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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알면 안 되는 내 비밀을...
그 남자가 알아버렸어요.
[4]
<조교님과의 첫날 밤 part 2>
난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후 책상 위에 머리를 박았다. 도대체 이건 뭐지? 내가 어쩌다가 이런 봉변을 당하게 되는 거냐고!
'내 책상 첫 번째 서랍에 약 상자 있으니까 꺼내서 약 바르고 있어. 여기 치우고 갈 테니까. 그리고 너 오늘 밤에 엄청 혼날 줄 알아.'
자꾸 그 사람의 목소리가 내 귓가에 맴돌았다. 화가 잔뜩 나있던 그의 얼굴까지 겹치니 내 마음이 불편했다.
왜 그 사람은 화를 냈던 걸까? 아니, 짜증을 냈다고 하자. 그래. 짜증을 낸 것일 거야. 귀찮아 짜증을 냈을 거야. 그 사람이 나에게 화를 낼 이유는 없잖아. 그런데 이 아저씨는 왜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것일까? 우리가 서로를 얼마나 봤다고…….
난 한숨을 푹 쉬며 몸을 일으켰다. 순간, 방문이 열리며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갑작스런 그의 등장에 내 몸이 살짝 움찔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그의 모습에 난 오른쪽 눈썹을 살짝 치켜 올리며 가방을 내려놓는 그를 응시했다. 화가 난 듯 했던 그의 얼굴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뭔가 걱정이 있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난 머리를 긁적이며 한걸음씩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아저씨……."
"약은 발랐어?"
"아니……. 아직……."
"여기 앉아."
난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그에게 말했다. 그런 내 말에 아저씨는 몸을 일으키고 자신이 앉아있던 의자를 가리켰다.
"나 괜찮아."
"말 들어라."
내 말에 그는 살짝 화가 났는지 아까와 같은 낮은 톤의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그는 내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의 힘에 의해 난 살짝 몸이 고꾸라지며 그의 앞에 있는 의자에 앉게 되어버렸다.
그는 강제로 나를 의자에 앉힌 후, 서랍에서 약 상자를 꺼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남자에게 손목을 잡혀본 것도 그렇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약을 발라주는 것. 누군가 나를 챙겨주는 것이 말이다.
항상 동생과 함께 있어서였는지 난 한 번도 누군가에게 챙김을 받아 본적이 없었다. 사촌오빠나 언니가 있기는 했어도 모두 멀리 떨어져있었기 때문에 내 인생에 언니나 오빠라는 존재는 없었다. 그리고 동생과 있다 보니, 난 항상 나보다 나이가 적은 사람들 주위에 있었고 난 당연하다는 듯이 항상 그들을 챙겨줘야만 했다.
더군다나, 엄마와 아빠는 항상 일을 하셨기 때문에 난 그들에게 챙김 받을 생각보다는 내가 혼자 하거나 남을 더 챙겨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그런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나로 인해 그 사람들이 더 힘들어질 까봐 기대지 못했다. 난 그렇게 항상 나무같이 혼자 서서 다른 사람들의 쉼터가 되어줬을 뿐이다. 그런 내게 누군가가 다가오니 기분이 조금은 이상했다.
난 입술을 살짝 깨물며 방 안을 둘러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경험이 처음이라 시선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 그는 한 손으로 내 손을 꼭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물티슈로 주위에 있는 피를 닦았다. 그러자 상처가 난 자리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아!"
난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그가 잡고 있던 내 손을 내빼려 했다. 하지만, 내가 그의 손을 뿌리치려 하자 그는 내 손을 더 꼭 잡았다.
"가만히 있어. 약만 바르면 되니까."
그는 내 상처에 살짝 입김을 불어주고 연고를 발랐다. 그리고 그 위에 파란 코끼리 밴드를 붙여주었다. 난 '큭'소리를 내며 웃음을 참았다. 그러자 그는 살짝 얼굴을 찡그렸다.
"왜 웃어?"
"아저씨 같은 사람이 이런 귀여운 밴드를 가지고 다니니까."
"너도 비실거리는 여동생이 있으면 이해할거다."
그의 말에 난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밴드가 붙여있는 내 손가락을 보았다.
"아저씨는 정말 좋은 오빠인 가보네?"
