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 이야기
어제는 볼 일이 있어 칠곡의 석적읍 성곡리에 있는 화산서원에 다녀 왔다.
원래 화산서원은 구미 인동에 있었으나 도시개발로 인해 이건을 하게 되었으며 원래 있던 건물은 경북도 지정 문화재로 영남대 민속촌으로 이건 복원 하였고 현재의 화산서원은 새로이 건물을 지었고 한다.
화산서원은 만회당 선생이 후학을 양성하기 위해 1651년 설립 하였으며 대원군의 서원 철폐령에 의해 강당만 남겨두고 훼철 되었다가 다시 복원 되었으며 구미시의 도시 계획으로 현재의 위치로 이건 하여 소암서원에 봉안되어 있던 극명당 선생을 모셔와 만회당 선생과 같이 두분을 봉향하고 있단다.
人之所以爲人者 不在乎他 在乎師之敎而已
(인지소이위인자 부재호타 재호사지교이이)
사람이 사람다울 수 있는 것은 다른 데 있지 않고
오직 스승의 가르침이 있기 때문이다.>
- 尹愭 / 無名子集 -
서원은 학문연구와 선현제향(先賢祭享)을 위하여 사림에 의해 설립된 사설 교육기관이다.
원래 서원은 주자가 백록동 서원을 열고 도학을 강의를 하면서 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1543년 풍기군수 주세붕이 안향을 배향하고 학생을 가르치기 위하여 백운동서원을 개설한 것이 출발점 이다.
그러나 악화는 양화를 낳고 양화는 악화를 낳는다고 서원이 단순 학문 연구나 선현제향 그리고 교욱등 본연의 기능에 충실 했으면 되는데
붕당정치의 폐해를 낳게되고 순기능에 비해 역기능이나 부작용이 많이 대두 되다 보니 대원군이 그 것을 빌미로 서원 철폐령을 내린 것이 라는데
또 다른 의견은 왕권 강화를 노린 대원군의 노림수라는 이야기도 있었단다.
기록을 보면 그때 당시 전국의 650여개 서원중 소수서원 도산서원등 47개만 남기고 모두 철폐를 했다는데
우리나라 서원의 대부분이 특정 문중 중심으로 운엉되고 또 특정 문중 인물 중심으로 봉향되는 과정에서 원래의 교육 기능은 현대식 교욱의 도입으로 그 기능을 상실 했지만 대부분이 복원 되어 선현제향 기능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또 서원이 문중과 특정 인물의 후학 증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문중이나 후학간에도 갈등이 발생 하기도 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병호시비인 것이다.
병호시비는 병산서원과 호계서원간의 갈등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호계서원에 퇴계 선생과 그의 제자인 학봉과 서애을 병설하기로 하였으나 학봉과 서애 두분 중 누가 먼저냐를 놓고 갈등을 발생하였는데
凍死迎風站 餓死不折腰 (동사영풍참 아사부절요)
얼어 죽을지언정 바람에 맞서고,
굶어 죽을지언정 허리를 굽히지 않겠다.
(자존심 하나는 강하다는 말이다.)
서로간의 논리를 보먼 향촌사회 관행은 연장자 우선 이라며 나이 많은 학봉이 먼저라는 주장과 또 관직에서 서애는 영의정을 했으니 품계가 높다며 서애가 먼저라는 주장이 팽팽하게 대립 하면서
두선생의 문중과 후학까지 가세해 자존심을 건 대립을 반복하며 칼부림이 발생 하는등 위차 문제로 인한 길등이 400년 가까이 이어 오다 얼마전 서로간에 극적으로 타협이 되었다고 한다
서애가 먼저고 학봉 선생이 뒤로 위차가 결정 되어 퇴계를 비롯한 두분을 호계서원에 복설 하였다며 400면 만에 화해를 했다고 방송에 보도가 되기도 했는데 과연 선비로서 올은 행동인지 ? 또 그깟 알량한 자존심이 뭐라고?
그리고 요즘은 서원이 문화재로서 그 가치를 인정 받기도 하는데 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서원, 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 달성 도동서원, 함양 남계서원, 정읍 무성서원, 장성 필암서원, 논산 돈암서원 해서 9개의 대표 서원이 얼마전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문화유산으로 등제 되기도 하였는데
원래 서원의 시작은 중국에서 처음 시작 되었기에 서원을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문화유산 등제 과정에서 중국의 반발이 만만찮았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하였지만 한국 서원의 독창성이 인정되어 유네스코 세계 인류 문화유산에 지정 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서원은 교육 기능의 역사성과 건축학적 가치에 더하여 자연 풍광이 아름답기로도 유명하다.
秋陰漠漠四山空(추음막막사산공)
가을 그늘 아득하고 온 산이 텅 비니
落葉無聲滿地紅(낙엽무성만지홍)
낙엽은 소리 없이 온 땅에 붉다
立馬溪橋問歸路(입마계교문귀로)
시내 다리 위에 말을 세우고 돌아가는 길을 물으니
不知身在畵圖中(부지신재화도중)
내 자신이 그림 속에 있음을 알지 못하네.
- 訪金居士野居 / 鄭道傳 -
특히나 영주의 소수서원 그 울창한 송림, 그리고 붉게 물든 단풍과 흐르는 물소리의 서원 길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 한폭의 풍경화다
가을 바람 소슬한 어느 가을 날을 골라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서원으로 가는 길을 걸어 봄도 참 좋을 것이다