 가능한 높은 수준의 무력 시위입니다.
이러다가 2시 34분경, 호국훈련 종료 1시간 후 쯤 북한은 앞서 말한 개머리 곶에서 76.2밀리 평사포, 122밀리 대구경포, 130밀리 대구경포를 동원해 연평도 군부대 및 인근 민가를 향해 무차별 포격을 시작했습니다.
북한이 잘못했습니다. 아무리 군사 훈련이 격해졌다 한 들 민가를 향해 포격을 가한 것은 전쟁 범죄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안되는 거죠. 북한에 책임을 아무리 물어도 모자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애당초 안보라는 건 [사전에 위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끔] 국가의 역량을 총 동원하여 막는 과정이라는 것도 알아야 된다는 겁니다. 북한이라는 실패한 국가를, 독이 오를 대로 오른, 군부가 지배하는 과격 무력 국가를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 자체가 안보의 핵심인 거죠.
문제는 당시 이명박 정권이 이런 상황을 스스로 초래한다는 데 있습니다. 첫째, 5.24 조치의 자발적 무력화, 둘째, G20 과정에서 벌어진 한미, 한중간 외교간의 불협화음 자초, 셋째, 당시 정보부가 급박하게 보낸 도발 정보 무시. 등의 반성할 과제를 숱하게 놓아두고 단순히, '저 북한이 잘못했어요. 북한이 다 나쁜 놈이예요!'라는 일차원식 사고 방식에서 도저히 나올 생각을 안한다는 겁니다. 더욱이 가장 큰 당시 정부 자체가 북한의 도발을 정치적 호재로 삼아 다른 모든 국가적 문제를 덮으려는, 안보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패악을 자행하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하나도 없습니다. 애꿎은 우리 군인과 민간인만 피해를 보는 거죠. 이게 반복되는 겁니다.
왜, 북한이라는 미친 개 눈 앞에서 무방비로 몽둥이를 휘두르는지 정말 이해가 어렵습니다. 아예 완전무장을 하고 휘두르든가, 아니면 방어의 자세를 확실히 보여주며 때론 고기도 한 점 주면서 적당한 선에서 컨트롤을 하는 게 안보의 개념이지 않나요? 피할 수 있는 전쟁은 피해야 마땅한 거죠. 이걸 무슨 북한 눈치보기라든가, 국가 위신을 해하는 일이라는가? 는 식으로 반응하는지 정말 저로서는 정말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
Ps. 참고문헌은 서해전쟁, 김종대, 메디치, 2013. 입니다. 발췌해 정리한 거라 제 글이라고 보기 어렵네요. ^^;;
첫댓글 연평도 사건은 이명박그네 정권이 민간인불법사찰로 흔들거릴때 였지요. 한미군사훈련중 3,600발의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고 북한은 자신들 영해에 한발이라도 떨어지면 공격하겠다고 공언했지요. 북한의 공격이 끝날 동안 한미연합군은 3시간동안 아무런 결정도 못하고 공격당하고 말았지요. 북한은 사망자 1인당 5억원씩을 주겠다고 했지만 우리정부가 노~ 했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 글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저의 욕심이 과한 것일런지......휴~~~
대선 지난 지 1년이 가까와 오는 현 시점까지도 온통 안철수 논란으로 모든 이슈들이 묻혀지는 자게의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네요.
이런시기에 반드시 필독해야 할 참고 사항이군요.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