내 말에 아저씨는 아무 말 없이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악마 같은 미소가 아닌 따뜻한 미소를 말이다. 그의 미소에 순간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요즘 너무 외로웠던 것일까? 아까부터 왜 이러는 걸까? 난 고개를 저으며 눈을 꼭 감았다. 정신 차리라고 유우빈. 이 사람은 안 돼. 아니, 아직 누군가를 마음에 담는 건 금물이야.
"다음부터는 유리 깨지면 손으로 집지 마. 빗자루 있으니까. 이번에는 물이어서 다행이었지. 위험한 물질이 담겨있던 유리였다면 큰일 날 뻔했어."
"그것쯤은 나도 알아."
아저씨의 말에 난 다시 눈을 뜨고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그는 나에게 등을 돌린 채로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고 있었다.
"그럼 네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겠지?"
"응."
"그럼 벌을 받아야겠지?"
아저씨는 계속 가방을 뒤적거리며 내게 말했고, 난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내 모습에 그는 오른쪽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피식 웃었다. 무언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저 악마 같은 미소 뒤에 숨겨진 진실이 말이다. 그는 한걸음씩 내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내 심장이 또 다시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 사람은 나에게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일까?
난 살짝 몸을 뒤로했다. 하지만 의자는 좀처럼 뒤로 움직이려 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점점 나에게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난 순간 눈을 꼭 감았다. 왜 눈을 감았는지 나도 모르겠다. 내가 눈을 감은 몇 초 후 그의 손이 내 어깨를 눌렀다.
혹시 나에게 키스를?! 보통 드라마나 소설에서 볼 때는 남자 주인공이 키스를 할 때는 어깨에 손을 얹었는데……. 왜 이 사람은 왜 내 어깨를 누른 것일까? 그것도 어깨가 빠질 만큼 아프게 말이다. 난 살며시 눈을 떴다. 내 머리 속에 음란마귀가 들어 왔나 보다. 아까 전에도 내 마음에 남자를 담는 것은 금물 이라고 함에도 불고하고,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니!?
아저씨는 내 어깨를 짚고 자신의 책상 위에 있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내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난 두 손으로 내 얼굴을 누르며 붉어져있을 내 얼굴을 식히려 했다. 그는 책상에서 종이 한 뭉치를 집어 들어 나에게 내밀었다. 난 손을 내리며 그와 종이뭉치를 번갈아 보았다.
"이게 뭐야?"
"벌."
"이게 어떻게 벌?"
"이거 한 120장일 거야. 채점해서 나한테 넘겨. 귀찮다고 대충하면 네 점수에서 깎아버릴 테니까 정신 똑바로 차려서 해."
"이 아저씨가 진짜!"
"그리고 나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니다. 나 눈 진짜 높다."
"이... 이 아저씨가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저씨는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내 머리를 주먹으로 살짝 쥐어박았다. 난 그런 그를 살짝 째려봐 준 후 내 책상으로 갔다. 저 남자 정말 짜증나고 얄밉다. 정말 개떡 같다고!
- 헬 로 ! 나 의 조 교 님 ? -
"이게 정말 뭐냐고. 이 죽일 노무 아저씨. 죽여 버릴 거야 진짜! 뜨아!!!"
난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를 질렀다. 채점을 시작한지도 벌써 2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채점할 종이는 아직 반도 더 남아 있었다. 난 옆에 있는 종이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 쉬었다. 난 살짝 고개를 돌려 아저씨의 눈치를 살폈다.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컴퓨터 스크린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 사람의 정체는 뭘까? 도대체 뭐 길래 나를 이렇게 힘들게 만드는 것일까?
난 입술을 삐쭉 내밀고 다시 고개를 돌려 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꾸만 감겨오는 눈은 내 시야를 가렸고 종이 속에 숫자들과 글씨가 점점 흐릿하게 보였다. 목욕이라도 하면 졸음이 사라지려나? 난 한숨을 쉬며 옷장에서 잠옷과 속옷을 꺼내 샤워바구니에 집어넣고 방문을 향해 걸어갔다.
내 발소리가 들렸는지 아저씨는 고개를 살짝 돌린 후 나를 째려보았다.
"왜?! 뭘 봐! 난 샤워도 못해?! 나도 사람이라고! 아저씨는 샤워도 안하고! 진짜 더러워죽겠어!"
