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산나물 산행
일요일이 어린이날이라 대체 공휴까지 사흘간 연휴가 시작된 오월 첫째 토요일이다. 연휴 이틀째부터 세찬 바람과 함께 강수가 예보되어 야외 일정은 지장을 받을 듯하다. ‘백수에게도 주말이 기다려진다.’던 도청에서 먼저 퇴직한 고향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사실 근래 들어 주말이 다가오길 기다려졌는데, 평일은 아동안전지킴이 봉사활동으로 산행을 나설 겨를이 나지 않아서다.
지난주 토요일은 거제 국사봉으로 올라 자연산 곰취를 따와 이튿날 형제 여행을 떠난 경주 숙소에서 편육과 같이 쌈을 싸 먹은 바 있다. 일부 곰취는 냉장고에도 아직 남겨져 있으려나. 봄이 무르익은 여태껏 우리 집에서는 푸성귀를 사는 시장은 봐 오는 일은 없었기에 내가 산이나 들에서 채집하는 나물로 조달하고 있다. 봄날이면 묵나물로 비축하지 않아도 산나물로 연명이 된다.
우리 지역에서는 오월 중순까지 산나물 채집이 가능한 편인데 올해는 빨라진 개화만큼 산나물 쇠는 속도도 빠를 듯하다. 이번 연휴와 다가오는 주말까지는 쇠기는 하겠지만 근교 산행을 나서 뜯는 산나물을 밥상에 올려볼 생각이다. 한 뼘 텃밭을 가꾸지 않으면서 봄철은 온 산천이 내가 가꾸는 텃밭과 진배없어 빈 배낭을 둘러메고 길을 나서면 얼마든지 산나물을 채워올 자신이 있다.
이른 아침 산행 차림으로 길을 나섰다. 간식으로는 안전지킴이 봉사활동을 하는 가술에서 팔던 술빵을 하나 준비했다. ‘보리개떡’이라고 하는 술빵은 가술 국도 찻길을 마주한 두 가게에서 파는 지역 명물이었다. 나이 든 부친이 개발한 빵을 아들은 건너편에서 팔기만 하면 되었다. 약간의 호박과 쑥과 보리에 콩이 몇 알 든 빵은 전분 반죽 발효 시 술 냄새가 나 붙여진 이름이다.
동정동으로 나가 북면 온천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굴현고개를 넘어 외감삼거리에서 내렸다. 한 달 전 천주산에 진달래가 필 때는 상춘객이 몰아온 차와 인파가 붐볐던 달천계곡 입구는 평온했다. 남해고속도로 창원터널 입구로 향해 단감나무 과수원 곁으로 올랐다. 산언덕에는 아까시꽃이 피어 주렁주렁 달렸다. 예전 오월 중순에 절정이던 아까시꽃이 열흘은 앞당겨 피는 듯했다.
오리나무가 무성한 숲으로 드니 가랑잎이 삭은 부엽토를 밟아 삼림욕을 하다시피 걸었다. 아까 본 아까시꽃에 이어 때죽나무에서도 지상으로 향해 드리운 꽃망울이 일제히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식생은 바야흐로 봄에서 여름으로 바뀌어 가는 즈음이다. 양미재를 앞둔 너럭바위 쉼터에서 술빵을 한 조각 떼어먹으며 신록이 싱그러운 숲속 정경 사진을 지기들에 보내며 안부를 전했다.
쉼터에 일어나 양미재로 올라 작대산 트레킹 구간에서 천주산 방향으로 나아갔다. 진양 강씨 선산에서 구고사 뒤편으로 갔다. 산허리로 뚫은 길을 벗어난 숲에서 참취를 찾아내 몇 줌 뜯어 송전탑을 지나 절집에서 천주산으로 오르는 등산로 갈림길에서 인적이 드문 트레킹길로 계속 나갔다. 산자락에는 철에 맞춰 다래나무나 제피나무 이파리를 따려던 이들이 다녀간 흔적이 보였다.
다래나무가 엉켜 자란 돌너덜 구간에서는 산정마을과 칠원 읍내 아파트단지가 드러나는데 한반도 지도와 같은 모습이다. 푸른빛 수면이 드러난 산정저수지는 남한 땅이고 무기마을 농경지와 칠원 읍내 주거지는 북한 땅으로 봐도 될 듯했다. 바위 능선으로 오르는 길섶 참취 자생지는 선행 주자가 다녀가 청미래덩굴이 무성한 숲을 헤쳐 나가 취나물과 바디나물을 찾아 뜯어 모았다.
숲속 생태계는 시시때때로 변하고 산채를 나선 이들도 수시로 드나든다. 철이 철인 만큼 산나물이 쇠어가긴 하고 누군가 발 빠르게 먼저 지나가도 내가 뜯을 산나물을 찾아냈다. 숲 그늘도 마다하지 않고 피는 은방울꽃과 볕 좋은 자리에 핀 으아리꽃도 봤다. 산자락을 누벼 배낭과 손에 든 보조 가방까지 채운 산나물은 귀로에 인연 따라 나누고 알맞은 무게감만 남겨 집으로 왔다. 24.05.04
첫댓글 인연따라 나누는 산나물
잘 먹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