난 그런 그의 시선에 짜증을 내며 문을 쾅 닫고 방에서 나왔다. 솔직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냥 그에게 짜증을 내고 싶었다. 내가 어쩌다가 이런 삶을 살게 된 것인지……. 난 한숨을 푹 쉬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이 기숙사는 공용화장실뿐이 없기 때문에 샤워를 하려면 화장실까지 가서 샤워를 하고 다시 방으로 돌아와야 헸다.
난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은 생각보다 깨끗했다. 특히 냄새가 나지 않았다. 화장실을 들어가자마자 세면대 여러 게 보였다. 조금 더 들어가니, 왼쪽에는 샤워 부스가 5개가 있었고, 오른쪽에는 변기가 있는 곳인 듯 5개의 칸이 있었다.
난 샤워부스를 하나하나 확인했다. 부스가 5개씩이나 있었지만, 저마다 물이 나오는 새기와 샤워기 형식이 달랐기 때문에 편하게 샤워를 하기 위해서는 신중하게 골라야 했다. 그리고 신중히 샤워부스를 관찰한 끝에 난 4번째 샤워부스를 '유우빈 전용'샤워 부스로 임명했다.
역시 밤이 깊어가니 내 정신 줄이 슬슬 느슨해지기 시작하는 가보다. 큰일이네……. 그 아저씨 앞에서는 안 되는데…….
- 헬 로 ! 나 의 조 교 님 ? -
샤워를 해서인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난 젖은 슬리퍼를 질질 끌며 방으로 돌아갔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분명 문 옆을 지키고 있어야 할 아저씨가 자리에 없었다. 난 그의 책상 위를 두리번거렸다. 그의 핸드폰과 키가 있는 것을 보아하니, 건물 안에 있다는 뜻인가? 아님, 급한 일이 있어 나간 건가? 하지만, 이 건물 어디로 갔다는 말인 것일까? 그리고 나갔다면, 어떻게 들어오려고? 여기는 여자 기숙사다. 다 큰 남자 혼자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곳이 아니란 말이다.
난 살짝 인상을 쓰며 문 밖으로 고개를 빠끔히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하지만, 아저씨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이 아저씨가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왜 내가 이 남자를 신경 쓰고 있는 것 일까? 난 살짝 얼굴을 찌푸리며 한 손으로 내 오른쪽 볼을 쳤다. 정신 차려 유우빈. 그 악마 같은 조교가 방에 없다는 것은 좋은 일이야, 그리고, 그 남자가 어디에 있던 내가 상관할 바가 아니야.
난 샤워바구니를 침대 옆에 내려놓고 수건으로 머리를 말렸다. 그리고 '좋은 거야'라는 말을 계속 반복하며 의자에 앉았다. 그러면서 내 앞에 보이는 종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주 좋은 거야. 그 악마 같은 아저씨가 없었다면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었을 거니까.
"그래도 좋다! 아주 좋다! 난 행복하다! 헤헤헤~"
아까부터 알아차렸다. 아까부터 느슨해졌던 내 정신 줄이 드디어 끊어진 것이 분명했다. 난 미친 듯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리하여 밤만 되면 찾아오는 '똘끼'가 찾아왔다. 난 큰소리를 지르며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내가 그 말을 내뱉은 순간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난 책상 위에 널려져 있는 종이들 속으로 머리를 박았다.
"뭐가 그렇게 좋아서 웃고 있냐? 그러고 있을 시간에 한 장이라도 더 채점하시지?"
"아씨! 아저씨는 정말! 으악!!!"
아저씨의 말에 난 그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소리를 지르려 했으나, 나는 비명을 지르며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내 얼굴이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난 한쪽 손에 들려있는 수건으로 내 얼굴을 가렸다. 이 남자 정말 미쳤나 보다. 내가 고개를 돌리는 순간, 그가 티셔츠를 벗고 있는 것 이었다. 보통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모습이 나와도 부끄러워 얼굴을 가리는 내가 그런 장면을 보다니!
"아..아저씨 뭐야?!"
"뭐가? 나도 옷은 갈아입어야 할 것 아니야?"
"그럼 말이라도 하고 갈아입던지! 어디 숙녀 앞에서!"
"네가 숙녀냐? 동생이지."
"이 아저씨가 진짜!"
난 아무 생각 없이 옆에 보이던 종이 뭉치를 그에게 던지며 소리를 질렀다. 이성을 잃어버린 것일까? 그러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갑작스런 내 행동에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나를 응시했다. 드디어 내가 미쳐버렸다. 어쩌지……. 시작 되었다. 나도 통제 할 수 없는 내 모습. 이런 내 모습을 보게 됐네…….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이런 내 모습을…….
"아저씨 뭘 봐?! 왜 왜 왜?!"
나도 모르게 흥분을 한 난 아무 잘못도 없는 아저씨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런 내 행동에 아저씨는 조용히 자신의 책상으로가 노트북을 열었다.
"그만 해라."
"뭐?!"
그의 말에 난 발로 쿵쿵 소리를 내며 그에게로 다가가 갔다. 난 눈에 살짝 힘을 주고 그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그런 내 시선에도 그는 아무런 반응 없이 노트북 스크린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과잉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나야. 유우빈. 그만 좀 해. 제발……. 난 입술을 삐쭉 내밀고 얼굴을 찡그린 채로 그를 계속 째려보았다.
"아저씨!"
"조용히 해. 지금 밤이야. 여기 너만 사는 거 아니야."
"이 못된 아저씨야! 네가 뭔데 자꾸 나를 짜증나게 만들어!"
"빨리 가서 잠이나 자."
"이 찌질한 놈이 진짜!"
"그만하고 빨리 들어가서 자.“
"이 못된 아저씨야! 이 나쁜 놈아!"
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몇 번 치고는 내 자리로 돌아와 책상 위에 머리를 박았다. 순간, 내 눈에서는 눈물이 한방을 떨어졌다.
억울해서도 어딘가가 아파서 흐르는 눈물이 아니었다. 조금은 이상해진 내 모습 때문에 눈물이 흐른 것이다. 몇 달 전부터 스트레스로 인해 밤만 되면 난 이렇게 이상한 행동을 한다. 한마디로 제정신이 아닌 내가 되어버린다.
가끔씩은 소리를 지를 때도 있고 가끔씩은 산만하게 방을 뛰어다닐 때도 있다. 정말 누군가가 본다면 '저 사람 정신병자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심한 짓을 할 때도 많다. 그러다 힘들고 지치면 어린아이처럼 때를 쓰며 울다 잠이 들어버린다. 지금처럼 말이다. 그렇게 아저씨와의 첫날밤은 전쟁으로 끝이 나버렸다. 절대로 들켜서는 안 되는 내 비밀을 들켜버리고 말았다. 나 이제 어떡하지?
* * *
강철은 한숨을 쉬며 노트북을 닫았다. 몇 분전만 해도 시끄러웠던 방이 조용해지니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우빈의 책상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우빈은 잠이 들었는지 아무런 미동이 없었다. 잠이 든 그녀의 모습에 강철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책상으로 한걸음씩 다가갔다.
그는 잠이 든 우빈의 머리를 살짝 뒤로 넘겨주고는 그녀를 안아 들어 그녀의 침대 위로 올려주었다. 우빈의 얼굴은 눈물로 인해 살짝 젖어있었다. 강철은 자신의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살짝 닦아주고는 이불을 덮어주었다. 침대가 편안했는지 우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곤히 잠이 들었다. 강철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한참 쳐다보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너도 병이구나. 밤만 되면 이상해지는 병."
그는 잠든 우빈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주고는 자신의 책상에 놓여있던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에서 통화음이 몇 번 울리더니 '달그락'소리가 났다. 그리고 핸드폰 너머로 얇고 가냘픈 강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이 시간에 웬일이야?]
"몸은 어때?"
[내가 뭐 한두 번 이래? 나 괜찮아.]
"이번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생각이라니?]
"유우빈."
[우빈이가 왜?]
"됐다. 빨리 자. 내일 수업 빠지지 말고. 아침에 오빠가 데려다 줘?"
[내 걱정 하지 말고 룸메이트한테나 신경 써줘. 오빠 잘 자!]
"야 이가..."
강은은 강철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전화가 끊어 진지는 오래됐지만, 강철은 핸드폰을 귀에 대고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에어컨 소리와 우빈의 숨소리가 방을 가득 채웠다. 그는 핸드폰을 침대 위에 올려놓고 우빈의 침대 옆으로가 깊이 잠이 들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잠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자신의 동생을 볼 때처럼 말이다.
"이강은 같은 동생이 또 생긴다... 이강은. 내가 그렇게 걱정된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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